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210> 김해 금동산

[山竹 박종규]

[산&산] <210> 김해 금동산

전망바위 앉아 강바람 쐬면 '된비알 피로' 사라져

들머리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지점부터 시작되는 급경사를 어렵사리 올라타고

첫 번째 전망바위에 오르면 왼쪽으로 낙동강의 모습이 운치있게 나타난다.

"해발 500m 미만의 만만한 산 하나 좀 소개해 주세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오는 독자들 가운데에는 본인을 산행초보 혹은 '저질체력'의 소유자라며 비교적 낮은 산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해 오는 경우가 간혹 있다.

산을 오르기 시작할 때부터 늘 간직해 오다가 산행대장 등 전문가들과 만난 이후 확고해진 생각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해발고도를 가지고 산을 평가하지 말자는 것이다.

해발 463.5m 낮은 산이지만 곳곳에 비탈
오르는 바위마다 낙동강 절경 조망 가능

강원도 지역의 높은 산들이 산행기점도 높다는 점을 아는 베테랑들은 해발고도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다. 해발고도가 1천m를 훨씬 상회하더라도 산행기점 역시 1천m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베테랑들은 차라리 여름철 그늘이 부족하거나 염분이 많은 기후 탓에 음료수 부족을 야기할 수 있는 야트막한 섬의 산을 오르는 데 더 주의를 기울인다.

그러나 고백하건대 처음 김해 금동산(해발 463.5m)을 찾은 것은 산행을 하기 힘든 여름철이 오는 시기를 틈타 조금 만만한 산을 찾아보자는 얄팍한 생각에서였다.

늘 해발고도를 가지고 산을 평가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금동산의 해발고도를 듣는 순간 이번 산행은 조금 편해질 것 같다는 어리석은 전망을 했다. 신 낙남정맥 2차 구간 종주를 하면서 하루 10시간의 산행에 식겁을 한 이후라 더욱 그랬는지 모른다.

현지에 도착해 눈앞에 보이는 산 정상을 보고도 '이 정도 쯤이야'하는 생각을 한 것은 아직도 기자의 내공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산행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암릉을 제외하고 손발을 모두 써야 겨우 올라갈 수 있는 된비알을 경험하게 됐다. '등산로가 코에 닿을 정도'라는 표현이 어떤 것인지 절절히 몸으로 느꼈다고나 할까.

산행코스는 감로사~철탑~전망바위~금동산 정상~전망바위2~화현고개~전망바위3~철탑~전망바위4~할매추어탕집. 걷는 시간만 4시간30분이 걸린다. 왼쪽으로 낙동강을 계속 바라다 볼 수 있는 뛰어난 조망으로 인해 오르는 바위마다 전망바위가 아닌 곳이 없을 정도다. 강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이 정상에서는 제법 세차기 때문에 땀을 식힐 수 있는 여름 산행코스로는 제격이다.

산행 들머리는 감로사 근처에서 찾아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건 자가용을 이용하건 간에 감로사 방향으로 시멘트길을 따라 올라가면 큰 어려움은 없다. 산행 시작 5분 만에 조그만 사찰인 감로사를 발견한다. 감로사 오른쪽으로 올라가다 감로사 뒤편 왼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 오르면 산행이 시작된다.

시작부터 된비알이다. 10분 사이에 무덤을 잇따라 마주치는 무덤군 지대를 통과한다. 뒤쪽으로는 나뭇잎 사이로 토곡산이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비교적 완만한 편이다. 멀리 암릉이 꼭대기에 자리잡은 봉우리가 보이는 듯 싶다가 5분쯤 뒤부터 금동산이 숨겨놓은 가파른 등산로가 선을 보인다.

잠시 큰 바위를 비켜 사면길로 오르는 길도 만나지만 계속 가파른 오르막이다. 알파인 스틱이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나뭇가지나 바위 돌출부 등을 잡고 오르느라 손이 분주해진다. 여기에다 인적이 드물어 비교적 두껍게 쌓인 낙엽들은 발이 지지할 자리를 찾는 데 애를 먹게 한다. 조금만 전진해도 숨이 턱에 차 오르는 이 된비알과의 씨름은 약 25분가량 계속된다.

겨우 바위에 올라 숨을 고르고 나면 그제서야 빼어난 주변 경치에 이곳이 첫 번째 전망바위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배경으로 펼쳐진 맞은편 산 밑을 지나는 쏜살같은 열차를 보노라면 힘들게 올라올 만했노라고 얘기하고 싶어진다.

