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선 산행 - 운두산,오독산,축령산
천마산
천마산은 서쪽으로 긴 눈썹이 떠있듯 보이고 天磨西望浮脩眉
화악산은 동쪽으로 옥병풍이 둘러있듯 하며 華岳東盤玉屛峙
해월헌은 요원한 큰 들을 임하여 섰고 海月軒臨大野迥
초연재는 죽 뻗은 긴 물가를 굽어보는데 超然齋瞰長洲迤
―― 상촌 신흠(象村 申欽, 1566~1628), 「소양천객행(昭陽遷客行)」에서
▶ 산행일시 : 2019년 9월 14일(토), 흐림, 오후에는 안개, 부슬비
▶ 산행인원 : 6명
▶ 산행시간 : 9시간 2분
▶ 산행거리 : GPS 도상 15.2㎞
▶ 교 통 편 : 전철 이용
▶ 구간별 시간
07 : 25 - 상봉역 출발
08 : 05 ~ 08 : 15 - 대성리역, 산행준비, 산행시작
08 : 42 - 189.1m봉
09 : 24 - 대성현, 임도, 안부
09 : 44 - 294.5m봉
10 : 17 - ╋자 갈림길 안부, 오른쪽은 원대성리 2.7km
11 : 06 - 암릉, 암봉
11 : 33 - 542.3m봉
12 : 23 ~ 13 : 05 - 운두산(雲頭山, 680m), 점심
13 : 17 - 파위고개, ┫자 갈림길 안부
14 : 00 - 오독산(614.7m)
14 : 30 - 수레넘어고개
15 : 00 - 임도 ┫자 갈림길, 왼쪽은 축령산 정상 2.3km
16 : 09 - 축령산(祝靈山, △887.1m)
17 : 07 - 축령산자연휴양림
17 : 17 - 축령산자연휴양림 입구 버스 종점, 산행종료
1.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1/25,000)
2.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1/25,000)
3. 산행 고도표
▶ 운두산(雲頭山, 680m)
지금도 그러한지 모르겠으나 1980년대 대성리(大成里)는 북한강 강변의 드넓은 백사장을
끼고 있어 사시사철 젊음과 낭만이 흘러넘치던 곳이었다. 그때 칙칙폭폭 열차는 무척이나 붐
볐다. 오늘은 한산하다. 우리는 역사를 빠져나와 대로를 건너고 대성초교 앞을 돌아 MT촌을
지난다. 운두산 남쪽 산줄기 맨 끝자락에 이정표가 등산로를 안내한다. 은두봉 6.4km, 대성
리역 0.6km.
첫 발자국부터 가파르고 긴 계단 길 오르막이다. 일보(一步)로 개명한 이후 눈에 띄게 달라
보이는 한계령 님이 시위 떠난 살처럼 앞서 튀어나가고 그 뒤를 쫓느라 급작스런 걸음에 장
딴지가 땅긴다. 계단 길을 오르고 나면 완만하고 한적한 숲길이다. 등로에 흩뿌려진 밤송이
는 링링이 떨구어 놓고 갔다. 발로 비트니 토실토실한 알밤이 불쑥 나온다.
솔잎 님은 알밤 찾아 아예 사면을 내려 누빈다. 그러나 잠시뿐이다. 아직은 설익은 밤송이라
우리의 발목을 붙들지 않는다. 189.1m봉. 30분 가까이 땀 흘려 저축한 그 고도를 한 입에 털
어 넣는다. 안부께에 동향한 반남 박씨(潘南 朴氏, 전라남도 나주시 반남면이 관향이다) 일
가의 잘 손질된 무덤가에서 첫 휴식한다. 탁주이지만 망자에게 먼저 헌주하고 입산주 분음한다.
192m봉을 느긋이 올랐다가 한 차례 뚝 떨어져 내리면 임도가 지나는 안부로 대성현(大成
峴)이다. 참호 지나고 오래된 교통호와 함께 오른다. 후덥지근하니 더운 날씨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다. 준봉인 듯 비지땀 쏟으며 294.5m봉을 넘고 30분이나 걸려서 바닥 치는 안부
다. ╋자 갈림길이 잘 났다. 오른쪽은 원대성리 2.7km이다.
큰갓버섯의 계절이다. 가는 발걸음에 사면을 훑어보아도 호피무늬의 큼직한 흰 갓이라 대번
에 알 수 있다. 대부분 깊은 골짝이나 등로에 멀찍이 떨어져 있어 꺾으려면 적잖이 발품을 팔
아야하기에 이상하다고 여겼는데 얼마 가지 않아 의문이 풀렸다. 등로 가까운 데의 큰갓버섯
은 장화 신은 이 동네사람들이 거두어 갔다. 그들을 앞지른다.
높다란 암벽 암봉과 마주치고 처음에는 왼쪽 사면을, 그 다음에는 오른쪽 사면을 돌아 넘는
다. 542.3m봉을 넘어서자 가파름이 한결 수그러든다.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 두리봉과 송라
산이 보이기에 저 앞 봉우리에 오르면 천마산이 보일까 걸음 재촉한다. 등로 벗어나 잡목 헤
치고 수렴(樹簾) 걷힌 암릉에 들러 천마산을 바라본다. 그 연릉은 반공을 차지한 하늘금이다.
