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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0 명절선물로 닭갈비 돌린 홍남기… 강원지사 출마할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석 명절 선물로 주변에 고향 특산품인 '춘천 닭갈비'를 돌리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강원지사에 출마할지 또 다시 관심이 모인다. 9월 19일 관가에 따르면 이전에도 명절 선물로 닭갈비를 고집한 바 있는 홍 부총리는 올해 추석에도 닭갈비 선물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해 세 차례 강원도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작년 6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한국판 뉴딜' 첫 현장행보로 춘천시의 한 데이터·인공지능(AI) 전문기업을 찾은데 이어 8월엔 춘천 의암댐 보트 침몰 사고 현장을 방문했고, 11월엔 횡성에서 열린 '강원형 일자리 선정 기념식'에 참석해 1120억원의 종합 패키지 지원을 약속했다. 올해 1월엔 새해 첫 한국판 뉴딜 현장행보로 강원 동해 한국동서발전을 방문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해 4·15총선을 앞두고도 여권발 강원지사 차출설, 전략공천설 등이 나오는 등 출마설이 끊이지 않아 왔다. 그러나 2019년 11월 기자간담회 등에서 그는 "총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고 실제로 출마도 이뤄지지 않았다. 홍남기 부총리는 취임 초기엔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이후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반대 등으로 여권발 교체설도 수차 나왔고, 2019년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와 지난해 재난지원금 보편지급 등에서 여당과 대립하다 결국 자신의 입장을 접기도 했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중과세 요건을 강화하는 정부안이 무산되자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실을 국회에서 직접 언급해 논란이 불거진 일도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하고 재신임 입장을 밝힌 뒤 수차례 개각에서도 유임된 홍남기 부총리는 이달 9월 4일엔 '재임 1000일' 기록을 세웠다. 홍남기 부총리는 문재인정부 2기 경제팀의 유일한 생존자이기도 하다.
지난 4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선 '강(强)남기'라는 새 별명이 등장할 정도로 백신 확보 문제, 부동산 손실보상 정책 등에 대해 소신발언을 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달 대정부질문에서도 홍남기 부총리는 여당 일각에서 가상자산 과세유보가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과세형평 측면에서 내년에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고, 대출규제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분명한 반대의견을 내놨다. 이를 두고 관가 안팎에선 "정계입문을 위한 몸풀기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책임감이 강한 홍남기 부총리가 출마를 위해 공직을 내려놓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6월 "코로나19 극복과 경기회복이 직분에 있는 한은 소명이기 때문에 마지막 날까지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이달 9월 13일에도 "경제가 엄중한데 다른 곳에 마음을 두는 게 맞지 않다"고 출마설에 선을 그었다. 다만 공직선거법상 선거 90일 전에만 사퇴하면 돼 내년 2월까지는 홍남기 부총리 거취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野, 윤석열로 본선 장담 못한다 판단"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9월 19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홍준표 의원에 대해 "우리도 1위 후보 교체를 고민하고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9월 17일 서울 여의도 대선캠프 사무실에서 진행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이 선수 교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낙연 전 대표는 "야당이 윤석열씨라고 하는 흠이 많고 불안한 후보를 갖고는 본선을 장담할 수 없겠다고 판단해서 좀 더 안전한 후보로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재명 경기지사보다 안정감을 주는 자신으로 선수교체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낙연 전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보다 홍준표 의원이 야당의 대선후보가 될 확률을 높게 보는 것이냐는 질문에 "더 높다고 진작부터 예측을 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홍준표 의원은 민심을 잘 읽는, 그리고 그에 대해서 표현하는 방식이 굉장히 명료하고 단순하고 그런 장점이 있다. 그것이 매력으로 느껴질 수 있겠다"면서도 "그러나 국정의 책임자는 매사가 단순명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본인도 알 것이라 생각한다"고도 밝혔다. 윤석열 전 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보도된 것을 토대로 판단하면 ‘고발 사주’와 무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최측근의 한 사람인 수사정보정책관이 그 일의 시작이었다고 보도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게 사실이라면 어떻게 총장의 의중과 무관하게 그럴 수 있겠나. 