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 김동환 칼럼- 계묘년의 산책 서울둘레길-
산 자와 죽은 자와의 대화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가 되길
서울 둘레길은 도봉, 노원, 중랑, 광진, 강동, 송파, 강남, 서초, 관악, 금천, 구로, 영등포, 강서, 마포, 은평, 강북, 종로, 성북 등 18개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서울 둘레길’은 서울의 산과 강변을 두루 둘러가는 순환 길을 말한다,
서울 중심부를 연결하는 내사산 둘레길을 ‘한양 도성길’, 외곽을 연결하는 외사산 둘레길을 ‘서울 둘레길’이라 명명하고 있다.
한양 도성길은 내사산(內四山, 남산·낙산·인왕산·백악산(북악산))과 4대문, 한양 도성을 잇는 둘레길로 4개 코스, 총 18.6km로 이루어져있다.
외사산 둘레길은 외사산(外四山, 용마산·덕양산·관악산·북한산)을 중심으로 대모산, 수락산, 봉산, 아차산등 능선 위주의 ‘숲길’과 안양천, 불광천 등 제방이나 둔치길을 연결한 ‘하천길’, 공원과 녹지를 활용하여 연결한 ‘마을길’로 8개 코스, 총 157km로 이루어져있다.
잘 다듬어진 둘레길 중에 아직은 친숙하지 않은 곳이 동작동에 위치한 국립서울현충원 길이다.
정부각료나 정치인들만이 찾는 곳이 아니라 지금은 상도동 지역의 주민들이 산책하는 상도통문, 사당동에서 오를 수 있는 사당통문, 흑성동 주민과 연결되는 흑석통문과 동작통문, 비개통문, 지하철 4호선 4번 출구의 동문과 9호선 8번 출구를 통한 정문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설 수 있다.
인근 주민들이 자유롭게 현충원을 거닐면서 산책하는데 여타의 둘레길과는 다른 점은 매우 정숙하고 말소리를 낮춰가며 소담스럽게 누군가의 이야기를 경청하듯 잔잔하면서도 조금은 엄숙한 풍경이다.
계묘년의 어느 날 대통령도 살고 독립유공자, 장군과 장병들이 촘촘하게 살고 있는 이곳을 거닐었다.
자연스러움은 미흡하지만 묘지를 살짝 비껴나면 숲길이 있고, 현충천이라 명명된 작은 하천과 약수터도 있다.
동작구 현충로 210에 위치한 국립묘지는 6.25전쟁 이후인 1956년 개장되어 안장되면서 국군묘지, 1965년에는 국립묘지, 2006년에 현충원으로 변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23년 계묘년이니까 벌써 반세기를 지나 67년간 세월의 이슬을 맞은 곳이 여서인지 나름의 무게와 자연의 질서를 보여주는 곳이다.
대령이하 장교, 부사관, 병사, 군무원, 종군자, 재일학도의용군, 파월장병, 육탄 10용사 등 53,000위가 모셔진 장병묘역, 순직한 경찰관 840여위, 정치, 경제, 외교, 안보, 과학 분야에서 몸 바친 국가 유공자 70위, 화교인 장후이린과 위이쉬팡과 3.1독립만세를 대외에 알린 프랭트 스코필드 박사 등 외국인 3명도 모셔져 있다.
장군 묘역에는 육군 265위, 해군 51위, 공군 39위가 모셔져 있고 임시정부묘역에는 박은식 임시정부 2대 대통령, 신규식, 노백린, 김인전, 이상룡, 양기탁, 홍진, 총사령관 지청천장군 등 14위가 모셔져있다.
그리고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묘소와 문인으로는 유일하게 노산 이은상 시인도 만날 수 있다.
임시정부요인과 독립유공자 묘역, 국가원수 묘역 등을 지나면서 역사의 줄기를 따라 흘러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계묘년 새해 들어 첫 발길은 305위의 장군묘역이 아니라 장병들의 무덤 앞에 잠든 채명신(1926-2013년)장군 묘역이다.
“그대들 여기 있기에 조국이 있다” 작은 묘비명에 적힌 13자의 글자가 가슴을 후빈다.(채명신 장군과는 월남전 고엽제문제로 후암동 자택에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평소 사병을 전우라 호칭했던 채명신 장군은 "나를 파월 장병이 묻혀 있는 묘역에 묻어 달라. 파월 장병과 함께하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사병묘역(3.3㎡(1평)에 현충원 사상 최초로 장군묘역이 아닌 사병들과 함께 영원히 함께하고 있다.
‘오늘 죽어도 책임을 다 한다’는 1일 1생 좌우명으로 이한림 장군과 같이 호랑이 장군이며 강직한 용장의 한신묘역(1922-1996)도 들렀다.
한신장군은 평소 복지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장병들의 굶주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를 쓰고, 식량을 탈취하는 비리 지휘관들을 색출하는 등 청렴을 강조한 장군이었기 때문이다.
부부이지만 ‘영원한 동지’라는 묘비명이 있는 정치인 정일형(1904-1982/아들 정대철 국회의원)국회의장과 여성 첫 사시 합격자로 평생 여성인권운동을 펼쳤던 이태형 변호사(1914-1998년, 막사사이사이상, 국제법률봉사상)의 묘에도 들렀다.
문단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우리나라 문인 중에는 유일하게 현충원에 안장된 ‘가고파’의 노산 이은상(1903-1982)시인의 묘도 찾았다. 그리고 대한민국초대대통령 우남 이승만(1875-1965)박사와 프란체스카(1900-1992)여사, 박정희대통령(1917-1979)과 영부인 육영수여사(1925-1974), 김영삼대통령(1927-2015), 김대중 대통령(1924-2009)과 영부인 이희호여사(1922-2019)묘를 참배하며 새해 산책은 눈 쌓인 동작동 현충원으로부터 시작됐다.
◾대통령님 나라를 살려주세요 ◾민주주의 헌법을 지켜주세요 ◾우리나라를 살려 주세요 ◾하늘에서도 나라를 구해주세요 ◾국가를 망하게 하는 사람들을 심판하여 주십시오 ◾세상이 어지럽습니다. 도와주시옵소서 ◾세상이 너무 어렵습니다 ◾ 대통령이 현명하게 되게 도와주소서 ◾빈부 격차가 적은 나라를 만들어주세요 ◾이 나라를 행복한 나라로 만들어주세요 ◾두 분이 과거였고 미래였습니다 ◾큰 사람이 되겠습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가 되길 이라는 글도 적혀있다.
4인의 역대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방명록에 적힌 글들이 묘비위에 쌓인 흰 눈처럼 선명하다. 새해의 가야 할 길을 인도하는 듯하다.
(환경경영신문 www.ionestop.kr 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시인,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