등로만 따르면 내내 하늘 가린 숲길이다. 594.9m봉 넘고 스퍼트 낸다. 운두산. 널찍한 헬기
장이다. 헬기장 가장자리에 ‘雲頭山’이라 새긴 예전의 가평군 표준규격인 정상 표지석이 있
다. 비슷한 표고의 은두산(銀頭山, 예전에는 ‘운두산’이라고도 불렀다. 산의 서북쪽에 있던
은두목현(銀頭目縣)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정상은 이 헬기장에서 북동쪽으로 잘난
등로 따라 0.5km쯤 더 가야 한다.
거기는 울창한 숲속이라 아무런 조망이 없다. 이곳이 하늘 트인 널찍한 헬기장이고 산행교통
의 요충지이겠다 가평군 3개 면(상면, 수동면, 청평면)의 접경지라서 사실상 은두산 정상 노
릇한다. 헬기장 주변에는 억새가 이제 막 꽃피기 시작한다. 신가이버 님이 왔더라면 억새축
제의 적지라고 할 것. 그 가을 냄새를 맡으며 둘러 앉아 점심밥 먹는다.
4. 닭의장풀
5. 멀리 왼쪽이 화야산, 가운데는 고동산
6. 멀리 가운데는 뾰루봉
7. 왼쪽은 운길산, 멀리 가운데는 검단산, 그 앞은 견우봉, 직녀봉
8. 큰갓버섯
9. 송라산
▶ 오독산(614.7m)
운두산에서 면계 따라 서진하여 오독산을 향한다. 잡석 깔린 가파른 내리막이다. 얼마 전에
링링이 온 국민이 주시하는 중에 지나간 거친 발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다. 뚝 떨어져 내린 안
부는 파위고개(은두목고개)다. ‘파위’라는 말이 낯설어 조사하였더니 이 고개 남쪽 입석리에
‘파위 마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예전에는 파위 마을이 아마도 대처였으리라.
궁금증은 꼬리를 물었다. ‘파위’는 무슨 뜻인가? 인터넷을 샅샅이 검색하였으나 도저히 알 수
가 없어 수동면사무소 총무과에 전화하였다. 입석리 파위 마을이란 지명의 ‘파위’라는 의미
가 무엇인지, 파위가 우리말인지, 우리말이 아니라면 그 한자의 쓰임은 어떠한지? 당장 답변
하기 어렵다고 하여 5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전화하였다.
담당자의 요령부득인 답변을 들었다. “마을이 반달모양의 산으로 둘러싸여 파호 마을이라고
하던 것을 지금은 파위 마을로 부른다고 합니다. ‘파위’의 한자 쓰임은 알 수가 없습니다.” 그
렇다면 파호는 ‘把弧’가 아닐까? 파위는 ‘把圍’가 아닐까? 그보다는 애초에 파위는 ‘바위’의
오독 또는 변성이 아닐까? 그 마을이 입석리(立石里)에 있는 터에 그런 생각이 든다.
파위고개는 V자 협곡이다. 오독산을 그렇게 오른다. 저 앞 등로 주변에 큰갓버섯이 유혹하여
가쁜 숨 꾹 참으며 부지런히 발걸음을 놀린다. 오독산의 전위봉 격인 580m봉에서 잠시 숨
고른다. 풀숲 무성한 헬기장 지나고 암벽 밑을 왼쪽으로 돌아 잠깐 오르면 암봉인 오독산 정
상이다. 서쪽을 제외한 3개 방위를 아우르는 경점인데 날이 흐려 원경은 안개에 가렸다.
오독산은 무슨 뜻일까? 그 단서를 축령산 지명유래에서 추측한다.
“태조 이성계가 왕으로 등극하기 전 이곳으로 사냥을 왔는데, 하루 종일 산을 돌아다녀도 짐
승 한 마리 잡을 수가 없었다. 허탕을 치고 돌아가는데, 몰이꾼으로 참여했던 사람들이 이 산
은 신령스러운 산이라 고사를 지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다음날 산 정상에 올라 고사를 지냈
고, 고사를 지낸 후 다시 사냥을 하여 멧돼지를 5마리나 잡게 되었다. 이러한 일이 있은 후
에, 멧돼지 5마리를 잡은 산이라 하여 ‘오득산(五得山)’이라 부르게 되었고, 고사를 드렸던
산은 ‘축령산(祝靈山)’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한국지명유래집』 중부편)
“멧돼지 5마리를 잡은 산이라 하여 ‘오득산(五得山)’이라 부르게 되었다”라는 산이 이 산이
아닐까? 지금의 오독산은 ‘오득산’의 오기임이 분명하다.
