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학생체육관에서 SK와 TG경기를 봤습니다. SK에 대해서는 궁금증도 크고 기대도 크기 때문에 허코치님이 앞줄에 앉아 계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보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워낙 SK가 선수들 자율에 맡겨두는 농구를 했기에 팀이 어떻다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듯이 국내선수 진용은 정말 빵빵합니다. 주로 김두현, 임재현, 조상현, 전희철, 박제헌이 장시간 뛰었는데 뭐랄까 참 기분이 묘하더군요.
가끔 가비지타임에 국내선수들만 나가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용병의존도가 높은 채로 8시즌을 맞는 영향이랄까 폐해랄까 그런 게 느껴지거든요. 특히 요즘 같은 시범경기에는 국내선수만 나가는 경우가 많아 더 확연히 티가 납니다만 어째든 국내선수만 있는 코트는 어딘가 이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센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서장훈과 김주성을 빼면 딱히 괜찮은 센터자원이 없는 건 사실이지만 '괜찮은 센터가 없다'와 '센터가 없다'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습니다. 수비와 궂은일 외에는 별도움 되지 않는 센터라도 센터없는 농구팀은 기형적입니다.
그럭저럭 센터가 하는 모든 플레이를 해줄 수 있는 선수를 손꼽아봤자 박상관은 이미 은퇴했고, 이창수는 아직 잘 뛰고 있지만 정경호는 아무래도 올시즌이 위험한 지경이고(이렇게 안 뛰다가는 은퇴가 거의 확실시할 것 같아서) 이은호는 나이가 있으니 은퇴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 안뛴지가 너무 오래돼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걱정스럽고 윤영필은 잘 뛰고 있지만 센터플레이보다는 4번으로서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돋보이는 점이고 정재헌이나 허남영도 워낙 안뛰다보니 사실 어떻게 뛸지 걱정스럽고 김재훈은 이미 코트에서 백업 3번 역할이고 젊은 박광재나 정훈종, 박재헌 그리고 상무에 간 김태완 정도에게 기대를 거는데 얼마나 경쟁력 있을지 그리고 얼마나 센터로서 기본기에 충실할지는 의문입니다.
경기 중에 실재 센터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되는 선수는 역시 이창수(피버스)와 표필상(전랜) 같은 노장뿐입니다. 다른 선수는 뛰는 시간이 너무 짦아 과연 어떨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모양뿐인 센터라도 10개 팀이 모두 갖춘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국내선수만 뛸 때 모습은 이미 농구다운 기본구도(센터-포워드-가드)마저 갖추어지지 않은 기묘한 팀이 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날 SK는 국내선수만 뛴 시간이 길었는데 그럭저럭 박재헌과 허남영이 골밑에 받쳐주니 팀다운 진용을 갖추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참 신선한 느낌이더군요. 박재헌도 좋은 모습이었고 지난 시즌 눈여겨 두었던 김두현 선수는 앞으로 각 팀 에이스를 괴롭힐 히든카드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 점점 더 수비 센스가 좋아졌습니다. 임재헌 선수는 상무의 공백기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파워 넘칩니다.
그리고 이날 농담삼아 '전희철 선수 사모님이라도 뜨셨나?'란 소릴 할 정도로 전희철 선수 활기차더군요. 덩크시도가 4번정도 됐고 2번은 성공시켰습니다. 물론 한번은 하프코트바이올레이션을 범해 득점으로 치지 않았지만 어째든 국내선수의 덩크는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습니다. 훗후 게다가 전희철 선수 덩크 국내선수 치고는 꽤 멋있죠.
전희철에게 올시즌은 시험의 시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랜 부진을 털고 자신의 농구를 선보인 시기일 뿐 아니라 과연 한팀을 장악할 진짜 에이스가 될 수 있을지 자신을 증명해야만 할 시기입니다. 전희철이 에이스급 선수인 것은 사실이지만 여태까지는 자신의 팀을 가져본 적은 없습니다. 고대시절은 같은 역량을 지닌 현주엽, 김병철과 동양시절에는 김병철과 주도권을 나누었고 KCC시절에는 이상민에게 주도권이 있었습니다.
이제 진정한 부활과 도약을 하려면 SK를 자신의 팀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더구나 SK를 보고 있노라면 걱정되는 것이 분명 국내선수진용이 좋은 팀이라는 건 두말할 나위 없지만 전형수, 황진원, 조상현, 전희철 용병말고도 페네트레이션이 가능하고 공격적 성향을 띈 선수가 너무 많이 포진해 있습니다.
과유불급이란 말은 농구에서는 더더욱 통용되는 말입니다. 5%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조직력과 작전으로 메꿀 수도 있지만 넘치는 부분은 정리와 통제가 필요합니다. 조금쯤 산만하다싶은 SK를 통합해서 화룡점정을 찍어줄 역할이 과연 누가 될지 정말 궁금합니다. 지금으로선 조상현과 전희철 둘 중에서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만 역시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죠.
이날 시범경기를 거의 다 보셨다는 분에게 시즌전망이랑 용병들에 대한 얘기를 듣고 SK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앞줄에서 친구분과 조용히 경기를 보시던 허코치님 갑자기 '아니 왜 안(포스트)에 볼을 못 줘"라며 답답해하십니다.
