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핵잠수함'이 빨간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김병현이 애리조나의 'A'대신 보스턴의 'B'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첫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아메리칸리그 첫 승을 신고하며 활짝 웃었다. 'BK 화이팅'을 외치던 네티즌들은 알파벳 'B'속에 진실이 숨어있다고 수군대며 BK의 보스턴 성공시대를 예감했다. '붉은 악마' 대~한민국인들은 빨간 양말 팀 투수가 된 김병현을 응원하며 빨간색을 더욱 선호하게 됐고, 거리에는 어느새 'B'라는 글씨가 새겨진 야구 모자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e매거진에서 BK의 트레이드로 인해 불기 시작한 'B'시대로의 '붉은 바람'을 따라가봤다.
* 'BK'의 이름으로!
둥지를 옮긴 김병현 선수가 호투하자 네티즌들은 바로 그의 이름에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BK의 진실'이라는 소문은 BK라는 김병현의 닉네임 자체가 오래전부터 보스턴으로의 이적을 예고해 왔다는 얘기를 담고 있다.
본래 BK란 김병현이 애리조나에서 뛰던 시절 그의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하던 동료들이 이니셜을 본따 부르기 시작한 애칭이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이것이 '보스턴 킴(BK)'의 약자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더구나 'Jimmy'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나는 BK의 K가 김병현의 '킴'보다 스트라이크의 'K'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애리조나에서 마음고생하던 김병현이 보스턴에서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그리고 그의 BK라는 애칭이 '보스턴 닥터K'의 줄임말이 되길 소원한다. BK는 할수 있을 것이다"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 웨이터가 된 김병현?
강남 나이트클럽엔 수많은 스타가 존재한다. 정우성, 이정재 등의 미남 배우는 기본이다. 돼지엄마, 둘리 등 잊혀지지 않는 만화 캐릭터의 이름도 나이트클럽 웨이터들에게 사랑받는 별명이다. 최근 나이트계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김병현이란 이름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웨이터 '박찬호'는 "박찬호 선수의 전성기때는 나도 이름 덕을 톡톡히 봤다. 그러나 요즘엔 한쪽으로 밀려나는 느낌이다. 한 단골 손님이 차라리 빨간 양말을 신고 김병현으로 바꾸는 게 더 인상적일 것 같다고 제안해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자신을 메이저리그 팬이라고 소개한 아셈 줄리아나의 웨이터 '물망초'는 질문을 꺼내기가 무섭게 '김병현 선수 몇시에 등판하는가?' '최희섭 선수는 어떤가?'라며 더 많은 질문을 늘어놨다. 그는 최근 나이트계에서 김병현이 뜨고 있느냐는 질문에 "몸이 안 좋아 좀 쉬긴 했지만 어느새 내 경력이 10년이다. '물망초' 세 글자를 기억하고 찾아주는 손님들이 있어 내 이름을 바꿀순 없지만, 후배가 생긴다면 '김병현'이란 이름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며 "최근 팀을 옮긴 뒤 새로운 도약이 기대되지 않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그러나 또 다른 웨이터는 "야구선수의 이름을 예명으로 할 경우 선수의 활약상이 매출에 영향을 미쳐 별로 선호하진 않는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 행운을 부르는 빨간 양말
대학생 정재원씨(연세대 상경2)는 얼마전 '빨간 양말'을 구입했다. 김병현이 첫 승을 따내던 날 신었던 빨간 양말이 너무나도 인상적이 었다는 것이다. 정씨는 "메이저리그 관련 용품을 파는 숍에서는 양말류는 판매하지 않아 어렵게 구했다"며 "축구 대표팀이 일본전에서 승리할 때도 빨간 양말을 신고 있었던 것을 기억하는가? 이번 우루과이전때는 하얀 양말을 신고 나왔는데 결국 졌다"며 나름의 '붉은 이론'을 펼쳤다.
정씨는 지난해 월드컵을 지나며 붉은 색은 우리나라에게 승리를 부르는 색깔이라고 확신하게 됐다고 했다. 특히나 김병현 선수가 빨간 양말 팀으로 트레이드 됐으니 이젠 승승장구하는 일만 남았다며 기뻐했다. 그는 자신도 빨간 양말을 신고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다짐했다.
