오십줄에 들어선
과부 웅천댁 앞에만 서면 늙은이든 젊은이든
사족을 못 썼다.
웅천댁은 지주(地主)고,
동네 사람들은 소작농이기 때문이다.
☆☆☆
어느 날, 소작농 범수가 웅천댁한테 불려 갔더니
웅천댁이 말하길 “이 사람아, 내일 아침에 고리짝 하나 메고 내 친정에 좀 따라 감세.
내일이 친정아버지 생신이라네.”
이튿날 새벽, 비단옷을 넣은 고리짝을 메고
웅천댁을 따라 길을 나서자마자 눈발이 휘날리더니
이내 폭설이 내렸다.
동지섣달 짧은 날도
일찍 출발하면 밤 늦기 전에 친정에 도착할 수 있지만
눈길이 발목을 잡는바람에
할 수 없이 갯나루 주막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웅천댁이 말했다.
“방값도 비싼데 두방 쓸 일이 뭐 있겠나.
자네는 내 아들 행세를 하게.”
둘이서 국밥을 먹고 범수는 막걸리 한사발까지 마셨다.
뜨뜻한 방에 들어오니 졸음이 쏟아져 범수는 옷을 입은 채 쓰러져 코를 골았다.
이상한 낌새에
눈을 뜬 범수는 깜짝 놀랐다.
범수의 바지춤은 무릎까지 내려갔고,
치마와 고쟁이까지 벗어 던진 웅천댁이 씨근거리며
범수의 돌덩이 같은 양물을 쥐고 흔들었다.
범수가 벌떡 일어나자
웅천댁이 “이 사람아, 나 좀 살려 주게.”
웅천댁은 범수를 안고 쓰러졌다.
옥수가 넘쳐 흐르는 옥문으로
범수의 이딴만하게 큰 양물이 들어가 황소가 진창을 밟듯이 철벅거리자
웅천댁은 범수의 목을 껴안고 흐느꼈다.
두사람은 사흘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
이틀도 지나지 않아 웅천댁이 범수를 불러 달려갔더니
안방에 씨암탉을 고아 놓고 술잔까지 올려놓았다.
범수가 상을 비우고 나자
웅천댁은 호롱불을 끄고 부스럭부스럭 옷을 벗었다.
“이제 자네 없이는 절대로 못살겠네.
시집와서 보니 신랑이 약골이라 십수년을 골골하다가
결국 황천으로 떠나고
과부로 또 십수년을 살며 내 청춘을 다 날려 버리고
인생 이렇게 끝나는가 싶엇는데 이제야 내가 여자가 되었네.
그것두 자네 덕택에....”
☆☆☆
뭐든지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눈이 펄펄 내리는 날 대낮에 웅천댁과
요란하게 절구질을 해대는데 안방문이 '홱' 열리더니
범수 마누라가 눈을 왕방울만하게 뜨고는
벌거벗은 두사람을 내려다보고는 문을 '쾅' 닫고 나가 버렸다.
범수가 서둘러 옷을 입고 뒤따라 집에 가자
울고불고 '펄펄' 뛸 줄 알았던 마누라는 “진작에 알고 있었지” 하며
눈을 흘기더니
“내 곁에 온 지 얼마나 된 지 아시오?”
젊고 탱탱한 마누라가 홀라당 옷을 벗었다.
범수는 지은 죗값을 치르느라 정성 들여 '꾹꾹' 도장을 찍어 주며
“내가 그 늙고 뒤룩뒤룩 살찐 여자를 좋아서 이 짓을 하겠어?”
마누라는 고맙게도
“당신 처지를 알고 있소” 하며 요분질을 해댔다.
☆☆☆
이튿날 점심나절, 범수 마누라가 웅천댁을 찾아갔다.
고개를 푹 숙인 웅천댁이 모기소리만하게 “자네 볼 낯이 없네” 하자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마님, 저는 입이 무겁습니다.”
범수 마누라는 불쑥
“마님, 마님이 원하실 때 제 신랑을 빌려 드리겠습니다.
한번 쓰실 때마다 쌀 한말과 닭 한마리를 주십시오.”
웅천댁이 눈이 둥그레졌다가 곰곰 생각하더니
“농사철에 일 잘하는 황소를 하루 빌려가도 콩 서되인데
너무 비싼 거 아닌가?!”
“비싼 게 아닙니다. 우린 신랑 땀 흘리는 값에 제 속 썩는 값,
그리고 이틀거리로 쇤네를 안아 주던 신랑이 닷새거리가 되었으니
그것도 마님께서 보상을 해 주셔야 됩니다요.”
웅천댁이 한숨을 쉬더니
“닭은 또 무슨 값인가?”
“밥만 먹고 힘을 쓸 수 있습니까!”
이상한 거래는 그렇게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