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주택의 대명사. 하지만 살기 불편한 집. 주상복합 아파트가 오명을 털고 귀환하고 있다.
경기 침체 여파로 ‘애물단지’였지만 최근 찾는 사람이 늘고 공급이 증가했다. 몸집을 줄이고 실속 설계를 적용해 살기 편해진 덕이다.
청약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해 초만 해도 순위 내 미달이 속출했지만 최근 1순위 마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3월 청약 접수를 받은 서울 왕십리뉴타운 3구역 센트라스는 565가구 모집에 4938명이 몰려 평균 8.7대 1로 1순위에서 마감했다.
힐스테이트 기흥은 4월 893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 3503명이 몰려 평균 4대 1, 최고 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우선 몸집이 작아졌다. 대개 전용 85㎡ 초과 중대형이었던 이전과 달리 전용 85㎡ 이하 중소형으로 이뤄져 자금 부담을 줄였다.
현대산업개발이 이달 말 경기도 수원시 권선동 수원아이파크시티 5차는 전 가구(550가구)가 31~74㎡(이하 전용면적) 중소형이다.
대우건설이 다음달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분양하는 기흥역 센트럴 푸르지오는 1316가구 전 가구가 84㎡로 이뤄진다.
전용률(분양면적 대비 전용면적 비율)이 높아지면서 실사용 면적이 넓어진 것도 이유다.
화려한 모양의 탑상형 설계에서 벗어나 직사각형 모양의 단순한 판상형 설계를 적용하면서 버리는 공간이 줄어든 영향이다. 이전에 50%선이었던 전용률이 최근 70%선으로 높아졌다.
'맞통풍' 평면으로 쾌적성 높여
이전엔 분양면적 112㎡의 실제 사용 면적이 60㎡에 불과했다면 최근엔 84㎡ 수준인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이 다음달 경기도 광교신도시에 분양하는 광교 아이파크(958가구, 84~90㎡)는 전용률이 71%다.
현대산업개발이 9월 경기도 구리시 갈매지구에 분양할 구리갈매 아이파크(1196가구, 84~110㎡)는 전용률이 74%로, 일반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주상복합 아파트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혔던 통풍 문제도 해소한다. 단순한 직사각형 구조인 판상형 설계에 베이(Bay, 기둥과 기둥 사이)를 늘이면서 맞통풍이 원활하다.
반도건설이 이달 경기도 김포시 한강신도시에 분양한 반도유보라 4차(461가구, 78~91㎡)는 대부분 가구가 판상형이다. 아파트 전면에 방 3개와 거실을 배치해 맞통풍이 가능한 구조다.
전문가들은 “이전에 통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기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커졌던 관리비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가(상업시설)를 함께 지어서 생기는 혼잡함 등도 해소했다. 이전엔 한 건물의 저층에 상가, 중고층에 아파트가 들어서 생활이 되레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가를 찾는 방문객으로 엘리베이터 등이 혼잡한 데다 전기 등 소비량이 많은 상가와 공동 관리비를 나눠 내는 과정에서도 분쟁이 발생했다.
최근 선보이는 주상복합 아파트는 아파트와 상가를 별도로 지어 이런 문제를 해소한다. 우미건설이 이달 말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선보이는 린 스트라우스 더 센트럴(879가구, 75~92㎡)은 상가와 아파트가 분리된다. 상가는 지상 2층 규모의 별도 건물로 짓는다.
포스코건설이 6월 분양할 예정인 인천 송도국제도시 더샵 센트럴시티(2606가구, 59~166㎡)도 상가가 별도로 들어선다. 광교 아이파크, 구리 갈매 아이파크도 상가와 아파트를 분리한다. 단지 전면에 지상 5층 규모의 상가를 각각 지을 계획이다.
부동산개발업체인 네오밸류 최순웅 이사는 "상업시설과 주거시설을 분리하고 화려한 외관을 버리면서 사실상 일반 아파트와 주거여건의 차이가 없고 되레 '원 스톱 라이프'라는 생활 편의성이 돋보이게 됐다"며 "주상복합을 지을 수 있는 땅은 입지가 좋은 경우가 많아 가격만 적당하다면 찾는 사람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요즘 주상복합 아파트는 몸집이 줄어 가격 부담을 덜었다. 전용 85㎡ 이하 중소형으로 이뤄진 주상복합 아파트인 수원아이파크시티 5차 조감도.
최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