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축구계를 보면 거대한 정치집단같다. 그것도 온갖 잡음과 이간질과 갈등이 혼재된 최악의 정치집단같아 보인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프랑스 파리의 생제르맹이다. PSG는 요즘 전세계 축구계에서 가장 이목을 집중시키는 구단이다. 한국의 이강인 선수 등 젊고 유능한 축구선수들을 대거 영입해서가 아니다. 바로 그 PSG안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파벌싸움때문이었다. PSG는 프랑스 구단이다. 하지만 10여년 전에 중동의 석유재벌에게 인수됐다. 프랑스 안에 있지만 구단의 핵심은 모두 카타르 출신이라는 것이다. 프랑스와 카타르 사이에 묘한 공존관계가 바로 PSG이다.
그런 PSG가 엄청난 돈을 바탕으로 그야말로 세계 제패의 꿈을 꾼다. 중동의 소국인 카타르는 비록 경제군사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축구로 세계를 자신들의 손아귀 안에 두고 싶었다. 프랑스 리그 우승은 기본이고 나아가 유럽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노리게 된다. 챔피언스 리그가 무엇인가. 유럽 축구에게 가장 강력하고 가장 높은 자리이다. 그런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당연히 대단한 선수들이 필요하다. 프랑스에 있는 구단이지만 프랑스출신만으로는 언감생심이다.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구단과 마찬가지로 세계 각지에서 뛰고 있는 축구스타들을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모셔가는 것이다. 석유재벌이 소유한 그리고 실질적으로 카타르 국왕이 실질적 지배자인 PSG의 선수 영입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브라질의 축구 천재인 네이마르를 역대 최고 가격으로 모셔갔다. 그리고 프랑스의 차세대 축구 왕인 음바페도 발굴했다. 그래도 만족하지 못한 PSG는 축구의 신이라는 아르헨티나의 메시도 영입했다. 그러다 보니 PSG는 프랑스계와 범 스페인계가 같은 둥지를 틀게 됐다. 같은 둥지안에 봉황새 세마리가 같이 모여 있으니 둥지가 작게만 느껴졌다. 또한 프랑스계와 범 스페인계는 서로 반목하기 시작한다. 음바페입장에서는 자국의 구단에 자신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 느꼈다. 하지만 네이마르나 메시는 무슨 소리냐...이 구단의 주인은 카타르 사람인데 무슨 프랑스 연고를 주장하느냐...실력만이 이 둥지를 차지 하는 것 아니냐며 맞섰다. 아무리 음바페가 천재라고 해도 천하의 네이마르와 메시에게 당할 수는 없었다. 점차 무게 중심이 프랑스가 아닌 범 스페인쪽으로 기운다.
음바페는 절망한다. 내 이럴려고 PSG로 왔던가...프랑스가 아닌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가야겠다고 판단한다. 그곳에 가서 왕노릇을 해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음바페는 구단에게 떠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다. PSG구단은 화들짝 놀란다.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까지 나서 제발 PSG에 남으라고 종용한다. 그리고 PSG는 선수 영입과 경기 운영에도 음바페에게 영향력을 주기로 작정한다. 그리고 음바페는 실제로 그런 영향력을 그라운드에서 행사한다. PK 순서를 무시하고 자신이 독점하겠다고 하니 네이마르나 메시가 좋아하겠는가. 서로의 갈등은 첨예하게 맞붙게 되고 급기야 서로 이야기도 나누지 않는 관계가 되고 말았다.
결국 메시는 그가 그토록 원하던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올리자 PSG를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구단측도 3명의 스타들의 갈등으로 시너지 효과는 고사하고 더욱 난해한 경기운영이 진행되자 메시를 놓아준다. 그리고 남은 음바페와 네이마르는 본격적인 패권경쟁에 들어간다. 하지만 PSG구단에서는 공공연히 PSG를 폄훼하고 욕하고 다니는 음바페가 고울 리 없었다. 재계약 등을 놓고 이런 저런 이유로 음바페는 PSG구단과 엄청난 갈등을 겪게 되고 되돌릴 수 없는 경지까지 가게 된다. 음바페는 노골적으로 구단에게 경제적으로 해를 입히겠다고 떠드는 등 본격적인 보복 행위에 들어갔고 PSG의 실질적 주인인 카타르 국왕까지 나서 음바페에게 경고를 날리게 된다.
