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는 최근 아시안컵에서 두 번 연속 승부차기에서 패해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2007 아시안컵 4강전에선 이라크와 0대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대4로 아깝게 패했고, 2011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는 일본과 2대2 무승부 이후 승부차기에서 0대3으로 맥없이 무릎을 꿇었다.
8강 이후부터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아시안컵에서는 승부차기 상황이 자주 나오기 때문에 골키퍼의 역할이 중요하다.
◇골키퍼들 살아남기 무한 경쟁
축구 대표팀의 전지훈련이 펼쳐진 17일 제주 시민축구장. 보통 대표팀 훈련에는 골키퍼가 3명 소집되는 것과 달리 이번엔 4명이 그라운드에서 함께 땀을 흘리고 있어 긴장감을 더했다. 정성룡(29·수원)과 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 이범영(25·부산), 김승규(24·울산) 중 3명만 아시안컵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이날도 서귀포 날씨는 수시로 눈보라가 몰아치는 등 심술을 부렸지만 골키퍼 포지션의 선수들은 쉴 새 없이 몸을 날리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애썼다. 주전 구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후 네 번의 평가전에서 두 번 연속 같은 골키퍼를 기용하지 않았다. 김진현이 파라과이와 이란전에 나섰고, 김승규가 코스타리카전, 정성룡이 요르단전에서 주전 장갑을 꼈다.
그중 김진현이 주전 경쟁에서 약간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주전 골키퍼를 상징하는 등번호 1번을 받은 김진현은 지난달 이란전에서 선방 퍼레이드를 펼치며 합격점을 받았다.
김진현의 강점은 기본적인 선방 능력 외에도 빠르고 정확한 킥으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는 것이다. 김진현은 17일 훈련에 앞서 "월드컵이나 아시안컵 등 큰 무대 경험이 없기 때문에 4명의 주전 경쟁 구도에선 여전히 뒤처져 있다고 생각한다"며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빌드업(공격을 만들어가는 연결 과정)' 부분에서 감독님께 어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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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널티킥 방어 능력이 변수정성룡은 월드컵과 아시안컵, 올림픽 등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이 최대 장점이다. 하지만 브라질월드컵에서 부진했던 모습을 확실히 잊을 만큼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김승규는 인천아시안게임 무실점 우승으로 차기 국가대표 넘버원 수문장 자리도 예약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달 대표팀에 소집되고도 A매치 2연전에서 벤치를 지키는 등 최근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범영은 199㎝의 큰 키가 주는 넓은 수비 범위가 강점이다.
페널티킥 방어 능력이 아시안컵 엔트리 선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대표팀은 보통 넘버원 골키퍼에 그 뒤를 받치는 백업, 그리고 서드 골키퍼로 수문장 3명을 구성한다. 그래서 선발 출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서드 골키퍼를 승부차기를 앞두고 교체로 투입할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로 두는 경우가 많다.
런던올림픽 영국과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승을 이끈 이범영은 올 시즌 서울과의 K리그 3라운드에서도 경기 중 두 차례나 페널티킥을 막아낸 페널티킥 방어의 대가다. 슈틸리케 부임 이후 선발로 나선 적이 없는 이범영이 만약 서드 골키퍼로 아시안컵에 간다면 김진현·김승규·정성룡 중 한 명은 엔트리에서 탈락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으로 갈 골키퍼 3명의 명단을 22일 발표한다. 살아남은 3인 중 누가 주전 골키퍼 장갑을 끼게 될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