황당하지만 빨간 속옷을 입고 '김병현 화이팅'을 외치는 팬도 있다. 윤창기씨(26·회사원)는 "회사에서 빨간 양말을 신고 있을 순 없지 않느냐? 영화 '살인의 추억'속의 한 캐릭터가 생각나서 좀 이상하긴 하지만, 나도 빨간 색을 입으면 왠지 그 행운이 김병현 선수에게 승리로 돌아갈 것 같다"며 "확인해 보고 싶으면 해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여자 속옷은 빨간색이 많던데…"라고 말을 흐리며 "야구를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생기면 꼭 선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아듀 애리조나, 헬로 보스턴
갑작스런 김병현의 트레이드는 메이저리그 용품 판매업계를 다소 당황하게 만들었다. 메이저리그 용품 온라인 독점 판매권을 가지고 있는 스포팅21은 얼마전 김병현 선수의 선전을 기원하며 애리조나 팀저지에 'KIM 49'라는 배번이 쓰인 유니폼을 특별제작했다. 그러나 김병현 선수는 급거 팀을 옮겼고, 이제 애리조나의 A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다. B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스포팅21은 오히려 이때를 기회로 삼을 생각이다. 윤석래 마케팅팀장은 "전략적으로 또 다른 판매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듀 애리조나, 헬로 보스턴'같은 슬로건을 내걸고 뜨는 보스턴과 저무는 애리조나 상품을 함께 판매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사실 보스턴은 김병현 선수의 이적과 관계없이 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인기있는 팀이다. 짙은 남색에 빨간색 B자가 새겨진 야구모자는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좋은 상품이다. 엠엘비 코리아의 김현정 팀장은 "보스턴이라는 팀의 로고가 가진 깨끗함이 여성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7월께면 새로운 상품을 많이 만날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B시대의 도래는 몇몇 팬들에게는 묵은 장농을 뒤지게 만들었다. 박대원씨(27·대학원생)는 "형이 이상훈 선수를 좋아하던 시절 사 놓은 보스턴 레드 삭스의 야구모자를 찾아냈다. 보스턴은 이상훈, 조진호, 김선우 선수 등이 머물렀던 팀이라 당시 그 선수들때문에 메이저리그 상품을 구입한 팬들이 김병현 선수 덕분에 다시금 유행을 누릴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 우리는 지금 보스턴으로 간다
보스턴의 유학생과 한인들도 김병현 선수의 트레이드를 반기고 있다. 보스턴은 대학 도시의 특성상 유동인구가 많아 유학생과 교민들 사이에 큰 교류가 없는 편이다. 특히 소비생활 패턴이 달라 끈끈한 유대관계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보스턴 한인회의 최상복 부이사는 김병현 선수의 보스턴행이 보스턴의 한인들을 스포츠를 통해 하나로 묶어주는 촉매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최 부이사는 "한인들간의 교류가 많지 않던 이곳 보스턴에도 지난 월드컵때 유학생과 교민이 한데 모여 대~한민국을 외쳤다. 참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며 "보스턴 마라톤에서 이봉주 선수가 우승해 한국인의 위상을 드높인 것처럼 김병현 선수도 자랑스런 한국인으로서 보스턴에서 활약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스턴엔 유수의 명문대학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유학업계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벌써부터 유학 상담시 '그곳에 가면 김병현 선수의 경기를 볼수 있느냐'는 문의가 늘었다는 것이다. 엠케이에듀컨설팅(MKEDUconsulting)의 김미경 대표는 "보스턴은 하버드나 MIT 등과 같은 명문이 위치한 대표적인 미국의 대학가다. 역사가 살아 숨쉬는 만큼 학비도 비싸지만, 기왕이면 유명한 곳에서 공부하고 싶어하는 대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이젠 김병현 선수의 경기도 직접 응원할 수 있게 됐으니 야구팬들에겐 일석이조의 이득을 챙기는 유학코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BK의 오래된 팬이라는 이준범씨(33, 회사원)는 '김병현 선수의 이적때문에 지갑이 홀쭉해 졌다'며 울상이다.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 중 각 프랜차이즈를 미국 도시 분위기로 꾸며놓은 곳이 있는데 BK 이적후 전보다 훨씬 자주 보스턴점을 찾게 된다는 것. 이씨는 "최근 친구들을 만날때마다 'BK의 보스턴에 가야 하지 않겠냐?'며 큰 소리를 치다보니 소비가 크게 늘었다. 그래도 서로 '보스턴'을 언급하며 야구 이야기를 많이 나눌수 있어서 재미있다"며 "지금은 인테리어에서 학구적인 도시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이제 김병현의 보스턴이 된 만큼 야구팬들을 위해서 메이저리그 분위기도 풍기는 공간으로 꾸며진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야구팬다운 코멘트를 남겼다.
첫댓글 잘 읽었어용
이번셤 꼭 합격해서 내돈으루 보스통 모자 하나 장만 하능게 소원~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