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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앙리 메이야크 및 뤼도비크 알레비의 희극 <레베이용 Le reveillon>
(크리스마스 이브나 섣달 그맘 저녁에 열리는 가장무도회나 대만찬회를 일컫는 말)
대본 카를 하프너 및 리하르트 주네 / 독일어
초연 1874년 오스트리아 빈
배경 19세기 말 대도시 근처의 어느 온천 도시
<1990년 12월 31일 로열 오페라 / 영어 버전 / 197분 / 한글자막>
로열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리차드 보닝 지휘 / 존 콕스 연출
조안 서덜랜드 로열 오페라 고별 공연 특별 출연 : 조안 서덜랜드 & 매릴린 혼 & 루치아노 파바로티
가브리엘 폰 아이젠슈타인.........돈 많은 남자...........................................루이스 오테이(테너 부포)
로잘린데................................아이젠슈타인의 아내................................낸시 거스타프슨(소프라노 리리크)
아델레...................................아이젠슈타인 집의 하녀............................주디스 하워스(소프라노 레제로)
알프레트................................오페라 가수. 로잘린데의 옛 연인................보나벤추라 보토네(테너)
팔케 박사...............................공증인. 아이젠슈타인의 친구.....................앤서니 마이클-무어(라이트 바리톤)
블린트 박사............................아이젠슈타인의 변호사.............................존 돕슨(테너 부포)
프랑크...................................교도소장................................................에릭 가레트(바리톤)
오를로프스키 공......................부유한 러시아 공작..................................요헨 코발스키(카운터테너, 원래는 베이스)
프로슈...................................교도소 간수............................................존 세션즈(대사 역)
이다......................................아델레의 사촌 여동생...............................글레니스 그로브스(소프라노)
이반......................................오를롭스키 공작의 하인............................피터 아르세어(대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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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내지 해설>
이 오페레타의 줄거리는 올로프스키 공작이 주관하는 가면 무도회를 둘러싸고 진행되는데, 존 콕스가 연출한 이 작품에서 무도회는 오래된 극장에서 열린다. 격조 높은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1막을 통해서 각 등장인물이 마법처럼 올로프스키의 무도회에 모여든다. 하녀인 아델레는 동생인 이다로부터 초대받지만 저녁에 집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 아주머니가 앓아 누워있다는 서글픈 이야기를 꾸며낸다. 그녀의 주인인 아이젠슈타인은 그 다음 날 아침에 감옥에 들어가서 일주일 동안 형을 살아야만 한다. 하지만 그의 친구인 팔케 박사는 아침까지 남은 몇 시간 동안 올로프스키의 무도회에서 마지막 자유를 즐기자고 말한다. 그러나 팔케는 자신이 꾸민 계략을 실행하는 것뿐이다. 그는 4년 전에 아이젠슈타인과 함께 가장무도회에 갔다가 돌아가는 길에 술에 취해 박쥐 분장을 한 채로 길에서 잠이 든 적이 있다. 그때 아이젠슈타인이 자신을 깨우지 않고 혼자 가버려서 망신을 당했던 일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복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알아챈 팔케는 아이젠슈타인의 부인인 로잘린데 역시 비밀리에 초대하여 무도회 중에 다른 여자와 시시덕거리는 아이젠슈타인을 의심하게끔 만들려고 한다. 그녀가 남편이 곧장 감옥으로 간다고 믿고 그에게 눈물 가득한 작별을 고하자마자 미리 약속한 대로 옛 애인인 알프레도가 나타난다. 그러나 그들이 샴페인의 노래를 불러대며 즐거워하고 있을 때 형무소장인 프랑코가 예고없이 나타난다. 그는 알프레도를 아이젠슈타인으로 생각하고 체포해 데려간다.
2막에서 가장 무도회가 진행되고 있을 때 팔케 박사는 자신의 계획을 완벽하게 달성하고 있다. 아이젠슈타인, 로잘린데, 프랑크, 아델레는 모두 가짜로 꾸민 신분과 가면 뒤에서 유명하게 된다. 아이젠슈타인은 주인 마님의 화려한 옷을 입고 여배우 행세를 하고 있는 자기 집 하녀인 아델레와 시시덕거리고 있다. 그는 프랑크와 친하게 되지만 형무소장인 건 모르고 있다. 마침내 지신의 부인인 로잘린데가 헝가리의 백작부인으로 가장하고 들어오지만 그는 변장을 꿰뚫어 보지는 못한다. 그러나 로잘린데는 자신의 남편을 알아보고 그와 희롱을 주고받는 동안 금으로 된 주머니 시계를 빼앗는데 성공한다. 이 시계는 그가 바람을 피웠다는 증거물이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 샴페인을 마셔대면서 형무소에 입소해야 할 6시가 가까워온다. 아이젠슈타인은 구류형을 복역하기 위해 서둘러 사라진다.
3막의 배경은 형무소이다. 모든 등장 인물들이 차례대로 이곳으로 찾아 들어온다. 아델레는 자신의 연극적 재능을 키워줄 후원자로서의 가능성을 생각하며 술 취한 프랑크를 쫓아온다. 아이젠슈타인이 도착하였을 때 그는 놀랍게도 자기 대신에 알프레도가 잡혀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나서 로잘린데가 나타나 백작부인으로 가장한 것을 벗는다. 아이젠슈타인은 자기가 이제껏 아내를 희롱한 얼간이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지만 팔케는 로잘린데와 그녀를 연모하는 알프레도의 밀회를 폭로한다. 팔케는 계획했던 대로의 효과를 얻었다. 아이젠슈타인은 용서를 빌며 로잘린데는 모든 것은 샴페인 탓이라며 그의 용서를 받는다. 출연했던 모든 사람들은 다음 번 무도회를 고대하면서 피날레인 "탓할 것은 샴페인...! Champagner hat's verschuldet...!"에 가세한다.
