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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45
씬 1. 방송국, 무대 뒤쪽
(미주가 걸어온다. 관중석을 보며... 성모와 강모의 모습을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미주, 불안한 얼굴...)
미주 : 성모오빠.. 강모 오빠...
씬2. 동, 건물 밖
(강모를 기다리던 성모.. 더는 늦어서 안되겠다 싶은.. 그냥 혼자라도 들어가려는데..
이때, 승용차가 다가와서더니 민우가 급히 방송국 안으로 뛰어간다.
성모, 민우를 보더니 놀라는데... 이때, 다른 승용차가 다시오더니 클락션을 빵 누른다.
성모, 보면 시덕이 운전 중이고 조수석의 강모가 차에서 내린다. 목발을 집고 머리에 붕대를 감은 모습이다)
강모 : 형..! 늦었지?
성모 : 그 몸으로 온 거니?
시덕 : 병원에서 텔레비전으로 보라구 해두 얼마나 고집을 부리던지..
강모 : 얼른 들어가, 형. (가려는데)
성모 : (잡는다) 조민우가 왔어.
강모 : ..!! (놀라는데)
씬3. 공개홀, 무대 뒤
(미주가 실핀이 꽂힌 무대 복을 입고 무용단들과 기다리고 있다. 심호흡을 하며...
이때, 공개홀 쪽에서 환호성.. 무대를 바친 여가수 1이 땀에 젖은 채 들어선다. 미주와 시선 마주치더니 비웃듯이..)
여가수1 : 첫 무대 잘 해.
미주 : (노려본다)
FD : (들어선다) 차수정씨, 나가세요.
씬4. 동, 공개홀 무대 안
(미주와 무용수들이 들어선다. 자리를 잡으며...
이때, 급히 들어서는 민우... 미주를 보더니 얼어붙은 듯이 놀란다. 급히 앞 쪽으로 내려오는데 진행 요원이 막는다)
진행 : 앞쪽으로 가시면 안 됩니다.
(민우, 오직 미주만 보인다. 거칠게 진행 요원을 밀치며 앞쪽으로 가는데..
이때, 전주가 흐르기 시작한다. 객석에서 정자가 기도하듯이..
객석 맨 뒤쪽에 강모와 성모가 들어선다. 앞쪽에 민우가 보이고.. 빠른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미주, 가만히 서서 노래를 부르고... 관중들, 뭔가 시시하다는 표정으로... 서로 얘기들을 주고받고..
FD, 실망스런 표정이 역력한데.. 성모, 강모, 불안하고 안타까운 표정...
미주, 안되겠다. 댄스를 시작하고..
무대 뒤,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경옥과 매니저.. 그 옆, 여가수1, 비웃듯 웃으며.. 보고 있다가...)
여가수1 : (경옥에게) 저 옷을 입고 춤추면... 옷 핀이 못 버틸 텐데...
경옥 : ... (본다)
여가수1 : 생방에서 옷 벗겨지면... 완전 방송 사고지 않나?
경옥 : ... (노려보는)
(이때, 미주가 민우를 본다. 크게 놀라는 미주.. 민우, 복잡한 표정으로 보고 있고...
뭔가, 독해지는 미주의 표정... 격렬해 지는 춤... 민우, 그런 미주를 보는데...
관객들이 서서히 미주의 무대에 관심을 가지고... 미주가 입은 옷에 핀이 튕겨져 나간다.
미주, 손을 들어 스텝에게 뭔가를 지시하면... 무대, 스팀이 확, 치솟아 오르고... 민우, 미주를 보는데...
미주, 입을 옷을 확 찢어 버린다. 실핀들이 후두둑 떨어지며 타이트한 나시티 차림이다.
스팀 속을 뚫고 나오는 미주.. 민우, 그런 미주의 모습을 뜨겁게 보고 있다.
성모와 강모, 그런 미주와 민우의 모습을 보는데... 복잡한 표정... 관중들은 미주 무대에 열광해 함성을 지르고...)
씬5. 다시, 공개홀 안
(미주의 춤과 노래가 이어지다가.. 멋지게 무대를 끝낸다.
관개들의 박수가 터지고.. 여가수 1, 보고 있다 열 받아서 가버리고...
정자, 눈물이 고인 채 열심히 박수 치고.. 민우, 넋이 빠진 듯이 보다가 피식 웃는다.
미주, 잠시 민우를 차갑게 보다가 무대 뒤로 아웃하고.. 환호성이 이어진다.
미주의 노래가 끝나자... 관객들... 박수가 터져 나오며... '차수정'을 연호한다.
성모와 강모, 기분이 좋아서 한껏 고조된 표정으로...)
씬6. 동, 무대 뒤
(들어서는 미주와 무용수들... 경옥과 매니저, 선화들이 맞이하며)
매니저 : 잘했어, 수정아.
선화 : 너무 멋졌어.
미주 : .. (경옥을 보면)
경옥 : (내심 흐뭇하지만 차갑게) 다음부턴 이런 일로 마음 졸이게 하지 마.
미주 : 네, 사장님.
경옥 : (매니저에게) 모든 인터뷰 거절하고 바로 철수해. 당분간, 언론 노출, 사절이야.
매니저 : 알겠습니다, 사장님.
(경옥, 나간다. 매니저와 선화가 환호성 지르며 좋아하는데..
미주, 무대 밖의 민우가 신경 쓰인다. 이내 어두워지는 표정으로..)
씬7. 방송국 복도
(몰려든 팬들을 저지하는 경비원들... 민우가 다른 경비원의 안내를 받으며... 팬들을 뚫고 대기실 쪽으로 걸어간다.
다른 일각에서 성모와 강모가 그런 민우를 보고 있다)
강모 : 미주한테 가는 거 맞지? (발끈해서 쫓아갈 기세)
성모 : .. (막는다) 놔두자.
강모 : ...? (보면)
성모 : 미주가 알아서 잘 할 거야. 미주 믿자. 어?
강모 : ... (분을 참으며)
성모 : 여기선, 미주 보긴 틀린 거 같아.
(성모가 여전히 분이 안풀린 강모를 데리고 간다. 성모, 슬쩍 뒤돌아보는데..)
씬8. 동, 대기실 안
(꽃바구니하고 샴페인이 와 있다. 옷을 다 갈아입은 미주가 화장을 지우며 카드를 보는데...)
명석 : (E)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첫 무대 축하해요.
선화 : (미주를 거들며) 대체 누굴까? 이름도 안 밝히고...
미주 : 선화야, 혹시 남자 두 명이 나 찾아오지 않았니?
선화 : 남자 두 명? 없었는데...? 그건 왜?
(미주, 실망스러운 표정.. 이때, 민우가 들어선다. 선화, 문소리 듣고는)
선화 : 밖에 출입 금지라고 써 있는 거.. (하다가 민우를 보고 놀라서) 미주야... 미, 민우씨..
미주 : ...!! (놀란다, 올게 왔구나..)
민우 : 미주야..
미주 : (보지도 않은 채, 차갑게) 저 할 얘기 없어요. 돌아가세요.
민우 : ...! (차가운 반응에 잠시 놀라다가, 선화에게) 잠깐 자리 좀 비켜 줄 수 있죠?
선화 : 예에.. (나가려는데)
미주 : 나가지마, 선화야.
민우 : (선화에게) 잠깐이면 됩니다. (노려본다)
선화 : (민우 눈빛에 질려서) 밖에서 있을 테니까... 잠깐 얘기 해. (나가면)
민우 : 이미주... 넌 나 안 보고 싶었니? 난, 너...
미주 : ... (보지 않고 차갑게) 난 벌써 민우씨 잊은 지 오래에요.
민우 : (O.L) 나봐. 날 보고 얘기해.
미주 : ... (일어서서 똑바로 쳐다보며) 민우씨도.. 그만 나 잊어요.
민우 : ... (보다가 다가와 잡으려) 미주야...
미주 : (O.L) 만지지마요. (하는데)
(민우, 덥석 끌어당겨 미주를 안아 버린다. 미주, 밀쳐내려고...)
미주 : 놔요.
민우 : ... (더 꼭 안으며) 너한테.. 나쁜 일 생긴 줄 알았어. 만약 너 잘못 됐으면... 나도, 내 아버지도..
