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과음하면 부정맥 발생위험 증가해 자기 관리가 중요
이순용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추석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한 술자리. 옛날 추억을 되뇌며 흥이 오른 홍수현(50, 가명) 씨는 자신도 모르게 과음을 하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차례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홍 씨는 갑자기 머리가 핑 돌고 호흡기 가빠지며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가족들의 도움으로 근처 응급실을 찾은 홍 씨. 검사 결과 심장 박동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부정맥’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평소 등산 등을 즐기며 건강을 자신하던 홍 씨는 부정맥이라는 결과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28일부터 고대하던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올해는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짧게는 6일(9/28~10/3)에서 개천절(10/3) 이후 3일을 연차 등으로 활용하면 최장 12일(9/28~10/9)의 달콤한 연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연휴’, ‘명절’… 누구에게나 행복한 단어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이맘때만 되면 종종 회자되는 ‘명절증후군’ 때문이다. 명절증후군은 ‘증후군’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정확한 질환은 아니지만, 주로 명절이나 연휴 때 나타나는 정신적·신체적 증상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증상은 △만성피로 △관절 통증 △두통 △극심한 스트레스 △소화불량 등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증상들이다.
다양한 명절증후군 증상 중에는 의학적으로 입증된, 심하면 돌연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증상이 있다. ‘연휴심장증후군(Holiday Heart Syndrome; HHS)’이다. 연휴심장증후군은 연휴 등 단시간의 ‘폭음’으로 나타나는 ‘부정맥’을 의미한다. 평소 과음을 일삼던 사람이 명절 같이 긴 연휴 기간 알코올과 고열량 음식을 과다 섭취하면서 부정맥 등 심장 이상 증상이 생기는 것이다.
이 개념은 미국 뉴저지의대 필립 에팅거(Philip Ettinger) 박사에 의해 1978년 미국심장학회저널(American Heart Journal)에 처음 소개됐다. 당시 에팅거 박사는 폭음을 한 2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부정맥 병력 여부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주말이나 공휴일 직후 병원에 부정맥으로 입원하는 환자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심장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라도 폭음을 하게 되면 갑작스럽게 부정맥이 발병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 해외에서도 크리스마스나 새해는 매년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날로 알려진다.
이동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연휴심장증후군이 발생하면 폭음을 하는 도중이나 숙취가 풀리지 않은 다음 날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심장이 가빠지고 흉통이 나타난다”며 “심한 경우 의식까지 잃을 수 있고, 급박한 부정맥으로 돌연사를 부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연휴심장증후군은 사회활동이 왕성하고 술자리가 많은 35~55세의 남성에게서 발병률이 높다. 체내 알코올이 다량으로 들어오면 몸속에서 분해되면서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물질이 생기는데, 이것이 심장 수축 능력을 떨어뜨린다. 또 술맛을 좋게 하는 인공감미료나 각종 색소, 합성보존료 등 첨가물도 심장에 좋지 않다. 특히 심장이 제 박자에 맞춰 수축하지 못하고 무질서하고 가늘게 떨리는 심방세동이 잘 발생한다.
연휴심장증후군은 과음이나 폭음이 아닌 한 잔의 술로도 발생할 수 있다. 섭취한 알코올의 양뿐만 아니라 심장 리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트륨 섭취량이나 과식,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 복합적인 영향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재 교수는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친지들과의 만남이 반갑겠지만 절제 있는 생활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갑작스러운 폭음, 과식 등을 피하고 연휴 기간에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등 심장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일상생활 속 부정맥 관리
- 과음, 과식, 과로를 피한다.
- 금연한다.
- 커피, 홍차 등 카페인 섭취를 줄인다.
- 생활습관 개선, 체중 유지 등으로 정상 혈압을 유지한다.
- 하루 30분, 주 3회 이상 규칙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실시한다.
◇ 연휴심장증후군 예방수칙
- 갑작스런 폭주는 금물이다. 소량의 술을 자주 마시는 것보다 가끔 마시면서 폭음과 속주를 하게 되면 갑작스런 알코올에 신체가 적응하기 힘들어지고, 심장 계통에 큰 무리를 줄 수 있다.
- 과음 후 찜질방, 사우나는 피한다. 술을 마신 후 뜨거운 물 속에 들어가거나 사우나를 즐기면 혈관을 확장시켜 심장으로 급작스럽게 피가 몰리게 돼 위험하다. 또 의식이 혼미해지거나 몸의 균형감각을 떨어뜨린다.
- 음주 후 격렬한 움직임은 자제한다. 노래방이나 나이트클럽에서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알코올을 땀으로 배출시켜 술을 빨리 깨게 하는 방법일 수 있지만 갑작스런 움직임은 오히려 심장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원샷’과 ‘폭탄주’는 피한다. 술을 급하게 마시거나 섞어 마시면 인체는 알코올로 인해 갑자기 증가한 이산화탄소를 재빨리 제거하기 위해 혈액순환을 증가시킨다. 이렇게 되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액순환의 속도가 증가, 혈관에 대한 압박이 커지게 된다. ‘폭탄주’ 역시 알코올 흡수속도가 빨라 심장에 큰 부담을 일으킬 수 있다.
- 술 마신 후 커피는 금물이다. 술 마신 후 심장박동이 빨라진다면 부정맥의 가능성이 있다. 이때 카페인은 독약이다. 알코올만으로도 심장에 무리가 가는데 커피나 콜라 등 카페인까지 마시게 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