적어도 총장의 묵인 내지는 무언의 동의 정도는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라며 "이미 그런 리스크가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국민들 사이에 선수 교체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쟈명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을 통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 문제에 대해 김부겸 국무총리는 '상식적이지 않다'는 말씀을 했는데 총리의 말씀이 매우 절제된 표현이었다"며 "김부겸 총리의 절제된 말씀 그대로 인용하자면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그것 때문에 국민들은 의아해하고 또 일부 국민들은 분노하시는 것 아닌가"라며 "국민들이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것에 대한 진실이 드러남으로써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드리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지사를 향해 본선에서의 '위험성'이나 '불안함'을 거론했던 데 대해서는 "누구든지간에 본선에 갈 때 지금보다 훨씬 더 살벌해질 검증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안전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요구"라면서도 "굳이 구체적으로 무엇이 불안하다는 말씀은 드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의 최종 후보가 된다면 대선에서 패배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에 대해서는 아직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면서도 "그러나 이대로 가면 검증 없고 감동 없는 경선으로 가서 본선의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말씀을 제가 여러 차례 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의원직 사퇴로 당의 재보궐선거 부담을 키웠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정권 재창출과 성공적인 4기 민주 정부의 출범이 제 앞에 놓인 최대의 책임"이라며 "그래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다른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 정도의 각오를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대선 경선에서 중도하차한 정세균 전 총리의 득표를 무효표로 처리해 누적투표수에서 제외키로 한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은 비판했다.
그는 "당규는 불완전하고, 당의 해석은 부적절하다. 분명히 주권자는, 선거인단이나 권리당원이나 대리인은 유효하게 투표를 했다"며 "그후 투표자의 책임이 아닌 이유로 후보자가 사퇴했는데 소급해서 이미 유효한 투표도 무효표가 된다고 하는 것은 주권자를 잘못 모시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호남 경선을 앞두고 체감한 호남 민심에 대해서는 "저에 대해 조금 더 따뜻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들을 보면 제가 다시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 것도 있다"며 "시간이 갈수록 조금 더 후보들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되시니까 판단에 변화가 오지 않는가 생각한다"고 했다.
손흥민 사는 '트리마제 아파트'… 강남도 아닌데 '30평 전세 25억' 뚫었다
지난해 11월 강남 신축 전용 84㎡가 20억원에 전세 계약되며 '30평 전세, 20억 시대'를 개막한지 9개월 만에 전세 실거래가가 25억원을 찍었다. 이번 거래는 강남권이 아닌 성동구 성수동에서 나왔다. 이 면적이 25억원에 전세계약 된 것은 이번에 처음이다.
♠ 성수동 '트리마제' 25억원 전세계약… 역대 최고가 거래
9월 19일 국토교통부 아파트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트리마제' 전용 84㎡A타입이 25억원(38층)에 전세거래 됐다. 지난 6월 거래된 직전 최고가 24억5000만원(47층)보다 5000만원 오른 수준이다. 서울에서 이 면적이 25억원에 전세계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리마제'는 2017년 준공된 최고급 주상복합으로 4개동, 688가구 규모다. 아파트 보완이 엄격하고 서울숲, 한강 조망이 우수해 연예인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로도 유명하다.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 소녀시대 태연, 써니, 축구선수 손흥민 등도 이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거래는 비강남권에서 20억원대(이하 전용 84㎡ 기준) 전세계약이 나온 최초 사례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가 20억원에 첫 거래되면서 20억 전세 시대를 개막한 후 지금까지 20억원대 거래는 강남권에서만 이뤄져왔다. 이날까지 20억원을 웃도는 전세계약이 이뤄진 아파트는 '트리마제'를 포함해 총 10개 단지다. 트리마제를 제외하면 모두 서초구와 강남구에 위치해있으며 대부분 2015년 이후 입주한 신축 아파트다.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가 지난 6월 24억원(22층)에 거래돼 '트리마제'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가장 먼저 '전세 20억 시대'를 열었던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이달 23억원(34층)에 계약이 이뤄졌다.
