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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성 장애인 A군을 구속한 청주상당경찰서 전경. ⓒ연합뉴스tv Youtube 동영상 캡처
올해 추석은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확정된 관계로 징검다리 연휴 6일을 맞이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기간 중이기도 해, 선수들의 메달 소식에 기쁨을 나누기도 하고 응원을 보내는 분들이 많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다른 쪽에선 추석 연휴가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먼저 자폐성 장애인인 A군(14)이 지난 10월 1일 청주시 상당구의 한 아파트에서 야단치던 40대 어머니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존속살해 혐의로 범행 70분 만에 아파트 인근 공원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잠시 외출했다 돌아온 A군 아버지는 B씨를 발견해 119 구급대로 병원 이송했지만, B씨는 결국 사망했다.
A군은 놀이터에서 아이들 노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해달라는 요구를 어머니 B씨에게 했다가 어머니에게 명절이니 시끄러운 것이 당연하다는 야단을 맞자 격분해 범행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평소에도 거동이 붚편한 친누나를 자신보다 더 챙긴다는 이유로 평소 B씨를 원망했단다.
한편 A군은 작년 9월엔 교실에서 다른 학생과 말다툼을 하다 자해를 했단 이유로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출석정지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뢰 관계인 동석 하에 A군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일 예정이며 정확한 범행 동기 파악 후 사건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라고 경찰은 밝혔단다.
A군의 경우,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라,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소년법에 따라 소년원에 가게 되는 등 보호처분을 받을 게 예상된다. 촉법소년 제도에 대해선 교화 가능성 높은 10대를 교화하고 재발 방지 효과가 커, 이 제도를 유지하자,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해 강력범죄가 늘어나니 제도 폐지를 통해 교화 효과를 높이자는 등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A군의 행위는 모두에게 당연하고 소중한 생명권을 함부로 침해한 거라 전혀 두둔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4년 전 아동권리위원회 일반논평에선 아동이 심각한 범행의 피의자인 경우,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더 낮게 정할 수 있도록 예외 허용하는 관행을 우려하며, 이런 관행을 폐지하고 아동에게 형법상 책임을 묻는 예외 없는 표준 최저연령을 정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아동발달 및 신경과학 분야의 증거 자료에 따르면, 12~13세 아동들 등 만 14세 이하 인간의 경우 뇌는 아직 발달 중이라 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이나 사법절차를 이해하고 있지 못할 여지가 크다. 자신을 둘러싼 일들에 대한 상황판단과 그에 기초한 의사 결정에 따라 행동할 시 그 결과에 관해 형사책임을 질 만한 능력을 제대로 갖췄다고 보기 어려운 거다. 즉 책임질 수 있는 인간에 대해 형벌이 주어져야 하는 것이 원칙인 거다.
이와 관련해 아동권리위원회에선 형사책임을 질 만한 최저연령을 15~16세로 올린 당사국들을 치하하며, 아동권리협약에 의거해 어떤 상황에서도 형사책임 최저연령 하향조정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니까 심각한 범행 피의자를 책임능력 없다고 그냥 두는 게 아니라, 소년 등에 대해선 보안처분과 교육, 개입, 보호, 지원 등을 통해 종합적 방법을 동원, 형별이 아닌 범죄예방 및 재통합 등을 도모해야 한다는 거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좀 더 확인해봐야겠지만, 자신의 범행에 대해 책임지기 쉽지 않은 연령대인 A군에게 형벌을 가하는 것은 어찌 보면 가혹할 수 있다. 그래서 A군에게 맞는 합리적 변경을 지원하면서, 소년원 등에서 교화하는 과정을 통해, 다시는 그런 폐륜을 저지르지 않게 자신의 행위에 대해 참회하고 책임지는 걸 배우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A군이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재복귀하도록 말이다. 물론 범행을 두둔한다는 의미는 전혀 아님을 분명히 해둔다.
그런데, 명절이니 그냥 참으라는 말에 격분했다는 A군의 반응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게 된다, 실지로 소리나 빛에 민감해하는 자폐성 장애인이 내 주위에도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에겐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등이 합리적 변경으로 작용한다. 합리적 변경의 목적은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장애인에게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의 향유 또는 행사를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장애인권리협약 제2조 정의에도 명시돼 있다.
