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의 문화유산 답사기행은 가야 재래시장에서부터 시작한다. 창원의 아파트 숲에서 생활할 때 집주변에서 텃밭을 일구는 할머니를 찾아가 밭을 한 이랑 빌려 채소를 가꾸던 적이 있었다. 그때 함안 가야시장에서 상추, 배추씨앗도 사고, 괭이 호미 등의 농기구를 구입하여 밭을 일구고, 고추, 가지, 오이, 호박모종을 사다 심고, 냄새 나는 것도 모르고 승용차로 퇴비를 실어다 채소를 열심히 가꾸었던 적이 있었다.
함안군 내에는 가야시장, 군북시장, 대산시장, 칠원시장 등이 있다. 대부분의 재래시장들은 유통구조의 변화와 산업화로 인한 인구 도시집중으로 농촌 인구가 점차로 감소함에 따라 그 기능이 점점 축소됐으나, 아직도 시골장터에서 느끼는 구수한 이웃들과의 어울림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가야시장은 함안군 가야읍 말산리 470-1 번지 2천200여평의 부지에 매월 5일 날을 기준으로 장이 서며, 군내에서 가장 큰장으로 외지 상인들이 많이 찾는다. 장날에는 아침 일찍부터 해질 무렵까지 장이 서며 쌀, 고추, 참깨, 마늘, 배추 등 주변에서 생산된 신선하고 청결한 농산물과 어물전, 의복류 등 기타 생활 필수품들이 거래되고 있다.
가야시장에는 장날만 식당 문을 여는 간판도 없는 허름한 쇠고기 국밥 집이 명물이다. 허름한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빨갛게 피어오른 연탄 불 가마솥에서 끓이는 국 냄새가 구수하다. 이차순(74)할머니가 평생 운영해온 식당은 음식 가격도 3천500원으로 싸서 장에 오는 시골 노인들에게 인기도 높지만, 장날 하루 문을 열기 위해 4일 동안 김치도 담그고, 밑반찬도 손수 만드는 할머니의 정성이 가득하다. 어려운 이웃 사람들에게 국밥을 나누어주는 할머니로도 소문이 나있다.
국밥 한 그릇을 먹고 군청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지방도로 1035번이다. 군청 앞 교차로를 10m쯤 지나면 사적 제84·85호 함안 도항·말산리 고분군으로 가는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잠시 오르면 길다란 능선으로 고분군이 이어진다. 고분군 지역에 올라서서 함안 들판을 바라보면 삼한시대 상당한 세력을 가진 집단이 존재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졌던 전남 나주의 반남 고분군을 떠올리게 한다.
사적 제84호 함안 도항리 고분군으로 발길을 옮긴다. 함안은 아라가야의 터전으로 기원전부터 사람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왔던 곳이다. 삼한시대 변진안야국이었다가 아라가야로 발전한 함안의 지형은 서쪽과 북쪽은 남강을 경계로 하고, 동쪽과 남쪽은 해발 600m가 넘는 9개의 산으로 병풍처럼 둘러 싸여 있어 남쪽이 높고 북쪽은 낮은 분지를 이룬다.
함안은 산으로 분지를 이루고 있어 남해의 진동만으로 나가는 길은 지금의 지방도로 1035번 좁은 계곡을 통과하는 길밖에 없었다. 함안의 이러한 지형은 이 지역에서의 고대사회 성장의 기반이므로, 함안 지역의 숱한 고분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함안의 중심지 가야읍 일대의 낮은 평야지대에는 주변의 산지에서 뻗어 내린 낮은 구릉이 부채살처럼 펼쳐지는데, 여항산으로부터 해발 200m 안팎의 봉우리들로 이어지는 능선의 말단부에 놓이는 것이 도항리- 말산리 능선이다.
해발 50m 안팎의 도항리-말산리 능선의 동쪽은 가파르나, 서쪽편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8가닥의 짧은 능선으로 가지를 치며 뻗는다. 이 주능선과 8가닥의 짧은 능선 정상부 위에 5∼6세기 대에 축조된 함안 아라가야의 대형 봉토분(封土墳)이 배치되어 있다. 도항리-말산리 고분군은 같은 능선에 밀접해서 분포하고 있는데, 행정구역상 도항리 고분군과 말산리 고분군으로 나누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