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라 연일 술을 마시니 후기 쓸 시간이 없다. 시작했으니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오늘은 친구가 급한 일이 있다고 해서 저녁에 일찍 집에 들어왔다.
*************************************************************
우리들을 태운 화동호는 석도항에 도착했다. 항구 이름이 특이 했지만, 나중에 항구에 도착해 보니 石島의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일반 가정집도 돌로 집을 지었고, 돌을 가공하는 공장도 도로 옆에 널려 있었다.
나는 일찌감치 입국수속을 밟고 대기 중인 차에 타고 있는데, 차가 출발을 하지 않는다. 알고 보니 여자 한 사람이 여권이 훼손되어(사진이 나와 있는 곳이 찢어졌다고 함) 알아보기 어렵거나 위조의 여지가 있어 입국을 시키지 않고 있어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
곤륜산 계곡에 얼음이 얼어 붙어 아이젠을 안하고는 올라갈 수 없는 길이었다.. |
우리나라 세관도 문제가 있다. 여권이 훼손됐다는 것은 중요한 하자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한국에서 출국을 할 때 브레이크를 걸든지 주의를 주었더라면 본인도 당황을 하지 않고 시간과 돈도 낭비를 하지 않았을 텐데 안타까울 뿐이다. 어찌됐든 한 사람 때문에 전체가 마냥 지체할 수는 없어서 일행은 곤륜산으로 출발했다.
곤륜산에 도착하니 10시가 좀 넘은 것 같다. 산을 높지 않았지만, 히끗히끗 눈이 보인다. 쌓인 눈이 녹지 않을 것 같다. 올라갈 인원을 점검하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잘 닦여진 폭 2M 정도의 돌 길과 계단을 지나 계곡에 들어서니 눈도 녹지 않고 완전히 빙판이다. 너도 나도 가지고 온 아이젠을 찼지만, 안 가지고 온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중턱 정도를 오르니 앞에 펼쳐지는 전망이 아기자기하다. 곤륜산 자락은 평지 앞에 보이는 돌산은 우리나라와 또 다른 산세를 보여준다.
약 15년전 절강성의 천태산을 갔을 때다. 드넓은 평야에 그저 높지도 않은 나무도 별로 없는 돌산이 있어 이상히 생각을 하였는데, 중국의 동쪽에 있는 산은 대부분이 악산인 돌산에 주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
뒤에 깍아지른 듯한 거대한 바위를 배경으
로 하고 찍은 사진이다. 바위길이 얼어붙어 여기에서 되돌아서야만 했
다. |
반 정도 올라와서 차에서 나누어 준 도시락과 사과와 바나나를 먹고 나서3/4정도 올라갔을까?
오른 쪽에는 깍아지른 듯한 바위산이 있고, 앞길을 바위길 인데다 곳곳에 얼음까지 얼고, 이끼가 얼어붙어 미끄러질 것 같아 올라가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웅성웅성 하고 있다. 잘못해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여지없는 중상을 입을 장소이다.
중국 땅에서는 119도 부를 수 없다. 부상자가 생기면 천상 누군가가 업고 내려가야 한다.
그래도 바위는 살아있어서 몇몇 리찌화를 신은 사람은 정상까지 올라간 사람도 있다. 오히려 한국의 원효, 염초봉 리찌를 한 사람들은 반들반들한 한국의 코스 보다 훨씬 쉬운 코스라고도 할 지 모른다.
황산에도 갔던 낯익은 한 사람이 내려오면서 조금 미끄러졌을 땐 내 이마에서 땀이 날 지경이었다.
정상에 올라간 사람들이 내려오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다행이 먼저 올라간 사람이 로프를 가져 올라가 그래도 안전하게 내려 왔을 것 같다.
무사히 안전사고 없이 내려왔다. 정상까지 올라갔던 사람들이 좀 늦게 내려와서 쉬고 있는 동안 중국 가이드가 North face 와 같은 유명 메이커의 등산복을 펼쳐 놓으며 구경하라고 한다. 판매하는 사람도 정품은 아니고 짝퉁이라고 하지만 품질은 어느 정도 떨어지는 지 모르지만, 라벨 만 보았을 때에는 정품과 구별을 할 수 없었다.
|
내려 올 때의 길은 쉬운 길로 내려왔다. 중
국의 전통 정자가 있는 길이데, 중국 사람들은 여기까지 밖에 올라오지 않는
다고 한다. |
나는 지난 번 황산에 갔을 때, 실크 이불을 사고 나서 후회를 했지만, 물건을 보니 또 사고 싶어진다. 한참을 만지작 거리고, 옆에 사람이 입어보는 것을 보기도 하며, 종단에는 3만원 짜리 두 개를 샀다. 비싸게 샀다면, 정품 이라고 생각하고 입으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곤륜산에 버스를 타고 올 때에는 어제 먹은 술 때문에 계속 잤지만, 호텔로 오는 길의 차창에 비치는 색다른 이국의 풍경은 피곤함도 잊게 했다.
매끄럽지 못한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리며 옆으로 보이는 일률적인 주택들 하며, 돌로 만든 집을 보며 주위의 화강암으로 된 돌산에서 재료를 구한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큰 길로 나오니 돌 공장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돌은 다 여기에서 만들어 지는 것 같았다.
위해시에 위치한 호텔을 가면서 가이드가 소개한다.
가이드에 따르면 위해시는 중국에서 2번째로 깨끗한 도시로 선정이 된 도시라고 했다. 한국의 기업체가 제일 많은 곳이기도 한 위해시는 도로 이름을 한국의 삼성 이름을 따기도 했다고 한다.
