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Ⅱ. 방법으로서의 변증법 Ⅲ. 변증법적 방법과 그 성격 1. 변증법적 운동 방법 1)보편에서 특수로의 운동 a)시원(Anfang) b)진전(Fortgang) 2) 특수에서 보편으로의 운동 2. 변증법적인 운동의 성격 1) 분석적인 방법과 종합적인 방법 2) 변증법적 방법의 원환적인 구조 Ⅲ. 결론 * 참고 문헌
Ⅰ. 서론
이 글은 변증법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한다. 헤겔이 체계화시킨 변증법은 철학사를 통해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이었으며, 동시에 가장 많은 비판과 비난을 받아 온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헤겔의 변증법은 존재에 관한 법칙인가? 아니면 단지 사유의 법칙일 뿐인가? 혹은 존재와 사유의 통일 위에서 전개되는 절대적인 이론인가? 여기에서는 논리학을 중심으로 변증법을 학문의 방법이라는 측면에 입각해서 고찰하고자 한다.
헤겔은 학문은 어떠한 반성되지 않은 전제로부터 시작할 수 없으며, 또한 학문의 방법에 대한 서술 역시 학문의 고유한 영역으로 보고 있다. 또한 헤겔은 단적으로 이러한 변증법적인 방법만이 학문의 참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그는 수학적인 방법을 철학에 도용하는 것에 대하서 많은 비판을 가하고 있다. 헤겔은 “현실적인 것, 자기자신을 정립하는 것, 자신 안에 생명을 지닌 것, 자기의 개념을 지닌 현존재가 철학의 요소요, 내용”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헤겔에 의하면 철학적인 요소나 내용은 운동해 가는 과정인 것이다.
헤겔은 논리학을 추진시키는 변증법적인 방법이 그것의 대상과 내용에 분리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헤겔은 이러한 방법의 과정을 따르지 않는 어떠한 서술도 결코 학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변증법적인 방법만이 학문의 참된 방법이라고 단언한 헤겔의 이러한 주장은 헤겔의 입장에 반대한 사람들에 의해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헤겔은 변증법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변증법적인 것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인식하는 것은 최상의 중요성을 지닌 것이다. 변증법적인 것은 현실성 속에서의 모든 운동, 모든 생, 모든 활동의 원리다. 또한 변증법적인 것은 모든 참된 학문적인 인식의 영혼이다.” 이러한 헤겔의 언급에 비추어 볼 때 헤겔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바로 운동, 활동성, 생이다. 즉 모든 현실적인 것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활동성을 지닌다는 점이다. 좀 더 정확하게 헤겔적으로 표현한다면 현실적인 것, 실재성은 바로 이러한 활동성, 운동을 통해서 획득된다. 활동성을 인식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오성을 초월하여 이성적인 인식의 영역에 해당된다. 따라서 헤겔에 의하면 변증법은 이러한 활동성으로서 존재하는 현실적인 것을 인식하는 이성의 참된 방법이다.
또한 헤겔은 자신의 논리학을 형식적인 논리학과 구분하고 있다. 형식논리학은 기본적으로 동일률과 이것의 또 다른 표현인 모순율에 입각해서 논리적인 엄밀함을 강조한다. 그러나 헤겔은 이러한 형식논리학의 규칙들은 단지 공허한 동어반복만을 주장할 뿐 우리에게 참된 인식을 제공해 주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헤겔의 변증법적인 논리학은 우리의 사유의 규정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과, 또한 이러한 사유의 규정들이 하나의 연역의 체계로 구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글은 전술한 바와 같이 변증법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하며, 이러한 변증법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현상하는지를 서술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하고자 한다. 우선 Ⅱ장에서는 헤겔이 논리학을 변증법적인 방법에 대한 서술로 규정한 점을 지적하고, 또한 헤겔에게서 방법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한 점을 고찰하고자 한다. 이러한 고찰을 통해서 헤겔의 변증법적인 방법과 여타의 방법과의 변별성이 지적될 것이다. 그리고 Ⅲ장에서는 변증법적인 전개과정의 단계를 고찰하고 변증법이 어떠한 성격을 지니는가를 서술하고자 한다.
