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장세정의 시선] 홍범도 별 9개, 김구 5개.. .보훈등급 '고무줄'
중앙일보
입력 2023.08.28 00:38
장세정 기자중앙일보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은 독립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을 바탕으로 이룩된 것이므로 이러한 희생과 공헌이 우리와 자손들에게 숭고한 애국정신의 귀감으로서 항구적으로 존중되고, 그 희생과 공헌의 정도에 상응하여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의 영예로운 생활이 유지·보장되도록 실질적인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2021년 8월 18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문 정부의 홍범도에 대한 추가 서훈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6월 백범 김구 선생 제73주기 추모식이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 진행되고 있다. [중앙포토]
여운형·홍범도 '이중 서훈' 논란
정치이념에 보훈등급 뒤죽박죽
역사·기여도 맞게 재조정해야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독립유공자법') 제2조에 명시한 '예우의 기본 이념'이다. 여기서 '그 희생과 공헌의 정도에 상응하여'라는 구절이 중요하다. 독립유공자의 희생과 공헌보다 예우와 보상이 부족해도 안 되겠지만, 부풀리거나 심지어 '가짜 독립유공자'를 양산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본다.
최근 '고무줄 서훈' 논란이 뜨겁다. 현행법에 따르면 건국훈장은 1등급 대한민국장, 2등급 대통령장, 3등급 독립장, 4등급 애국장, 5등급 애족장이 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다섯 등급으로 나뉜 건국 훈장을 '별' 숫자로 알기 쉽게 환산해 설명했다. 가장 높은 대한민국장은 별 5개로, 가장 낮은 애족장은 별 1개로 분류한 것이다.
박 장관은 독립지사 약 2만 명 중에 몽양 여운형(1886~1947) 선생과 '봉오동 전투'를 이끈 홍범도(1868~1943) 장군이 건국훈장을 두 차례나 받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 상훈법 4조는 훈장의 이중 서훈을 금지하고 있어서다. 박 장관은 "(훈장을 별 숫자로 환산하면) 안중근 의사와 김구 주석은 별 5개인데, 여운형 선생과 홍범도 장군은 별 9개"라며 "명백히 절차에 맞지 않는 것은 바로잡는 것이 제대로 된 국민 통합”이라고 지적했다. 건국훈장을 하나만 받은 김구·안중근보다 두 개를 받은 여운형·홍범도의 건국 공로가 더 크다고 오해할 소지를 과거 정부가 만들었다고 지적한 것이다.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 있는 '몽양 여운형 선생 생가 기념관'에 전시된 1946년 당시 활동 장면.[중앙포토]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의거 직후의 안중근 의사와 단지동맹(斷指同盟)의 수인(手印).[국가보훈부]
여운형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3월 좌익 전력을 문제 삼은 보수 진영의 반발에도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됐다. 그런데 노 대통령 퇴임을 앞두고 있던 2008년 2월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추가됐다. 당시엔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고, 2010년에 뒤늦게 드러나 '밀실 행정'이란 비판을 받았다. 주무부처인 국가보훈부가 아닌 행정안전부가 추가 서훈을 처리해 이래저래 의구심이 제기됐다.
홍범도는 만주 독립군 활동 공로로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았는데, 2021년 8월 문재인 정부는 카자흐스탄에 있던 유해 봉환을 계기로 학계의 반대론에도 대한민국장 추서를 강행했다. 2019년 문 정부는 1962년 이미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은 유관순(1902~1920) 열사에게 대한민국장을 추가했다. 교과서에 나온 유명 인물의 등급이 너무 낮다는 여론을 의식한 결정이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여운형과 홍범도는 별이 9개, 유관순은 별이 8개가 됐다.
물론 최초 공훈 심사 당시에 몰랐던 중대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 훈장을 추가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운형과 홍범도의 경우 국가보훈부(옛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서훈 공적심사위원회를 제쳐 놓고 청와대가 주도해 무리하게 이중 서훈을 추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독립유공자법에는 독립유공자를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의 애국지사와 순국선열로 한정하고 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여운형에게 대한민국장을 추서하면서 '해방 이후에도 대한민국 건국 및 민족통일을 위해 헌신한 공적'을 이유로 들었다. 해방 전이 아니라 해방 이후의 공적을 인정했다니 억지스럽다. 문재인 정부의 홍범도 추가 서훈 논리도 납득하기 어렵다. 1962년 대통령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2021년에는 국민통합과 민족정기 선양, 고려인의 민족 정체성 형성, 카자흐스탄과의 우호 증진 기여 등이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받을 새로운 공적인지 의문이 든다. 1921년 독립군 몰살을 초래한 '자유시 참변'의 책임론은 묵살됐다.
광주광역시 양림동 일대에 조성된 ‘정율성로’를 놓고 부적절한 찬양이란 비판이 거세다.[연합뉴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2월 중국 인민해방군가와 북한의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해 중국과 북한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귀화 중국인 정율성(1914~1976)을 국가유공자로 추서하려다 이듬해 4월 부결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보훈의 근본 취지에 역행하는 행태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역사적·사회적 평가가 달라질 경우 서훈의 종류와 등급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상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훈장은 역사적 사실에 부합해야 한다. 정치적 호불호에 따라 인기 투표하듯 오락가락하면 품격이 떨어진다. 국가보훈부는 전수조사로 옥석을 가려 뒤죽박죽된 서훈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alsa****4시간 전
제목을 “홍범도 별 9개, 김구 5개”라고 달아놓으니까, 마치 홍범도가 과다 서훈이라도 받은 것처럼 보인다.—- 중복 서훈에 따른 것인데, 오해를 불러 일이키기 쉽다.—독립 운동 한 사람들 중에, 공산주의를 신봉하거나, 형편상 불가피하게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에 살았던 사람들을 어떻게 다뤄야할지는 신중한 연구가 필요하다.—- 공산당이라 무조건 매도하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 박정희가 대표적인 공산당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