켁~ 국내에서 포스트에 엔트리패스 제대로 넣어줄 가드랬자 손꼽을 정도밖에 없는데 강기중과 임효성 선수가 뛰고 있을 때 그런 얘기 해봤자 무슨 소용있겠습니까. -__-
허코치님과 강동희 선수 두 분이 한꺼번에 비어버린 코트가 얼마나 쓸쓸한지 한번 더 생각났을 뿐입니다.
그러나 임효성 선수에 대해 얘기하자면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빠르고 파워플하더군요. 이세범과 포지션이 겹치지 않나 싶지만 워낙 이상윤 감독님 선수기용폭이 넓으므로 뛸 자리는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TG는 워낙 김주성도 양경민도 빠진터라 할말이 없습니다. 그저 설마 홀보다 턴오바가 많은 선수가 있을까 싶었는데 바로 다음시즌에 볼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못했습니다. 곁에 게임 보신 분과 이러다 3시즌 연속 "대체용병 데릭스"가 되는 건 아닌가 얘기까지 했습니다. TG의 시즌이 어떻게 될지 염려반 기대반입니다.
시즌이 시작되면 달라졌으면 하는 게 가장 큰 희망이군요.
KTF와 KCC경기는 TV로 봤습니다. 백전노장 신감독님이 시즌 전에 본 모습을 보일리 없고 워낙 슬슬 돌려서 뭐라 할 말 없습니다.
KTF는 희망을 좀더 크게 가질 수 있었습니다. 팀이 달라졌다는 게 확연히 보입니다. 싹수가 엿보이는 신인과 의외로 괜찮은 백업가드 다 기분 좋지만 가장 큰 변화는 슛쏘는 선수 뒤에서 블록을 할 수 있는 현주엽의 몸상태입니다. 용병들 두 명의 영리한 모습도 돋보입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것은 민랜드인데 알다시피 민랜드 선수는 운동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아닙니다. 슛이 정확하고 영리하고 농구를 할 줄 아는 성실한 선수라는 점이 민랜드의 강점입니다. 용병으로선 그야말로 탁월한 선수인데 과연 외국인 선수의 수준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KBL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아주 궁금합니다.
농구는 신체적 능력에 많이 구애되는 경기이지만 민랜드에게는 뛰어난 가드와 노련한 동료들이 있습니다. 이날 미나케와 매치업이나 지난해 김주성과 매치업을 봐서도 무조건 정면대결로는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듭니다.
농구 외적인 부분을 잠깐 얘기하자면 학생체육관 도색도 다시 하고 난방도 수리한 것 같고 조명도 많이 밝아졌지만 앞으로 고칠 부분이 많습니다. 첫째로는 낡은 전광판과 게시기 문제고 두 번째로는 좀더 중요한 문제인데 출입구와 사무실, 화장실, 매점등 편의시설 배치가 관중이 편안하게 좌석을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특석에서 선수와 관중을 분리하기 아주 힘들 것 같습니다.
물론 농구팬들은 대부분 얌전한 편이고 농대시절 같은 열광적인 모습은 당분간 없지 않을까 싶지만 그래도 현재 구조로선 보안상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화장실 수선과 확충도 아주 시급하고요.
그리고 아주 중요한 변수가 될 문제인데 올시즌 오펜스파울이 아주 빡빡해졌더군요. 무심히 보는 저로서도 짜증이 느껴질 정도로 오펜스를 많이 불었는데 앞으로 논란의 소지가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용병선수들은 몇몇은 성격 버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KBL의 오펜스 규정은 미국하부리그보다는 언제나 빡빡한 편이었는데 거기서 한층 숨통을 조이면 플레이하기가 곤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펜스파울 규정은 올시즌을 가르는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경기 얘기는 그만하고 코트에 뛰지 않는 허코치님 더구나 관중석에 앉은 허코치님을 보는 건 좋은 것과는 별개로 감회가 복잡했습니다.
박사학위 받느라 32살에 군대 가게 된 오빠 보는 심정이 아마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랑스러움과 기대와 걱정과 안스러움이 동시에 교차해 참 뭐라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첫댓글 학생체육관 바닥 색깔만 좀 밝아졌음 좋겠어요
여전히 좋은글 감사요^^ 3번이나 읽었다는..ㅋ
학생 체육관은 , 프로농구 경기장으로 쓰기 좀 모자라 보이는거 같아요..
sk는 아무래도 10인 로테이션이 될 거같은 느낌이 듭니다. KBL의 멤피스 그리즐리스 ㅋㅋㅋ 임재현-조상현-전희철 라인에 전형수, 황진원, 김두현, 임효성, 박재헌까지..
무뭉님은 정말 글 잘쓰신다는... 혹시 기자가 아니신지요? 매번 글 잘 읽고 있습니다.
Great... 아주 좋은 글입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제가 응원하는 대구 오리온스, 그리고 그외 많은 팀들 경기 관전 후의 글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요즘 날씨가 쌀쌀합니다. 모두들 감기 조심하세요^^
매직윙스랑 이지스의 경기는 저도 TV로 보았는데... ^^ 경기는 이겼는데, 경기 중간중간에 보이는 부족한 2%의 무언가는 참... ㅡㅡ;; 좋은 글 감사합니당-
무척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특히 센터 포지션에 관한 글을 하지만 현재 고등부에 있는 센터진의 신장을 감안한다면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차츰 좋아지는 모습을 충분히 기대 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농구 화이팅~~!!
무뭉님의 글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