Ⅱ. 방법으로서의 변증법
헤겔은 자신의 논리학은 순수한 사유, 즉 오직 자기자신만을 내용으로 삼는 사유, 따라서 사유이면서 동시에 사상 자체(die sache selbst)인 사유에 관한 학이라고 한다. 이러한 순수한 학으로서 논리학은 주객대립의 피안에 있다.
헤겔은, 사유와 대상간의 구별을 심화시켜 사유가 지신의 질료를 받아들이고 형식화하는 것은 단지 사유 자신의 변형일 뿐, 사유는 대상 전체에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한 비판철학을 비판한다. 헤겔은 이러한 입장에 따라 사유의 규정행위는 단지 사유에만 속하는 것이 되고 대항은 물자체로 남아 사유의 저편에 머물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철학적 입장들에 의해서 사유를 대상으로 하는 논리학은 사유 자체에 관계할 수 없고 단지 사유의 규칙만을 가르쳐야 한다고 여기게 되었다. 이에 대해 헤겔은 이러한 선입견이 마치 이성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한다고 믿는 오류를 제거하는 것이 바로 철학의 임무라고 언급한다.
“논리학은 원리로서의 순수한 사유의 논리학이다.” 이러한 사유는 존재와 의미를 대상으로 삼는다고 한다. 즉 존재는 객관적인, 대상규정적인 사유의 주제이고, 의미는 반성하는, 스스로를 인식해 가는 사유의 주제이다. 전자는 즉자적인 사유이고, 후자는 대자적인 사유이다. 이러한 사유의 양 주제는 개념에 의해서 통일된다. 따라서 개념은 즉자대자적인 사유이다. 이렇듯 논리학의 원리로서의 사유는 단지 형식으로서의 사유가 아니라, 즉자대자적인 사유,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개념이 스스로를 규정한다는 것은 곧 자기자신을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인식행위는 개념의 고유한 활동성이다. 개념을 다양한 술어들을 갖는 고정적이고 불변하는 주어, 점(Punkt)으로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개념은 끊임없이 자신을 인식해 가는 주체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정립되는 것, 즉 헤겔의 실체이다. 헤겔에 따르면 이러한 개념의 발전 과정은 변증법이라는 논리적인 구조를 갖는다. 헤겔은 논리적인 것의 형태를 추상적인 혹은 오성적인 측면, 변증법적인 혹은 부정적-이성적 측면, 사변적 혹은 긍정적-이성적 측면으로 나눈다. 이 세 가지의 측면들은 모든 개념적인 것, 참된 것, 논리적-실재적인 것의 계기를 이룬다. 우선 오성적인 측면을 살펴보자. 우리의 인식은 현존하는 대상의 구별을 규정함으로써 시작되며, 이렇게 대상을 최초로 규정하는 것은 바로 오성이다. 이러한 오성적인 측면은 “규정된 규정과 다른 것에 대립하는 규정성의 구별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오성적인 활동은 특수자에 대립해 있는 추상적인 보편성만을 낳고 이러한 대립을 고집한다. 따라서 오성적인 측면은 고정적이고 일면적이다.
이에 반해 이성은 서로 대립해 있는 오성의 규정들을 상호 연관시킨다. 이러한 이성을 헤겔은 변증법적인 측면과 사변적인 측면으로 나눈다. “변증법적인 측면은 그러한 유한한 규정들의 자기지양이고, 자기자신의 대립된 규정으로의 이행이다.” 규정성을 파괴하고 대립을 산출하는 변증법은 일상적으로는 모순이라는 한갓 가상만을 결과하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헤겔에 의하면 변증법은 사물과 유한한 것 일반의 오성규정의 참된 본성이다. 왜냐하면 규정적인 것은 그 자체 안에 부정태를 포함하는 것으로서 그 본성상 규정의 부정으로 서술되기 때문이다. 즉 오성의 유한한 규정은 외부의 어떤 것에 의해서 제한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고유한 본성에 의해서 지양되고 자신에 의해 자신의 대립물로 이행한다. “모든 유한한 것은 자기 스스로 지양하는 것이다. 따라서 변증법적인 것은 학문적인 진전의 운동하는 영혼을 구성하고 모든 내재적인 연관과 필연성을 학문의 내용으로 되게 하는 원리이며, 이 원리에 유한자의 참되고 외적이지 않은 고양이 놓여 있다.” 따라서 헤겔은 이러한 변증법적인 것을 올바르게 파악하는 것을 진리의 인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변증법이 부정적인 것을 산출하기는 하지만, 부정적인 것은 동시에 긍정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부정적인 것은 긍정적인 것에 의해서 결과되어진 것이고, 또한 부정적인 것은 긍정적인 것을 지양되어진 것으로서 자신 안에 포함하며, 이러한 긍정적인 것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은 이미 사변적인 측면의 근본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변증법은 긍정적인 결과를 갖는다. 왜냐하면 변증법은 규정된 내용을 갖기 때문이고 혹은 그들의 결과는 공허나 추상적인 무가 아니고 어떤 규정의 부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에 의해서 변증법적인 것은 사변적인 것으로 나아간다.
