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 년 전 땅에 묻힌 나무, 한강에서 발견…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유
"도대체 이게 왜 여기에 묻혀 있지?" 몇 년 전 한강 하류에서 포크레인 작업을 하던 조성학 씨는 뻘을 파내던 도중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10여 미터 펄을 파내면서 자꾸 이상한 검은 물체가 발견됐기 때문이죠.
이런 나무를 발견할 때마다 쓸모없는 나무라 생각해 버렸는데, 이번엔 어쩐지 이 정체를 알고 싶었습니다. 10여 미터 땅속에 이렇게 나무가 파묻힌 것도 이상한 일인데, 나무는 불에 탄 것도 아님에도 완전히 검은색을 띠는 게 참 이상했으니까요.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3대 향으로 꼽히는 세계 최고급 향료가 있습니다.
침향의 경우 나무가 죽어야 비로소 침향의 삶이 시작되는데요. 땅에 묻힌 나무의 목재 부분이 썩어도 수지는 상하지 않습니다. 숙성될 뿐이죠. 한자로 가라앉을 '침' 자를 쓰는 것도 수지 부분이 침착되면서 무게를 얻은 침향이 물속으로 가라앉기 때문입니다.
사실 침향이라는 것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보르네오,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에 자생하는 '아킬라리아속' 중 아킬라리아 아갈로카라는 나무에서만 생성됩니다. 그래서 침향은 거의 100% 수입산일 수밖에 없는데요.
우리 역사에서 침향이라는 존재가 처음으로 언급된 것은 삼국시대입니다. 삼국시대에 불교가 우리 땅으로 전래된 후 부처님을 공양할 때 이 침향을 쓴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불교문화에서 모든 의식의 시작은 향과 같이 합니다. 가장 경건한 의식인 것이죠.
그래서 신라시대에는 이 침향을 수입하는 것을 금지시켜 일반 백성은 꿈도 꾸지 못했고, 임금이나 귀족들만 알음알음 쓰는 귀중한 공양품이었습니다.
매향이란 묻을 '매', 향기 '향'이라 하여 향을 묻는 행위인데, 갯벌은 1년 내내 소금물로 들어차 있어 나무가 절대로 썩지 않습니다. 그래서 좋은 향이 나는 나무를 묻어두고, 그 갯벌과 가까운 곳에 매향비를 세워 기록을 남겼는데요.
당시 우리 조상들은 향나무 등을 갯벌에 묻으면서 천 년의 긴 세월을 견디며 세상을 고칠 명약으로 태어나길 기대했으며, 먼 훗날 그 향나무의 서린 천년 세월의 향이 미륵 세계로 그들을 인도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이것을 현대과학의 시선으로 보면 그저 땅속에 오래 묻힌 나무일뿐 진짜 침향과는 아무런 상관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실제로 이렇게 갯벌에 묻었던 나무가 실제로 떠올라 삼존불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당시 이를 기증받은 수효사의 주지였던 성일스님은 연구소에 맡겨 분석을 의뢰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 나무는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자라는 '녹나무'이며, 나무가 묻혔던 당시 수령이 200년 가까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귀한 나무를 이용해 불상을 조성한다면 그 시대 우리 조상들의 소원을 풀어주는 것이라 생각한 수효사는 6년의 건조 과정을 거친 후 이를 불상으로 조각했는데요. 그렇게 중요 무형문화재 제108 목조각장 목아 박찬수 선생의 손에서 아미타불, 미륵불, 약사여래불까지 삼존불로 태어나 현재 극락보전에 안치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한 구독자분의 제보가 있었습니다. 한강 하류에서 6,000년 된 참나무가 발견됐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분을 직접 인터뷰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전쟁이 많았던 삼국시대 남자들은 전쟁터로 달려 나갔기 때문에 전쟁 중에는 아녀자와 아이들만 남겨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장 식생활과 난방을 위해 땔감이 필요한데, 산에서 직접 나무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홍수 때 강가로 떠내려온 나무를 주워다 땔감으로 썼죠.
그런데 조성학 씨는 이때 땔감으로 사용하고 스님들이 사찰로 가져가 향으로 썼다는 나무가 혹시 매향침향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답니다. 인위적으로 땅에 묻은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땅속에 묻혔다가 홍수로 파여 나가면서 드러난 것이죠.
즉, 침향나무가 상처를 입으면 수액이 흘러나와 나무에 스며들고, 그 나무가 죽으면 수백, 수천 년간 땅속에 묻혀 온갖 미네랄을 흡수하면서 숙성된 것이 진침향이라 할 수 있는데, 너무나 귀하고 구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에는 강남의 침향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다고 하죠.
포크레인 중장비 기사 조성학 씨는 몇 년 전 한강 하류에서 갯벌을 퍼내는 포크레인 작업을 하다 지하 20~30m 지점에서 뻘에 섞여 있는 나무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썩은 나무라 생각해 이를 버렸지만, 문득 옛날에는 나무를 일부러 갯벌에 묻는 매향의식이 있었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이를 연구해 보기로 하고 방사성탄소 연대측정 전문연구소인 미국의 '베타연구소'에 연대 측정을 의뢰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충격적인 결과 보고서를 받았습니다.
우리가 아는 한강은 '강'인데도 갯벌이 있었다는 점은 좀 의아하지만, 사실 한강은 갯벌 생성에 아주 좋은 환경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6,000년 전 우리 조상들이 매향의식이라도 했던 걸까요? 그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조성학 씨가 추측하기로는 신석기시대 한강 유역에 자리 잡았던 참나무가 자연재해로 부러진 후 세월의 흐름과 함께 갯벌이 켜켜이 쌓이면서 저절로 매향나무가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속이 검은색으로 변했다고 해서 화재 등으로 불타 자연적으로 숯이 된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참나무 껍질이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이죠.
이 나무들을 보관 중인 창고에는 완전 건조시킨 후 이를 미세하게 갈아 만들어진 소금이 있었는데, 이 소금에 그 답이 있습니다. 소금뿐이라면 당연히 나트륨이 검출됐겠지만, 대구한의대학교 바이오 융복합 시험센터에 의뢰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소금에는 나트륨 외에 칼슘, 철, 칼륨, 마그네슘, 리튬, 니켈, 크롬, 코발트, 게르마늄 등등 최소 15개 이상의 미네랄이 검출됐습니다.
조성학 씨가 대학교수를 포함한 여러 전문가에게 이 나무의 존재를 설명하면서 들은 바로는 이 나무 한 조각, 한 조각이 전부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대단한 보물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 시대에 6,000년 전의 존재를 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그나마 볼 수 있는 건 고인돌이나 토기 정도에 불과하니까요.
인터뷰를 위해 창고에서 2시간 정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나무조각들에 불을 붙여 향을 맡았는데, 그 향이 참 좋아 몇 개 얻어 왔습니다. 눈이 맵지도, 역하지도 않고 은은하게 스며드는 것이 전문가가 아닌 제가 보더라도 정말 좋은 향 같았죠.
현재 작은 창고에 보관된 6,000년 전 매향침향을 어떻게 활용할까를 두고 조성학 씨는 깊은 고민을 하고 계셨습니다. 잘 활용한다면 수효사의 1,700년 전 매향침향보다도 더 귀중한 쓰임새가 있을 것 같은데, 혹시 좋은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조성학 씨에게 좋은 의견을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