=== 요한 슈트라우스 2세 Johann Strauss === <내지 해설>
<박쥐>는 왈츠의 왕이 무대 공연을 위해 만든 작품들 중 음악적으로 최고의 절정에 달한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1825~1899)는 그의 아버지인 요한 슈트라우스가 악단장으로서 시작했던 일, 즉 비엔나 왈츠를 공연 무대와 댄스 홀에 적당한 음악 작품으로 알려 보급시키는 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슈트라우스는 곧 비엔나에서 유명하게 되었으며 수없이 많은 왈츠와 폴카, 행진곡과 쿼드릴, 마주르카와 갤럽으로 인해 그의 이름은 오스트리아 전역으로 급속히 알려졌다. 그가 만든 왈츠곡들 중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빈 숲 속의 이야기>, <술, 여자 그리고 노래>를 비롯한 많은 곡들이 현재까지도 예전과 다름없는 큰 인기를 누리며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인디고와 40인의 도적>과 <로마의 카니발>은 극장에서 첫 성공을 거둔 거의 오페레타이다. 그러나 슈트라우스가 인기 있는 극작가들의 선두주자가 된 것은 1874년 오페레타 <박쥐>의 초연 이후였다. <여왕의 손수건>과 <베니스의 하룻밤>, <집시 남작>을 발표하면서 '오페레타의 왕자'라는 자신의 명성을 더욱 확고히 하였다. 슈트라우스는 <박쥐>와 이후의 <집시 남작>에서 흥미있는 대본에 불과한 것을 생기발랄한 댄스 선율에 대사가 곁들여진 메들리 곡 이상을 갖춘 작품으로 탈바꿈시키는 데에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재능을 타고 났는지 입증하였다. 또한 이 작품들을 보면 그가 극중 인물들에게 음악적 명확성과 극적인 긴장감을 부여하는 것에도 역시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작품 해설 === <내지 해설>
오페레타 <박쥐>의 원작은 로드리히 벤딕스가 쓴 익살스러운 독일 희극 <감옥>으로 이 희극은 프랑스 인기 작가인 앙리 메이악과 뤼도빅 알레뷔가 <르 레베용>이라는 표제를 붙여 성탄 전야 가장무도회로 변형시켰다. 그후 비엔나의 대본가인 카를 하프너와 리샤르 주네는 슈트라우스를 위해 이 두 작품을 모델로 하여 비엔나 상류사회의 생활과 사랑을 폭로하는 방식으로 꼼꼼하고 예리한 코메디를 만들어 내었다. 그러나 상류 사회 인사들은 가볍게 받아들이거나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다고 하는 이 작품에 분개하였다.
요한 슈트라우스는 자신의 작품을 쓰는 데에 마음과 영혼을 쏟아 부었다. 현대의 평론가들조차 작곡가가 42일 만에 유쾌한 <박쥐>를 만들어 내야 했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짧은 창작의 봇물은 단지 관현악 편곡만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슈트라우스 학자들은 그가 작곡한 다른 작품들과 시간을 비교하여 <박쥐>가 1873년 8월말에 작곡되기 시작했으며, 첫 번째 초안은 최소한 10월 말에 완성되었을 것이라고 유추한다. 슈트라우스는 콘서트 지휘자였기 때문에 무대에서 요구되는 것과 예측을 불허하는 변동 사항 등에 다소 생소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서 <박쥐>를 작곡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대본가이면서 작곡가이기도 했던 리샤르 주네와의 두터운 친분 관계를 급격히 쌓아갔다.
<박쥐>는 1873년 10월에 완성되었고 첫번째 리허설을 시작한 것은 1874년 2월이었다. 대본이 검열관에게 제출된 것은 3월 초였으며 비교적 관대한 반응을 얻었다. 올로프스키의 대사 중에서 "내 집에서 여성은 자기가 원하는 만큼 변장할 수 있다"라는 부분이 삭제되었으며 "커뮤니스트"라고 언급하는 부분 역시 삭제되었다. 아델레의 아리아 "Spiel ich die Unschuld vom Lande"의 마지막 쿠프레 부분은 수정 지시를 받았다. 세계 초연은 1874년 4월 5일에 빈 극장(Theater an der Wien)에서 이루어졌다. 각 언론들이 음악에 대해 호평을 쏟아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본에 한해서는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뒤이은 공연은 즉시 매진 사례를 이루었고 얼마 되지 않아 유럽 전역에 있는 극장들은 모두 왈츠 왕의 신작 오페레타를 잡기 위해 다투어야 했다. 그러나 <박쥐>는 1894년 함부르크에서의 공연으로 마침내 최고의 오페레타로 비약했으며 세계 유수의 국립 오페라하우스의 근대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두 개의 오페레타 중 하나 - 다른 하나는 레하르의 <즐거운 미망인 혹은 메리 위도우 The Merry Widow> - 가 되는 위업을 달성하였다.
