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유정 (無情 有情) 유감!!

[마론]

무정 유정 /조용필

"조용필이 이런 노래를 불렀단 말이야?

아니 뭐 이건 트롯 아냐?

조용필은 트롯 부르면 안 돼요?

뭐, 그건 아니지만, 에이 그래도 그렇지 조용필 같은 대 가수가

어찌 트롯을 입에 댄단 말이오? "

내 나라에서 태어난 것들이라고 다 품격 있고 고상하며 수준까지 높은 

물건만 있는 건 아닐 테지만, 전통적으로 불려지는 우리의 고유 아니 고유

까지는 아니래도 암튼 뭐 우리 것이라 할 수 있는 노래가 바로 트롯이란

녀석이다. 

트롯 외에 대체 우리 고유의 노래가 그럼 무엇인가?

고유하다고 다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닐 테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남의 나라 것을 

따라 하고 가져다 심는 건 뭐 잘하는 일인가? 

그야 뭐 취향 나름이긴 하지만~

이 문제는 이 정도로 하고, 하여튼 조용필이 불러서가 아니라 노래의 가사를 보고 

나 자신이 한 번에 반한 노래가 있으니 이름하여 무정 유정 이란 노래다. 

강물 속에 깨어지는 건
산을 떠난 고운달이여
마음속에 부서지는 건
나를 떠난 미운 님이여
이제는 못 올 그 사람인 줄
눈물이 아는 걸까
아아아~  천 조각난 달빛은
자꾸만 모이는데
두 조각난 내 사랑은
모을 길이 없어요

외로운 날 바람이 불면
저녁 강에 달이 울고요
미운 마음 그리움 일면
내 가슴에 님이 울어요
어차피 끝난 이야기라고
눈물이 말하네요
아아아~ 물에 잠긴 달빛을
건질 수 없듯이
내 맘 속에 잠긴 정을
건질 길이 없어요

어찌 보면 서정적 시 같기도 하고

또 어찌보면 철학적 느낌이 물씬 나기도 한다. 

우리나라 유행가 가사 중에 이만한 것도 사실 나는 별로 

본 적이 없다. 

이 곡의 작사가는 김지평 이란 분이고 노래를 만든 이는

백영호 이시다. 

특히 첫 이 소절,

강물 속에 깨어지는 건
산을 떠난 고운달이여
마음속에 부서지는 건
나를 떠난 미운 님이여

는 출중한 싯적 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또 

마지막 소절,

천 조각난 달빛은
자꾸만 모이는데
두 조각난 내 사랑은
모을 길이 없어요

이 가사도 참 기가 막히지 않는가? 

천 조각이나 갈라진 달빛은 하나로 모이는데~

겨우 두 조각으로 갈라진 내 마음은 모을 길이 없다하니~

2절 역시 그 멋짐은 1절과 똑같다 할수 있을것이다. 

특히 2절 마지막 부분,

물에 잠긴 달빛을
건질 수 없듯이
내 맘 속에 잠긴 정을
건질 길이 없어요

참으로 기막힌 가사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서정성은 대중가요 가사라 해서 쉽게 평가 절하할 그런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그런데 조용필이 부른 노래 치고 가장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곡이

바로 이 노래인 건 무슨 이유일까? 

노래가 시원찮은가? 

아니다. 노래는 괜찮은 편이라 생각된다. 

그럼 무엇인가?

가사가 너무 철학적이고 서정적인 이유도 있다고 본다. 

그건 무슨 얘기요? 

나의 편견일 수는 있지만, 대체로 일반 대중들은 철학적

가사에 서정성이 뛰어난 이런 노래를 좋아하기 힘들다.

물론 그렇지 않은 예를 충분히 들 수도 있다고 본다. 

밥 딜런의 노래는 잘은 모르지만, 그 노랫말 가사에 철학적 요소가 듬뿍

배어 있기도 하고 매우 서정적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스웨덴 한림원은 

그에게 노벨 문학상을 주기로 했을까? 

그렇다고 위의 무정 유정이 노벨상 감이란 얘기는 절대 아니다. ㅎㅎ 

단지 이런 출중한 가사의 노래가 묻혀있다는 게 왠지 안쓰러워 한번  햇볕에

노출시켜 여러분들과 함께 느낌을 공유하고 싶었다. 

[석촌]

가사가 참 서정적이네요.
그런데 유행가라고 하는 것들은
시대성 유행성을 타야 폭넓은 생명력을 갖지 않나요?
가곡과는 좀 다른것 같데요.

[마론]

ㅎㅎ 네에,,
그러니까, 제가 참 별 거에 다 관심을
갖는 모양입니다.

조용필이 불러서가 아니고 서정적 내음이
물씬 풍기는 노래가 왜?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했을까?

뭐 그런 것이었습니다.

[콩꽃]

노벨 문학상을 받을 만큼
수준 높은 문학이 있을 것이고,

대중들이 좋아하는
통속적인 소설이 있지요.

대중가요는
누구나 따라서 부르기 쉽고
쉽게 흥겨울 수 있는 것이지요.

대체로 조용필 노래의 노랫말은
통속적이긴 보담,
서정성 짙은 노랫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 조용필 노래의 서정성에 대하여
강의를 들은 적이 있네요.

[마론]

당연 그럴거 같습니다.
밥 딜런이 표방하는 노래가 뭔가 좀
높은 수준인지는 잘 판단이 덜 서지만,

가끔은 우리 노래중에도 그 비슷한 것이
있다. 헌데 조용필이 이노래를 너무 트롯틱하게
부른면은 있긴합니다.

' 나는 귀뚜라미를 좋아한다.
너도 귀뚜라미를 좋아한다'

양인자씨가 작사한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나름 의미도 있고 크게 힛트도 했지요.

저의 이런저런 괸심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당분간 며칠 카페에 들어오기 힘들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