Reasonable Accommodations(합리적 조정/변경)에 대한 예를 나타낸 그림. ⓒ미국 상무부(U.S Department of Commerce)
하지만 그것을 어머니로부터 거절당했다는 건 그 자폐성 장애인에겐 어떻게 보면, 자신의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의 향유 또는 행사를 박탈당한 것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이 합리적 변경이 우리나라에선 장애인 등의 권리로 인식되고 있지 않다. 그냥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식으로 시혜적인 ‘편의’란 개념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말다툼하다 흉기로 자해했단 이유로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출석정지 처분을 받았다는데, 자해한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나오지 않아 추후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 다만 비장애 중심의 다양성이 말살된 학교 환경과 관계에서의 말다툼으로 인한 혼란 속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혼돈돼, 스트레스가 생기고, 스트레스에 상당히 민감한 자폐성 장애의 특성상 자해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와 관련해 심리적 고통이 상당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 거동이 불편한 친누나만 자신보다 더욱 챙겨 원망이 생겼다는 건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감정이었으리라. 이렇게 고충이 상당하면, 상담을 생각해볼 수 있을 텐데, 정부와 지자체의 장애인 가족 상담은 부모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당사자와 당사자의 자매, 형제 상담에 대한 체계는 상대적으로 상당히 미흡하다.
이런 현실들을 고려해 생각하다 보니 이 자폐성 장애인의 권리와 존엄성은 상당히 망가질 정도로 박탈되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합리적 변경을 권리로 인식하는 사회였다면, 자신이 동등한 대접을 받았다면, 그리고 학교가 비장애 중심 아닌 장애 등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환경이었다면, 상담체계가 체계적이었다면, 이런 끔찍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한편 이런 일들이 발생하고 나면, 시민들 인식엔 자폐성 장애인은 역시 폭력적이고 위험하니 시설이나 특수학교로 분리하고 이들을 치료하는 건 물론 주류사회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논리가 더욱 팽배해질까 두렵기까지 하다. 그래서 이런 일들을 접하면서 화나면서도 두려움이 들었던 거다.
또 다른 사건이 있었다. 지난 9월 30일 울산의 한 아파트에 60대 A씨가 떨어졌다고 울산 119에 전화 내용이 들어왔다. 이에 119 구급대와 경찰이 출동해 A씨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A씨 집으로 찾아가 집 문을 열었는데, 방 안에 A씨의 아들 30대 B씨가 숨져 있었고, B씨의 목에 목 졸린 흔적이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의 유서도 집 안에서 발견됐는데 자신의 건강이 좋지 않으니 더 이상 아들을 키울 수 없다고 하며 ‘내 아들 ○○○은 2023년 9월 30일 ○○시에 죽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아들을 어렵게 얻은 데다, 아들이 태어나면서도 인큐베이터 생활을 오랫동안 했다고 한다. 시각장애와 언어장애가 함께 있었던 이유로 다른 사람의 지원 없인 일상생활이 어려웠단다.
A씨는 지난해 울산에 소재한 대기업 퇴직 후 아들을 주로 돌본 것으로 알려졌단다. A씨의 퇴직 후 부인은 기계 세척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갔다. 경찰에선 A씨가 장애가 있는 아들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고 부검을 통해 B씨의 사망원인을 밝힐 예정이란다.
2015년 8월 21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광화문 농성 3주년을 맞아 개최한 문화제 진행모습(좌측), 문화제를 보고 있는 청중들 모습(우측). ⓒ이원무
이 일을 보며, 의료급여에 대해서 부양의무제 폐지되지 않는 등 여전히 장애인 가족의 돌봄 책임은 오롯이 가족에게 지워져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또한, 장애인과 그 가족의 욕구, 선호, 의지보다는 장애등급과 소득수준에 따라 지원하고 지원 양도 상당히 쥐꼬리라, 가족지원체계는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가까우며, 이런 체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부양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장애인 살인에 대해 처벌하지 않고 집행유예 등을 선고하는 게 법원의 관행으로 되어가고 있다. 사법부의 장애인 생명권에 대한 천박한 인식과 장애인과 그 가족의 지원체계가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기반한 이유 등으로 인해 장애인의 생명권은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다.
결국, 장애인의 권리와 존엄성은 박탈되고 장애인과 그 가족을 지원하는 가족지원체계가 의료적 모델에 의존하고, 오롯이 돌봄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거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게 이번 추석 연휴 타살 사건들의 원인이라 본다.
장애인 가족 지원체계가 장애인과 그 가족의 욕구, 선호, 의지를 중시하는 체계로 변화되고, 장애인의 권리와 존엄성을 보장받는 등 장애의 인권적 모델에 따른 사회로 전환되어 갈 때 이번 추석 연휴 타살 사건들은 눈을 씻고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건들이 더는 일어나선 안 된다.
하지만 장애의 인권적 모델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없는 한 이런 끔찍한 일은 계속 반복될 것이며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끔찍한 일이 더는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아무쪼록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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