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하루전
밤새 상원과 친구들과 있었다는 연두가 다죽어가는 얼굴로 들어와서는 고열을 내며 끙끙 앓고있다.
연두를 간호한다는 핑계로 연두옆을 떠나지않는 상원은 뭐라 말할수없는 참담한 표정이다.
" 혼자있을래.. 가. "
" 열나는거 아니야? 어디 좀. .. "
상원의 손이 이마근처에 닿기도 전에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난다.
무안해진 손을 내려놓으며 머쓱해진다.
" 바퀴벌레라도 본것 같은 그런눈좀 .. 하지마라. "
" 바퀴벌레같으면 신문지로 때려잡아버릴테지.. "
" 바퀴보다 못하다는 거네... "
" 어디로 도망갈까봐 지키는거야? "
" 미안해.. 잘못했어. 연두야.. "
" 그래.. 알았어.. 사과해줘서.. 고마워.. "
" 날.. 술취한 개보는듯.. 경멸하는듯이 보였어.. 그래서 더 화가나서.. .. "
" 오빠가 어른들께 말하면 안될까? 식 취소... 해야하잖아.. "
" 이제와서.. 안돼.. 예정데로 난 너랑 결혼할거야. "
" 상진이랑 나.. 앞으로 늘 불안할거잖아? 못믿을거잖아.. 그리고.. 뭣보다.. 오빠숨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뛰어서 죽을것 같아.. 무서워"
"미안하지만.. 해야겠어.. 혼전관계 ... 결혼파기의 이유가 안돼.."
" 관계가 아니라 폭력이니까..
성폭행당한 학생들 상담하면서 잘난척 참 많이 했는데..
이렇게 무섭고 아픈거였는줄.. 몰랐어.. 이렇게... 가슴아프고 치욕스러운일인줄...상상도 안했어.. 내가 이꼴을 당할꺼라고
꿈도 꾸지... 못했어. .. 게다가 오빠가... "
처음. 설레였던 사람이라고 말할수는 없지만.
배우자로 .. 생각한후론..
그의 어깨가 참 크고 단단해보여 좋았었다.
발자욱소리도 듬직하고
빠른 말투도 . 무뚝뚝한 그다운 매너도.. 어느순간 .. 근사하다고 느꼈었다.
왜 이런 마음을 이제서야 깨달은건지..
왜 .. 진작. 이런 마음을 상원에게 고백하지 못했었는지..
스스로를 책하며 후회하며 가슴이 아프다.
이불을 어깨위까지 끌어올리고
등돌려 누우면 또 다시 흐느껴운다.
" 야!! 지상원~~ 색시.. 아파서 식장에 못들어 갈까 걱정이냐? 뭘 그렇게 지켜? "
" 어? 어.. 아니.. 열나는거 같아서.. . "
" 안죽어 임마.. 어제 친구들하고 나가더니.. 연두도 같이 술마신거야? 쟤 술병난거지? "
" 긴장도 좀 풀리고 .. 감기도 걸린것 같구..."
" 저래서 신혼여행은 가겠냐? 상원아.. 너.. 첫날밤 걱정하더니.. 진짜 난감하다? "
" 야.. 임마..조용히좀해.. "
" 야.. 임마? 이게 어디서.. 형님한테.. . "
" 뭐? "
" 너.. 짜식.. 내동생이랑 결혼하면.. 형님 해야지... 당연한 말씀 아니냐? "
" 촌수가 그렇게 되냐? 아~~ 그생각을 못했네.. "
종범때문에 잠깐의 여유를 즐기는 상원
연두의 작은 뒤척임에도 가슴이 철렁한다.
" 이제 ..그만 가봐.. 몇시간도 못자겠네.. .. "
" 그냥.. 여기 있을란다.. 밤새.. 누가 업어갈까 .. 겁난다. "
" 어랏? 니들.. 뭐 있었냐? "
"뭐? 있긴 .. 뭐..가 있어? "
" 갑자기 찐득찐득해진것 같아서 그런다.. 자는데 뭐.. 어서 가서 한숨자.. "
종범에게 등떠밀려 연두의 집을 나왔지만.
정말 밤새.. 어디로 사라져버릴까봐.. 겁이나서 집앞에 차를 세우고 동이 틀때까지 지키고있다.
깜빡 졸고 있는데
덜컥.. 문이 닫힌다.
밤새 수척해진 얼굴로 웃지도 않고 냉담한 연두
" 어.. 어.. 언두야.. ??"
" 언두 아니고 연두거든? 멍하게 보지말고.. 출발해. . "
" 연두야? "
" 기대는 하지마.. 그냥.. 사는거야.. 다행이야. 어차피 따로 지낼테니까.. .
생각데로 하면된다는 광고가 자꾸 귓전에 맴도는데.. .. 생각데로 못해.. 맘같아선 .. 도망가서 숨어버리고 싶지만..
.. 해.. 하자구.. 단.. 내몸에 손끝하나 데지마. "
" 뭐? "
" 내몸에 손데면.. 혀깨물고 죽어버릴테니까.. 그래도 할테면.. 해봐.. 어디!
