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바와 쉼보르스카는 대상을 증오하는 듯 사랑한다. 1923년 폴란드 중서부의 작은 마을 쿠르니크에서 태어난 시인은 1945년 『폴란드일보』에 시 「단어를 찾아서」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으며, 노벨 문학상을 비롯한 굵직한 문학상을 수상했다.
출생:1923. 7. 2. 폴란드 사망: 2012. 2. 1.
데뷔 : 1945년 시 '나는 단어를 찾는다'
수상 : 1996년 노벨 문학상
1995년 헤더상
1991년 괴테상
두 번은 없다 / 비스와바 쉽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더라?
꽃인가, 아님 돌인가?
야속한 시간,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두려움을 자아내는가?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빠르게 그러나 적당히
나, 생을 향해 말한다 - 너는 아름답기 그지없구나.
더할 나위 없이 풍요롭고,
한결 더 개구리답고, 마냥 밤꾀꼬리답고,
무척이나 개미답고, 꽤나 종자식물답다.
생으로부터 사랑받고, 주목받고,
찬사받기 위해 무단히 노력 중이다.
순종의 의사를 얼굴 가득 드러내고서
언제나 제일 먼저 그 앞에 무릎을 꿇는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기를 쓰고 쫓아간다.
환희의 날개를 단 채 날아오르기도 하고,
경탄의 물결에 몸을 던지기도 한다.
이 메뚜기는 얼마나 '초원'다운지
이 산딸기는 얼마나 '숲'스러운지
만약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감히 이런 생각은 품지도 못했으리라!
나, 생을 향해 말한다 - 너와 견줄 만한 대상을
결국 찾지 못했노라.
그 누구도 이보다 낫지도, 못하지도 않은
바로 이런 솔방울을 만들어낼 순 없으리라.
네 관대함과 창의력, 활력과 정확성에
머리 숙여 찬사를 보내노라.
음, 또 뭐가 있을까 - 그래, 더 나아가
네 마력과 묘술에도 경의를 표하노라.
단지 네 기분을 망치지 않기를,
너를 화나게 하거나 귀찮게 하는 일 없기를,
수만 년 전부터 나는 늘 미소를 잃지 않고,
네 비위를 맞추려고 무던히 노력 중이다.
잎사귀의 끝자락을 향해 손을 뻗어
생을 잡아당겨본다.
그래서 멈췄는가? 무슨 소리가 들렸는가?
잠시라도 좋으니 단 한 순간이라도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잊은 적이 있었던가?
언니에 대한 칭찬의 말
우리 언니는 시를 쓰지 않는다.
아마 갑자기 시를 쓰기 시작하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시를 쓰지 않았던 엄마를 닮아,
역시 시를 쓰지 않았던 아빠를 닮아,
시를 쓰지 않는 언니의 지붕 아래서 나는 안도를 느낀다.
언니의 남편은 시를 쓰느니 차라리 죽는 편을 택할 것이다.
제아무리 그 시가 '아무개의 작품'이라고 그럴듯하게 불린다 해도
우리 친척들 중에 시 쓰기에 종사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언니의 서랍에는 오래된 시도 없고,
언니의 가방에는 새로 쓴 시도 없다.
언니가 나를 점심 식사에 초대해도
시를 읽어주기 위해 마련한 자리는 아니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녀가 끓인 수프는 숨겨진 모티프가 없이도 그럴싸하다.
그녀가 마시는 커피는 절대로 원고지 위에 엎질러질 염려가 없다.
가족 중에 시 쓰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그런 가족들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결국 시인이 나왔다면 한 사람으로 끝나진 않는다.
때때로 시란 가족들 상호간에 무시무시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세대를 관통하여 폭포처럼 흘러간다.
우리 언니는 입으로 제법 괜찮은 산문을 쓴다.
그러나 그녀의 유일한 글쓰기는 여름 휴양지에서 보내온 엽서가 전부다.
엽서에는 매년 똑같은 약속이 적혀 있다.
돌아가면
이야기해줄게.
모든 것을.
이 모든 것을.
첫댓글 교수님이 권장하는 책으로 비스바와 쉼보르카의 <끝과 시작>이라는 책을 공지로 내렸지요.
얼른 덥석 책은 물었으나 170편의 두께에 놀래서
몇 장도 못읽은 책을 덕분에 다시 내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