사변적인 것은 대립되어 있는 구정들의 통일성을 파악하고 대립된 규정들의 해소와 이행에 포함되어 있는 긍정적인 것을 파악한다. 물론 이러한 사변적인 계기는 넓은 의미의 변증법에 포함시킬 수 있다. 왜냐하면 사변적인 것을 가능하게 하는 원리도 변증법적인 측면과 마찬가지로 부정성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부정성을 원리로 삼는 변증법적인 것은 사변적인 것을 포함한다. 그리고 이 글에서 다루려고 하는 변증법도 사변적인 것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변증법이다.요컨대 사유의 필연적인 형식으로서의 변증법은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오성의 제한된 규정들을 매개시키고, 그럼으로써 규정들 간의 대립과 모순을 야기시키고 다시 이러한 대립과 모순을 극복함으로써, 더욱 구체적이고, 풍부한 규정에로 나아가는 과정의 논리이다.
그런데 헤겔에게서 이러한 부정의 힘에 의해서 진행되는 개념의 발전의 논리적인 형식, 규정들의 종합의 논리적인 구조인 변증법은 학의 방법이다.
논리학의 내용의 재적인 자기운동은 위에서 밝혔듯이 사유의 자기운동이며, 사유의 자기운동의 논리적인 형식인 변증법적인 방법은 원리로서의 사유의 논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헤겔에게서 변증법적인 방법은 논리학의 원리를 이루는 사유의 본성이다.
헤겔은 철학에 대한 욕구는 대립을 지양하고 세계를 생성으로서 파악하고자 하는 시도이며, 이성은 분리되어 있는 것을 무한한 활동성을 통해서 결합시킨다는 사상을 자신의 철학체계에 끝까지 투영시키고 있다.
헤겔은 이러한 변증법만이 학문의 참된 방법일 수 있다고 말하는 데 그것은, 변증법이란 바로 내용이 갖고 있는 운동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방법이란 개념의 운동 속에서 표현되며, 이러한 운동의 통일과 필연성 속에서 파악되는 사상 자체이다.
Ⅲ. 변증법적 방법과 그 성격
1. 변증법적 운동 방법
앞장에서 개념의 자기 규정의 과정, 개념의 운동을 변증법으로 규정했으며 또한 개념이 스스로를 규정해 가는 과정은 곧 개념이 자기자신을 부정해 가는 과정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여기서는 이러한 개념의 운동이 전개되는 구체적인 형태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일상적으로 헤겔의 변증법은 세 개의 단계를 갖는 것으로 설명된다. 즉 정립, 반정립, 종합이 그것이다.그런데 이러한 변증법의 세 계기는 이중적인 방향을 취한다.“ 하나는 보편자의 특수인 규정이 해소되는 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이러한 특수를 산출하는 운동이다.” 후자의 운동은 보편에서 특수로의 운동으로서 최초의 개념규정에서 두 번째의 개념규정에로의 이행이고, 전자의 운동은 보편의 부정으로서의 특수가 다시 보편을 회복함으로써 구체적인 보편인 개별자로 되는, 즉 특수에서 개별에로의 이행이다.