♠ 전세 20억 넘는 아파트 서울에 10곳… 월세신고제 '변수'
이어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2단지'가 21억1000만원(8층),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가 21억원(18층)에 계약돼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 강남구 청담동 '청담린든그로브',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신반포팰리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강남구 대치동 '대치SK뷰',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자이' 등에서도 20억원 거래가 나왔다. 전세 20억 대열 합류를 코앞에 둔 단지들도 있다. 서초구 잠원동 '반포센트럴자이(19억원)', 서초구 반포동 '반포힐스테이트(18억5000만원), 강남구 삼성동 '삼성동센트럴아이파크(18억5000만원),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18억3000만원) 등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보증금 20억원을 넘는 초고가 전세 거래는 2015년 45건에서 지난해 412건으로 5년 새 9배 이상 늘었다. 일각에서는 지난 6월부터 시행된 전월세신고제 영향으로 20억원 이상 초고가 전세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택을 구입하지 않고 고가전세로 거주하는 자산가들은 자금 노출을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신고제 시행으로 자금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피자는 식지 않았다"… 하늘 배달길 열린 세종, 주문 폭주
“드론으로 피자 배달을 한다고?” 세종시 세종호수공원에서 지난달 8월 22일부터 실제 벌이지고 있는 일이다. 드론으로 물품을 배달받는 시대가 시작되는 걸까. 세종시에서 피자 드론 배달 상용화에 나선 국토교통부와 도미노피자를 통해 드론 배송의 실현 가능성을 살펴봤다. 그동안 도서지역에서 드론 배달이 있긴했지만 도심에서 드론 배달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9월 17일 글로벌 피자 체인인 ‘도미노피자 코리아’에 따르면 도미노가 드론 배달 상용화 가능성을 검토한 건 지난해부터다. 드론업체 ‘피스퀘어’에 의뢰해 피자 배달 전용 드론인 ‘도미 에어’를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에서 시범 운영하며 가능성을 살폈다.
그러던 중 국토부가 올해 5월 주관한 ‘드론 실증도시 및 규제 샌드박스 공모사업’에 참여해 최종 사업자로 선정돼 도심에서 드론 배달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국토부와 도미노피자가 피자 드론 배달 상용화 구간으로 정한 곳은 세종시의 도미노피자 세종보람점에서 세종호수공원까지 왕복 6㎞ 거리. 도미노피자 모바일앱에서 드론 스팟인 세종호수공원을 선택해 주문하면 ‘도미 에어’가 자율주행으로 비행해 고객에게 피자를 전달한다. 고객은 도미 에어에 탑재된 GPS트래커를 통해 도미노앱에서 실시간으로 드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도미 에어 착륙 후 고객인증 시스템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제품을 수령할 수 있다.
지난달 8월 22일부터 매 주말(토·일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운영 중인데 반응이 뜨겁다. 비가 내려 드론 배달을 못한 8월 29일을 제외하고 지난 9월 12일까지 매번 오픈 즉시 주문이 마감됐다. 하늘에서 날라오는 피자는 다 식어서 오는 건 아닐까. 도미노피자 관계자는 “드론 배달이 오토바이 배달보다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에 피자는 오히려 더 따끈하게 배달된다”고 말했다. 통상 오토바이 배달은 세종보람점에서 호수공원까지 길을 빙 둘러서 오면 15분가량 걸리는데, 드론 배달은 호수 위를 직진해 오기 때문에 절반 가량인 7분 밖에 안 걸린다. 드론에도 보온을 위해 특수 제작한 피자박스를 부착했다.