절대 용서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미주 : ...!! (무너지듯 눈을 감는다)
민우 : ... (본다) 미주야..
미주 : (눈을 뜬다. 거칠게 밀어내고 차갑게) 나 겨우 가수 됐어요. 오늘 그 첫 무대였구요.
민우 : ... (본다)
미주 : 민우씨 이러는 거... 내 입장 난처하게 만드는 거예요. 알아요?
민우 : .. 너 곤란하게 만들 생각 없어. 오히려 난 니가 원하는 거 뭐든 해줄 거야. 나 이제 그럴 수 있어.
(하는데... 선화, 문 빠꼼이 열고... 고개만 드밀고)
선화 : 미주야.. 사장님 오구 계셔. (나간다)
미주 : 우리 사장님.. 내 사생활 신경 많이 쓰시는 분이예요. 사장님한테 나하고 민우씨 관계 알려 지는 거 원치 않아요.
민우 : ... (보다가) 오늘 저녁 일곱시.. 한강 호텔 레스토랑으로 와.
미주 : (외면하고) 난 더 이상 민우씨 볼 일 없어요.
민우 : 그딴 식으로 말하지 마. 사년이야. 사년 동안... 단 하루도 빼지 않고 너 찾았어.
미주 : ..
민우 : 겨우 이렇게 만났는데... 그런데 너... (한 숨 내쉬곤) 우리 아버지 때문이라면 걱정할 필요 없어.
이젠 아버지도 나 어쩌지 못하니까...
미주 : 당신 아버지 때문이 아니에요... 내가 더 이상 당신 사랑하지 않아요.
민우 : ...!! (놀란다)
(하는데... 선화가 밖에서 쿵쿵 문을 두드린다)
선화 : (E) 미주야..
미주 : 이제 알겠어요? 당신 싫어졌다구요.
민우 : ... 내가 아직 너 사랑해.
미주 : ...!! (놀란다)
민우 : 내 감정, 아무것도 변한 거 없어.
미주 : ... (애써 마음 독하게) 민우씨..
민우 : 한강 호텔이야. 니가 올 때까지 기다릴 거다.
(민우, 나가면... 미주, 가슴이 저려온다. 부여잡고... 눈물이 고이며...)
미주 : 미안해요. 민우씨... 당신 잘못이 아닌데... 미안해요. 미안해요...
씬9. 동 밖, 복도
(민우, 나오는데... 경옥과 매니저와 마주친다. 서로 의외인 듯 보다가..)
경옥 : (이상해서) 조회장님이 수정이 대기실엔 무슨 일이죠?
민우 : ... 차수정씨 기획사 사장님이 유사장님이셨어요?
경옥 : 여긴 무슨 일이냐구요?
민우 : ... 무대가 아주 인상적이더군요. (목례하고) 조만간 다시 뵙죠. (간다)
경옥 : ... (선화에게) 수정이하고 조민우회장, 무슨 관계야?
선화 : ... 관계는요... 오늘 처음 봤어요.
(경옥. 민우의 뒷모습을 이상한 듯 보는데.. 이때, 지배인이 다가온다)
지배인 : 사장님.. 지금 황정연양이... 조필연 의원을 찾아가고 있답니다.
경옥 : ..!! (놀란다) 뭐?
씬10. 달리는 차 안
(주영국이 운전 중이다. 서류 가방을 낀 태섭과 정연이 뒷자리에 타고 있고)
태섭 : 너무 자책하지 마라. 너두, 강모두 어쩔 수 없었던 거, 유사장도 안다.
정연 : 원인제공은 제가 했어요. 정식이 거짓말에만 안 속았어두..
태섭 : (화가 난다) 내, 그 놈을 그냥..! 그 놈이 대체 뭐랬는데?
정연 : 울 엄마가 돌아가시게 생겼다구.. 그 말에 제가 평정심을 잃었어요.
태섭 : .. (갑자기 가슴이 짠해진다. 정연을 보는데)
씬11. 로열클럽 밀실 안 (태섭의 회상)
(태섭과 경옥이 술을 마시며.. 정연이가 부철에게 잡혀갔을 때 상황이다)
태섭 : 지금쯤 정연이가 알았을 지도 몰라. 강모가 구해오면.. 이번 기회에 니가 엄마라는 거, 속 시원하게 밝히자.
경옥 : 안돼요, 밝히지 마세요.
태섭 : (답답해서) 무덤 까지 갖구 갈거야? 정연이가.. 지 엄말 얼마나 보고 싶어 하는 지 알아?
경옥 : (가슴이 메어온다, 눈물 고이며 술 한 잔 마시는데)
태섭 : 정연이, 내가 잘 알아. 니가 그 동안 정연일 위해서 얼마나 많이 도와줬니?
엄마란 거 알면.. 정연이도 틀림없이 좋아할 거야.
경옥 : (참았던 울음이 터진다) 내가 어르신 만나기전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요? 술집에 감옥에... 이 남자, 저 남자..
태섭 : 그거,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너 버려서.. 나 때문에 다 그렇게 된 거야... 니 잘못 아니다, 경옥아..
(경옥, 운다. 태섭, 눈물 그렁한 채 경옥을 안아주며...)
씬12. 다시 차 안
(태섭, 가슴이 아프다)
정연 : 사장님, 저 때문에 곤경에 빠뜨리게 하고 싶지 않아요. 어떡하든 각서하고 원금 차용증, 꼭 찾아올 거예요.
태섭 : (애써 감정 추스르고) 내가 조필연 약점을 꽉 잡고 있으니까.. 찾을 수 있을 거다.
씬13. 조필연 사무실 전경
필연 : (웃음소리)
씬14. 동, 사무실 안
(정연과 태섭이 와 있다. 필연과 재춘이 있고...)
필연 : 설마 내가 그걸 내줄 거라고 생각하고 온 건 아닐 테고.. 찾아 온 진짜 목적이 뭐야? 화해를 하자고 온 건가?
정연 : 각서와 차용증.. 안 내놓을 수 없을 거예요.
태섭 : (가방에서 장부를 꺼낸다) 내가 만보건설 회장으로 있을 때 당신한테 상납한 내역서야.
재춘 : ..! (놀란다)
필연 : ... (침착하게 펼쳐 보는데, 복사본이다) 복사본이구만... 그래서?
정연 : 이 장부 원본과 맞바꿨으면 합니다.
필연 : (픽 웃는다) 자폭을 하시겠다? 근데 말이지... 황태섭 당신이 이런 장부를 적었을 거라고, 나도 다 예상했었어.
내가 대비책을 안 세워 놨을 거 같나?
태섭, 정연 : ...!! (보는데)
필연 : 내가 그동안 황회장 이름과 내 이름으로 각종 단체에 공동 기부를 한 액수가 있어. 아마 장부 액수와 딱 맞아 떨어질 거야.
태섭, 정연 : ... (놀라는데)
필연 : 갑자기 홍기표 회장이 생각나는구만... 이런 장부 나부랑이 때문에... 당신 아들이 죽였지?
그 공소 시효가 아직 안됐을 거야, 아마...
태섭 : 이런 처 죽일 놈..! (달려들려는데)
정연 : (막는다) 참으세요, 아버지.
필연 : (웃는 얼굴로) 정연양은 참 좋은 부모를 뒀어. 아버진 딸 때문에 목숨을 내걸고 장부를 공개하고...
어머닌 그 많은 돈을 다 포기하고 말야.
태섭 : ..! (놀라서 막으려고) 이봐..!
정연 : ..? (본다)
필연 : 왜? 아직 친엄마가 누군지 모르나?
태섭 : 그만 가자, 정연아.
정연 : 무슨 말이에요? 어머니가.. 돈을 포기하다뇨?
필연 : 정연양 생모가 유경옥 사장이야. 그래서 부철이란 놈이 납치를 한 거지.
정연 : ...!! (멍해진다, 태섭을 보면)
태섭 : ... (필연을 노려보며)
씬15. 공원 벤취
(정연과 태섭이 나란히 앉아 있다. 정연, 정신이 멍하다. 눈물이 그렁한 채)
정연 : 왜 숨기셨어요? 제가 얼마나 찾았는지.. 아버진 아셨잖아요. 근데 왜..
