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현재의 공간에 보금자리를 틀어낸 것은 20년 전의 일입니다.
철거하는 집들, 공사장에서 쓰다남은 재료를 모아서 학생과 교사들이 벽을 만들었고, 문을 달았으며, 크지 않았던 교실이며 창고를 지어나갔습니다. 겨울이면 터지곤 했던 하수구 파이프도, 삐걱거리던 대문도, 학교를 밝혀주는 등불도. 전부 사랑으로 이어나간 것입니다.
나무장작으로 겨울을 나던 시절은 어떠했던가요? 매캐한 연기와 냄새가 나는 난로에, 교사들이 일찍이 도끼로 쪼개놓았던 장작들을 하나하나 태워나가던 추억이며 기억과 같은 것들, 아직 기억 하시나요?
야학은 사랑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여러분의 사랑으로 십수년간 들이 마셨던 나무장작의 그을음을 면할 수 있었으며, 지금 우리가 요가등의 특별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교실도, 수세식으로 단장한 깔끔한 화장실도, 땀이 어린 수업자료를 보관할 수 있는 교무실도, 이것 저것 다- 여러분의 사랑입니다.
이렇게 이어내었던 사랑의 장소가 철거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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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가 소속되어 있는 공간은 작은 천 주변에 있는 시 소유의 부지입니다.
전국적으로 하천정비사업을 펼치게 되면서, 용인시에서도 우리 학교 주변의 하천을 정비하게끔 되었습니다. 더불어 하천가에 있던 주차장의 부지까지 녹지화 시킨다는 계획을 세웠고, 없어지는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위하여 근처 공원에 '주차 타워'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답니다.
예. 우리 학교가 포함되어 있는 그 공원에 '주차 타워'가 생길 예정입니다.
20여년이 넘게 있었지만, 시의 소유지이기 때문에 법적인 부분으로는 우리가 그동안 진행해 왔던 수업이며, 함께해 온 시간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주차장 안에 우리 학교를 포함하는 일도, 우리 학교를 피해서 주차장을 짓는 일도 마냥 어렵다고 합니다.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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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주변의 새 땅을 구하려니, 야학을 지을 수 있을만한 공간을 찾기 어려우며, 그 지가마저 굉장히 높습니다. 이 근처에서는 다들 재개발 열풍이 한창이라, '수억대'의 돈이 있어야 땅을 구할 수 있을 둥 말 둥 합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월세형식으로 우리 학교를 이어간다고 했을 때, 우리가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은 몇년이 채 되지 않을겁니다. 교무실을 제외한 교실이 네 개, 학생들이 백 명이 넘는 학교를 감당할 수 있는 월세건물이란 해마다 천 만원 이상의 돈을 필요로 합니다. 이는 우리학교가 한 해 펼치는 사업의 규모보다도 큰 돈입니다.
이 근교에 전세 건물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존재한다 손 치더라도, 그 가격이 2억대를 호가하곤 합니다. 더군다나, 전세를 택하여 우리가 학교를 옮기게 된다면 건물 구조 및 주변 환경 상 수업 외적인 특별활동이나 꾸준히 진행해오던 학교의 연례행사들은 더이상 빛을 발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학교'가 아닌 '학원'이 되는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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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현직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 보았고, 이미 야학을 거쳐갔던 수십명의 선배교사들과 함께 토의하는 시간도 가져보았습니다. 여러 선생님들이 이 곳 저 곳으로 발걸음을 분주히 옮기며 수소문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희망적인 대안이 떠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1차적으로 나왔던 철거 권고 공고는 이미 10월 15일이라는 시효를 넘긴 상태이고, 앞으로 몇 차례나 더 공문이 날아오게 될 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종내 보금자리를 잃게 된다면, 육칠십의 평생동안 한글 이름조차 써보지 못했던 수 십명의 학생들은 진정으로 갈 곳을 잃게 될 지도 모릅니다. 평생 초등학교, 중학교를 졸업해 보는 게 소원이었던 누군가의 어머님과 아버님은 그 꿈을 접으셔야 할 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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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이 활동에 힘을 불어넣어 주셨으면 합니다.
단순한 응원도 좋고,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셔도 좋습니다.
막막하기만 한 이 길에서, 여러분이 '희망'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해피로그는 이러한 해결책을 찾아가고자 하는 하나의 방안이며,
앞으로 좀 더 많은 활동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여러분들과 호흡하는 과정에서 보다 나은 실마리를 찾아나갈 예정입니다.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신갈야간학교 교사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