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기초 교리 27ㅡ불교의 우주 생성 ㅡ2
성겁 다음에는 주겁住劫이라는 시대가 온다. 그 기간도 20소겁이다. 이때 세계는 별로 변동이 없지만, 중생의 과보에는 많은 변동이 나타난다. 초기의 중생은 형색이 아름답고 빛을 내며 하늘을 날을 수도 있으며 수명도 장구하다.
그러나 좋은 맛에 탐착하여 물질적인 음식을 취하게 됨에 차츰 몸이 더러워지고 남녀의 구별이 생하며, 음식에 대한 욕심이 일어나 싸움이 벌어진다. 그러자 이것을 다스릴 국왕을 뽑게 되고 형벌이 제정된다. 중생의 악업은 더욱 심해지고, 동시에 수명이 짧아지기 시작하여 마침내 10세에 이르게 된다.
그러자 도병刀兵⋅질역疾疫⋅기근饑饉의 삼재三災가 발생하여 살아남는 자 겨우 1만을 헤아리게 된다(제1소겁). 삼재의 괴로움을 겪는 중생들은 자신의 죄업을 뉘우치고 다시 선업을 행하게 된다. 동시에 수명도 증가하여 8만세에 이르게 되고 풍요한 사회가 된다. 그러자 다시 욕심과 악업이 심해져 수명이 10세로 감소된다(제2소겁). 인간 수명의 이러한 증감이 그 뒤에도 19번 반복된 다음 다시 10세에서 8만세에 증가하게 된다(20소겁).
이때 우주가 파괴되는 괴겁壞劫이 시작되는데 여기에도 20소겁이 있다. 먼저 중생이 파괴되는데 그 순서는 지옥취부터 시작하여 최후에 천신이 파괴된다(19소겁이 소요됨). 그런 뒤 화⋅수⋅풍의 삼재가 발생하여 풍륜으로부터 색계 제삼선천에 이르는 세계를 모조리 멸해 버린다(제20소겁).
괴겁이 지나면 허공만이 존재하는 공겁空劫이 오는데 이 기간도 20소겁이다. 공겁 다음에는 다시 중생들이 업력에 의해 성⋅주⋅괴⋅공겁이 반복하여 세계는 끝없이 생성⋅소멸한다는 것이다. 20소겁을 1중겁이라 하고 4중겁을 1대겁이라고 하므로 결국 한 세계는 1대겁을 시간적 단위로 하여 생성⋅소멸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성주괴공을 되풀이하고 있는 이러한 세계는 하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주 속에는 무수한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 1천 세계를 합한 것을 1소천小千세계라 하고,이 1소천 세계를 1천배한 것을 1중천中千세계라고 하며, 1중천을 다시 1천배한 것을 1대천大千세계라 한다. 이 소천⋅중천⋅대천을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라고 하는데 이것을 한 부처님이 지배하는 세계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세계는 실로 무량하여 허공의 양과 같다는 것이다.
이상이 <세기경>․<구사론> 등에 설해진 불교의 우주론이다.
여기에서 우리들이 특히 주목해야 할 바는 세계의 생성을 중생의 의지적 업력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며, 변천⋅소멸 그리고 다시 생성되는 과정에 있어서도 업력에 의한다는 입장이 한결같이 유지되고 있다.
이것은 우주를 신의 창조로 보는 신학적인 우주론이나 또는 성주괴공을 기계적으로 반복한다고 보는 우주론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으로서, 앞서 살펴보았던 불교의 삼세 업보설을 우주의 동력인으로 보고 그런 입장에서 전개시킨 우주론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