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식 한 묶음"이거나 2.2ℓ 분량의 사물이다.
구약 성경에는, 부피를 나타내는 단위로 '오멜'이 언급된다. 오늘은, 오멜에 관한 내용을 짚어본다. 일반적으로 "보리 한 묶음"으로 풀이한다. 보리뿐만 아니라 "밀 한 묶음"도 한 오멜이다.
1오멜은 2.2ℓ?
1오멜은 에바 10분의 1로(출 16:36), 약 2.2ℓ의 고체량에 해당한다. 광야 여정 가운데 이스라엘 백성이 그 날 음식으로 받은 만나의 양이 한 오멜이었다(출 16:16).
오멜(עֹמֶר, Omer)은 ‘보리 한 묶음’이라는 뜻으로 구약시대 하루분의 양식이다. 1오멜은 2.2ℓ에 해당하며 에바의 10분의 1, 1되와 같은 양이다. 무게로는 2.2kg가량이다. -
위의 설명은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 부피 단위인 리터와 무게 단위가 같지 않다. 1오멜의 부피에 대해서 3.6ℓ(Bruce Wells, John H. Walton, John H. Walton, Roy Gane, Eugene Carpenter 등)-Bruce Wells, John H. Walton, Exodus, 2016. John H. Walton, Roy Gane, Eugene Carpenter, Genesis, Exodus, Leviticus, Numbers, 2009. 219.-에서 2.2ℓ까지 다양한 해석이 있다. 가장 많은 경우 2.2ℓ로 소개한다. 복잡한 말이지만, 내용물의 밀도에 따라 무게가 달라진다. 물이나 우유 2.2ℓ는 무게로 2.2kg이다. 올리브유는 2kg이다. 소금은 2.816 kg, 아몬드 1.012 kg, 땅콩 1.166 kg, 옥수수 1.584 kg 등으로 제각각이다.
그래서 "1오멜은 2.2ℓ에 해당"한다는 설명은, 절반만 맞을 뿐이다. "1오멜은 무게로는 2.2kg가량"이라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다. 곡식마다 무게가 다르다. 밀과 보리는 1.364 kg, 쌀은 1.584 kg이다. 밀가루 2.2ℓ는 무게로는 1kg이다.
곡식이 귀했던 시절, 절대 다수의 서민에게 "구약시대 하루분의 양식"이라는 2.2kg 가량의 양식이 주어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떤 신분, 처지, 지역에 사는 몇명의 가족 등 여러 조건에 따라 서술하여야 그나마 나을 것 같다. "한 사람이 하루 먹기에 알맞은 양"이라는 생각도 근거가 없다. 검토가 필요한 주장이다.
"1되와 같은 양"도 아니다. 조금 더 자세히 표현하면 "한 되 두 홉"이 맞다. 또한 같은 한 되라고 하여도 그것이 쌀인지 콩인지 밀, 보리인지 등에 따라 무게는 다르다. 한 되, 두 되는 부피 단위일 뿐이다.
밀 한 묶음, 한 움큼의 밀
우리 말로 바꿔 본다면, "한 움큼", "한 뭉치"의 곡식단이다. 그런데 '오멜'은 부피 단위이지, 무게 단위가 아니다. '오멜'로 표현된 것이 한 묶음인지 아니면 곡물을 가리키는 것인지 구별이 필요하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5, 6월은 밀 수확철이다. 사마리아 산지의 밀밭에서 밀 한 묶음(오멜)을 들어 보았다.
사마리아 산지의 한 밀밭에서 "밀 한 묶음"을 들었다. 이 한 오멜의 밀은 약 5kg 정도였다. 탈곡을 하면 0.5~1kg 정도 된다. 풍년이 들어 알곡이 가득 차면 1kg 정도이다. 이 밀 한 묶음의 부피도 작지 않았다. 한 오멜의 곡식을 담을 수 있는 2ℓ 페트병 이 있다. 페트병 10개보다 더 부피가 컸다. 위에서 짚어보았던 내용과는 다른 결과이다.
""밀 한 묶음"은 "한 오멜"이며, 2.2ℓ이다"는 표현은 잘 어우러지지 않는다. 알곡으로서의 밀, 보리 한 오멜과 탈곡하기 전의 밀 한 묶음은 무게도 부피도 다른 것이다.
문득 "픽업 트럭 한 대 분량", "지게 짐 한 짐", "나무 한 짐", "손수레 한가득" 같은 표현이 떠오른다. 이 모두는 부피의 표현일 뿐, 무게를 고려하지 않는다. '오멜'이 '보리 한 묶음'이라는 뜻을 지닌 부피 단위로, 2.2ℓ를 뜻한다. 그렇지만, 무게로 환산할 때는 가르키는 사물이 무엇인지, 이야기의 맥락을 짚어야만 한다. 그래서 부피 표현을 굳이 무게 단위로 바꿀 필요가 없다.
한 오멜의 만나
'한 오멜' 부피 단위가 등장하는 이야기 가운데, 만나 이야기가 있다.
여호와께서 이같이 명령하시기를 너희 각 사람은 먹을 만큼만 이것을 거둘지니, 곧 너희 사람 수효대로 한 사람에 한 오멜씩 거두되, 각 사람이 그의 장막에 있는 자들을 위하여 거둘지니라 하셨느니라. 출애굽기 16:16
출애굽 이야기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아침마다 거두어 들인 만나의 분량이 한 오멜이었다. 만나의 모양과 크기를 설명하는 성경 구절에 ‘깟씨’가 등장한다. "깟"이라는 식물의 '씨'이다. 깟은 'Coriander'(고수 씨앗)이다. 여기서는 고체 덩어리의 하나인 '만나' 한 오멜의 부피를 떠올리게 한다.
he Gathering of the Manna, James Tissot (1836–1902) The Jewish Museum
한 오멜, 2.2ℓ, 한 됫박 훨씬 넘는 만나를, 2ℓ 페트병보다 더 큰 그릇에 모아들인다면, 어느 정도의 노동이 필요했을까? 젖가락도 없이, 쌀 한톨 정도되는 크기의 만나를, 이른 새벽부터 줍는 장면을 떠올려 본다. 성경이 그런 장면을 그 이야기를 듣는 이가 떠올리도록 자극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