오른쪽으로 김해 무척산 능선을 보면서 다시 길을 재촉한다. 암릉지대를 지나 내리막길까지 15분가량 더 가면 안부가 나오고 여기서 6분가량 오르막을 올라가면 돌무더기가 쌓인 금동산 정상에 이른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석룡산으로 가는 길이지만 정상석은 돌무더기에서 석룡산 방면으로 30m를 더 간 지점에 있다. 돌무더기에서 왼쪽 능선을 타고 길을 내려간다. 5분 뒤 오른쪽으로 신어산, 장척산, 동신어산의 모습이 잇따라 보인다. 13분을 더 가면 닿는 두 번째 전망바위에서는 오른쪽부터 금정산, 장군봉, 오봉산, 매봉, 토곡산의 모습이 잇따라 펼쳐진다. 길을 재촉하면 잠시 후 나타나는 악어모양의 바위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5분 뒤 갈림길. 오른쪽은 봉발마을, 왼쪽은 화현저수지로 내려가는 길이다. 직진한다. 10분 뒤 또 갈림길이 두 번 연속으로 나오지만 계속 직진한다. 다시 5분 뒤 잘록하게 내려서는 잘록이가 나오면 이곳이 바로 화현고개다. 이곳 역시 좌우로 내려가는 길이 있으나 오른쪽으로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보며 직진해 올라간다.

8분 뒤 정상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길을 내려서면 무덤지대를 지나 10분 만에 또 다른 안부에 다다른다. 20분간 오르막을 다시 오르면 정상석 모양의 돌을 세워놓은 봉우리에 닿고 20분을 더 능선을 따라 가면 도근점이 나온다. 다시 7분을 더 가면 나오는 갈림길에서는 왼쪽으로 내려간다. 오른쪽은 상동IC로 가는 길.

15분 뒤 왼쪽에 다시 전망바위. 올라서는 바위마다 낙동강 뒤쪽으로 병풍처럼 늘어선 산들이 멋진 조망을 이룬다. 10분쯤 더 가면 마지막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아랫매리로 가는 길이므로 낙동강 변으로 내려가기 위해 왼쪽 길을 택한다. 5분 뒤 철탑 오른쪽 마지막 전망바위를 지나 낙동강 쪽으로 계속 직진해 내려가면 인적이 드물었던 등산로라 길이 약간 옅어지긴 했지만 큰 어려움 없이 20여분 만에 임도로 내려설 수 있다. 임도에서 5분가량 더 내려간 곳에 낙동강 변 도로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산행 들머리인 감로사까지는 약 3㎞ 거리. 산행 문의: 레포츠부 051-461-4162, 박영태 산행대장 011-9595-8469. 글·사진=이상윤 기자 nurumi@busan.com

***김해 금동산 가는길 먹을곳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지하철과 시외버스를 연계하는 쪽이 편리하다. 부산 지하철 3호선을 이용, 구포역에서 하차한 뒤 시외버스 정류소에서 김해여객(055-337-3751~2)이 운행 중인 여차리행 버스를 타면 된다. 오전 6시50분부터 약 2시간 간격으로 하루 8회 운행된다. 하차 지점은 김해 신곡마을 감로사 입구. 40~50분가량 소요된다.

자가용 이용자는 남해고속도로에서 대구·양산 방향 중앙선지선을 타고 가다 대동IC를 거쳐 상동 IC로 내리는 코스를 이용한다. 이후 60번 도로를 이용, 대동 방향으로 왼쪽으로 꺾은 뒤 4분가량 간 지점에서 좌회전해 다리를 건너 쭉 진행하다 감로사 입구 신곡슈퍼가 나오면 왼쪽으로 진입한다. 중간에 감로정사 입구가 보이지만 이곳은 산행 들머리가 아니므로 주의한다.

산행 날머리에 위치한 유명 맛집 한 곳 소개한다. 김해시 상동면 매리의 할매추어탕집(055-331-8538)이 그곳. 추어탕을 비롯해 메기매운탕 등 민물고기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미꾸라지를 듬뿍 갈아 넣은 푸짐한 추어탕에다 누룩맛이 감감하게 입안을 감치는 동동주 한 잔이면 산행의 피로가 싹 가신다. 낙동강을 끼고 자리잡은 평상에 앉아 강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며 먹는 맛이 일품. 이 집 주인이 직접 만들어 마당 가득히 세워 놓은 장승과 남근석을 보는 남다른 재미도 있다. 추어탕 1인분 6천원. 이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