태섭 : 모진 고생 다 한 여자야.. 자기 부끄러운 과거가.. 너한테 짐이 될 거라며..
정연 : ... (눈물)
태섭 : 니 엄마.. 너한테 엄마 자격이 없다구 생각해... 너 잘되게 옆에서 보살펴 주고.. 나중에 니가 성공하면..
그때 용서 받구 싶어 했다.
정연 : .. (가슴이 미어져 온다)
태섭 : (어깨를 감싸며) 정연아.. 니 엄마, 너보다도 더 많이 울었어.. 가슴에 멍자국이 시퍼런 여자야.. 용서해 줄 수 있니?
니 엄마.. 받아 줄 수 있어?
정연 : (눈물 닦고) 아뇨.. 더 기다릴 거예요. 제가 성공하길 바란 거잖아요.
제 힘으로 성공해야만... 엄마 그 짐 벗을 수 있는 거잖아요.
태섭 : 정연아..
정연 : 아버지도 모른 척 해주세요. 엄마가 하고 싶은 대로 하시게.. 저두 그러구 싶어요. 꼭 엄마 앞에서 성공할 거예요.
태섭 : .. (정연의 손을 꼭 잡는다)
씬16. 로열클럽 사장실 안
(경옥이 초조한 듯 생각에 잠겨 있다. 이때, 지배인이 들어서고..)
지배인 : 사장님, 노갑수가 조직 소집명령을 내렸습니다.
경옥 : ...!!
씬17. 일식집 방안
(사채 조직 사장들이 길게 도열해 있고... 노갑수가 상석에 앉아 있다.
그 옆에 방, 장, 원사장이 있고.. 맨 끝 자리에 정연이 앉아 있다.
이때, 경옥이 들어선다. 정연, 경옥을 보는 시선이 남다르다. 짐짓 놀라다가 애써 감정 추스르고..)
경옥 : 소집 명령을 대체 누가 내린 거죠?
갑수 : 내가 내렸습니다.
경옥 : 어르신께서 후계자로 지목 한 건 나에요. 내 허락도 없이 함부로...
갑수 : 오늘 이 자리..! 유사장 퇴출 문제에 모인 겁니다.
경옥 : ..!! (놀란다)
정연 : ..! (놀라는데)
경옥 : 어르신 원금 상환, 이틀 남았어요.
(원로들이 소리 없이 웃는다. 노사장, 입가에 미소 보이다가..)
갑수 : 원금을 포기하겠다며.. 유사장이 직접 쓴 각서를 벌써 잊으셨군요.
경옥 : .. (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정연 : .. (노려보며)
갑수 : 곧 조필연 의원께서 여기 오실 거요. 더 이상 우리 조직, 유사장 한테 휘둘릴 일 없습니다.
경옥 : 내가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것 같아요?
갑수 : (좌중에게) 오늘부로 유사장은 퇴출입니다. 조직 내, 유사장 관할의 원금은 우리 네 명이 다 갚아 줄 거구요.
유사장을 따라 나가고 싶은 분은 지금 일어나세요. 같이 나가시면 됩니다.
(조용하다. 혼자 벌떡 일어서는 정연.. 경옥이 좌중을 노려보다가 나가면.. 정연도 따라 나가고..
갑수, 입가에 싸늘한 미소 번진다)
씬18. 동 밖, 마당
(걸어 나오는 경옥과 정연.. 이때 조필연과 고재춘이 들어서다가 마주친다. 필연을 노려보는 경옥...)
필연 : 백파가 살아생전.. 그렇게 날 이겨보겠다고 애썼는데.. 결국은 내가 이겼소.
경옥, 정연 : .. (노려본다)
필연 : 내가 그때 그랬거든.. 백파가 죽고 나면.. 그 동안 이룬 것들 다 없애버리겠다고.. (하하 웃으면서 간다)
(경옥, 어지럽다, 휘청거리면 정연이 얼른 잡고)
경옥 : 괜찮아.. 괜찮아요..
정연 : 제 잘못입니다. 이번 일, 제가 책임지게 해주세요.
경옥 : .. (보다가) 조직 문젠 내 몫이에요. 정연양이 할 일은, 어르신이 못다 이룬 꿈을 이뤄주는 거구요.
정연 : 어르신의 꿈이라면..? 제 2 금융권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경옥 : 인허가를 받아내려면 준비해야 할 일이 아주 많을 거예요. 다른 일 다 접고, 그 일에만 매진해요.
정연 : 알겠습니다. 제 2금융권 설립... 꼭 성공시키겠습니다.
씬19. 그 방안
(미닫이문이 닫혀있고.. 조필연과 노갑수, 방, 장, 원사장, 재춘이 있다)
필연 : 원금 포기 각서와 차용증은 내가 보관하겠소.
좌중 : ... (내심 불안한 듯 서로 시선 마주치며)
필연 : 다른 뜻 없으니 안심들 하세요. 상부상조하자는 겁니다. 난 돈과 권력의 상생관계 원하는 것뿐이오.
갑수 : 그럼.. 저희들은 의원님만 믿겠습니다.
필연 : 대신, 당신들도 나한테 해줘야 할 게 있소.
갑수 : 말씀하시지요.
필연 : 요즘 시국이 아주 불안정해요. 물론 돈 버느라 관심들 없겠지만..
재춘 : .. (얇은 서류 묶음을 내 놓는다)
필연 : 야당 의원들 리스트요. 당신들, 돈으로 사람 꿰는게 특기라는데 이 사람들 좀 잘 사귀어보시오. 코를 꿰란 말이오, 알겠소?
갑수 : .. (무슨 말인지 안다, 내키지는 않지만)
씬20. 동, 일식집 밖
(필연과 재춘이 걸어 나온다. 재춘이 승용차 문을 열면 필연이 올라타고.. 재춘, 운전해서 간다.
잠시후 모습을 드러내는 찬성.. 그쪽을 보는데..)
씬21. 기획사 건물 앞 / 승용차 안
(강모가 조수석에 앉아서 거울을 보며 머리에 붕대를 풀고 있다. 운전석의 성모..)
성모 : (시계 보며) 미주 올 때가 된 거 같은데...
강모 : ... (백미러를 보며 머리의 붕대를 푼다)
성모 : 너 그거 아직 풀면 안 되잖아.
강모 : 미주, 오랜만에 만나서 걱정부터 시키고 싶지 않아.
성모 : 괜찮겠어?
강모 : (웃으며) 나 원래 박치기 잘 하잖아.
(성모, 피식 웃는데.. 카폰이 울린다. 성모, 받으며..)
성모 : 네.. 그래, 말해.. (굳어진다. 듣기만)
강모 : ..? (무슨 일인가)
성모 : 알았다. 수고했어, 찬성아. (카폰 끊는다)
강모 : 뭔데?
성모 : 조필연이 사채조직을 완전히 장악했어.
강모 : ..! (이유를 짐작한다)
성모 : 징조가 안 좋아. 곧 정면 대결을 벌여야 하는데..
강모 : 무슨 말이야? 정면 대결이라니?
성모 : 어, 아냐.. (일각을 보더니) 저기 미주 왔다.
(미주와 선화가 탄 매니저의 차가 오고... 미주와 선화가 차에서 내린다.
매니저에게 ‘수고 많으셨어요’ 인사들을 하면 매니저 차는 출발하고..
미주, 문득 돌아보다가 승용차 안의 성모와 강모를 본다.
성모, 차창 밖으로 손을 흔들어 보이면 미주, 두 사람을 보고 반가움이 번지며..)
선화 : 안 들어가?
미주 : 먼저 들어가.
선화 : 빨리 들어와, 너? (짐가방 들고 들어가면)
(강모와 성모가 차에서 내린다. 미주, 뛰어와서..)
미주 : (성모 한 번 보고) 큰오빠... (강모 보며) 작은오빠..
강모 : 미주야. (팔 벌리면)
미주 : ... (본다. 주변 의식하고)
강모 : (머쓱해져서 손 내리려는데)
미주 : (미소) 사 년이나 지났는데... 오빠들 하나두 안 변했네. (덥석 껴안고)
강모 : .. (갈비뼈가 아프다. 콜록 기침)
성모 : 야, 야.. 너무 세게 안으면 안 돼.
