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으로 2023년 8월 13일 새벽 4시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구장에서 펼쳐진 PSG와 로리앙전을 바라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 PSG에서 선발로 나선 이강인 선수때문이었다. 나 스스로 PSG를 그냥 메시와 네이마르 그리고 음바페 등이 있어 간혹 신경이 갈 뿐 관심분야는 절대 아니였다. 하지만 이강인이라는 나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친구가 그곳에서 활약한다 ...그리고 유럽에서도 두드러진 옹고집 문화의 프랑스에서 과연 한국의 선수가 통할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결과는 나왔다. 무승부이다. 그것도 골이 없는 무승부이다. 무승부도 정말 맥이 없고 긴장도 없고 그냥 공 돌리다가 끝난 모습이다. 다시말해 감동이 전혀 없었다. 스포츠는 전쟁이다. 전쟁에서 무슨 감동이 있겠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전쟁만큼 슬프고도 아프지만 승리자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짜릿한 쾌감을 주는 이벤트가 없다. 그래서 영화소재로 가장 많은 것이 바로 전쟁이다. 전쟁은 인간이 가지는 모든 요소를 다 포함한다. 갈등과 자기 과시, 능력 그리고 상대를 제어하는 그 지략 등등이다. 그런 가운데 당연히 희생이 따르지만 그래도 그 어느 아주 작은 곳에 존재할 바로 그 인간애를 볼 수 있는 감동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는 전쟁의 가장 부드럽고 간결화된 축소판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 스포츠 가운데 현대 사회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종목이 바로 축구 그가운데서 프로 축구 그가운데서 유럽프로축구 리그이다.
축구는 유럽과 남미가 양분하고 있다. 그런데도 유럽이 더욱 흥미를 끄는 것은 그야말로 유럽은 전쟁의 역사를 지녔기 때문이다. 지금은 예전처럼 재래식 무기를 가지고 전쟁을 할 수 없기에 살생을 하는 무기없이 상대와 전쟁을 하는 그런 모습속에 유럽인들 그리고 인간들은 대리 만족 그리고 간접 흥미 나아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다시 시작한 2023-2024 유럽축구 리그가 전세계에 깊은 관심을 이끄는 것이다.
이번 이강인 선수가 포함된 PSG의 경기는 그런 측면에서 대단히 실망스럽고 전혀 감동스럽지 않다. 경기를 이끌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 그냥 고만고만한 선수들이 공돌리는 이른바 론도 연습경기를 경기내내 진행하는 수준이었다. 결정적인 순간 파격적으로 치고 나가는 그런 리더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집안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가 없는 가정은 온전하지 않다. 어린 형 누나 동생들이 집안을 맡아 겨우겨우 모습을 갖추는 정도 아니였나 판단된다. 소년 소녀 가장들이 모인 집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다고 나는 평가한다.
물론 PSG의 핵심 공격수인 네이마르와 음바페가 이런 저런 이유로 결장한 것이 주된 이유였지만 PGS구단은 스포츠 나아가 서비스업종의 본분을 망각한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PSG는 서비스 업종이다. 영화제작회사나 음식제공회사 그리고 연예프로덕션과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감히 상상도 못할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스타 플레이어들을 데려가서 출전시키고 영화에 출연시키고 연예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게 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PSG는 정말 그렇지 못했다. 물론 음바페나 네이마르 등 특정 스타선수들의 일탈행위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근본 원인은 바로 PSG구단이 제공한 것이다. 영업상 구단의 흥행을 위해 말도 안되는 돈을 지불해 그 특정 선수를 영입한 것이 아닌가. 그런 것이 바로 지금 유럽 축구 나아가 전세계 축구 질서를 망가뜨리고 특정 스타선수들로 축구무대를 더럽히는 그런 악행을 낳은 것 아닌가. 중동의 석유 돈으로 만든 카타르의 PSG 구단 인수부터 발생한 고질적인 병폐였다.
하지만 PSG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그리고 잉태한 그런 폐단을 자성할 생각은 않고 자신들의 영업에 방해가 되는 특정 선수들을 처리하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음바페이고 네이마르이다. 구단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몇년전 구단 이탈을 언급한 음바페를 온갖 회유로 구단에 남겨둔 것이 바로 PSG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구상 그러니까 자신들 구단의 영업에 해가 된다고 판단하니 이제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내쫓으려 하는 것 아닌가. 이번 PSG의 첫 공식 경기에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에서 동생과 아버지와 함께 경기를 관전하며 요상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음바페에게서 그런 상황을 볼 수 있다. 귀빈석에 앉은 PSG구단주와 단장의 표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말이다.