구스타프 말러는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오페라 코미크(opera comique)'의 특색을 발견하였으며 활동적인 중간 계층 이상의 사람들에 대한 묘사에서 이야기의 줄거리가 귀족들의 궁전이나 다른 곳들에서 흔하게 공연되곤 하던 동화같은 로맨스보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였다. 소시민 계급 여성의 편협하고 좁은 시야를 가진 마음과 라이프 스타일은 무대 위의 등장 인물들의 사회적으로 고양된 행동을 통해 강조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자신들에게 운명지어진 실생활에서는 이 역을 벗어나려 애쓰고 있다. 자신들의 운명이 지루하면 지루할수록 그들의 숨은 행위는 더욱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후작으로서의 아이젠슈타인, 기사인 팔케, 이국적인 백작부인으로 분한 로잘린데, 배우로써의 아델레가 그러하다. 유치한 올로프스키 공작 조차도 행운이 자신에게 준 귀족 신분에 불만족스러워 하며 부유함과 화려함을 과시하는데 탐닉한다. 활츠와 갤롭, 연애유희와 샴페인이 가져온 경솔함에 모두가 그들의 실제 생활을 쾌활함으로 가장한 저녁과 바꿀 수 있다 - 3막에서 충돌과 굉장한 숙취로 인해 현실로 돌아올 때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그런 경솔한 행동에서 얻어지는 도덕적인 이야기는 없다. 그들이 빠진 성적인 난잡함으로 인해 약간 난처해진 사기꾼들은 모두 악마 같은 술에게 손가락을 들이대며 잘못을 전가한다. 이 시점에서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탓할 것은 샴페인이야. 트랄라라라랄라랄라"라고 말한다.
비중이 적은 인물들조차 실생활의 승부에서는 패배자들로 보일 수도 있다. 능력 없는 교도소장인 프랑크, 그의 술취한 조수인 프로슈와 쓸모없는 변호사 블린트 박사 등 이들 모두는 자신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자포자기의 빛을 비추고 있다. 2막에서 화려한 무도회는 이 사건의 유감스러운 상태에 종지부를 찍으려고 한다. 무도회는 오페레타의 중심에 불과하지는 않다. 길이 면에서 보자면 - 마지막 장면은 거의 오페라에 가까울 정도이다 - 기술적인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물 이상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 굉장한 무게를 가지고 있다. 1873년 10월 9일 - <박쥐>의 작업이 시작되던 즈음이다 - 에는 비엔나에 있던 금융 협회들의 큰 붕괴가 있었고 이것은 도시의 부유 계급들에게 재정적인 몰락을 초래하였다. 극장에 빈번하게 가던 사람들 중 1874년 <박쥐>의 첫 공연에 참석한 관객들은 2막에서 더 행복했던 날들을 반성하며 좀 더 나은 날이 오기를 기대할 기회를 얻는다. 지휘자 펠릭스 폰 바인가르트너(Felix von Weingartner)는 <박쥐>가 가장 예술적인 오페레타 그 이상이며 "이 장르에 있어서 최고의 걸작"이라고 평하고 있다. 이 작품이 갖고 있는 극적인 활기와 미묘한 익살, 예리한 사회 관찰력은 그 어느 작품보다도 뛰어나다. 오페레타의 최고 전성기나 두 번째 시기에도 이보다 나은 작품은 찾을 수 없다.
=== The Performance === <내지 해설>
<박쥐>는 비엔나에서의 초연 이후 전세계를 강타하였다. 이 작품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나 밀라노의 라 스칼라, 비엔나 국립 오페라, 런던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 코벤트 가든 등 세계 최고의 오페라하우스에서 정기적으로 상연되는 몇 안되는 오페레타의 하나이다. 존 콕스(John Cox)는 줄리아 트레블리언 오먼(Julia Treveluan Oman)이 무대 디자인을 맡아 화려함을 자랑했던 1977년 런던 상연을 책임졌었다. 1990년 섣달 그믐날에 있었던 조안 서덜랜드의 마지막 코벤트 가든 고별 공연에서 쓰인 매력적인 배경 막은 바로 그가 연출했던 작품에 쓰였던 것이다. 1990년 공연에서 서덜랜드는 사랑하는 런던 관객들과 50년대에 그 유명했던 무대에서 거둔 첫 성공 이후 그들이 보여준 애정에 작별을 고하였다. <박쥐>의 2막에서의 화려한 무도회는 그녀의 등장으로 인해 떠들썩한 클라이맥스에 도달한다. 여기서 그녀는 자신이 종종 함께 출연하였던 동료이자 절친한 친구들인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매릴린 혼과 함께 등장한다. 세계적인 명성이 자자한 이 오페라 스타들은 선별된 오페라 애창곡들로 이 디바에게 존경과 애정을 표하고 있다. 파바로티는 칠레아의 <아를르의 여인> 중 "페데리코의 탄식 E la solita storia del pastore"를 멋들어지게 불러주며, 매릴린 혼은 생상의 <삼손과 데릴라>의 아리아인 "Mon coeur s' ouvre a ta voix"를 노래한다. 그리고 마릴린 혼과 조안 서덜랜드는 로시니의 <세미라미데 Semiramide>에 나오는 "Serbami ognor si fido"를 함께 이중창하고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가세하여 오랜 세월 동안 그녀와 함께 공연했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의 "Parigi, o cara"를 부른다. 이 기념할만한 성악가들의 공헌 외에도 로열 발레단의 유명한 솔로 무용수들인 프리마 발레리나 비비아나 뒤란트(Viviana Durante)와 스튜어트 캐시디(Stuart Cassidy)가 출연한다. 이들이 요한 슈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Voices of Spring>와 함께 보여주는 춤은 저명한 안무가인 프레데릭 애쉬톤(Frederick Ashton)이 서덜랜드와 그녀의 아듀 공연을 위해 특별히 안무한 것이다. 그러나 조안 서덜랜드의 영국 대중들을 향한 마지막 고별곡은 예상과는 달리 프리마 돈나의 아리아가 아니다. 대신에 그녀가 선택한 것은 가장 간단한 멜로디를 가지고 있는 "즐거운 나의 집 Home, sweet home"이다. 오페라계의 이 전설적인 인물은 이 노래를 부름으로써 자신이 국제적인 성공을 거듭해오던 오랜 시간 동안 코벤트 가든의 이 유서 깊은 오페라하우스가 항상 그녀에게 있어서 예술적인 안식처였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렸던 것이다.