강모 : (아프지만) 괜찮아, 형.. (미소 짓고) 오늘, 우리 미주 데뷔 무대, 정말 최고더라.
미주 : (놀라서) 오빠들 방송국에 왔었어?
성모 : 그럼... 너 노래하는 거, 첨부터 끝까지 다 봤는데.
미주 : ...난 오빠들 안 온 줄 알고... 속상했었는데...
강모 : (성모와 시선 맞춘다. 사전에 모의한 게 있는 듯) 형,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빨리 가자.
성모 : (피식 웃고) 그럴까? 미주야, 차에 타.
미주 : 어디 가려구?
성모 : 강모가 너 준다고 선물 준비했다?
미주 : 선물?
강모 : 자, 자, 얼른 타... (차에 태운다)
(강모가 미주를 태운다. 성모, 신나서 운전석에 오르더니 차 몰고 가는데..)
씬22.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
(미주가 눈을 감고 있다. 성모와 강모가 있고..)
강모 : 너 절대 내가 눈뜨라고 할 때까지 눈 뜨면 안 돼.
미주 : (눈 감은 채) 알았어. 대체 선물이 뭔데 눈도 뜨지 말라는 거야?
성모 : (자꾸 웃음 나오려는 거, 참고) 뭐... 별거 아니야. 기댄 하지 마.
(성모와 강모가 시선 마주치며 장난스럽게 웃어 보이고.. 생각만 해도 신이 난다. 미주, 궁금해 죽겠고...)
씬23. 동, 아파트 안
(어두운 실내... 여전히 눈을 감은 미주가 성모와 강모에게 이끌려 들어선다)
미주 : 여기가 어딘데? 눈 떠두 돼?
강모 : 자, 잠깐만..?
(강모와 성모가 뭔가를 준비한다. 불이 켜지고..)
강모 : 눈 떠, 미주야.
(미주, 눈을 뜬다. 머리에 고깔모자를 쓴 성모와 강모가 폭죽을 터뜨린다. 미주, 화들짝 놀라는데..)
성모 : 가수 데뷔 축하해, 미주야.
강모 : 이거.. 미주 니 집이야.
(미주, 놀라서 주변을 보는데..
여기저기 조잡하게 단 풍선들... 앞쪽에 크게 써 붙인 글씨.. ‘이미주네 집 - 가수 데뷔 축하해. 성모, 강모 오빠’
한쪽에 액자로 된 가족사진이 걸려 있고.. 미주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성모 : 이 아파트 강모가 지은 거야.
미주 : ... 작은 오빠..
강모 : 이 안에 있는 가구는 형이 준비한 거구. 칫솔, 비누, 그릇, 쓰레기통까지 형이 다 사놨어.
미주 : .. (눈물이 고인 채, 말을 못 잇는다)
강모 : 이제 다시는 어디 가지말구.. 여기서 살어, 알았지?
미주 : .. (눈물 훔치며) 나 오빠들한테 이런 거 받을 자격 없는데...
성모 : 너 하나 밖에 없는 우리 여동생이야. 오빠들한텐 눈에 넣어도 안 아파. 알아?
미주 : .. (두 사람 보며) 성모오빠.. 강모 오빠..
(성모와 강모, 미주를 안아준다. 셋이서 안은 모습에서..)
씬24. 한강호텔, 룸 안 (밤)
(민우가 침울한 표정으로 창밖에 펼쳐진 야경을 보고 있다. 손에든 양주 언더럭스 잔..
이때, 노크소리와 함께 지배인이 들어선다)
지배인 : 회장님... 영업시간 끝났습니다.
민우 : ... (대꾸 없이)
(지배인, 인사하고 간다. 민우, 술을 마신다. 슬픈 미소.. 짧은 한숨...)
강모 : (E) 건배..!!
씬25. 미주 아파트 안
(통닭, 과일 맥주, 등등이 보이고... 빈 병들이 꽤 많고.. 성모, 강모, 미주가 다들 취기 어린 채..)
강모 : (잔을 든 채) 우리 미주의 가수데뷔를 위하여..! (마시고)
성모 : 멋진 아파트를 위하여..! (마신다)
미주 : (쭈욱 마시고) 어휴, 배불러.. 벌써 건배만 열 번째야.
강모 : 그래? (빈 병들을 보며) 언제 그렇게 많이 했지?
성모 : (픽 웃으며) 강모가.. 너 가수 데뷔한 거 진짜로 좋은가 보다.
강모 : 이제 우리 준모만 찾으면 돼, 형.. 그 녀석만 찾으면...
미주 : 아직도 준모 소식 몰라?
성모 : .. (쓸쓸해지고) 미국에서.. 다른 나라로 다시 입양 된 거 같아.
미주 : (놀라서) 입양을 또 가? 왜?
성모 : ... 양부모를 잘못 만나면.. 가끔 그런대..
미주 : ... (마음 아파서) 우리 준모.. 고생 많이 하겠네?
성모 : .. (무거워지고)
강모 : 좋은 날 왜 그래? 미주야, 걱정 마. 오빠들이 언제가 됐든 꼭 찾을 거야.
성모 : (뭔가 생각나서) 야, 분위기 가라앉는다. 기다려 봐?
(성모가 한쪽에 가서 전축을 튼다. 신나는 팝송이 흘러나오고..)
성모 : 야, 춤 춰.. 춤... (어색한 춤을 춘다)
강모 : ... (벌떡 일어서서 춤추고)
성모 : 뭐해,. 미주야, 얼른 춤 춰..
강모 : (일으킨다) 자, 춤추세요, 아가씨..
(엉터리로 춤을 추는 강모와 성모.. 미주, 그걸 보고 풋 웃더니 씩 웃더니 춤을 추기 시작한다.
성모와 강모, 그 옆에서 신나게, 우스꽝스럽게 춤을 추는데.. 미주도 흥에 겨워 오빠들 춤도 따라 춰보고..
강모가 미주의 손을 잡더니 카바레 분위기 춤으로..
성모, 그런 미주를 보더니 어느새 씁쓸해진 표정으로.. 우주 생각... 걱정과 연민에 살짝 비치는 눈물..)
씬26. 민우 아파트 안 (그 밤)
(어두운 실내.. TV 화면으로 춤추며 노래하는 미주와의 즐거웠던 옛 모습이 나오고 있다.
민우, 소파에 앉아서 술을 마시면서 보고 있고.. 화면 속... 밝게 웃는 미주의 얼굴을 보며...)
민우 : (가슴이 아프다, 눈물이 고여서) 나 절대 너 못 놔줘... 다시 니가 나 사랑하게 만들 거야. (눈물이 흐른다)
씬27. 아파트 (이른 아침)
(민우,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전화가 울린다)
성중 : (F) 회장님... 저 문이삽니다.
민우 : 보때의 나머지 핵심 기술 입수 했습니까?
성중 : (F) 네. 근데.. 이사람 저희 회사로 이직을 원하고 있습니다.
민우 : 특별한 사유 없이 사표를 냈다간 자칫, 산업 스파이로 걸릴 수도 있는 문젭니다.
씬28. 어느 차 안
(성중이 카폰으로 통화 중이다. 옆 자리에 사내가 앉아 있고.. 보떼 보일러 작업복만 보이는 손...)
민우 : (F) 이직을 하더라고 그쪽을 확실히 매듭짓고 오라고 하세요.
성중 : 네, 알겠습니다.
씬29. 한강건설 전경
씬30. 동, 사무실 안
(기술 이사가 와 있다. 경자가 업무 중이고.. 강모와 소태, 영출, 시덕이 기술이사와 도면을 보며..)
강모 : 아직 기계결함을 못 찾았다면 배기구에 가스를 강제로 빼는 기계를 다는 게 어때요?
기술 : 그건 안됩니다.
강모 : 안되다뇨?
기술 : 분명히 보일러엔 문제가 없어요. 댐퍼를 달면 기계 하자를 인정하는 꼴이 되고 맙니다.
시덕 : 그래, 강모야. 회사 이미지두 나빠질 거구...
