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봄기운이 코끝을 스치는 이맘때면 많은 사람들이 탁트인 동해바다로의 여행을 꿈꾼다. 동해안 가운데에서도 특히 양양은 고속도로 개통과 양양국제공항을 연결하는 플라이강원 국내노선이 확대되면서 어느 곳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는 관광지로 발돋움 하고 있다.
서핑, 요트 등 해양레포츠로도 주목받고 있는 양양은 설악산과 동해바다를 품고 있어 산과 바다에서 나는 음식재료로 먹거리 또한 어느곳 보다 풍부하다. 추운 날씨와 장기화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친 심신을 위로하기에는 맛있는 먹거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양양에는 음식관련 전문가들과 출향인사, 관광객 설문조사 등을 통해 여덟가지 먹거리를 꼽은 ‘양양8미(味)’가 있다. 동해바다에서 갓 건져올린 싱싱한 해산물과 설악산의 기운을 가득 담은 식재료를 소재로 한 ‘양양8미’를 소개한다.
▲ 섭국
섭국
자타가 공인하는 양양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동해안 바닷가 사람들은 자연산 홍합을 ‘섭’이라고 한다. 우리가 옛날 포장마차에서 흔하게 접했던 홍합은 지중해가 원산지인 ‘담치’로 알려져 있다.
다소 생소한 이름 ‘섭’은 양식된 홍합에 비해 2배 내지 3배 크고 또 그만큼 값도 비싸며 식감 또한 매우 쫄깃쫄깃 해 일반 홍합과는 차이가 크다. 양양에서는 ‘섭’을 썰어 넣고 부추, 미나리, 양파, 마늘, 된장 등과 함께 끓여낸 섭국을 최고의 보양식으로 꼽는다. 바닷가를 중심으로 전문점이 제법 많아 계절에 관계없이 맛볼 수 있다.
▲ 뚜거리탕
뚜거리탕
민물에 서식하는 물고기인 ‘꾹저구’로 만든 음식이다. 바다와 접한 하천에서 볼 수 있는 꾹저구는 지역에 따라 불리는 이름도 다양하다. 양양에서는 ‘뚜거리’로, 고성에서는 ‘뚝저구’, 삼척에서는 ‘뿌구리’, ‘꾸부리’ 등으로 불리는데 영동지역 주민에겐 삶의 애환이 담긴 토속 먹거리로 통한다.
특히 ‘연어의 강’으로 알려진 양양 남대천에서 잡히는 뚜거리로 끓여낸 ‘뚜거리탕’은 담백하면서도 비린내가 나지 않아 누구나 별다른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 뚜거리를 손질한 뒤 추어탕처럼 생선살을 거르지 않고 통째로 넣기도 하고, 푹 끓여서 갈아 채에 걸러 끓여내기도 하며 맛 또한 추어탕과 비슷하다.
▲ 홍합장칼국수
홍합장칼국수
동해안 바닷가 음식 가운데에는 유난히 고추장이나 된장을 풀어 만든 장국을 이용한 음식이 많다. 섭국, 뚜거리탕이 그렇고 홍합장칼국수 역시 장을 풀어 끓인 칼국수다.
영서지역에서는 주로 맑게 끓인 칼국수에 다진 양념을 제공해 간을 맞추지만 홍합장칼국수는 멸치 국물에 잘 숙성된 고추장을 풀고, 밀가루 또는 메밀로 만든 칼국수를 넣어 끓인다. 여기에 포슬포슬한 강원도 감자와 홍합살이 어우러져 걸쭉하면서도 칼칼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 물회
물회
뱃사람들이 술기운이 채 빠지지 않은 이른 새벽, 지친 속을 달래기 위해 먹었다는 물회는 이제 동해안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양양 역시 항포구마다 그날그날 잡아 온 싱싱한 생선을 재료로 한 물회가 여행객들의 발길을 사로 잡는다.
매콤, 새콤, 달콤하면서도 바닷내음을 입안에 가득 채울 수 있는 물회. 일반적으로 가자미나 오징어로 만드는 물회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특이하게 양양에서는 수년전부터 동해바다 모래속에서 잡히는 ‘째복(민들조개)’으로 만든 물회도 인기를 끌고 있다.
▲ 메밀국수
메밀국수
막국수로도 더 유명한 메밀국수는 강원도 여행에서 꼭 꼽히는 음식 중 하나다. 양양에서는 일반적으로 불리우는 ‘막국수’이 명칭을 ‘메밀국수’로 통일했다. 투박한 서민들의 정서에 딱 맞는 음식이지만 건강식으로도 손색이 없는 음식을 하찮게 대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격상’시킨 이름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양념맛이 강한 영서지역 보다 다소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양양에서는 메밀국수를 얼음이 동동 뜬 시원한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기도 하고 양념장에 김과 깨를 듬뿍 뿌려 비벼 먹기도 하는데 면과 육수에 따라 집집마다 그 맛에 차이가 있다.
▲ 오색약수돌솥밥
오색약수 돌솥밥
설악산 주전골 아래 남설악 자락에 위치한 오색지구는 양양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특히 오색지구를 대표하는 오색약수는 다섯가지 맛이 난다고 해 이름이 지어졌다고 하며 사이다와 같은 톡 쏘는 맛이 특징이다.
지난 2011년 천연기념물 529호로 지정된 오색약수는 지난해부터 용출량이 거의 없어 지금은 약수를 맛볼 수는 없다. 오색약수로 밥을 지어 놓으면 밥 색깔이 파르스름하고 윤기가 흐르고 맛 또한 독특해 ‘양양8미’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오색약수는 아니더라도 ‘불바라기’ 등 인근 약숫물로 지은 밥은 여전히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다.
▲ 산채정식
산채정식
설악산의 기운을 가득 담은 산채로 만든 음식은 더할나위 없는 건강식이다. 오색약수 돌솥밥과 마찬가지로 오색지구에서는 주인장이 직접 설악산을 오르내리며 채취한 나물들을 손질해 데쳐 무쳐낸 갖가지 나물요리를 맛볼 수 있다.
최근에는 오색지구 뿐 아니라 양양시내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산채요리 전문점이 제법 알려져 있다. 집에서 직접 담근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 등으로 간을 하고 갓짠 참기름이나 들기름 등으로 양념을 곁들여 집집마다 특색있는 나물을 맛보는 재미도 있다.
▲ 송이버섯전골
송이버섯전골
‘송이와 연어의 고장’으로 알려진 양양은 명칭 만큼이나 송이버섯으로 유명하다. 워낙 비싸고 귀한 양양송이는 그 향과 맛이 타지역에서 생산된 송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송이는 가을 한철 잠시 생산되는 귀한 식자재이지만 송이버섯을 재료로 사용하는 음식점들은 비롯 맛과 향이 제철에 미치지 못하지만 냉동보관을 통해 사계절 요리를 제공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