서비스 업종은 언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돈을 지불하며 서비스를 제공받으려는 손님들의 심정을 거부하면 안된다. 손님들은 특정 음식점의 내부 사정에 전혀 관심이 없다. 특정 세프나 특정 음식 요리사와 음식점 사장의 갈등을 손님이 알 필요가 없다.손님은 자신이 낸 돈 만큼 맛난 음식을 제공 받고 서비스를 얻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왜 이 음식점이 혁신을 이루려고 하는지 세프가 대표적인 요리사를 제거하고 젊고 유망한 요리사로 대체하려 하는지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PSG가 바로 그렇다. PSG는 대단한 착각을 하는 듯 하다. PSG는 카타르 정부의 혁신을 실천하는 그런 정부 기관이 아니다. 나라의 권력자는 나라의 혁신과 개혁을 밖으로 내비춰야 하지만 일반 서비스 업체는 그렇지 않다. 그런데 PSG는 자신들의 내부 문제를 너무 밖으로 공개했다.
새로운 PSG 감독 엔리케는 경기후 경기내용이 기쁘기도 하도 답답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물론 자신이 취임하고 불과 한달 남짓후 처음 갖는 공식경기이니 스스로 그렇게 평할 수도 있겠다. 경기는 감독이 책임을 지는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기 관람자들의 후기는 너무도 도식적이고 모범적이고 갈등도 없고 그야말로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맹숭맹숭하다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경기에 전혀 감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로운 전원생활적인 느낌을 의미한다. 프랑스 리그인 리그앙이 그런 모습이었는가. 전투력이 충만하고 부상자가 속출하는 그런 전쟁터 아니였던가. 물론 너무 과격한 것이 문제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경기는 PSG의 경우 전혀 새로운 선수로 만들어져서 안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다. 전투적인 마음도 자세도 없었다. 고분고분한 태도 그 자체였다. 상대팀도 강팀을 맞아 지지 않고 무승부를 이루는 것이 최선책이었다. 그러면 PSG는 전투력으로 상대 방어벽을 무너뜨려야만 했다. 하지만 대부분 선수가 처음 프랑스 무대를 밟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괜히 나대다가 초반에 망칠 수도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섣불리 앞서다가 부상당할 우려도 작용했다. 부상이 잦아 쫓겨날 수밖에 없었던 네이마르 선배가 당연히 생각이 났을 것이다. 그래서 경기는 신중하고 힘이 없었고 관중들은 그래서 네이마르나 음바페가 너무도 그리웠을 것이다. 관중석에 앉아 묘한 미소를 남발하는 음바페 가족에게서 그리고 그런 모습을 자주 비춰주는 중계 카메라에서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다.
축구에서 감동은 어디서 나오는가. 온갖 전술도 중요하지만 관중들은 결정적인 골을 원한다. 아무리 전쟁에서 그 과정을 무시할 수 없어도 결과적으로 적진에 자국의 깃발을 꼽는 것이 최선이자 최고 아니겠는가. 축구에서는 바로 골이다. 아무리 음바페가 폐악적인 성격이라해도, 네이마르가 퇴폐적인 행위를 했다고 해도 그들이 적진의 골대에 골을 넣고 포효하고 동료들이 달려들어 서로 부등켜 않고 서로를 격려하는 그런 장면때문에 비싼 돈을 지불하고 경기장을 찾는 것이다. 지금 PSG구단은 그런 것을 잊고 있다. 아니 알고 있어도 구단의 이득을 위해 선수와 구단간의 전쟁을 불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공백을 이강인처럼 어리고 아직도 돈 맛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선수들에게 메워주기를 바라는 것은 정말 PSG 구단 입장에게는 창피하고 무책임하고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 자신들이 유럽축구 리그에서 돈으로 모든 것을 이루려고 하다가 특이한 선수에게 막히자 요상한 방법과 궤변을 내어놓은 것이 지금 PSG이다라고 관중들은 판단한다. 아직 어리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듯한 이강인 같은 그런 선수에게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것은 만용에 가깝다는 것이다.
PSG구단과 음바페 그리고 네이마르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 PSG구단의 극약처방은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다. 자신들이 행한 일의 책임을 자신들이 짊어져야 한다. 이강인 같은 어린 선수들에 전가하면 안된다. PSG팬들은 결코 오래 참는 성향이 아니다. 오늘은 어떻게 넘어갔을지는 모르지만 이런 감동없는 경기 성향이 지속되면 폭발한다. 팬을 잃고 관중을 상실하면 그 구단은 붕괴된다. 음바페나 네이마르의 상실이 아니라 구단자체가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관객과 팬은 감동을 희구한다. 하지만 지금 PSG의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다. 감동은 그들 자신의 욕구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PSG구단의 움직임은 개혁이라기 보다는 자신들의 영업이익을 위해 특정 선수들을 처내는 그런 처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을 팬들과 관중들은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2023년 8월 1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