강모 : 이미지는 소비자들이 불만을 가질 때 제일 나빠져. 어떡하든 반품 사태는 막아야 돼.
영출 : 그거, 비용이 꽤 들 텐데.. 그렇다구 보일러 값을 올릴 수두 없구.
강모 : 정확한 원인을 찾을 때까진 우리가 감당해야 돼.
기술 : 참 유별나시군요. 손해를 보면서 까지 소비자들을..
소태 : 원래 우리 사장님이요, 박애 정신이 뛰어나세요. 나쁘게 말하면 꼴통이구요.
영출 : 얘는 사장님한테.. 사장님, 확 짤라 버리세요.
강모 : (웃고) 근데, 공장장님은 왜 안오셨어요?
기술 : (한숨) 요즘 회사 그만둘 생각 하는 거 같아요.
강모 : 그만두다뇨? 사표를 내신 단 말이에요?
기술 : 기계 결함 하나 못 찾아내니... 나라두 그만두구 싶은데.. 공장 책임자가 오죽하겠습니까?
강모 : .. (뭔가 생각)
기술 : 전 그만 가보겠습니다.
강모 : 예, 수고 좀 해주십시오.
기술 : .. (나간다)
소태 : 참 그런 사람두 없어. 기계 결함이 자기 책임두 아닌데 사표까지 내?
경자 : 진짜 훌륭하신 분이다. 존경스러워요.
영출 : 공장장, 보일러 쪽에선 아까 기술이사하구 이 분야 최고여. 그냥 보내면 안돼, 강모야.
강모 : .. (뭔가 생각한다)
씬31. 식당 안
(강모와 소태, 영출, 시덕이 있다. 공장장이 와 있고..)
영출 : (술 따라 주며) 자, 쭉 한잔 해. 한잔 허구, 복잡한 머리 싹 다 비워.
공장장 : ... 대체 왜 이러십니까?
소태 : 김이사님한테 얘기 다 들었어요. 사표 내신다면서요?
공장장 : 네? (뭔가 일이 어긋나서, 인상)
시덕 : 그러지 말구, 우리하구 같이 일해요, 공장장님.
경자 : 그래요. (안주 들고) 공장장님, 아..
소태 : (옆구리 쿡, 찌르며) 근데, 경자씬 아무한테나..
경자 : 왜그래요? 존경스런 분인데요.
강모 : .. (아까부터 보기만 하다가) 연봉 두배로 올려주면 남으시겠어요?
좌중 : ..! (놀란다)
영출 : 두, 두배..?
공장장 : .. (남을 수가 없다, 아깝지만) 죄송합니다. 그만 두겠습니다.
소태 : 두배에요, 두배.. 참, 나 답답한 양반이네.
강모 : (뚫어지게 보며) 아파트 한 채 내 드리죠.
공장장 : ..! (놀라고)
시덕 : 가, 강모야..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
영출 : 나줘, 나.. 내가 뼈가 부서져라 일할게.
공장장 : 이미.. 떠나기로 결정 했습니다.
소태 : 진짜 성인군자네... 부처님 이복동생이야.
강모 : (노려보며) 병원에 입원한 아들이 있던데.. 돈 필요하신 거 아닙니까?
공장장 : ..! (놀라서 본다)
강모 : 말씀하세요. 어디로 가시기로 했습니까?
공장장 : 가, 가다뇨? 전 그냥, 좀 쉬고 싶어서..
강모 : 제가 말씀드리죠. 만보건설 아닙니까?
좌중 : ..!! (놀란다)
공장장 : .. (놀라는데)
강모 : 보일러 기술, 어디까지 빼돌렸어요?
공장장 :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강모 : 어려운 사정 있는 거 압니다. 솔직하게 말씀해 주시면.. 용서해 드릴게요.
공장장 : 어디 증거 있으면 경찰에 신고하세요. 저, 사표 내겠습니다. (일어서서 나간다)
영출 : 뭐여? 저 작자가 스파이라는 거여?
시덕 : 집안 사정두 안 좋은데 그 좋은 조건 다 거절하는 거보면, 맞네.
경자 : 어쩜... 괜히 존경했잖아.
소태 : 저런 씹어 먹을 인간.. 확 신고해 버리자.
영출 : 증거가 없잖여, 증거가..
강모 : ... 이미 다 핵심기술들을 다 빼갔을 거야. (무겁게)
씬32. 회장실
(민우가 미주의 노래 테입을 듣고 있다. 생각에 잠긴 채.. 이때, 성중이 들어서서...)
성중 : 공장장이 사표를 냈답니다.
민우 : (음악 끄고) 벌써 사표를 내면 어떡합니까?
성중 : 이강모가 정체를 알았다고 합니다. 우리 쪽에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은데..
민우 : 지금은 남들 눈이 있어서 안 됩니다.
성중 : 사정이 딱한 거 같던데..
민우 : 경솔하게 사표를 던진 건 그쪽이에요. 기다리라고 하세요.
성중 : 알겠습니다, 회장님. (나가려는데)
민우 : 참, 우리 아파트 모델 말입니다. 차수정씨로 교체하세요.
성중 : (약간 놀란다) 네? (금방 알아듣고)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민우 : 유경옥 사장은 나하고 관계가 별로 좋지 않아요. 차수정씨 담당 매니저를 잘 포섭해 보세요.
성중 :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미소)
민우 : .. (피식 웃는데)
성중 : 회장님, 요즘 웃는 얼굴, 처음 봅니다.
민우 : 그래요?
성중 : 보기 아주 좋습니다.
민우 : ... (생각)
씬33. 커피숍 안
(성중이 매니저를 만나고 있다. 계약서가 놓여 있고...)
매니저 : (놀라서) 저희 수정이를 아파트 모델로요?
성중 : 네..
매니저 : 저희 같은 신인 가수한텐 큰 영광이죠.
성중 : 근데... 이 계약 말입니다. 유경옥 사장이나, 차수정씨 몰래 추진하실 수 있겠습니까?
매니저 : 네?
성중 : (보다가 봉투를 내민다) 이건 계약과는 별도로 매니저 분께 따로 드리는 겁니다.
매니저 : (침을 꿀꺽 삼키는)
씬34. 기획사 사무실 안
(선화가 전화를 걸며 뭔가를 저고 있다. 한쪽 벽에 거린 스케줄 표에 10월달 스케줄이 빡빡하다.
라디오 출연, 생방송 출연, 바그다드 출연, 등등..
미주, 신문을 펼쳐들고 흡족해서 보는데.. 연예란에 미주의 사진과 함께 타이틀 기사.. ‘신인가수 차수정, 잔잔한 돌풍’)
선화 : (수화기 들고) 네.. 그날은 안되구요, 화요일 방송은 출연할 수 있어요. 그날 노래도 부르나요? 네...
(수화기 끊고) 이런게 인기라는 거구나.. 실감난다, 실감 나..
(선화, 스케줄 표에 표시를 하는데 메니저가 급히 들어선다)
매니저 : 수정아... 아파트 씨에프 계약 들어 왔어.
미주 : 아파트 씨에프요?
선화 : 회사가 어딘데요?
매니저 : 회사? 수영건설이라고?
미주 : 수영 건설요? 못 들어 봤는데?
매니저 : 우리나라에 건설사가 얼마나 많은데... 그걸 다 어떻게 알아?
미주 : 언제 계약하는데요?
매니저 : 그쪽에서 오늘 꼭 계약 했으면 하던데... 너 오후 스케줄 풀이지?
미주 : 네...
매니저 : 큰일났네? 이런 건, 금방 놓치는데..
선화 : 매니저님이 대신하고 오시면 되잖아요.
미주 : 그래도 계약선 읽어 봤으면 좋겠는데...
매니저 : 일 년 계약인데 뭐... 사장님도 허락하신 일이고... 내가 알아서 도장 찍고 올게.
미주 : .. (내키지 않지만) 그럼... 그러세요.
씬35. 만보건설 회장실
(민우가 생각에 잠겨 있다. 성중이 급히 들어서고..)
민우 : 어떻게 됐습니까?
성중 : 차수정씨와.. 계약 했습니다.