1)보편에서 특수로의 운동
a)시원(Anfang)
“시원은 시작이기 때문에 그것의 내용은 직접적인 것이고 물론 그러한 직접적인 것은 추상적인 보편성의 의미와 형식을 지닌 것이다.”
위의 시원에 대한 헤겔의 정의에 의하면 모든 시원은 일반적으로 직접성이라는 규정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시원의 내용은 직접자이다. 이러한 시원의 직접성은 단적인 시작이고 그리고 운동의 시작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원으로서의 직접성이 어떤 성격을 지닌 운동의 시원을 이루는가에 따라서 직접성의 형식이 다르게 규정된다. 즉 감성적인 직관에서의 직접적인 것은 다양한 것과 개별적인 것이고, 개념적으로 파악하는 사유로서의 인식에서의 시원은 사유의 요소 속에 있는 것이어야 한다. 헤겔은 개념적인 사유의 요소가운데 존재하는 직접자는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형식을 지닌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사유에서의 시원은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형식을 지닌 직접자이다.
시원의 직접적인 보편성이라는 규정은 “그 만큼 존재의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존재는 바로 자기자신에 대한 추상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헤겔은 직접성 일반, 단순하고 추상적인 보편성 자체를 존재하고 명명한다. 왜냐하면 존재는 단순한 자기관계이고 직접적인 자기와의 통일이기 때문이다. “사유가 이러한 그의 순수한 자기동일성 즉 그의 순수한 존재를 사유하기 시작하는 것은 절대적인 방법의 시작에게 주어질 수 있는 유일한 규정성이다. ” 그러나 이러한 시원의 직접적인 자기동일성은 단지 추상적인 규정이고 공허한 규정일 뿐이다. 따라서 시원은 그 자체로 결함을 지닌 것이며, 그만큼 운동에 대한 충동을 지닌 것이다.
이제 시원을 논리적인 개념의 운동의 관점에서, 즉 절대적인 방법의 지평에서 고찰해 보자. 개념의 운동의 시작으로서의 시원은 자신의 근거를 다른 것에서 가질 수 없는 것이며, 또한 이후의 전개가 바로 이 시원에서 내재적으로 비롯되어야 하는 근거이다. 개념의 전개가 시원에서 비롯되는 내재적인 운동이기 위해서는 시원은 스스로 발전하는 보편성 이여야 하며, 따라서 시원은 구체적인 총체성 이여야 한다.실제로 추상적인 보편자 자체는 다양하고 개별적인 것을 추상한 것으로서, 이미 부정을 지닌 것으로 정립된 것이다. 따라서 추상적인 보편성은 그 자체 안에 이미 즉자적인 구별을 지닌다. 이제 이러한 자체 내에 구별을 포함하고 있는 구체적인 총체성은 단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는 자이다. 즉 구체적인 총체성은 자기자신에 대한 규정행위를 통해서 자신 안에 즉자적인 것으로 함축되어 있는 구별을 정립하게 된다.
b)진전(Fortgang)
위에서 절대적인 방법의 시원은 그 자체로는 추상적인 보편성을 지니는 것으로서 규정했고, 이러한 추상적 보편성은 절대적인 방법의 전개의 측면에서는 즉자적인 구체적인 총체성이며, 따라서 자체 내에 구별을 함축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렇게 절대적인 방법의 시원을 이루는 구체적인 총체성이 자체 내에 구별을 지닌다는 것에 대한 반성은 그 자체로 두 번째 규정에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최초의 것에서 두 번째 규정에로의 이행은 최초의 보편자 자신의 특수로의 자기규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특수는 바로 보편자의 부정으로서 보편자의 타자인 셈이다. 따라서 시원의 보편성은 하나의 계기로 전락되고 시원 자신은 자신의 타자에로 이행한다. 헤겔은 보편적인 최초의 것이 즉자대자적의로 고찰되었을 때, 최초의 것이 자기자신의 타자로 밝혀진다는 것은 “최초의 직접자가 재개된 것으로서 타자와 관계하는 것으로 정립되거나 혹은 보편자가 특수한 것으로 정립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최초의 부정, 최초의 것이 타자, 직접적인 것의 부정자는 추상적인 보편자 자체가 구체화되고 보편자 자체가 스스로 규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최초의 것의 부정이라는 규정은 “최초의 것이 아니다‘ 는 의미와” 최초의 것의 고유한 규정성“ 이라는 두 가지의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이러한 부정적인 것에서 최초의 것은 부정되지만, 동시에 이러한 부정적인 것은 최초의 것의 부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정적인 것은 단순한 무가 아니라 최초의 것의 부정으로써 자신 안에 최초의 것을 포함하고 있다.