호텔로 가면서 어떤 거리를 지날 때면 중국의 상호 이름 밑에 한글로 취급하는 물건을 적어 놓은 곳도 눈에 띄었다. 중국에서 한글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또 흐뭇하기도 하다.
|
호텔 중국식 회전부페에서 식사를 하면서
|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거의 저녁 시간 대.
도착하자 마자 식당으로 가서 중국식 회전식 부페 음식을 먹었다. 열 사람이 빙 둘러 앉아 종업원이 가져다 주는 음식을 회전테이블에 놓으면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회전테이블을 돌려 먹는 식이다. 요리는 열 한 두 가지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음식 맛은 별로 였다. 맥주는 기본이 한 병 나오는데, 열 사람이 먹다 보니 기별도 가지 않는다. 대구에서 왔다는 성질 급한 배의 룸메이트가 문등학(文登學)주를 시킨다. 나중에 계산을 하는 것을 보니 58위안, 즉 한국 돈으로 7,500원 정도이니 술값은 싼 편이다.
식사가 끝날 때쯤 되니 앞의 무대에서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춘다. 음악을 가만히 들어보니 한국의 노래이다. 이정현의 노래라고 하는 것도 같고….
아마도 한국의 단체 손님이 왔다고 호텔 측에서 특별히 배려를 해 준 것 같다. 여하튼 식사를 하면서 한국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는 중국 여자를 보니 기분은 좋다. 그런데, 춤을 추는 무희들의 춤을 모르는 내가 보아도 춤 솜씨가 뭔지 어색하고 성의가 없어 보인다. 옆에 있는 한 여자가 말을 한다.
‘춤 추는 것이 우리 동네의 에어로빅 하는 것 만도 못하네?’
다음에 또 무슨 무대가 있는 것 같은데, 대부분이 보지 않고 식당을 빠져 나온다. 오히려 안 하느니 만도 못 했던 것 같다.
식당을 나와 호텔 로비에서 2인 1실을 룸메이트를 정하고 키를 받았다. 난 황산에 갔을 때와 같은 써니님과 같이 자기로 했다. 물론 방에 올라가지 전에 황산에 갔던 사람들에게 8시에 로비에서 만나 술 한 잔 하자는 말은 잊지 않았다.
|
호텔 밖의 미락에서 번데기의 속을 먹고 있
는 민비. |
호텔에 들어와 욕탕에 뜨거운 물을 담아 놓고 반신욕을 하니 낮의 산에서 피로했던 몸이 눈이 녹듯 풀린다. 시간을 기막히게 정했다. 로비에 내려가니 5분전 8시. 내려가다 에레베이터에서 배의 룸메이트를 만났다. 그들도 술 한 잔을 먹으려고 슬슬 로비로 내려오는 중이라고 했다.
로비에서 한국에서 따라간 가이드를 만났다. 우리가 술을 먹으로 간다고 하니 몇 사람이 가니 같이 가자고 한다. 이렇게 해서 만난 사람이 열명이 넘는다.
호텔 앞에 세워 둔 봉고차를 타려고 호텔 문을 열고 나오니 웬 여섯 일곱 살 정도 먹은 사내아이가 다가온다. 봉고차 타는 곳까지 따라 오며 손을 벌린다. 얼굴을 보니 며칠은 세수를 하지 않았지만 얼굴을 통통하다. 굼지는 않았나보다. 한국판 ‘앵벌이’라고 한다. 멀리서 애들의 어머니 인 듯한 여인이 어둠 속에 보인다. 어린아이가 바지를 잡는데 아이의 도전적인 행동에 순간 혐오감이 든다. 이내 뿌리치고 봉고 차에 오른다.
사람 사는 곳은 중국이나 한국이나 비슷한 것 같다.
우리들은 이내 차에 몸을 싣고 가이드가 안내하는 값도 싸고 맛도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 딱 맞는 꼬치구이 일미집으로 향했다.
일미집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많아서 10여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잘 되는 집은 사람 쪽수가 많은 중국에서도 줄을 서야하나 보다.
조금 후에 방에 들어가 오붓하게 우리들만의 자리를 잡았다. 안주로는 돼지고기 꼬치와 돼지갈비 꼬치, 그리고 우리에게는 생소한 번데기꼬치에 고량주를 시켰다.
돼지고기는 우리 입에 맞는데, 번데기는 우리 것보다 2-3배는 커서 껍데기는 먹지 않고 속만 먹는다고 한다. 나도 처음 먹는 것이라 좀 비위가 상했지만, 먹어보니 고소한 맛이 먹을 만하다.
|
호텔에서 술 한 잔 하며 들어오지 않는 룸
메이트를 눈이 빠지게 기다렸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안에서 세상모르게 자
고 있었다니….. |
고량주는 한국의 맛이 나지 않고 독특한 향에 또 다른 맛이다.
얼마를 먹었는지 모르겠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 수리산악회의 카페 주인의 산행이야기 하며 곤륜산의 위험했던 눈길 산행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 것 같다.
나중에 계산이 얼마가 나왔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렴풋이 한국 돈으로 3만원 정도 계산한 기억이 나지만, 확실하지 않다.
호텔에 들어와 한국의 면세점에서 사온 양주 시바스리걸을 꺼내 또 술 한 잔을 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파트너가 아직도 들어오지 못해 방에 들어가지 못해 ‘얼씨구 잘됐다’하고 술을 먹었지만, 나중에 나는 먼저 나가떨어졌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
첫댓글 역시 아름다운 후기글에...... 박수를......존경과 사랑으로~*(^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