민우 : 사귀는 남자는 있는 지 알아 보셨습니까?
성중 : 현재 사귀는 남자두 없습니다. 그리고, (메모지 건네며) 오늘 차수정 양 스케줄과 집 주소입니다.
민우 : (보며) 매니저를 통해서 스케줄 체크를 매일 했으면 좋겠는데 가능하 겠습니까?
성중 : 그 친구, 돈에 약한 사람이더군요. 가능할 겁니다.
민우 : 계속 수고해 주세요.
성중 : 네. 회장님.
씬36. 어느 하우스 안
(정식이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다)
친구 1 : (술 따라 주며) 야, 너 언제까지 이러구 살 거냐?
정식 : 내 걱정 말구, 니들이나 잘 살아, 임마.
친구 1 : 아, 자식 삐딱하긴... 너, 그러지 말구, 뭐라도 좀 해 봐.
정식 : 왜, 니들이 사업 자금 좀 대주게?
친구 1 : 니네 집 아직 돈 남았잖아. 설마, 아들 하나 있는데, 사업 자금 안대주겠냐?
정식 : (솔깃해서) 뭐, 좋은 사업거리 있냐?
친구 1 : 여기 이 클럽 내놨단다.
정식 : 나보구 이런 도박 하우스 운영하라구?
친구 1 : 너, 여기 매상이 얼만 줄 알아? 생각해 봐. 술 팔지, 도박하지. 먹구 사는 덴 지장 없어, 임마.
친구 2 : 그 뿐이냐? 술 좋아하고 도박에 미쳐있는 너한텐 딱이지.
정식 : 됐어, 임마.. (술 한 잔 마신다, 생각)
씬37. 황태섭 집 거실
(먹음직스런 회가 차려져 있고.. 남숙이 술 한잔 마시면 정식, 회 한 점에 초장을 듬뿍 찍어들고 먹여준다)
정식 : 어때? 맛있지? 내가 수산시장가서 싱싱한 놈으루 직접 골라온 거야.
남숙 : (의심쩍고) 너 또 무슨 사고 쳤니?
정식 : 사고는 무슨.. 내가 뭐 맨날 사고만 치는 애야?
남숙 : 근데, 갑자기 웬 변덕이야?
정식 : 그동안 생각해보니까, 엄마한테 너무 못한 거 같아서.
남숙 : .. (놀라서 본다)
정식 : 엄마.. 나 앞으로 엄마한테 잘 할 거야. 엄마처럼 불쌍한 사람이 어딨어? 남편두 잃구, 그 좋은 사모님 소리두 못듣구..
남숙 : .. (가슴이 짠해지고)
정식 : (진심으로) 나 앞으로, 일두 열심히 하구, 돈두 벌어서 장가 갈 거야.
엄마, 손자 보구 싶지? 내가 떡두꺼비 같은 아들 하나 안겨줄게.
남숙 : .. (눈물이 고인다)
정식 : 왜 또 울려구 그래? 울 엄마, 요즘 뭔 말만하면 우네?
남숙 : (밉지 않게) 몹쓸 놈.. 지긋지긋하게 속 썩여서 엄마, 울리더니.. 이젠 것두 심심해졌니? 그래서 이래?
정식 : 나 진심이야, 엄마.
남숙 : 그래서? 니가 뭘로 날 먹여 살릴 건데?
정식 : .. (술 한 모금 마시고) 장사 좀 해보려구.
남숙 : 장사? 무슨 장사?
정식 : 엄마, 내 말 이상하게 듣지 말어? 이번에 클럽이 하나 나왔거든?
남숙 : 클럽? 그게 뭔데?
정식 : 제법 돈 깨나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노는 사교장이야. 프라이드 호텔 알지? 거기 지하.
남숙 : (굳어진다) 술집?
정식 : 물론 술두 팔지.
남숙 : 거기서 노름두 하구?
정식 : 사교장이라구 말했잖아. 돈 있는 놈들이 뭐하고 놀겠어?
남숙 : (한심하다. 한숨, 내쉬고 술 따르며) 돈 없어.
정식 : 엄마..
남숙 : 기껏 니 엄마 생각해서 한다는 사업이 도박장이야?
정식 : 그런 게 아니라니까?
남숙 : 돈 없다구.
정식 : 돈이 왜 없어? 이 집두 있구, 수원에 땅 사놓은 것두 있구..
남숙 : 다 팔구 없어, 이것아..!
정식 : 팔았다구? 그 땅을 다?
남숙 : 땅두 팔구 이집두 팔았어. 우리 당장 이사 가야 돼.
정식 : 그럼 돈은? 집 팔구 땅 팔았으면 돈은 있을 거 아냐?
남숙 : .. (술 마신다) 주식 투자해서 다 망했어.
정식 : 엄마?
남숙 : 통장에 딱 삼천만원 남았어. 지금 전세 알아보는 중이라구. 알아?
정식 : 엄마..? 농담이지? 그치?
남숙 : (버럭) 니가 나가서 알아보며 되잖아..!
(정식, 기막혀서 밖으로 급히 나가 버린다)
남숙 : (술 따르며) 뭐? 도박장을 하겠다구? 너, 아직두 멀었다.. 한참 멀었어.. (술 마신다)
씬38. 대박 부동산 안
(정식이 와 있다. 재수가 문서를 보여주며..)
재수 : 맞어, 그 땅 다 팔았어. 집두 다 팔렸구.
정식 : ... (넋이 빠져서, 문서 보며)
재수 : 삼천만원으로 방 세 칸짜리 독채 전세를 알아봐 달라는 디, 그게 어디 만만해야지.
복자 : (차 내오며) 우리 집 지하방 비었는데.. 그거라면 전세금 없이 사글세로..
재수 : 이 여편네가 뭔 말을 하는 겨? (정식에게) 어여, 차 들어. 유자차여.
정식 : .. (밖으로 나가버린다)
복자 : 허이구, 도박에 미쳤다더니 집안 내막을 생판 모르네.
재수 : 근데, 그 돈 다 어째구 전세를 산데?
복자 : 그러게유. 그러니께 있을 때 잘 좀 허지.
씬39. 태섭 집 거실 / 방안
(힘없이 들어서는 정식... 회가 몇 점 안 남아있고 빈 소주병 두병이 나동그라져 있다.
남숙이 취해서 무료하게 TV를 보고 있고.. 격렬한 시위 모습이 담긴 뉴스 프로그램..
남숙, 별 감흥 없이 습관적으로 보기만... 정식, 물끄러미 남숙을 보는데.. 불쌍하고 애처롭다)
정식 : 왜 말 안했어?
남숙 : ... (TV만 보고)
정식 : (TV 끈다) 이 지경이 되도록, 왜 말 안했냐구..!!
남숙 : ... 말했으면? 뭐가 달라져?
정식 : 엄마.. 우리.. 삼천만원 갖구 못살아. 생각해 봐. 그 돈 갖구 방 한 칸 얻으면, 뭐해 먹구 살 건데?
하다못해, 구멍가게라두 해야되는데.. 엄마, 그러구 살 자신 있어?
남숙 : 그래서 나보구 뭘 어쩌라구?
정식 : 그러니까, 왜 주식을 했냐구..
남숙 : 나라두 돈 좀 벌어볼려구 그랬어. 니가 맨날 빈둥대고 노니까.
정식 : ...
남숙 : 어차피 잃은 돈 어떡할 건데? 삼시세끼 라면만 먹어두 난 너만 정신 차리면 돼.
정식 : (화나서) 그렇게 세상물정 어두우니까 아버지도 정연이 엄마한테 빼앗긴 거잖아...!
남숙 : ..!! (멍해진다) 너... 지금 뭐랬어? 정연이 엄마라니?
정식 : 유경옥, 그 여자.. 정연이 낳아준 친엄마야. 그동안 아버지한테 우리 다 속은 거라구.
이러니 내가 엄말 안 불쌍하게 생각하냐구..!
남숙 : ..
