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의 우리말글 사랑
한글 병용인가 한자 전용인가?
이대로(나라임자 idaero@hitel.net)님은 연로하심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말글 살리는 겨레 모임' 공동대표로서 정열적으로 '우리말 사랑' 운동을 전개하시면서 '한자병용 반대' 투쟁에 대해 적극적으로 활동하시고 계십니다. 대자보는 '우리말사랑 운동'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대로 님의 칼럼 `우리말글 사랑'을 신설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제헌절이다. 제헌절은 처음 헌법을 만들어 공포한 날을 기념하여 법의 존엄성을 되새기고 법을 잘 지키자는 다짐을 하는 날이다. 민주국가는 법치국가라고도 한다. 그 만큼 법을 잘 만들고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제헌절을 국경일로 정하고 국회에선 기념식도 한다. 국경일은 단순한 노는 날이 아니고 온 국민이 잔치를 벌리고 축하하는 날이다.
그런데 방금 제헌절 행사 중계방송을 보니 초라하기 그지없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늦잠하고 있는가? 왜 국경일 행사에 참석치 않는가? 제헌절 기념식은 국회의원들만 형식적으로 하는 나라, 대한민국이다. 돈 있고 권력있는 자에겐 법은 있으나 마나이고 힘없는 서민들만 겁주는 것이 대한민국 법이다. 돈 있고 권력있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정치인,고급 공무원들이다. 적어도 검찰총장도 경축행사에 참석해야 되고 검찰청과 법원에서 판검사들이 모두 참석하여 경축식을 해야 한다.
법은 지위가 높든 낮든 누구나 지켜야 하고 어떤 법은 지키고 어떤 법은 안지켜선 안된다. 모든 이는 법 앞에 평등하고 법을 지켜야 한다. 안 지켰을 때도 누구나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 돈 많고 권력 있는 이는 처벌받지 않고 힘없는 서민만 처벌해선 안된다.
그런데 우리 나라 법은 힘있고 돈있는 사람들은 법을 지키지 않고 힘없는 서민들만 잡는다고 한다. 또 서민들은 법을 몰라 못지키고 힘있는 자들은 법을 무시하고 안지킨다. 그래서 이 나라는 법이 제대로 서지 못하는 나라이고 돈 많고 권력 쥔 사람들에게 법이 짓밟히는 세상이다. 그런 것이 한 둘이 아니다.오늘 나는 법을 먼저 잘 지켜야 할 기관인 법은 만드는 국회와 법을 시행하는 정부가 법을 지키지 않는 실례를 소개한다.
1948년에 만든 대한민국 법률 제6호는 [대한민국의 공용문서는 한글로 쓴다. 다만, 얼마동안 필요할 때에는 한자를 병용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대통령령과 국무총리 훈령으로 한글전용법을 잘 지키라는 규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1957년 12월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1958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한글전용 실천요강은 [공문서는 반드시 한글로 쓰고 각 기관 내에 각종 표지는 한글로 쓰고 사무용 인쇄물과 등사도 한글로 하고 사무용 각종 직인도 한글로 쓴다]고 되어있다. 또 1968년 국무총리 훈령 제68호도 공문서를 한글로 쓰라는 정부공문서 규정(대통령령 제2056호,1964년 2.24)를 철저히 지키고 공문서뿐만 아니라 정부가 발행하는 기타 각종 표현물(표어, 포스타, 현수막, 아취 간판, 정부 간행물, 신문 및 잡지 등에 게재하는 공고, 광고문 등)을 한글로 쓴다고 규정하고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와 정부가 이 법과 규정을 떡 먹듯이 위반하고 그것을 알려주고 지키라고 해도 듣지 않고 있다. 이른바 중앙 행정부처와 국회엔 온통 위반 투성이다. 나는 아래 위반 내용을 김종필 국무총리에게 시정할 것을 내용증명으로 몇 달 전에 보냈으나 회신은 말할 것 없고 오히려 그 한글전용법을 무시한 한자병용 공문서 규정을 강행하고 있다.일부러 국민의 소리를 무시하고 시정을 하지 않으니 직무유기이며 직무태만이며 권력을 남용하고 횡포까지 부리는 본보기이다. 며칠 전 나는 국회에 가서 `벌률 문장을 한글로 써 달라는 청원'을 접수하고 접수증을 받았는 데 온통 한자혼용이다. 국회에 각종 안내판과 문패, 또 회의장 이름패들이 한자로만 써있다. 모두 한글전용법을 무시하고 위반한 것이다.
어떤 이는 국회에 보낸 보고서나 민원인에게 준 접수증은 공문서가 아니라고 말한다. 공문서는 결재서류나 민원 회신만 공문서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공문서는 개인 편지 같은 사문서의 반대말로서 공공기관에서 쓰는 모든 문서는 공문서이다. 며칠 전 검찰들이 회의를 하면서 [全國檢事長會議]라는 걸게막을 회의장 앞에 써 부치고 있고 세무서장들도 [全國稅務署長會議]라고 써 붙이고 회의하는 것이 방송에 보이는데 모두 한글전용법과 정부공문서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법은 크던 작던 모두 누구나 지켜야 한다. 한글전용법은 별 것이 아닌 법으로 생각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법이다. 한 나라의 문화문명의 운명을 좌우하는 법이며 안지킬 때 수천억 수백조 원의 민족적 손실을 준다. 한글전용법 위반은 신창원의 범법보다 더 나라와 겨레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온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는 범법행위이다. 1948년 최초 헌법 초안은 한글전용으로 되어 있으며 지금 국회에 기념으로 보관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며 국회의장과 국무총리는 한글전용법을 철저히 지킬 것을 나라임자 이름으로 요구한다.
국회의장과 국무총리를 비롯한 많은 정치지도자들이 법을 무시하고 잘 지키지 않으니 탈옥수 신창원이 죄인으로 보이지 않고 있다. 부정축재 전과자가 국회의장, 국무총리, 대통령, 장관, 도지사였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아래 국회가 한글정용법과 공문서 규정을 위반한 하나의 증거다. 접수증이 완전히 한자로 되어있었다.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필자가 접수하러 갔으니 접수자 이름과 내용을 한글로 썼지 다른 사람들이 갔으면 한자로 썼을 것이다.
接 受 證 ----------- 件 名: 법률 문장을 한글로 써주기 바라는 청원 請願者: 허웅 (한글학회 회장)외 9인 紹介議員: 정문화 의원 외 2인 部數: 청원서와 첨부자료 10부 上記 請願을 接受하였음을 정히 確認함. 199 . 7 .7 . 國會事務處 立法民願課 請願擔當 (印) 02) 788-2453,2154 FAX 788-3346
행정자치부의 많은 수의 공문서에서 조사를 제외한 모든 글자를 한자표기하고 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한자편애라고 하지만 이는 명백한 한글전용법 위반이다. 김종필씨가 국무총리가 선임되고부터 한자표기가 더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난 김총리에게 시정할 것을 건의했으나 몇 달이 지나도 회신이 없다. 국무조정실장 [정해주]라는 이름의 [주]자는 컴퓨터에 없는 글자여서 [물水변에 舟주]라고 한 꼴을 보라! 그런 실정인 데 주민등록증에 이름을 한자 병기하겠다고 지난 4월에 통과한 주민증법을 다시 고치겠단다. 이런 행정 낭비, 주먹구구식 정치하는 나라가 이 나라말고 세계 어디에 또 있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는 소리까지 외면하면서 말이다. 참으로 슬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