최초의 것의 부정으로서 산출된 두 번째 규정은 시원의 직접성의 부정으로서 매개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매개된 것은 최초의 것을 자신 안에 포함하고, 그 자체가 관계이기 때문에, 매개된 것은 최초의 것에 부정적으로 관계한다. 이러한 부정은 이제 두 번째 것의 활동이다. 따라서 매개된 것은 동시에 매개하는 것이다. 이러한 매개된 것과 매개하는 것의 통일로서의 두 번째 규정은 본질적으로 자신의 타자에 관계하는 것으로서 정립되며, 자체 내에 대립된 규정을 포함하기 때문에 모순을 지닌다.
요컨대 최초의 변증법적인 것은 직접적인 것이 자신 안에 포함하고 있는 즉자적인 구별을 정립함으로써, 특수자를 산출하는 것이었다면, 이와 반대로 두 번째 단계의 변증법적인 것은 대립하는 두 규정을 자체 내에서 포함하는 모순으로서의 두 번째 규정이 자신 안에 즉자적인 것으로 함축하고 있는 통일을 정립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립된 규정의 통일을 정립하는 것은 바로 모순의 지양을 의미하며, 변증법적인 운동의 결과를 산출하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2) 특수에서 보편으로의 운동
지금까지 시원과 시원의 타자로의 내재적인 이행을 가능하게 한 것은 ‘부정성’임을 보았다. 따라서 부정적인 것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관계는 곧 부정의 부정, 절대적인 부정이다. 이러한 부정의 부정은 운동의 전환점을 산출한다. 즉 시원에서의 운동은 보편성의 특수를 산출하는 운동이었으나, 이제 도달한 부정의 부정은 스스로를 지양하는 모순으로서 최초의 직접자, 보편성의 회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정의 부정은 모순의 지양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순의 지양을 통해서 회복된 보편성, 긍정적인 것은 “타자존재에 의해서 실재화되고 이러한 실재성의 지양에 의해서 자기자신과 합치되면서 자신의 절대적인 실재성, 자기자신에 대한 단순한 관계를 회복한 개념이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는 진리이다.” 이렇게 타자존재와 타자존재의 지양에 의해 매개된 직접성은, 구체적으로 된 보편성, 즉 개별이고, 직접성과 매개의 통일이다. 따라서 이러한 보편성은 정지한 것이 아니고 활동적인 통일이다. 이러한 개념의 운동은 최초의 보편성을 회복함으로써 자기자신 내로 복귀한다. 또한 운동과정 속에서의 계기들의 통일로서 정립됨으로써 결과에서의 보편은 다시 자기자신과의 직접적인 동일성으로, 즉 직접적인 것으로 된다. 이러한 직접적인 것은 다시 시원을 이룬다. 즉 변증법적인 운동은 시원이 타자와의 매개과정을 통해서 다시 자기자신에로 복귀하게 되는 원환적인 구조를 지닌다.
2. 변증법적인 운동의 성격
1) 분석적인 방법과 종합적인 방법
헤겔은 최초의 일반자가 그것의 즉자대자태에 대한 고찰 속에서 그 자신의 타자로 규정되는 이 운동을 종합적일 뿐만 아니라 분석적인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분석적인 방법에 의해서는, 방법은 직접적인 것에서 시작하고 이 직접자는 객관적인 보편자로서 사유되고 이행에 있어서 진전된 규정을 어떤 타자로부터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고, 방법은 단지 이러한 내용, 개념 자체로부터 전개된다. 종합적인 방법은 사태의 규정들로서의 상이한 규정들을 정의들, 분류들, 정리들, 등등으로 결합시킨다. 절대적인 방법이 종합적인 태도를 취하는 한, 방법은 하나의 보편자안에 정립된 규정들을 상호 관계시키며, 필연적인 연관들의 통일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사유하는 개념의 통일을 성취한다.