고객 반응도 좋다. 도미노앱에는 “차량 정체없이 하늘로 오니 배달 시간이 정확할 것 같다” “드론 배달을 보면서 이제 일상생활에 드론 배송이 대중화될 것 같다” 등의 고객 평가가 올라왔다. 국토부와 도미노피자는 드론 배달 서비스를 다음 달 말까지만 진행한다. 11월 이후부터는 강풍 등 기상변화가 심해 드론 배달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어서다. 도미노피자는 이번 성과를 토대로 향후 서울 및 수도권지역으로 확대 운영을 검토할 계획이다. 도미노피자가 드론 배달의 첫 발을 뗐지만 실제로 도심 한가운데서 배달을 하긴 아직 어렵다.
일단 무게 25㎏ 이상의 드론을 운행하려면 국토부 지방항공청을 통해 드론 비행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항공안전법상 공항 관제권을 침범하는 지역이나 원전, 주요 안보시설, 휴전선 주변에선 드론을 띄울 수 없는 등 제약이 많다. 아파트 등 도심 주거지역에서 상용화는 더욱 갈 길이 멀다. 고층빌딩·전선 등 장애물이 많은데다 사생활 침해, 안전 문제 등 국민적 동의가 필요해서다.
이 때문에 국토부도 단계적으로 드론 산업을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 도서지역이나 인구 밀집도가 떨어지는 야외에서부터 시범 운영한 뒤 드론 시장 형성에 따라 점차 상용화 지역을 넓히는 것이다. 도미노피자도 내년께 서울 한강공원에서 피자 드론 배달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김동익 첨단항공과장은 “정부는 우선은 현실적인 법 테두리 안에서 드론 운송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며 “도심에서 완전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기술력이 계속 고도화될 수 있도록 드론 산업 발전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새끼 없는 사이 또 눈맞아… 7남매 낳은 한국 호랑이들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의 한국호랑이 사육장엔 2020년과 올해 2년 연속으로 '금줄'이 걸렸다. 아기 호랑이의 탄생을 알리는 금줄이다. 동갑내기 한국호랑이 부부인 건곤(암컷·5)과 태호(수컷·5) 사이에서 연년생 7남매가 태어난 것이다. 암컷 호랑이는 홀로 새끼를 키운다. 출산 후 최대 2년 정도를 육아에 전념하기 때문에 연년생 호랑이 출산은 드물다. 호랑이들을 돌보는 이양규(51) 사육사는 ‘건곤과 태호의 돈독한 금실’을 비결로 꼽았다. “작년 2월에 태어난 ‘태범(수컷)’이와 ‘무궁(암컷)’이가 1년 만에 1㎏에서 100㎏으로 컸어요. 덩치가 큰데도 계속 엄마만 찾고 매달리니까 건곤이가 너무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래서 새끼들이랑 잠시 떨어트려 놨어요. 그런데 이때 태호랑 또 눈이 맞았더라고요.”
♣ 중매로 맺어진 건곤과 태호
한국호랑이는 ‘백두산 호랑이’, ‘조선범’, ‘시베리아 호랑이’, ‘아무르 호랑이’ 등으로 불린다. 한국호랑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국내에선 남획으로 종적을 감췄다. 세계적으로도 국제적 멸종위기 1급 동물로 분류된다. 건곤이와 태호는 2016년 5월 중국 상하이 동물원에서 태어났다. 날짜만 따지면 건곤이가 20일 더 빨리 태어난 누나라고 한다. 중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던 이들은 종보전 프로그램 교환을 통해 2018년 1월 에버랜드 동물원으로 왔다. 당시 건곤과 태호를 포함해 암수 호랑이 6마리가 한국 땅을 밟았다.
야생의 수컷 호랑이는 홀로 생활한다. 자기 영역에 암컷이 있으면 그 암컷과 짝짓기를 한다. 영역에 암컷이 없으면 평생 혼자 사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암컷과 수컷이 만나도 무조건 사이가 좋지도 않다. 싸워서 상처를 입히고 죽이기도 한다. 이에 사육사들은 호랑이들의 생년월일과 성격, 식성 등을 따져 건곤과 태호를 부부로 맺어줬다. 수컷 중 가장 유순하고 여유로운 호랑이가 ‘태호’였고, 암컷 중 제일 얌전하고 순한 아이가 ‘건곤’이었다.