정식 : 삼시 세끼 라면만 먹겠다구? 그 사람들이 비웃는 건 어떡할 건데? 멍청해서 재산 다 잃고, 남편 빼앗기구, 거지된 거,
그거 창피해서 어떻게 살 건데? 에이씨..! (울면서 나가버린다)
남숙 : .. (멍해져서) 뭐? 정연이 친엄마...? 그럼 난? 난 처음부터 껍데기였네? 내가... 첩년이었네? (기가 막혀서 눈물 흘리는데)
씬40. 남산 일각 (밤)
(황태섭이 생각 많은 얼굴로 멀리 도심 쪽을 보고 있다. 화려한 불빛들이 가물거리고..
성모가 소리 없이 다가온다. 태섭과 같은 방향을 보는데..)
태섭 : 저기.. 저, 한강 너머의 불빛 말이네. 강남의 아파트들 중에서 아마 절반 가까이는 내가 지었을 거야.
성모 : 그 시절이 그립습니까?
태섭 : (씁쓸하게) 그립다기 보단.. 아쉽다는 게 맞겠지.
성모 : 오늘 낮에도 최루탄 가스가 저 도시를 휘감았어요. 밤엔 수많은 술잔들이 넘쳐나죠.
재밌지 않습니까? 낮엔 싸우고 밤엔 술을 마시며 화해를 하고..
태섭 : ...
성모 : 조필연이 지하 경제력으로 여야당 의원들을 개헌반대로 끌어 들일 생각입니다.
태섭 : 일이 급하게 됐구만... 그 비자금 장부, 나한테 주게. 내일 오위원을 만나서 사생결단하는 심정으로 일을 추진해 보겠네.
성모 : 내일 사무실로 보내드리죠.
태섭 : 근데... 자네 민홍기 의원하고 친하지 않았나? 오히려 민의원을 설득하는 게 일이 더 빠를 것 같은데..
성모 : 전 민의원을 믿지 않습니다. 그 동안, 못 볼 걸 너무 많이 봐왔죠.
태섭 : 하긴.. 조필연이나 민홍기나.. 결국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사는 사람들이니까..
성모 : 어떻게 하든.. 오병탁 의원을 설득해야만 합니다.
태섭 : .. (결연하게)
씬41. 몽타주
- 인사동의 어느 표구사
(비자금 장부가 놓여 있고.. 노인이 다른 장부에 적고 있다. 그 옆에 있는 메모지.. 조필연의 글씨다.
심각하게 이를 지켜보는 성모와 찬성...)
- 어느 한적한 강변
(태섭과 영국이 승용차에 타고 있다. 초조하게 뭔가를 기다리며..
다가오는 승용차... 차 창문이 열리며 성모가 필사한 장부를 툭 던져 준다. 태섭이 받는데..
성모, 잠시 시선 마주치다가 차 창문이 올려지고.. 그대로 출발하면.. 태섭, 장부를 펼쳐들고..)
- 태섭 사무실 안 (밤)
(불이 꺼져 있다. 조명불빛 아래.. 복사기에서 장부를 복사 중인 하는 영국.. 태섭이 복사된 장부를 물끄러미 보는데.. 그 위로..)
성모 : (E) 조필연 글씨체로 모필한 장붑니다. 내일 국회에 오병탁 의원을 만나러 갈 때... 이걸 복사해서 가져가세요.
태섭 : .. (심각하게)
씬42. 안기부, 성모 방 (아침)
(성모가 의자에 앉아서 책상에 다리를 올려놓고 잠들어 있다)
찬성 : (급히 들어서며) 큰일 났어요..!
성모 : ..? (잠에서 깨고)
찬성 : (은밀하게) 오병탁 의원이... 조필연과 함께 청와대의 비밀지령을 받은 사람이에요.
성모 : ..!! (놀라서 벌떡 일어선다) 지금 몇시야?
찬성 : 벌써 오병탁 의원을 만나러 출발 했답니다.
성모 : 안돼.. 그 장부를 오병탁한테 보여줘선 안돼..!! (뛰쳐나간다)
씬43. 국회안 복도
(태섭과 영국이 가방을 들고 지나간다. 일각에서 뛰어오던 성모.. 태섭을 보더니 급히 따라가는데..
이때, 다른 쪽 복도, 혹은 방에서 나오던 필연이 성모를 본다. 성모, 황회.. 부르려는 순간..)
필연 : (태섭은 못보고) 성모야.
성모 : ..! (멈춘다, 땀이 흐르고)
필연 : 국회에는 어쩐 일이냐?
성모 : 도서관에 뭣 좀 찾을 것이 있어서..
필연 : (시계를 보고) 내가 좀 바빠.. 언제 사무실로 와라. (간다)
(성모, 태섭쪽을 보는데 이미 사라지고 없다. 낭패스럽고..)
씬44. 동, 오병탁 방
(국회 안의 오병탁 방이다. 태섭이 와 있고.. 탁자 위에 올려놓은 서류가방..)
병탁 : ..!! (크게 놀란다) 그게 무슨 말이오? 이 가방 안에.. 비자금 장부가 있다는 거요?
태섭 : (심각해진 표정)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가방을 열려는데)
병탁 : 자, 잠깐...
태섭 : ..? (보면)
병탁 : 나 말이오... 청와대로부터, 개헌 찬성파를 색출하라는 비밀지령을 받은 사람이오.
태섭 : ..!! (크게 놀란다)
병탁 : 만약.. 그 가방을 열면.. 난 당신, 살려서 못 보내.
태섭 : ..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가방에서 손을 뗀다)
병탁 : 당신...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했지?
태섭 : .. (긴장. 식은땀을 흘리며)
병탁 : 그 장부로.. 국회에 개헌을 통과 시키려는 목적일 게야. 그래.. 어느 쪽이든 결과가 나오겠지.
만약 당신이 성공한다면.. 내가 당신 목숨을 살려준 걸 잊지 마시오.
태섭 : 오의원님..
병탁 : 난 역사를 거역할 생각도 없고.. 권력을 등지고 싶은 마음도 없어. 무슨 말인지 아시오?
이런 게.. 바로 당신이 하고 싶다던 그 정치라는 거요.
태섭 : .. (본다)
씬45. 동, 문 밖
(태섭이 잔뜩 지쳐서 나온다. 기다리고 있던 성모가 다가가고..)
성모 : 장부.. 보여줬습니까?
태섭 : .. (고개를 가로젓는다)
성모 : .. (안도, 길게 한숨 내쉬는데)
태섭 : 자세한 얘기는...
홍기 : (E) 황회장님... (다가온다) 자넨 여기 어쩐 일이야?
성모 : 조필연 의원을 보러 왔습니다.
홍기 : .. (태섭에게) 저랑 잠깐 얘기 좀 하시죠.
(홍기, 간다. 태섭, 잠시 성모와 시선 마주치면서 따라 가고.. 성모, 보는데)
씬46. 동, 민홍기 방 안
(홍기와 태섭이 단 둘이..)
홍기 : 실은.. 내가 개헌을 찬성할 여당 위원들을 설득 중이오.
태섭 : .. 그러십니까?
홍기 : 헌데, 다들 용기가 없어요. 뭔가 그들한테 동기가 유발될만한 강력한 게 필요한데...
이를테면.. 일전에 황회장께서 말씀하신 그 비장의 무기 같은 거 말이오.
태섭 : .. (본다)
홍기 : 내 짐작이 맞는다면.. 아마 대통령 비자금 장부쯤 되겠죠.
태섭 : ..!! (놀란다)
홍기 : (피식 웃으며) 웬만한 국회의원들 치고, 소문으로라도 모르는 사람 없습니다. 문제는 그 실체가 있느냐가 중요한 거죠.
태섭 : 장부만 있으면... 찬성파 의원들을 모을 수 있다는 겁니까?
홍기 : 그렇소.. 장부를 보여줄 수 있습니까?
태섭 : ... 이렇게 하죠. 우선, 의원들부터 모으세요. 그럼 제가 장부를 갖고 찾아가겠습니다.
홍기 : .. (보는데) 좋습니다. 근데, 그 장부를 대체 어떻게 입수하신 겁니까?
태섭 : 중요한 건 장부의 실체라고 하질 않았습니까?
홍기 : .. 물론 그렇죠. 이런 일, 아주 은밀해야 합니다. 시간과 장소는 제가 따로 연락드리죠.
태섭 : ...
