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문학뉴스 &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 수상작/ 김인식 시인
한 포기 엘크 외 2편
허공에서 수직으로 사망한 지난여름의 천둥번개
그들이 땅으로 떨어져 모두 싹으로 돋아난다면 당신은 믿겠어요?
저 거대한 뿔은 우주가 방목해서 걸어 다니는 풀
풀과 나무는 대지가 낳은 식물이죠 (그리고 이건 사실 비밀인데요)
저기 들판을 달리는 동물 모두 몸들이 낳은 다년생 풀이에요
엘크, 나, 무스, 당신, 와피티 그리고 낙타사슴, 말코손바닥사슴…
눈빛도 순한 식물성이라 이름 끝에서는 항상 연둣빛 풀물이 묻어나요
몸이 낳은 풀들의 이름을 노래하듯 부르다 보면
바람도 순해져서 사슴처럼 초록 들판을 달리는 메아리가 되죠
엘크들은 벌판 야생난초 사이에서 응앙응앙 흔들릴 거예요
발이 달려서 위로 솟은 풀잎 가만히 만져보세요 따뜻한 나뭇가지들이
스윽- 뒤를 돌아봐도 풀은 풀, 괜찮아요 놀라지 마세요
그것들은 뿌리 대신 네 발로 흙을 쥐고 자라는 풀잎들,
모두 긴 목으로 우아하게 집으로 방향을 돌리죠
솜털 돋은 풀잎이 한 번 더 쓰윽- 당신의 눈을 바라볼 거예요 선물의 집
공중에 매달아 놓은 성탄절 카드처럼, 큰 키의 풍경이 회전할 때
광합성은 긴 뿔을 타고 초록초록 저장되는 거죠
육백 킬로그램의 거대한 풀 한 포기 완성되기까지
봄의 새순이 되기 위해 엘크는
살갗이 트는 혹한 속에서도 혈관들을 다독다독 불러 모아요
지난 계절 몸에 저장한 풀씨들을 쉬지 않고 운반해요
허공에서 수직으로 사망한 지난여름의 천둥번개
그들 모두 땅으로 떨어져 새싹으로 돋아나요
누군가 오늘 숲에서 한 포기 엘크, 그 상큼한 식물의 성장을 보았다면
순간 그의 등산화 속에서도 실처럼 흰 뿌리내리고
움푹 팬 발자국마다 풀초풀초, 녹즙 같은 풀물 고여 들고 있을 거예요
최고의 식사
우리 다국적 해초, 한 접시 하실래요?
검은 해변에서 오늘 갓 끌어올린 무지개색 다시마 어때요?
오! 예, 눈치 보다 군침이 빠른 당신
노을 닮은 초장에 발자국 찍듯 푹, 유언을 찍어 입에 넣어요
식성에 따라 먼저 또는 맨 나중에
파래김보다 질긴 라벨로 입가심하는 센스
해초 옆구리에 붙은 상표는
덜어 먹는 접시에 꼭 따로 챙기는 게 중요하죠
오! 노우 노우
세게 비틀어 짜지 말라잖아요 세탁기 울 코스 돌리듯
원단을 분리한 다음,
입속에 가득 넣고 혀로 살살 돌리다 꿀꺽 삼켜주세요
아무리 멀리 버려도 좀비처럼 되돌아오는 헌 옷들
이것은 어쩌면 부드럽게 진화한 미필적 고의, 노끈보다 질긴
왕자표 크레파스를 닮은 저 인공 해초들
화려한 합성섬유는 악어보다 고요하고 순종적이죠
꼬리지느러미가 없어도 어디든 헤엄쳐가죠
백화점 세일의 추억이 잊힐 즘 나타나 무엇이든 뒤덮죠 문어처럼 휘감죠
완료된 거죠 가장 빨리 당신의 목을 조를 아주 완벽한 완성
매끈한 해안선
몽돌이 드나들던 파도는 한물간 얘기
고래보다 큰 입이 당도했군요
팔다리가 흔들리는 총천연색 해파리 떼
자, 이번엔 누가 먹힐 차례죠?
당신?
마지막 남은 곡선이 죽을 때
하이힐에 가터벨트 착용한 팝콘?
이봐요 싸구려 리뷰는 당장 집어치워요
맹독성 곡선들이 쳐들어와요 이것은 실제 상황
눈 감으면 밤마다 너의 머리에 불을 지르는 손가락들
너도 모르게 무우울- 하고 외치면
오래전 땅강아지가 파먹은 동공이
무덤 속 파라오처럼 벌떡 일어나 끈질기게 따라와요
어느 날 이끼와 녹조가 호수의 목을 졸랐을 때
(물은 녹, 다만 메로나처럼 걸쭉했죠 숲속도 아닌데 녹음이 우거졌죠 녹차도 아닌데 손목을 그으면 녹즙 같은 피, 쇼팽의 녹턴도 아닌데 야행성이 된 물, 금속처럼 녹슬다 혀를 깨문)
가재가 살던 도랑, 냇물, 호수, 바다, 싱싱했던 여기는 폐차장인가요?