=== The Performers === <내지 해설>
아델레로 분한 주디스 하워드(Judith Howard)는 영국 출신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영국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중 하나이다. 그녀는 런던에서 <이탈리아의 터키인 Il Turco in Italia>의 피오릴라와 <중국의 닉슨 Nixon in Chaina>의 치앙 역을 맡아 공연하였다. 또한 제네바에서는 <연대의 딸 La Fille du Regiment>의 마리 역을, 글라인드본에서는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의 비올레타 역으로 출연하였다. 1999년 마이애미 그랜드 오페라에서 <호프만 이야기 Les Contes d' Hoffmann>의 네 명의 여인 역할을 연기해내었으며 베를린의 린덴 오페라에서 <피델리오 Fidelio>의 마르첼리네 역으로 넘치는 호평을 이끌어내었다.
로잘린데 역의 낸시 구스타프슨(Nancy Gustafson)은 극적인 목소리의 젊은 소프라노로 1993년 런던과 파리에서 <예누파 Jenufa>의 타이틀 롤을 맡아 국제적인 이름을 얻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각지의 주요 오페라 하우스에 정기적으로 출연하게 되었다. 비엔나에서의 <라 트라비아타>와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공연으로 대호평을 받았고 뮌헨에서 <돈 조반니>의 돈나 엘비라 역과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의 에바 역을 맡아 공연하였다. 밀라노의 라 스칼라와 정기적으로 일하고 있으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는 1996년에 <한여름 밤의 꿈>의 헬레나 역으로 데뷔하였다.
아이젠슈타인 역의 바리톤 루이스 오테이(Louis Otey)는 주로 미국의 오페라 하우스들에 출연해왔다. 그의 폭넓은 레퍼토리는 <돈 조반니>와 <맥베스>의 타이틀 롤을 비롯하여 <카르멘>의 에스카미요, <가면 무도회>의 레나토, <오텔로>의 이아고 등 많은 역을 두루두루 소화해 내었다. 그는 달라스와 뉴욕, 솔트 레이크 시티, 세인트 루이스 등지에서 오페레타 <즐거운 미망인>의 다닐로 역을 위해 초청되었다. 이태리 스폴레토에서 있었던 페스티벌에서 <영사 The Consul>의 존 소렐 역으로 출연하였다.
올로프스키 역의 요헨 코발스키(Jochen Kowalski)는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카운트 테너 가수로 손꼽히는 인물 중 하나이다. 할레에서 성악 공부를 마친 그는 베를린의 코미쉐 오퍼(Komische Oper) 앙상블에 임명되었다. 그는 이 오페라단의 일원으로 남아 있으며 폭넓고 다양한 바로크 시대 작품들을 공연해왔다. 그중 그가 맡은 주역들은 <사울 Saul>이나 <줄리어스 시저>와 같은 헨델의 오페라 주인공들이다. 코발스키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올로프스키 역과 <한여름 밤의 꿈>의 오베론 역으로 출연하였는데 이 역은 그가 비엔나 국립 가극장에서도 연기했던 역이기도 하다. 또한 독창가로는 모든 주요 페스티벌에 출연해왔다.
팔케 역으로 분한 바리톤 앤서니 마이클스-무어(Anthony Michaels-Moore)는 코벤트 가든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일원이다. 이곳에서 그는 다양한 역할들을 소화해 선보여 왔는데, <안드레아 세니에>의 제라르, <토스카>의 스카르피아, <피가로의 결혼>의 알마비바 백작 등을 들 수 있다. 비엔나에서 <카르멘>의 에스카미요와 <돈 카를로>의 로드리고 역으로, 브뤼셀에서는 <리골레토>의 리골레토, 메트로폴리탄에서는 <라 트라비아타>의 제르몽 역으로 출연하며여 국제적으로 알려졌다.
지휘자인 리차드 보닝(Richard Bonynge)은 런던의 왕립음악원(Royal College of Music)에서 수학하였다. 1950년대에 오페라 하우스의 전속 가수들을 지도하는 젊은 음악 선생이던 그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소프라노 조안 서덜랜드의 친구가 된다. 그들이 결혼했을 때 그는 그녀의 큰 성공을 만들어내는 것뿐 아니라 그녀가 가장 선호하는 지휘자가 되었다. 그러나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던 그녀의 성악 활동이 끝난 후에도 리차드 보닝은 여전히 세계 굴지의 오페라 하우스들로부터 끊임없는 지휘 요청을 받아왔다. 그의 레퍼토리는 주로 이탈리아와 프랑스 오페라의 무대 작품들이다. 최근에는 LA와 시드니에서 로시니의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마드리드에서 벨리니의 <몽유병 여인>, 샌프란시스코와 바르셀로나에서 도니체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에들레이드에서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 덴버에서 구노의 <파우스트> 등의 공연들을 지휘했다. 리차드 보닝과 조안 서덜랜드는 로시니와 벨리니, 도니체티의 '벨 칸토' 오페라들의 르네상스를 불러일으키는데 있어서 주역이 되었던 인물들이었다. 1978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그는 조안 서덜랜드,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쉐릴 밀른스 등 스타 캐스팅으로 이루어진 <청교도>의 미국 초연을 연출하였다. 또한 그는 오페레타 분야에서도 벨 칸토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그 전문성을 인정받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CD 디스코그라피로는 슈트라우스의 <박쥐>, 프란츠 레하르의 <즐거운 미망인>과 <러시아의 황태자>, 에머리히 칼만의 <시카고의 백작부인> 등의 무대공연 실황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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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0년 6월 20일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명곡 명연주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박쥐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 폴카로 이루어진 흥겨운 오페레타 형식
J.R. 베네딕스의 희곡 <감옥>을 토대로 삼았고, 1874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
오페레타(operetta)란 ‘작은 오페라(opera)’라는 뜻입니다. 19세기 후반부터 작곡된 ‘오페라보다 쉽고 가벼운 작품들’을 그렇게 분류하지요. 오페라의 소재는 신화나 전설 또는 과거의 알려진 문학작품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오페라의 소재는 대개 오늘날의 TV연속극처럼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룹니다. 신화 속 이야기를 소재로 삼는다 하더라도 내용을 패러디해 완전히 요즘 이야기로 만들어 버리죠. 그래서 오페레타는 예습 없이 보더라도 누구든 바로 이해할 수 있고, 희극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또 오페라처럼 작품 전체가 음악으로 작곡된 것이 아니라 노래 외에 대사 부분이 있고, 춤 같은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거의 빠짐없이 들어갑니다.
