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중 가장 핵심적인 요소의 하나는 주민들 간의 친밀감이 얼마나 공유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천안 불당동의 대동다숲아파트는 그런 점에서 살기 좋은 아파트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이 아파트는 주민들 간의 실제적인 교류와 공동체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흔히 천안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대표적 신흥주거지역인 불당동의 한 복판에 위치한 세련된 도시풍의 외관과 그 속에 흐르는 시골스러운(?) 정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아파트. 이 아파트가 이웃 간의 유대와 교류가 활발하게 된 일등공신은 역설적이게도 주민들이 함께 풀어야 할 골치 아픈 문제 때문이었다고 한다. 입주하기 전부터 이 지역에 러브호텔이 들어서는 문제 때문에 주민들이 공동으로 대응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민간의 연대감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 공동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주민들의 단합은 이웃간 연대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형성된 주민들 사이의 일체감은 입주 후 부실한 조경으로 인해 다시 뭉쳐지는 계기가 됐다. 러브호텔에 대한 공동대응의 경험을 살려 주민들은 부실한 조경상태를 파악했고 준공도면과 면밀히 대조하는 한편 사업주체와 지속적인 대화와 협상을 시도했다. 다행히 사업주체에서도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대적인 조경보수공사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 현재는 주변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경을 자랑하는 아파트가 됐다. 이러한 사업주체의 적극적인 조경보수공사에 입주자들은 감사패로 보답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파트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얼마나 큰지는 지난 10월 22일에 열렸던 ‘2005년 대동다숲아파트 한마음 축제’에서도 잘 나타났다. 중앙광장에서 열린 당시 행사에는 70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는데 이 아파트가 791세대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한 세대에 한 명 꼴로 참여할 만큼 참여열기가 높았던 것이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물론 각 동아리 회원들과 그 가족들이 신이 나서 행사 진행과 안내를 돕는 장면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흥겹게 해주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또한 주민들이 협찬한 장난감과 가구, 소품 등 다양한 가정용품들을 판매한 불우이웃 돕기 바자회는 이웃의 정을 몸으로 나누는 행사였으며 남은 수익금 전액은 사회단체에 기부해 그 훈훈함을 더했다.
이 아파트의 공동체활동을 더 의미 있게 하는 요인은 인근 아파트들과의 교류와 공동사업을 활발하게 한다는 점이다. 얼마 전 열린 제2회 불당마을 신나는 축제가 그 대표적 사례로 당시 이 행사에는 2,000여 명의 인근 아파트 입주민들이 참여해 아파트 간 연대를 통한 바람직한 주민공동체 운동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삭막한 콘크리트더미의 아파트를 따뜻한 정이 넘치는 주거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주민들이 수고하기 마련인데 그 중 입주자대표회의 강석규 회장의 헌신적인 노력은 단연 돋보인다. 그에게 다양한 주민공동체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비결을 물었다. “입주민 여러분의 심성이 곱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평소 아파트 일에 적극 참여해주신 모든 입주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파트문화는 그동안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폐쇄적 주거공간으로 인식돼왔습니다만 앞으로는 함께 사는 공동주거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회복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사적 프라이버시 보호와 이웃과의 교류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뜻이지요. 또한 개별 아파트 단위의 공동체활동과 병행해 이웃 단지와의 연계를 통한 지역 차원의 공동체 문화도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사적 프라이버시보호와 이웃 간 교류가 조화돼야 이 아파트는 특히 ‘국어사용운동’ 일환으로 영문표기법을 배제한 순수 우리말 사용을 위해 작년 11월 대동피렌체에서 대동다숲아파트로 명칭을 변경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친환경적인 외형적 모습뿐만 아니라 아파트 이름을 순수우리말을 사용함으로써 입주민들에게 ‘국어사랑정신’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그 의의를 설명했다. 이외에도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가장 쉬우면서도 실천하기 힘든 아파트 환경미화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주민들은 ‘클린 다숲 운동’을 통해 매주말 오전 9시부터 아파트를 시작으로 주변일대를 대대적으로 청소하며 깨끗한 아파트 유지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유·소년 축구클럽’을 운영해 아동들에게 정과 화합을 나누는 습관을 체득하게 하며 시합 때는 많은 입주민들이 참여해 응원하면서 더불어 사는 분위기를 돋우고 있기도 하다. 특히 ‘문 열어놓기 운동’은 폐쇄적이기 쉬운 아파트 분위기를 개방적으로 변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열린 공간을 지향하는 ‘문 열어놓기 운동’은 타 아파트에서도 접목할만한 소중한 사례의 하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