씬47. 어느 음식점 입구 (다른 날)
(닭볶음탕이나 녹두부침개 따위를 파는 북한산 인근의 음식점이다.
등산객들이 내려오고 있다. 그 중 등산복 차림의 50대 국회의원 한명이 자연스럽게 빠지며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성모 : (E) 권해룡 의원입니다.
(그 일각의 승용차 안... 운전석의 성모와 조수석의 태섭, 뒷자리의 영국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태섭과 영국, 등산복 차림이다. 태섭의 손에 노트가 한권 들려 있고..)
성모 : 삼선의원이고.. 마산 출신이죠. 학연, 지연을 바탕으로 초선 의원들 중에 제법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태섭, 받아 적는다. 뒤이어 머리가 허연 국회의원이 주변을 의식하며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성모 : 강창환 의원은 잘 아시죠?
태섭 : .. (쓰던 손길을 멈춘다. 걱정스러운 표정)
성모 : (감지하고) 저 사람들, 프라이드가 아주 강합니다. 센 척 하는 게 몸에 배었죠.
그동안 얼굴을 익히느라 몸을 숙이셨다면.. 방식을 바꾸셔야 할 겁니다. 명심하세요. 칼자루는 황회장님이 쥐셨습니다.
태섭 : .. (달라지는 눈빛)
영국 : .. (잔뜩 긴장한 채)
씬48. 동, 방안
(소박한 내부.. 등산복 차림의 민홍기와 박의원, 국회의원 너댓이 앉아 있다. 긴장감이 흐른다. 다들 말이 없고...
이때, 태섭과 영국이 들어선다. 영국, 등산 배낭을 맨 채..)
태섭 : 죄송합니다. 오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앉는다)
홍기 : 우선.. 장부부터 봅시다.
태섭 : (좌중을 본다) 그 전에... 저도 요구할 게 좀 있습니다.
(영국이 배낭에서 종이를 몇장 꺼내 돌린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에 찬성합니다’ 라는 문구... 다들 놀라는데..)
태섭 : 거기다 서명 란에 친필 싸인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홍기 : ..!! (놀란다)
박의원 : 이봐요, 황회장? 이게 살생부가 될지도 몰라서 하는 말씀이오?
태섭 : 의원님들께서 보시게 될 장부.. 제 목숨 열 개로도 모자를 만큼 위험한 물건입니다.
저도 여러분들을 믿어야 하질 않겠습니까?
(긴장감이 감돈다. 홍기, 잠시 태섭을 보다가 서명 란에 싸인을 한다. 박의원이 놀라서 보는데)
홍기 : 이런 일엔 신념이 필요하죠. 난... 이 나라 국민들을 믿습니다.
(다들 서명을 시작한다. 박의원도 서명을 하는데.. 모아지는 용지들..
태섭이 받아든다. 영국에게 눈짓을 하면.. 영국, 배낭에서 장부 한권을 꺼내든다.
홍기, 장부를 펼쳐들고는 크게 놀란다. 이어서 박의원이 받아들고 놀라며..
장부를 돌려가며 차례로 확인하는 의원들.. 소문으로만 떠돌던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두려움과 놀라움, 혹은 비통함이 섞인 표정들...
홍기, 놀라움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태섭을 본다. 태섭, 애써 침착하게...)
씬49. 기획사 사무실 안
(미주와 매니저, 선화가 있고..)
미주 : (놀라서) 저녁 식사요?
매니저 : 어, 오늘 저녁때 한강호텔 레스토랑에서 보쟤.
선화 : 광고주면 옷 좀 신경 써야 되는 거 아니에요?
미주 : (매니저한테) 갑자기 저하고 왜 저녁을 먹자는 건데요?
매니저 : 원래, 광고주가 직접 모델을 확인하는 경우가 있어.
미주 : 근데, 매니저님... 계약서요... 제가 확인 못해 봤는데..
매니저 : 통장 확인 안해 봤어? 그쪽에서 돈 넣었을 텐데... 확인해봐. 오천만원 들어와 있을 거야.
미주 : (놀라서) 오천만원이요?
선화 : (놀라서) 신인인데 그렇게나 많이 줘요?
매니저 : 이년 계약이니까 그렇지.
미주 : 무슨 소리에요? 일년이랬잖아요.
매니저 : 수정아.. 이 바닥은 돈이 최고야. 너 잘나갈 때 한 몫 단단히 챙겨야 된다?
미주 : ... (뭔가 불안한)
씬50. 한강건설, 사장실 안
(강모가 정연과 통화중이다)
정연 : (F) 한강호텔?
강모 : 어, 할 말이 좀 있어. 거기서 보자. 그래..
(강모, 수화기 놓는다. 잠시 생각하는데..)
씬51. 병원, 병실 안 (회상, 정연을 구해낸 직후)
(침대위에 환자복이 놓여 있고... 강모가 간호사의 부축을 받아서 들어선다. 정연이 따라 들어오고..)
간호사 : 환자복으로 갈아입으세요. (나간다)
정연 : .. (얼른 환자복을 집어 드는데)
강모 : 나 혼자 할 수 있어.
정연 : .. (본다)
강모 : (미소 보이며) 그만 들어가, 정연아.
(강모, 환자복을 받아들고 뒤돌아선다.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강모를 보던 정연이 강모의 등 뒤에 얼굴을 묻는다. 순간 놀라는 강모..)
정연 : 오늘만... 오늘만이야. 앞으론 절대.. 이러지 않을게.
강모 : ... (가슴 아프다)
정연 : (눈물이 고여서) 니 등... 참 좋아 했었는데...
강모 : ... (두 눈을 꼭 감는다)
정연 : 여전히.. 참 따듯하다.
(정연, 강모 등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며... 애써 밝은 미소...)
정연 : 오늘 고마웠어. 내가 너한테 또 빚을 졌네.
강모 : (돌아보지 않고) 조심해서 들어가.
정연 : 너도 치료 잘 해. (가면)
(강모, 정연이 나간 쪽을 뒤 돌아 보는데...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씬52. 레스토랑 룸 안
(먼저 온 정연이 금융관련 책을 보고 있다. 들어서는 강모.. 정연, 눈치 못 채고.. 강모, 문을 똑똑 두드리면..)
정연 : (본다) 왔어? (책 덮고)
강모 : (다가와 앉고) 뭘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
정연 : .. (피식 웃고) 유사장님하고 제 2금융회사 설립한다고 약속 했거든.. 공부할 게 한 두 개가 아니야.
강모 : ... (본다, 가슴 아픈)
정연 : 근데... 오늘 나 왜 보자고 했니?
강모 : (미소) 유사장님, 니 어머니라는 거.. 전부터 알고 있었어.
정연 : ...! (본다)
강모 : 황회장님한테 연락받았어. 너, 많이 힘들 거라고.
정연 : (씁쓸하게, 미소) 위로 받아야 되는 건지.. 축하를 받아야 되는 건지 모르겠어.
강모 : (보다가) 유사장님한테 니가 먼저 말해.
정연 : (눈물 고이려는 거 참고) 엄마가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릴래. 엄마 찾은 것만으로도... 나 기뻐.
강모 : (본다) 정연아...
정연 : (미소) 여기 말고 포장마차에서 소주나 사줘.
강모 : 뭐?
정연 : 너... 저번부터 돈 좀 벌었다고... 막 쓰더라.
강모 : (웃는다) 이미 주문했어.
씬53. 동, 다른 룸 안
(씬 25의 그 룸안이다. 미주가 혼자 앉아 있다. 초조하고.. 괜히 왔나? 창밖의 야경을 보는데...)
씬54. 동, 룸 밖
(걸어오는 민우... 설렌다. 룸 앞에서 잠시 머뭇대다가.. 막 문을 조금 여는데..
맞은편에서 화장실에서 나온 강모가 손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다가온다.
민우, 시선이 마주치자 그대로 서서... 강모, 민우를 보자 다가오고..
문이 열린 룸 안... 창밖을 보고 있는 미주의 옆얼굴...
어느새 다가온 강모.. 민우와 맞서듯 선다. 가운데 열린 문으로 창밖을 응시하는 미주가 보이고..
강모와 민우, 그 사이에 보이는 미주의 옆 얼굴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