오페레타의 시조는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로 유명한 프랑스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입니다. 1866년에 초연한 [파리지엔의 삶]을 비롯해 오펜바흐는 [지옥의 오르페], [아름다운 헬레네] 같은 걸작 오페레타를 남겼고, 이렇게 파리에서 탄생한 오페레타라는 장르는 빈(Wien)으로 건너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Johann Strauss, 1825~1899)의 손끝에서 더욱 무르익었습니다. 파리와 빈이 19세기 오페레타의 양대 중심지였던 셈이죠. 20세기 들어 [메리 위도우 ]의 작곡가 프란츠 레하르가 더욱 발전시킨 빈의 오페레타는 점차 뮤지컬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오페레타는 오페라와 뮤지컬을 잇는 다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와 폴카로 풍요로운 음악
‘왈츠의 황제’로 불리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는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슈트라우스의 왈츠와 폴카가 들어 있어 더욱 신나고 활기가 넘치는 작품입니다. 율리우스 로데리히 베네딕스(J. R. Benedix)의 희극 [감옥]을 토대로 삼았고, 초연은 1874년 4월 5일 빈(Wien)의 테아터 안 데어 빈(Theater an der Wien)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 오페레타는 두 가지 스토리로 짜여 있습니다. 그 중 한 가지는 ‘박쥐’라는 제목의 유래를 보여줍니다. 남자 주인공인 금융계의 부호 가브리엘 폰 아이젠슈타인(바리톤)은 4년 전에 친구인 공증인 팔케 박사와 함께 가장무도회에 놀러갔다가 다음날 새벽 술에 잔뜩 취해 잠든 팔케를 그냥 거리에 내버려둔 채 혼자 마차를 타고 돌아갑니다. 전날 밤 박쥐로 분장을 하고 무도회에 갔던 팔케는 흉측하고 우스꽝스런 박쥐의 모습으로 출근길 행인들에게 발견되어 망신을 당했죠. 그 일을 잊지 못하는 팔케는 아이젠슈타인에게 보복하려고 계략을 꾸밉니다. 아이젠슈타인 주변인물들을 모두 오를로프스키 공작 저택의 무도회에 초대하는 일이 복수의 첫 단계입니다.
두 번째 스토리는 이 오페레타의 등장인물들이 다양한 계기와 곡절로 오를로프스키 공작 저택에 모두 모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세무서 직원과 싸우다 폭행한 죄로 아이젠슈타인은 8일간의 구류처분을 받았지만, 친구 팔케의 유혹에 넘어가 그와 함께 무도회에 갑니다. 하룻밤 신나게 놀고 감옥에 들어갈 계획이었지요.
평소에는 각자 딴생각만 하는 애정도 없는 부부가 ‘눈물의 이별’을 가장하는 3중창은 대단히 희극적입니다(‘나는 혼자 남아야 하는군요’). 아이젠슈타인의 아내 로잘린데(소프라노)는 남편이 집을 나서자 곧 집으로 찾아온 옛 애인(테너)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이때 형무소장 프랑크가 아이젠슈타인을 데려가려고 찾아왔다가 애인을 남편으로 알고 연행합니다. 애인이 사라지자 할 일이 없어진 로잘린데는 무도회에 가고, 하녀 아델레도 초대장을 받아 몰래 로잘린데 옷을 훔쳐 입고 공작 저택에 나타납니다.
아델레를 보고 자기 집 하녀와 꼭 닮았다고 말하는 아이젠슈타인에게 아델레는 ‘존경하는 후작님’이라는 아리아로 망신을 줍니다. 러시아 발레리나인 자신을 어떻게 하녀로 보느냐는 것이죠. 헝가리 귀족부인으로 가장하고 나타난 자기 아내 로잘린데에게 한눈에 반한 아이젠슈타인은 늘 하던 대로 예쁜 회중시계를 미끼로 그녀를 유혹합니다. 로잘린데는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다닌다는 물증을 확보하려고 그 회중시계를 교묘한 방법으로 빼앗아버리지요. 다음 장면에 나오는 로잘린데의 차르다슈(헝가리 민속 춤곡) ‘고향의 노래여’는 [박쥐]의 대단한 인기곡입니다.