10. 참취꽃
11. 송라산
12. 오른쪽은 천마산 자락
13. 오독산 정상에서
▶ 축령산(祝靈山, △887.1m)
오독산에서 수레넘어고개로 내리는 길은 사뭇 부드럽다. 완만한 안개 자욱한 숲길의 풍경은
영락없는 수묵담채의 그림이다. 보이지 않게 떨어진 앞뒤 일행 간의 거리는 그들의 수런거리
는 소리로 가늠한다. 432.0m봉이 도드라지지 않아 집어내지 못하고 무성한 풀숲 헤치고 머
리 내밀면 임도가 지나는 수레넘어고개다. 축령산자연휴양림에 놀러온 연인들(?)이 여기까
지 산책한다.
모처럼 오지산행에 나온 솔잎 님이 더 못가겠다고, 자연 님은 듣던 중 반가운 복음이라 하고,
사계 님은 그들의 호위무사를 자처했으니 남은 셋이 산행을 계속한다. 산굽이 돌고 도는 임
도 따라간다. 상고대 대장님은 재작년 이맘때(정확히는 2017년 10월 2일이다) 축령산 동쪽
능선에서 더덕의 손맛 좀 보았기로 거기에 미련을 두었다.
그런데 실한 산모퉁이에 돌아 오르자 이정표 앞세운 ┫자 임도 갈림길이 왼쪽은 축령산 2.3k
m라고 한다. 날이 흐려 숲속은 어둑하고 시간은 빠듯하다. 이 길로는 축령산을 처음 오른다
는 점이 끌렸다. 그 더덕들 다 놓아두고 바로 축령산을 오른다. 오르막 임도는 자갈길이다.
줄달음한다. 그러는 중에도 좌우사면의 풀숲을 들여다보지만 빈 눈이다.
우리만 몰랐던 등로다. 곳곳이 쉼터로 장의자를 놓았다. 자작나무숲을 지난다. 자작나무가
꽤 굵직굵직한 것이 오래 전에 조림하였다. 가평팔경 중의 하나인 ‘축령백림’이 아니었다면
‘축령화림(祝靈華林)’이 대신할 뻔했다. 자작나무 숲 벗어나 사면을 길게 가로질러 수레넘어
고개에서 곧장 오르는 능선과 만난다. 오늘 산행의 험로인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슬랩이나 가파른 오르막에는 전에 없던 밧줄 난간을 설치하였다. 지형도의 촘촘한 등고선 그
대로 수직사면의 연속이다. 부슬비까지 내려 바위 슬랩은 물론이고 맨땅이 되게 미끄럽다.
숫제 긴다. 남이바위 갈림길 능선 오르기 전 긴 한 피치 사면에는 밧줄 난간이 없다. 한 걸음
한 걸음 흙 헤집어 돌부리 나무뿌리 움켜쥐고 오른다.
남이바위 갈림길 능선에 오르면 축령산 정상은 0.5km 남았다. 이제 험로는 없다. 외길이다.
수묵농담의 산수화 전시회에 들어선 느낌이다. 두고 가는 풍경이 아깝고 한편 앞의 풍경이
궁금하다. 이따금 얼굴 들고 부슬비 맞아 땀 식힌다. 막다른 등로의 데크계단 오르면 축령산
정상이다. 커다란 돌탑 앞의 삼각점은 2등 삼각점이다. 일동 25, 1983 재설.
맑은 날이면 사방 조망이 훤히 트이는 빼어난 경점인데 오늘은 부슬비 내리고 안개가 자욱하
여 근경조차 가렸다. 불과 수 미터 앞의 기념사진이 흐릿하다. 하산. 축령산자연휴양림을 향
한다. 절고개 안부에서 왼쪽으로 내릴 것이다. 축령산 정상을 벗어나 잠시 미끄러운 바윗길
을 지나면 데크계단이다. 전에 없던 데크계단이다. 두 차례 데크계단을 길게 내리고 풀숲 약
간 헤치면 절고개 안부다.
절고개 안부에서 축령산자연휴양림으로 내리기도 오늘이 처음이다. 그간 축령산을 너 댓 번
올랐으나 서리산이나 주금산으로 갔다. 길 좋다. 등로 주변의 즐비한 거목들 또한 축령백림
이다. 안개 속의 그 풍경이라니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일대장관이다. 이때만큼은 아껴 걷는
다. 잔디광장 휴게소 지나고 사면 돌아내리면 전망대 지나 서리산 가는 갈림길과 만난다.
곧이어 수레넘어고개에서 내려오는 임도와 만나고 그 옆으로 우당탕 소리 내어 흐르는 계류
와 함께 간다. 추석연휴에도 이곳 자연휴양림은 대성황이다. 집집마다의 주차장에 빈 곳이
보이지 않는다. 자연휴양림 구내를 벗어나고 버스종점이다. 근처 편의점에서 시원한 캔맥주
사서 무사산행을 자축하는 축배를 든다.
14. 수레넘이고개에서
15. 부슬비 내리는 축령산 정상
16. 절고개에서 자연휴양림 가는 길
17. 절고개에서 자연휴양림 가는 길
18. 절고개에서 자연휴양림 가는 길
19. 축령산 주계곡(두몽안계곡) 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