공업사도 아닌데 부동액 오일이 초록으로 콸콸 쏟아져요
에일리언의 피처럼 스릴 넘치고 섬뜩한 초록, 개구리밥처럼 둥둥 떠다니는
물의 뇌사
사지가 절단된 기형의 물을 본 건 그날이 처음이죠
아스팔트 위로 녹슨 부품처럼 굴러떨어지던 해골 모양의 매연과
정체불명의 곡선에게 급소를 확 물어뜯긴 사이렌 소리,
오래전 대지의 어머니는
옥수수의 젖은 발가락과 커다란 버팔로의 숨을 끊을 때도
곡선처럼 부드러운 사과와 축복이 먼저였죠
들릴 듯 말 듯 한 대화를 손끝에 듬뿍 바르고,
마악- 생이 꺼진 눈을 가만가만 쓰다듬었어요
그것은 어쩌면 가장 식물성 조문
죽은 물은 아무리 울어도 젖지 않고
사막처럼 질식사한 명단이 며칠 후 녹조 위로 뻐끔뻐끔 떠 올랐어요
태양도 유속이 느려지면 맹독의 알을 산란했고
물은 몇 방울 유서도 없이 물귀신이 되었어요
그 속에서 말라죽은 유골들은 매일 한 번 더 수장되었죠
그곳에도 가뭄 들고 모래 날리는 사막이 있다는 걸 그날 알았죠
인공의 시멘트에 살갗이 찢긴 물의 새끼들,
폐선처럼 뒤집힌 손가락들이 검은 복면을 쓰고서
부패한 별빛과 공업용 오로라를 몰래 강물에 쏟아버렸어요
실천사항
1. 일상에서 실천
*우리 음식 만들기 - 고추장, 된장, 간장, 식초, 막걸리 식혜 등 전통 살리기
(현지인들에게 한식 제공, 인기 높음, 애국하는 마음)
*콩나물, 숙주나물, 새싹류 길러 먹기
*캔 식품 사용 안 하기 - 각종 유해 첨가물로부터 가족 건강 챙기기
*수질오염 줄이기 - 각종 세제류 사용 절제, 식초 등 천연 제 사용
기름기 제거 후 설거지
*행주 사용 - 종이 행주 사용 절제
*화장실 휴지통 구비
*각종 스프레이 사용 안 하기
*쌀뜨물 받기
*의류 구매 시 한 번 더 생각하기 - 구입 시 섬유 재질 살펴 친환경 소재,
재활용 섬유를 우선 구입하도록 노력하기, 환경보호 실천에 앞장서는 기업 찾기
*헌 옷의 긴팔은 잘라 작업용 토시 등 재활용하기
*운동화는 빨아 사용하고 헌 운동화는 작업화로 이용
*치약 사용 줄이고 소금물 양치, 가글
*향수, 스프레이 등 사용 안 하기
*플라스틱 용기 사용 안 하기 - 배달 음식 이용 안 하기
*소량의 세제를 푼 물에 애벌 설거지 후 기계에서 물로 헹구기
*화장품(Burt's Bees), 의약품 등 포장재 최소화한 회사 제품 이용
*헤어린스 대신 식초 사용
2. 사회, 주변 실천 사항
*정치인 선출 기준 - 기후환경생태에 대한 관심사 살피기
*도서 구매 - 재생지 사용 여부 확인, 전자도서 이용 확대
*숲 덩굴손 제거
*음식 찌꺼기, 풀, 나뭇잎, 커피 등 거름 만들기 - 쓰레기 줄임과 천연 비료 이용 땅 살리기
*자라는 아이들 서로 물려주기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책들을 선물하기
*다양한 폐기물을 양산하는 포장재 사용 기업체 물건 구입 자제
3. 일과를 마치고 잠시 생각해 보기
오늘 내가 배출한 쓰레기의 양, 소비한 모든 것에 대해
그리고
내일은 얼마만큼 줄일 것인지
아름다운 지구를 살리기 위해!
김인식
* 충남 서산 출생.
* Assisted Living [Sah-rang-bang Care] in Maryland(전, 운영).
* 제2회 문학뉴스 &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 수상.
* 워싱톤 문인회, 시향 회원으로 활동 중.
* 현재 미국 메릴랜드 거주.
이메일 kis122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