상류사회의 애정 없는 결혼과 졸부근성을 비웃는 풍자극
오를로프스키 공작은 파티 손님들과 더불어 ‘샴페인의 노래’를 부르고, 팔케는 ‘당신과 나, 형제자매가 됩시다’라는 노래를 선창합니다. 그에 이어 파티는 절정으로 치닫고, 손님들은 다 함께 ‘천둥번개 폴카’와 ‘박쥐 왈츠’에 맞춰 한바탕 춤을 춥니다. 그러나 아침 6시를 치는 시계 소리가 들리자 손님들은 다들 급히 파티장을 떠납니다.
아이젠슈타인은 무도회에서 잔뜩 취한 채 아침 일찍 감옥으로 옵니다. 그러나 형무소장은 12호실에 이미 아이젠슈타인이 들어와 있다고 말하지요. 이때 애인을 면회하려고 로잘린데가 나타나자 아이젠슈타인은 변호사로 변장하고 감방에 들어가 둘 사이의 진실을 알아내고는, 아내에게 속았다며 분통을 터트립니다. 그러자 로잘린데도 이에 질세라, 회중시계를 꺼내 보이며 남편의 부정을 비난합니다. 이제 팔케가 무도회 손님들을 다 거느리고 형무소에 찾아와 간밤의 모든 일이 자신의 유쾌한 복수극이었다고 설명합니다. 로잘린데는 용서를 비는 남편을 받아들이고, 손님들은 다 함께 샴페인을 예찬하는 합창을 노래합니다.
한 해의 근심을 털어주는 화려한 춤과 음악
이처럼 감옥을 배경으로 한 3막은 베토벤의 [피델리오] 같은 진지한 내용의 오페라를 패러디한 설정이라는군요. 봉건주의 신분사회에서는 무자비한 억압과 박해가 이루어지던 감옥이라는 공간이 자본주의 시민사회에서는 이처럼 희극적 해프닝이 벌어지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랍니다.
세계의 오페라 극장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31일에 오페레타 [박쥐]를 무대에 올리곤 합니다. 화려한 춤과 음악, 유머 넘치는 대사들이 한 해의 근심과 고통을 다 털어버리게 해주기 때문이지요. 프랑스어 원작을 읽고 그 풍자와 익살에 매료된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이 이야기를 오페레타로 만들면서 왈츠의 황제답게 무대를 당장 무도회장으로 바꾸어놓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평민의 일상을 소재로 한 당시 오페레타에 익숙해 있던 관객들은 더러 이 상류사회의 드라마에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는군요. 귀족이 몰락하고 시민의 시대가 열리는 전환기에 이런 변화를 잊고 싶은 상류계급이 ‘도취 속의 망각’을 추구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일을 하지 않고 엄청난 이자소득으로 살아가면서 어떻게든 귀족사회에 속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졸부근성의 남자주인공, 남자의 재력을 보고 결혼하고는 남편을 경멸하며 살아가는 속물 아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계로 진출하고 싶어 ‘몸 로비’를 불사하는 부잣집 하녀 등, 이 오페레타는 당시 빈 상류사회의 가식과 허영에 대한 풍자가 그 핵심입니다. 거기에 음악적 에로티시즘이 더해져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오페레타가 되었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아이젠슈타인-로잘린데-아델레-프랑크-오를로프스키 순
[음반] 니콜라이 겟다,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 리타 슈트라이히, 칼 된히, 루돌프 크리스트 등,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55년 녹음, EMI
[음반] 에버하르트 베히터, 군둘라 야노비츠, 레나테 홀름, 에리히 쿤츠, 볼프강 빈트가센 등, 칼 뵘 지휘,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및 빈 국립오페라 합창단, 1972년 녹음, Decca
[DVD] 에버하르트 베히터, 군둘라 야노비츠, 레나테 홀름, 에리히 쿤츠, 볼프강 빈트가센 등, 칼 뵘 지휘,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및 빈 국립오페라 합창단, 오토 솅크 연출, 1972년 빈 국립오페라 공연 실황(한글자막), DG
[DVD] 토마스 알렌, 파멜라 암스트롱, 류보프 페트로바, 아르투르 코른, 말레나 에른만 등,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 지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및 글라인드본 오페라 합창단, 스티븐 로울리스 연출, 2003년 글라인드본 페스티벌 실황, Opus A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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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자료 === <2014년 12월 1일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공연장 나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유쾌함
오페레타 <박쥐>
2014.12월.11(목) ~ 12.14(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세계 오페라극장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31일에 오페레타 [박쥐]를 무대에 올린다. 화려한 춤과 음악, 유쾌하고 왁자지껄한 분위기, 위트 넘치는 대사들이 한 해의 고생과 근심을 모두 털어버리게 해주기 때문이다. 프랑스어 원작을 읽고 그 풍자와 익살에 매료된 요한 슈트라우스 2세(Johann Strauss Ⅱ, 1825-1899)는 이 이야기를 오페레타로 만들면서, 왈츠의 황제답게 무대를 당장 무도회장으로 바꾸어놓았다. 귀족계급이 몰락하고 시민의 시대가 열리는 전환기에 이런 사회적 변화를 잊고 싶은 상류계급이 ‘도취 속의 망각’을 추구한다는 설정이다.
하는 일 없이 엄청난 이자소득으로 살아가면서 어떻게든 귀족사회에 속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졸부 근성의 남자 주인공, 남자의 재력을 보고 결혼하고는 남편을 경멸하며 살아가는 속물 아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계로 진출하고 싶어 ‘몸 로비’를 불사하는 부잣집 하녀 등, 이 오페레타는 당시 빈 상류사회의 가식과 허영에 대한 풍자가 그 핵심이다. 거기에 음악적 에로티시즘이 더해져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오페레타가 되었다.
