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산해경을 펴놓게 되었군요.
산해경은 중국에서 신화자료가
가장 풍부한 책이라고 합니다.

제준의 부락도
산해경에 나오는 제준 및 그 후예들의 일화를
소재로 하여 현대에 그린 그림
- 관걸/오확소 -
산해경은
하우(夏禹)와 백익(伯益)이 지었다고 하나
하우는 하(夏) 나라의 우(禹) 임금이고
백익은 우 임금의 신하이니
그들이 산해경을 지었을 리는 없다고 합니다.
그들 자신이 신화적 인물에 속하니 그렇답니다.
상당히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에 의해
공동으로 완성된 작품이라는 것이지요.
위안커(袁珂)에 의하면
주나라 초기까지 기록되어 왔을 것이랍니다.
*
우임금 시대에 국토자원조사를 하여
산해도(山海圖)를 제작하였고
오장산경(五藏山經)으로 기록되었다.
산해도는 사라졌고 오장산경은
지금까지 전해온다.
기원전 516년에 왕자 조(朝)가
주(周) 왕실의 전적을 들고
초로 도망하였다.
그후 주나라의 학자와 그 후손들이
우임금 시대의 오장산경과
하대의 해외사경(海外四經),
상대의 대황사경(大荒四經),
주대의 해내오경(海內五經)을 편집해서
산해경 한 권으로 만들었다.
제가 읽고 있는 산해경에 기재된
주석입니다.
*

구주산천도실증총도(九州山川實證揔圖)
동서(東西)가 아래와 위에 표기되었고
남북(南北)이 왼쪽과 오른쪽으로 되어 있어
조금 헷갈립니다.
잠시 참고를 위해 적어보면
구주(九州)는 중국 고대의 행정구역이고
춘추전국시대부터 비롯된 것이라 합니다.
서한(西漢)이전에는
우(禹)임금이 치수를 한 뒤에 구분했다고 하나
각 주의 명칭은 확정되지 않았답니다.
상기의 지도에서는
기(冀), 연(兗), 청(靑), 서(徐), 양(楊),
형(荊), 예(豫), 양(梁), 옹(雍)이
구주로 표기되었는데
이는 송(宋)대의 지리서인
우공산천지리도(禹貢山川地理圖)에서
발췌한 것이랍니다.
우공산천지리도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조판(雕版) 묵인(墨印) 지도라는군요.
*
사기(史記) 등에 보면
대우(大禹, 역시 하 나라 우 임금)가
치수(治水)를 한 후에 대신들을 거느리고
전국을 구주(九州)로 나누어
산천과 생산물의 분포상을 조사했다는
기록이 있답니다.
그 조사결과를
산해도(山海圖)란 그림으로 제작하였고
그리고 산해도를 설명한 것이 산해경이랍니다.
그러나 어수선하여 전쟁이 빈번한
춘추전국시대를 지나며 자취를 감추었다는군요.
후대에 한(漢)이 진(秦)을 멸망시킨 후에
소하(蕭何)가 진대에 황궁에 묻혀 있던
문헌자료를 발굴하면서 산해경을 찾게 되었고
유향(劉向), 유흠(劉歆) 부자에 의해
지금의 형태로 정리하여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지금 전해지는 산해경은
남산경, 북산경, 동산경, 중산경 5권을 일러
오장산경(五藏山經) 또는 산경(山經)이라 하며
해외(海外) 남, 서, 북, 동
해내(海內) 남, 서, 북, 동
대황(大荒) 동, 남, 서, 북
해내경(海內經) 13권을 해경(海經)이라 하여
모두 18권으로 되어 있답니다.

산해경 해내남경에 보면
옛 사람들은 국경 안쪽이 해내(海內)이고
국경 밖이 해외(海外)라고 생각했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아무튼
중국신화에 관해 알고 싶어
여러 책들을 참조하다가 산해경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참으로 난해하기 짝이 없습니다.
산해경(山海經)이란 이름 그 자체로 보면
산(山)과 바다(海)를 기록한 것이란 뜻인데
산과 바다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괴수(怪獸)나 약초, 광물, 풍속, 제사 등이 실려있고
여러가지 단편적인 신화와 전설이 나옵니다.
괴물들의 나라, 요괴들의 천국,
중국문명이 만들어낸 상상력의 보고(寶庫),
옛 중국의 X 파일 등등
산해경에 대한 단편적인 언급을 보면
참으로 여러가지입니다.

군무(群巫) 제사(祭祠)
무사(巫師)들이 각종 괴수로 분장하고
제사를 지내는 장면이라는데
현대에 그린 그림이랍니다.
- 관걸/오확소 -
*
수천 년 전 무당들의 핸드북,
이것이 /산해경/이다.
어느 방향, 어느 지역에
어떤 괴물, 어떤 신,
어떤 이상한 사물이 있는가를
밝혀 놓은 책이다.
아니, 책이 아니라 원래는 그림이었다.
그 그림을 설명해 놓은 말이
오늘날 남아서 글이 되었다.
그리스ㆍ로마 신화는
너무나 인간중심적이고
구조도 소설처럼 잘 짜여져 있다.
그런데 /산해경/은 온갖 괴물들이
제각기 출현하지만
일정한 줄거리가 없다.
파편화된 이미지의 행진일 뿐이다.
그러므로 /산해경/을 읽을 때
당신은 심각하게 의미를 탐구할 필요는 없다.
그저 물 흐르듯 이미지에 몸을 맡기면 될 것이다.
*
산해경 읽기에 도전하면서
지침이 될만한 것들을 찾다가 보게 된 글입니다.
읽어보면 정말 단편적입니다.
줄거리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읽고 있는 산해경에는
중간중간에 서사적 이야기가 나옵니다.
편저자의 말에 의하면
산해경 원전에 실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튼 중국의 신화를 접하게
되었으니 나름 정리를 해보고자 하는
마음을 정했는데 산해경을 접하는 순간
잘 되어질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아래는 중국의 신화에 관한
참고를 위해 읽던 책에서 발췌한 내용인데
중국의 신화를 접근하는 지침이 될 것 같아
올려봅니다.
*
고대의 중국에는
여러 민족들이 살고 있었고
그 민족들은 각기 그들이 섬기는
상제와 귀신들에 관한 전설,
그리고 신화들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 민족간의 종교와 문화는
끊임없이 서로 흡수되고 변화되어
상제와 귀신들의 숫자도 많아지고
또 전설이나 신화도 차츰 역사화되어
상당히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또한 중국에는 한족이 94%로
거의 전 중국에 살고 있다.
그리고 장족(壯族), 회족(回族), 묘족(苗族) 등
50여개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그런 넓은 중국에 단 하나의 신화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이다.
*
소수민족들의 신화 역시 소홀히
대할 수 없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한편으로 소수민족의 신화가
더 신화답지 않은가 싶습니다.
산해경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중국의 신화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좋은 지침이 될 것 같습니다.
산해경은 주나라 초까지의 기록이
보이는데 주나라 성왕(成王) 때까지가
하한선이랍니다.
*
산해경은 상당히 오랜 시간에 걸쳐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에 의해 공동으로
완성된 작품이라 합니다.
난해하지만 무척이나 재미있을 거란
기대가 없지 않습니다.
사진은 제가 읽고 있는 산해경
책자에 실린 그림을
핸드폰으로 담아 옮긴 것들인데
산해경의 내용을 소재로 그린 현대의 그림이랍니다.
관걸(關杰), 오확소(吳擴少)라는 이름이
부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그분들이 그리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