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3차 인성면접 일자가 정해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외수 선생님 홈페이지에 격외선당 문학연수생 모집에 대한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30세 이하, 문학에 목숨 걸 수 있는 대한민국 청년이면 누구라도 지원이 가능했습니다. 저는 제가 중학교 3학년에 썼던 여물지 않은 시와 함께 제 자기소개서를 보냈습니다. 연대기 형식의 자기소개서였는데 나이별로 제가 겪었던 큰 사건에 대한 기록 같은 자기소개서였습니다.
그리고 NHN의 3차 인성면접에 떨어지고 문학연수생에 합격했습니다. 저는 월 15만원어치의 갈등을 했습니다. 연대보증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러나 숙식제공에 무료로 문학까지 지도받을 수 있는 기회가 이 때뿐이라고 여겼습니다. 현실은 아슬아슬했지만 제 인생에서 이런 기회가 생길지 어떨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춘천행 기차를 탄 것이었습니다. 춘천에 도착해 선생님을 뵙고 큰 절을 올렸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2004년 1월 26일 한겨울, 문학연수가 시작되었습니다. 강원일보에 문학연수에 대한 기사도 나왔습니다. 아래는 2004년 2월 11일자 강원일보 기사입니다.
[연수생중 최고령이며 카피라이터로 직장생활을 했던 김양미(32·서울)씨는 “우연히 이외수 선생님의 감성사전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을 읽고 저자의 책을 모조리 읽었다”며 “며칠 안됐지만 마음수양을 먼저 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언어감각과 문장력만큼은 확실하게 익혀주겠다”는 계획. 20평 남짓한 공간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연수생들은 이씨가 매일 1가지씩 부여하는 과제를 반드시 이행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과제를 충실하게 제출하면 하루종일 잠을 잘 수도 있지만 학교수업방식에 고착돼 있는 연수생들에겐 과제수행이 만만치 않다.
서울예대 극작과 졸업을 앞두고 있는 이정은(25·경기고양시)양은 “학교에서는 극작술이라고 해서 꾸미는 작업을 위주로 했는데, 여기서는 자연스러운 감각적 표현을 요구하므로 헤메고 있다”고 실토했다.
프로기사였던 김희중9단 문하생 조용성(28·서울, 바둑 아마4단)씨, 강원대 휴학중인 최정오(28·춘천)씨, 건축학도로 감성적 사고와 표현방법을 배우고 싶었다는 민은미(24·서울)씨 등도 한결같이 “이번 첫 연수생으로 뽑힌 것이 더 없는 영광”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수생들은 숙박연수 후에는 왕래하며 이씨의 개별지도를 받게 되고, 혼자서 작품을 쓸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면 문하생으로 승격되는 특전이 주어진다.]
그리고 문학연수 후 문하생으로 승격되어 약 두 달간 선생님 댁에서 심신을 다듬었습니다. 매일 점심 무렵 선생님께서 기침하시면 차를 마시며 바둑을 두었습니다. 선생님과의 대국은 늘 클린한 결과였습니다. 2 : 2, 3 : 3이었지요. 아마 지금 두어도 역시 2 : 2나 3 : 3이 되지 않을까 미소 지어지는 상상을 해 봅니다. 그러나 얼마 후 제 불뚝 배기 기질로 인해 춘천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행복에 대한 불안을 견뎌내지 못하는 성격이었습니다. 마치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 ‘탕탕탕’의 주인공과 비슷한 심리였습니다. 이 단편을 읽고 얼마나 섬뜩했는지 모릅니다. 마치 제 내면을 창으로 꿰뚫는 느낌이었습니다. 보편적인 사람들의 생각에 “그냥 그렇게 있었으면 객관적 성공이 보장 되었을 텐데” 라는 말에 대한 불안이었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직업을 가지든 마치 오랫동안 그 일을 해 온 것 같은 능숙함에서 오는 비애랄까요, 제게는 무엇이든 빨리 배우는 자질 만큼 빨리 지쳐 버리는 자질도 있었던 것입니다. (계속)
첫댓글 !!
오호 통재라~~~ㅠ.ㅠ
역마살이 있으시다더니
역마살의 바탕이 그 기질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