오페레타의 포복절도할 재미와 매력
오페레타(operetta)란 ‘작은 오페라(opera)’라는 뜻으로 19세기 후반부터 작곡된 ‘오페라보다 쉽고 가벼운 작품들’을 오페레타로 분류한다. 오페라의 소재는 신화나 전설 또는 과거의 알려진 문학작품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오페레타의 소재는 대개 오늘날의 TV 연속극처럼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룬다. 간혹 신화를 소재로 삼는다 하더라도 내용을 패러디해 완전히 요즘 우리들의 이야기로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오페레타는 예습 없이 보더라도 누구든 바로 이해할 수 있고, 또 희극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또 다양한 춤곡과 춤이 엔터테인먼트 요소로 예외 없이 포함되기 때문에, 오페라를 어렵게 생각하는 초심자 관객들도 쉽게 즐기며 공연에 빠져들 수 있다.
오페레타의 시조는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로 유명한 프랑스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로, 그는 1866년에 초연한 [파리지엔의 삶]을 비롯해 [지옥의 오르페], [아름다운 헬레네] 같은 걸작 오페레타들을 남겼다. 이렇게 파리에서 탄생한 오페레타라는 장르는 빈(Wien)으로 건너가 ‘왈츠의 황제’ 요한 슈트라우스 2세(Johann Strauss, 1825-1899)의 손끝에서 무르익었다. 파리와 빈이 19세기 오페레타의 양대 중심지였던 셈이다. 20세기 들어 [메리 위도우]의 작곡가 프란츠 레하르가 더욱 발전시킨 빈의 오페레타는 점차 뮤지컬의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다. 결국 오페레타는 오페라와 뮤지컬을 잇는 다리 역할을 했다고도 할 수 있다.
당대 프랑스 최고의 대본작가였던 앙리 메이야크와 뤼도비크 알레비는 율리우스 로데리히 베네딕스(J. R. Benedix)의 독일어 희극 [감옥(Der Gefaengnis)]을 토대로 ‘보드빌(노래와 춤이 섞인 대중적 연극)’ 장르의 작품 [송년파티(Le Reveillon)]를 만들었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박쥐]는 이 작품을 기초로 칼 하프너와 리하르트 주네가 새롭게 대본을 쓴 오페레타이다. 초연은 1874년 4월 5일 빈(Wien)의 테아터 안 데어 빈(Theater an der Wien)에서 이루어졌다.
대공황기로 시대를 설정한 참신한 연출
일반적인 오페라처럼 작품 전체가 레치타티보-아리아 식의 음악으로 작곡된 것이 아니라 오페레타에는 노래와 노래 사이를 말로 연결하는 대사 부분이 있다. 바로 이 점이 관객을 마음껏 웃길 수 있는 오페레타의 강점이다. 음악이 붙어 있는 부분은 가사를 바꿀 수 없지만 연극에서처럼 말로 하는 대사는 시대상황이나 관객의 취향에 맞게 얼마든지 고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12월 11일부터 1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오페라단의 [박쥐] 연출가 스티븐 로리스(Stephen Lawless)는 특히 이 방면의 귀재로 꼽힌다. 2003년 영국 글라인드본 극장 무대에 올려 DVD로도 출시된 그의 [박쥐] 프로덕션은 관객을 포복절도하게 하는 유머와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박쥐 전문가’로 불릴 만큼 그는 글라인드본, 제노바, 중국국가대극원 등에서 다채로운 [박쥐]를 선보였다.
2012년에 국립오페라단을 위해 로리스가 새롭게 연출한 [박쥐]는 첫해 관객의 열광적인 호응에 힘입어 국립오페라단의 송년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고, 올해로 두 번째 공연된다. 로리스는 이 프로덕션에서 [박쥐]의 시대 배경을 빈 주식시장이 붕괴된 1873년에서 1920-30년대 세계 대공황기로 바꾸어 놓았다. [박쥐]는 대개 삶을 즐기는 빈 사람들의 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인식되지만, 이런 식으로 ‘즐기는 삶’은 사실 ‘경제공황’이라는 임박한 재앙에 대한 반발이라고 로리스는 설명한다. 바로크 시대에 페스트와 전쟁으로 항상 죽음에 노출되어 있던 유럽인들이 삶의 강렬한 쾌락을 추구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인 셈이다.
"박쥐의 등장인물들은 오를로프스키 파티의 즐거움을 연장시키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술에 취한 상태에서 그들의 문제를 잊으려고 술을 마신다." - 연출가 스티븐 로리스
2막에서 러시아 공작 오를로프스키의 화려한 저택이 20세기 카바레(공연무대가 설치된 클럽 레스토랑)로 바뀌면서, 원작에서 왈츠와 폴카를 추는 장면에서는 플레이보이의 바니걸즈를 연상시키는 에로틱한 ‘쥐 무용단’의 캉캉과 카바레 남자 종업원들의 코믹한 춤이 등장한다. 이 프로덕션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대담한 무대 분할과 효율적인 공간 사용, 그리고 탁월한 조명효과다. 공간을 최대한으로 높고 넓게 열어놓은 무대는 3층 분할이라는 일관된 틀을 유지하면서 1막 아이젠슈타인의 저택, 2막 오를로프스키가 경영하는 카바레, 3막 감옥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게 변형되었다. 2막과 3막에서는 특히 무대 왼쪽의 이동무대가 재치 있게 쓰여 재미를 더했다.