또한 헤겔에 의하면 이러한 분석적이면서 종합적인 판단의 계기에 의해서 시작인 보편자가 스스로를 자기자신으로부터 자신의 타자로 규정하게 되는데, 이러한 것을 변증법적이라고 한다. 특히 변증법은 모순, 대립을 종합하는 논리로 여겨져 왔지만 변증법이 모순율을 무시한 종합의 논리인 것은 아니다. 변증법은 종합의 논리이기 이전에 모순율을 공리로 하는 분석의 이론이다. 따라서 변증법은 종합의 방법임과 동시에 분석의 방법이다.
2) 변증법적 방법의 원환적인 구조
앞장에서 변증법적인 이행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계기들로서 나타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미 지적하였듯이 개념의 변증법적인 전개는 원환적인 구조를 띤다. 즉 변증법적인 운동에 있어서 최초의 것은 최후의 것이고 최초의 것은 최후의 것이다. 이제 헤겔이 변증법적인 전개 과정을 궁극적으로 원환적인 구조로 설정하게 된 논리적인 배경과 함께, 과연 변증법적인 방법의 전개와 원환적인 구조가 필연적으로 연관되어 있는가에 대해서 살펴보자.
헤겔은 앞으로 나아가는 진전이 오히려 그러한 진전의 근거였던 것에로 복귀하는 것이라는 점에 의해서 시원의 성격은 규명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원으로서의 단순한 직접성은 또한 근거여야 한다. 시원은 자기자신의 외부에 자신의 근거를 갖지 않는 것이며, 따라서 시원은 근거 지워지지 않은 직접적인 보편자이며, 자신의 근거지움을 진전 속에서 운동 자체에서 경험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진전은 근거에로의 복귀인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시원은 이후의 운동의 유일한 근거이고 그 차체로 운동으로 규정된다.
“헤겔의 생각은 일단 직접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이 매개된 것으로 드러나고 그 결과는 다만 최초의 일반자에 대해 보다 풍부한 형식만을 부여할 뿐으로써, 이 일반자의 결과는 최초의 이 일반자와 변함없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논리학도 오직 절대적인 이념 속에서 그의 시원으로서의 단순한 통일로 복귀하였거니와, 즉 처음에는 그 속에서 모든 규정성이 불식되어 버리거나 추상에 의해서 제거돼 버린 듯이 보이던 다름 아닌 존재의 순수한 직접성이 이제는 매개를 통해서, 다시 말하면 바로 이 매개의 지양을 통해서 이념과 합치되는 자기동등성에 다다른 이념이 된 것이다.”
따라서 결과는 시원적인 것이 규정되었던 바와 같은 성질의 것으로 된다. 단순한 자기관계로서의 이 결과는 보편일 뿐더러 또한 이 보편의 변증법이고, 매개를 형성하는 부정성은 이 보편성 속에서 단순한 규정성이 되며 이 규정성은 다시 시원일 수 있다.“
Ⅲ. 결론
지금까지 헤겔의 변증법적인 방법의 계기와 그것의 성격에 대한 것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작업은 헤겔의 논리학이 기본적으로 방법에 대한 서술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에 입각해서 이루어졌다. 특히 변증법적인 방법의 계기들이 도출되는 과정을 서술하는 작업을 통해서, 한 계기에서 다른 계기로의 이행을 주도하는 것은 ‘부정의 이론’이라는 점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는데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순수한 사유를 대상으로 하는 논리학은 주관과 객관이 통일되어 있는 순수의 지평에서 전개된다. 따라서 논리학에서 서술되는 사유규정들은 대상에 외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지식과 사상에 대한 지식이 통일되어 있는 사유,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은 스스로 자기규정을 행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개념은 스스로 자기규정을 행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자기규정함을 통해서 실재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규정이라는 것은 곧 자기를 부정하는 것이며, 이러한 자기부정 속에서도 개념은 자기 동일성을 유지한다. 또한 이러한 개념은 자기부정이라는 활동성을 통해서 자신의 실재성을 확보하는 실체이다. 이러한 활동성은 변증법적이다. 개념의 자기자신에 대한 규정행위 속에서 자신의 실재성을 확보해 나가는 이러한 변증법적인 활동성은 곧 사유의 활동이다. 그리고 이 활동의 필연적인 형식을 나타내는 변증법은 곧 사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이 있다. 즉 변증법은 학의 방법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증법적인 방법은 상호규정성, 상호근거지움의 관계에 있는 규정들의 필연적인 종합을 산출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종합에 있어서 변증법적 방법, 사유의 원리를 이루는 것은 부정이다.
