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자다가 잠이 깨어 일어나 시계를 보니 채 2시가 되지 않았다.
서재로 들어와 인터넷으로 메일을 첵크하고 뉴스를 잠시 보다가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미사에 가야 하고 또 친구들과 산행도 예정돼 있으므로 잠을 더 자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성당을 다녀와서 식사하고 산행준비를 하고 약속장소로 나갔다
친구가 내가 다리가 불편해서 잘 걷지 못하는 것을 알고 힘들지 않은 둘레길을 미리 생각해 둔 모양이었다.
약속시간은 10시반이었지만 친구들은 모두 15분전 상태를 잘 지키는 모범생들이었다.
사회생활은 인간관계로 이루어진다. 약속시간만 잘 지켜도 신뢰를 받는다.
만덕 둘레길은 여러번 왔지만 내가 리드를 한 적은 없고 늘 뒤따라 다니기만 했더니 코스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오늘은 1번출구를 나와서 도로를 따라 한참 걸어내려와서 디지털 도서관으로 방향을 틀었다.
도서관광장에서 산행채비를 고친 다음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습도가 높아 무덥덥 하였다.
산행을 시작한지 한 시간쯤 지난 후 산마루에서 잠시 쉬면서 막걸리 한 병을 나누어 비웠다.
만덕고개 동물들 이동통로를 지나 오솔길 같은 숲길을 걸었다. 좁은 길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한참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일기예보에선 2시에 내린다고 했는데...
주변을 살펴보니 길에서 조금 벗어난 언덕에 팔각정 정자가 하나 눈에 띄었다. 빠른 걸음으로 그리로 들어가 비를 피하였다.
먼저 와 있던 일행들이 식사를 마치고 떠나니 정자가 우리 차지가 되었다. 각자 준비한 것을 꺼내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는 석불사를 돌아 다시 만덕역으로 향하였다. 길은 어제 비가 왔던 탓인지 질퍽한 곳이 제법 있었다.
지팡이가 없었다면 미끄러질뻔 하였다. 나중에 나와서 보니 상학산 둘레길이었고 전에도 두어번 올랐던 길이었다.
상학초등학교 옆길을 빠져 나오니 바로 아래엔 전에 신축중이던 아파트들이 벌써 입주를 끝낸 모양이었다.
차들이 들락날락 하고 상가 간판들이 새롭게 붙어 있었다.
3시반쯤 집에 도착하니 옷이 땀에 젖어 있었다. 샤워를 하려 옷을 벗어 보니 허벅지 양편에 붉은 점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밤에 문을 열어놓고 잤더니 모기들이 융단폭격을 했던 것이다.
융단폭격이란 여럿 또는 많은 수의 폭격기가 일정한 지역을 대상으로 철저하게 폭격하는 일을 말한다.
얼마전 신임 주한 미군사령관은 북한이 도발해 오면 15분이면 북한 전역을 융단폭격을 가할 수 있다고 하였다.
쉬운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하루 아침 해장거리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평화란 입으로 외친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라 힘의 우위를 가져야만 유지된다는 사실을 위정자들은 왜 모르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