졸부 주인을 비웃는 하녀의 아리아
‘박쥐’라는 제목은 이 오페레타가 시작되기 훨씬 전에 발생한 재미있는 에피소드에서 비롯되었다. 남자주인공인 금융계의 부호 가브리엘 폰 아이젠슈타인(바리톤)은 4년 전에 친구인 공증인 팔케 박사와 함께 가장무도회에 놀러 갔다가 다음날 새벽 술에 잔뜩 취해 잠든 팔케를 그냥 거리에 내버려 둔 채 혼자 마차를 타고 돌아왔다. 우스꽝스런 박쥐 분장을 하고 길에서 자다가 행인들에게 발견되어 망신을 당한 뒤 팔케는 아이젠슈타인에게 보복하려고 계략을 꾸미는데, 아이젠슈타인 주변 인물들을 모두 오를로프스키 공작 저택의 무도회에 초대하는 일이 복수의 첫 단계다.
오페레타의 본격적인 스토리는 등장인물 모두가 다양한 계기와 곡절로 오를로프스키 공작 저택에 모이면서 시작된다. 세무서 직원 폭행죄로 아이젠슈타인은 8일간의 구류처분을 받았지만, 친구 팔케가 무도회로 유혹하자 하룻밤만 신나게 놀다 감옥에 자진 입소할 계획으로 그와 함께 무도회에 간다. 평소에는 각자 딴생각만 하는 애정도 없는 부부가 ‘눈물의 이별’을 가장하는 3중창은 대단히 희극적이다(‘그럼 난 혼자 남아야 하는군요(So muss allein ich bleiben)’). 아이젠슈타인의 아내 로잘린데(소프라노)는 남편이 집을 나서자마자 찾아온 옛 애인 알프레트(테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알프레트를 아이젠슈타인으로 생각한 형무소장 프랑크가 알프레트를 연행한다.
2막 공작의 파티에서 아델레를 보고 자기 집 하녀와 꼭 닮았다고 말하는 아이젠슈타인에게 아델레는 ‘사람 잘못 봤다’며 ‘존경하는 후작님(Mein Herr Marquis)’이라는 아리아로 망신을 준다. 이 아리아는 가장 가볍고 청아한 소프라노 음색을 지닌 수브레트 가수의 대표곡이다. 한편 헝가리 귀족 부인으로 가장하고 나타난 자기 아내 로잘린데에게 한눈에 반한 아이젠슈타인은 그녀를 유혹한다. 이 장면에 이어지는 로잘린데의 차르다슈(헝가리 민속 춤곡) ‘고향의 노래여(Klaenge der Heimat!)’는 [박쥐]의 특별한 인기곡이다.
희극적 해프닝의 공간, 감옥
파티는 절정으로 치닫고, 손님들은 다 함께 ‘천둥번개 폴카’와 ‘박쥐 왈츠’에 맞춰 한바탕 춤을 춘다. 그러나 새해를 알리는 아침 6시 시계 소리가 울리자 다들 급히 파티장을 떠난다.
3막은 형무소. 알코올중독인 간수 프로쉬는 아침부터 술에 잔뜩 취해 비틀거리며 나타나 헛소리를 늘어놓는다. 노래를 부르지 않는 역이어서 각국의 탁월한 희극배우들이 연기하는 이 프로쉬 역은 관객에게 웃음을 유발하는 가장 훌륭한 장치가 된다.
한편 아이젠슈타인은 무도회에서 잔뜩 취한 채 아침 일찍 제 발로 걸어 감옥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이곳에서 그는 아내의 부정을 목격하고 분노하는데, 아내 역시 간밤에 있었던 남편의 부정을 비난한다. 그때 팔케가 간밤의 무도회 손님들을 다 거느리고 형무소에 찾아와 모든 일이 자신의 유쾌한 복수극이었다고 설명한다. 로잘린데는 용서를 비는 남편을 받아들이고, 손님들은 다 함께 샴페인을 예찬하는 합창을 노래한다(오, 박쥐, 오, 박쥐!(O Fledermaus, o Fledermaus!)).
이처럼 감옥을 배경으로 한 3막은 베토벤의 [피델리오] 같은 진지한 내용의 오페라를 패러디한 설정이라고 한다. 봉건주의 신분사회에서는 무자비한 억압과 박해가 이루어지던 감옥이라는 공간이 자본주의 시민사회에서는 이처럼 희극적 해프닝이 벌어지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다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남국의 장미’, ‘봄의 소리 왈츠’ 등 빈 왈츠의 대표작들을 작곡한 슈트라우스 2세는 오페레타를 16편 남겼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박쥐], [집시남작], [빈 기질] 등이다. 1년 동안 27곡을 작곡하는 등 워커홀릭에 가까웠던 그는 무도회용 왈츠가 아닌 ‘연주회용 왈츠’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박쥐]에는 그의 폴카 [천둥번개(Unter Donner und Blitz)]와 왈츠 [박쥐(Die Fledermaus)] 등이 쓰였다.
첫댓글 <불멸의 오페라 3 / 박종호> ★★★
이 영상의 단점은 영어로 공연된다는 점인데, 우리에게는 도리어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독일어의 뉘앙스가 없어서 종종 어색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뛰어나며 즐길 만하다. 특히 오를롭스키 역의 카운터테너 요헨 코발스키의 명창은 뛰어나다. 프로슈 역의 희극배우 존 세션스의 개그도 대단하다. 다른 배역들은 괜찮은 정도다. 그러나 극 중 갈라에 조안 서덜랜드, 메릴린 혼,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 3명의 대가수가 나와서 대단한 열창을 선사한다. 서덜랜드의 코번트 가든 은퇴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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