부정의 원리에 의해서 진행되는 변증법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진행된다. 첫째는 보편에서 특수에로의 진행이고 둘째는 특수에서 보편으로의 복귀이다. 변증법적인 방법의 시원은 추상적 보편성의 형식을 지닌 직접자이다. 이러한 추상적인 자기동일성을 지닌 이러한 직접자가 자기 내 반성을 통해서 자기부정을 하게 되고 이러한 것의 결과로서 자기자신의 부정태, 특수자로, 즉 자기자신의 타자에로 이행한다. 이렇게 해서 산출된 두 번째 것이 부정태는 그 자체로 타자로서 자기자신 안에 최초의 것을 포함하는데, 두 번째 것 자체는 관계로서 존재한다. 이러한 두 번째 것은 매개된 것이며 또한 자기자신 안에 포함되어 있는 최초의 것에 부정적으로 관계하는, 매개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 안에 대립된 규정을 포함하기 때문에 모순을 지닌 것이 된다. 따라서 특수에서 보편으로 복귀하는 운동이 대두된다. 말하자면 이 운동이란 부정성에 의해 표출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터인데, 부정성이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처럼 운동으로 표출되는 부정적인 것에 대한 부정적인 관계는 이중적인 부정 즉 절대적인 부정이고, 이러한 부정에 의해서 모순은 지양되고 다시 보편자에로 복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운동의 과정을 거쳐 복귀된 보편자는 자신의 추상성을 자신의 자와의 매개과정을 통해서 극복한 것으로서, 구체적인 보편자, 개별자이다.
따라서 이러한 변증법적인 방법은 분석적인 방법과 종합적인 방법이 통일되어 있는 절대적인 방법을 이룬다. 즉 절대적인 방법은 외적인 반성을 행하는 것이 아니고 규정을 대상 자체로부터 받아들이며 또한 이러한 규정을 통해서 타자가 제시된다. 따라서 변증법적인 방법은 분석적인 방법과 종합적인 방법이 통일되어 있다. 또한 변증법적인 운동의 결과는 다시 시원에로 복귀하며 이러한 시원은 결과로부터 근거 지워진다. 그것은 변증법적인 방법이 후진적인 논증방식을 취하는 원환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변증법적 방법의 본질적인 성격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그것은 변증법적인 방법의 계기들이 상호배척, 상호제한에 의해서 규정된다는 측면과 이와 같은 것을 가능하게 하는 ‘부정’의 원리이다. 즉 헤겔에게 있어 규정한다는 것은 한계를 지니게 된다는 것, 즉 부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규정은 자신의 대립자,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서만 규정성을 획득할 수 있다. 이 대립자들은 모순에로 첨예화되고, 다시 부정에 의해서 모순은 지양되고 대립자들은 통일된다. 즉 헤겔에게서 사유의 규정들은 부정의 원리에 의해 이루어지는 ‘운동’에 의해 비로소 자신의 규정성을 획득하고 발전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참고 문헌
강대석 독일 관념 철학과 변증법 서울 한길사 1988 이강조 “헤겔 정신현상학에 있어서 변증법의 본질” 경북대 박사학위 논문 1981 이석윤 “변증법에 관한 연구” 인문과학 논문집 2권 충남대 인문과학 연구소 1975 pp 81-95 박희선 “헤겔의 변증법적 방법에 관한 연구” 숭실대학교 대학원 석사논문 1992 B. 러셀/ 최민홍 역 서양철학사 下 집문당 1995 쿠르트 프리틀라인 지음/ 강영계 옮김 서양철학사 서광사 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