이틈에 네이마르는 생각한다. 음바페가 저렇게 PSG구단과 갈등을 겪고 서로 반목할 때 자신은 PSG구단입장에서 팀에 남아 음바페가 없는 공간에 자신만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야겠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음바페가 제외된 지난번 아시아 투어때도 열성적으로 임했고 팀에 새로 영입된 젊은 피들과 가깝게 지내려 노력했다. 이강인과의 브로맨스는 그렇게 탄생한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PSG구단은 이번 기회에 엄청난 연봉에 비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5명의 스타들에게 구단을 떠날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한다. 네이마르는 당혹스럽다. 네이마르는 지금 31살이다. 음바페보다 무려 7살이나 많다. 축구선수 나이치고 늙음에 속한다. 네이마르는 할 수 없이 이제 PSG를 떠나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리고 자신을 원하는 구단을 찾아 그의 파리의 짐을 모두 정리했다. 네이마르는 그렇게 PSG에서 방출됐다.
축구뿐 아니라 세상사에도 능수능란한 음바페는 네이마르와 구단과의 흐름을 누구보다 먼저 깨뚫고 있었다. PSG내부에서도 범 스페인계의 네이마르 보다는 프랑스계인 음바페와 친숙한 조직원들이 많다. 그들이 구단 내부 정보를 상세하게 음바페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그래 네이마르가 떠난다고...그렇다면 이제 나의 세상이네...내가 PSG를 떠난다고 한번도 말해본 적이 없지...그냥 PSG가 잘 되라고 몇마디 한 것 가지고 호들갑 떨기는...하면서 슬슬 PSG구단과의 연결선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벌어진 프랑스 리그앙 첫경기. 이강인 등 새로 영입된 선수들이 주축이 된 팀이 잘 돌아갈 리가 없었다. 리그에서 중위권에 속한 팀에게도 골 한번 넣지 못했다. 그라운드 상석에서 그의 동생과 아버지와 함께 경기를 지켜보는 음바페의 모습에서 이제 나의 존재를 깨닳았겠지...축구의 왕이 없으니 이렇게 자중지란을 일으키지 않는가 하는 표정 아니였던가.
경기가 끝난 뒤 PSG 신임 감독 엔리케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경기때 귀빈석에 앉아 있던 구단 회장의 표정은 무척 어두웠다. 도무지 PSG가 아닌 경기였다. 물론 이것은 나의 추측이지만 엔리케감독은 회장을 만났고 이런 상황에서 챔피언스 리그 우승은 고사하고 리그 우승도 힘들게 생겼다고 하소연한다. 구단 회장은 고민한다. 하지만 그에게 번뜩이는 생각이 난다. 그래 이제 네이마르가 떠났으니 음바페만 남았다...그에게 왕의 자리를 제공하면서 그를 잡아둬야겠다고 말이다. 그렇게 구단과 음바페는 연락을 하면서 상황이 급변하더니 급기야 음바페가 다시 운동장에 복귀했다. 구단관계자와 선수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면서 말이다. 그렇게 음바페를 찬밥취급하던 구단이 스스로 몸을 낮춘 것이다. 음바페는 못이기는 척하면서 구단의 제의를 수용했다. 아마도 엄청난 뒷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PSG가 그렇게 강조하던 개혁은 물 건너 간 것이다. 지금까지 음바페와 구단간의 모든 갈등은 음바페가 네이마르를 축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벌인 작전이라는 말도 신빙성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음바페는 이번 패권다툼에서 완승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교묘한 방법으로 정적인 네이마르를 축출한 것이다. 그가 이제 PSG구장의 왕이 된 것이다.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경지에 오른 것이다. 아마도 엔리케의 지시도 음바페를 뛰어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 감독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음바페를 중심으로 공격과 수비라인이 구축될 것이다. 오로지 음바페를 위한 음바페의 의한 음바페의 구단이 만들어질 것이다.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네이마르와 음바페의 패권경쟁은 음바페의 완승으로 마감되었다. 나폴레옹의 귀환이다. 1815년 2월 나폴레옹이 엘바섬에서의 유배생활을 끝내고 그야말로 화려하게 프랑스 파리로 복귀한 것에 비견된다. 음바페는 그렇게 시끌벅적한 귀환식을 가졌다.
음바페가 완승을 거두던 패권을 잡던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이야기지만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을 하는 것은 바로 한국 축구의 미래인 이강인 선수때문이다. 이렇거나 저렇거나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음바페와 잘 지내며 그의 좋은 점 그러니까 그의 축구 능력을 많이 배워 더욱 나은 축구선수가 되면 되는 것이다. PSG 구단의 패권이 누구에게 있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강인 선수가 부상을 당하지 않고 실력이 일취월장해서 더욱 나은 선수가 되어서 그 이후 스페인 바르셀로나나 영국의 맨시티같은 제대로 된 구단에 가서 그의 능력을 더욱 발휘하게 되는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한다.
2023년 8월 1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