중매(?)로 만난 호랑이들은 한 공간에 살기 전 적응 기간을 거친다. 문을 조금만 열어서 보여주고 냄새를 맡게 하는 식이다. 몇 개월에 걸쳐 ‘썸’을 타기도 하고,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아 헤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태호와 건곤이는 금방 사랑에 빠졌다. 딱 한 달 만에 방문이 활짝 열렸다. 이후 둘은 ‘눈꼴 시릴’ 정도로 붙어 다녔다고 한다. 서로 몸을 비비고 냄새를 맡는 등 애정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사랑에 빠진(?) 호랑이들이 내는 특유의 낮은 저음으로 ‘그르렁’거리며 정담도 나눴다. 분리해 놓으면 서로가 있는 방향의 벽에 몸을 비비는 등 찾는 행동도 했다.
♣ 2020년 2마리, 올해 5마리… 다산 부부
암컷 호랑이는 빠르면 2~3살, 수컷은 5살이 정도 돼야 번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찍 사랑에 눈을 뜬 태호와 건곤이는 2018년에 이어 2019년 11월에도 짝짓기를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16주 뒤인 2020년 2월 첫 아이인 태범이와 무궁이가 태어났다. 1년 뒤인 지난 2~3월. 건곤이는 육아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사육사들은 건곤이를 쉬게 하려고 잠깐 태호와 합사를 시켰는데 이때 또 임신했다.
이양규(51) 사육사는 “야생의 암컷 호랑이는 짝짓기가 끝나면 수컷과 헤어져 홀로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새끼들이 다 자라기 전까진 수컷을 만나지 않는다”며 “그래서 둘의 짝짓기를 목격하고도 ‘설마’ 했는데 2~3개월이 지나니깐 건곤이의 배가 불러오고 먹이 섭취량이 늘어서 임신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7일. 두 번째 아이들이 태어났다. 무려 5마리다. 호랑이는 보통 한 번에 2~3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5마리는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다. 이양규 사육사는 “호랑이 유두는 원래 6개인데 대부분의 호랑이가 2~3마리의 새끼를 낳으면서 2개는 퇴화가 됐다”며 “그런데 건곤이는 5개가 발달해 있어서 다산이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이름 찾는 오둥이… 유학가는 태범·무궁
건곤이는 모성애도 강하고 육아도 잘한다. 새끼에게 제대로 젖을 먹이지 못해 사육사의 도움을 받는 호랑이도 많은데 건곤이는 새끼들이 골고루 잘 먹을 수 있도록 조절을 한다고 한다. 5마리의 아기 호랑이들은 어미의 사랑 속에 현재 7~10㎏으로 폭풍 성장했다. 에버랜드는 오는 9월 22일까지 아기 호랑이들의 이름을 공모한다. 태범이와 무궁이는 유학을 떠난다. 오는 10월부터 산림청 산하 국립백두대간 수목원의 ‘백두산 호랑이보전센터’ 유학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1년 6개월에서 2년 사이의 호랑이가 어미로부터 독립하는 습성을 고려한 것이다. 센터 측은 2년간 호랑이 생태를 연구하고, 에버랜드 수의사와 사육사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해 이들의 상태를 함께 관찰한다. 호랑이의 평균 수명이 15년에서 20년인 만큼 5살인 건곤이와 태호는 사람 나이로 따지면 10대 후반쯤이다. 사이도 좋아서 새끼를 더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에버랜드는 “‘출산’보다 ‘행복’에 힘쓰겠다”고 했다. 이양규 사육사는 “번식도 중요하지만, 동물들의 행복 지수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호랑이들이 더 잘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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