어차피.. 다른 누구 사랑할 자신도 없고.. 부모님 뒷목잡도록 이제와서 파토낼 용기도 없는 나니까.. "
" 잠 안자고 밤새 생각한거야? "
" 응... 도망가려구 짐쌌다가.. 그냥 주저 앉았어.. 학교도.. 엄마 아버지도.. 아줌마도.. 걸리고
혼자.. 낯선곳에서 영화처럼 정착할수있을까.. 자신없어서.. 알잖아 ? 나.. 소심한거.. "
" 약속할게.. 다시는 그런일.. 없을거야.. "
" 상관없어.. 안믿어. .. "
뾰로통해서 한몇일 말안하고 삐져있던
그모습이라고 믿고 싶지만.
그 차고 매서움의 날이.. 너무 낯설어 무섭기까지하다.
봄볓에 사단본부 정원에서의 군대식 결혼식
담장에 수줍게 핀 장미꽃이 그나마 군행사같은 딱딱하고 경직된 결혼식을 화사하게 해주고있다.
칼찬 군인들의 환영을 받으며 신부입장을 한다.
연두의 아버지는 본인이 군인이라도 된듯
절도있는 걸음걸이로 연두의 걸음을 바쁘게 하고
상원이 어두운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다
신부입장... 반도 안왔는데.. 상원이 앞서 나가 신부를 맞이하고
사람들은 깔깔웃지만. .
상원을 피하는 연두의 시선끝에 눈물이 떨어질듯 말듯 걸려있다.
연두의 모습이 이렇게 곱고 예뻤는지...
어깨가 이렇게 작았는지..
상원과 상진의 시선이 연두의 모습에서 부딪힌다.
상진의 볼은 벌겋게 부어있고
상원은 한대더 패주고싶은 표정이다.
환하게 웃는 신부의 모습은 결혼식내내 한순간도 볼수가없다.
신혼여행
장례식차안이 이보다더 엄숙할까 싶다.
연두는 내내 .. 말없이 잠만 자고
상원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투철한 직업정신인지.. 강원도 바닷가 호텔이다. 여기서 중대까지 1시간이면 충분하겠다.
첫날밤을 치루다가도 연락오면 튀어가려는 심산이었던듯 싶다.
그래도 약간의 양심은 있었는지 최고급 스위트룸이다.
아.. 이런게 스위트룸이구나 싶게
테이블에 과일바구니가 푸짐하게 올려져있고
와인과 꽃바구니
멋스러운 그랜드 피아노위에 갖가지 선물들
호텔방에 들어서 휘~ 둘러본 연두가
풀썩 주저앉아 또 다시 서럽게 운다.
" 그만.. 울어라.. 지친다. "
" 이렇게 예쁜.. 좋은곳에서.. 제데로 시작하고 싶었는데.. 니가 다. 망쳐버렸어."
" 그래. 미안해. 미안하다구.. 그래서 어떻해.. 나두 내가 한심하고 재수없어.. 그렇게..
도저히.. 용서가 안되겠어? . "
" 소름끼쳐.. 너란 인간.. 꼴도 보기싫어! "
" 휴~~~ 그럼.. 어떻하냐? "
침대에 누운 연두의 어깨가 들썩이고 있다. /
울고.. 또 울고.. 울다지쳐.. 잠이들었다.
몇시간째.. 혼자 앉아 잠든 연두를 지키며 와인한병을 다 비웠다.
잠깐씩.. 소스라치는 모습이 와인잔을 떨리게 한다.
안쓰럽고 안타깝고 미안하고
자면서도 훌쩍이는 연두를 보면서
가슴이 아파서 숨을 쉴수가 없다.
자는 얼굴이라도 똑바로 보고싶어 연두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올려주면
눈을 번쩍 뜨면서 귀신본듯 소스라치게 놀라며 움찔한다.
" 어.. 아니. 미안.. 미안해.. "
" 뭐.. 뭐해? 뭐하는거야? "
" 얼굴본지 천년은 된것 같아서..........보고싶더라. "
" 비켜.. 저리가.또.. 술마셨니? "
" 와인.. 냄새나 ? "
" 얼굴이 빨게.. 또.. 무서워졌어. "
" 언제까지.. 뱀 보듯이.. 그럴꺼니? "
" 뱀..?? "
" 어.. 너.. 그래.. 지금.. 내손만 닿아도.. 내 눈만 마주쳐도..
니가 젤.. 싫어하는게 뱀이잖아.. 텔레비젼에 나오면 비명지르며 도망가고 .. 그랬잖아.. "
" 뱀 이라는 표현보다.. 더한거 뭐 없어? 더 징그럽고 소름끼치고 더 끔찍한거.. 뭐.. 없어? "
그정도로.. 그런건줄..
몰랐는데...
맘 넓고 뭐든 잘 봐주는 연두니까.. 그렇게 늘 착한 연두니까..
이번에도 재수없어.. 한마디 하고는 몇일지나면
못이기는척.. 그래줄까 .. 혹시 기대했었는데..
힘들겠구나 .. 어렵겠구나.. 싶다.
도망치듯 욕실로 들어와 오랜시간 샤워를 하면서 생각이 많다.
상원에게 말도 없이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해변으로 나섰다.
연두와 다른세계에 있는듯
행복한 표정의 사람들이 웃고 떠든다.
자꾸만 외롭다.
맥주한캔 들고 해변에 앉았다.
엠티온 대학생들의 노랫소리가 싱그럽다.
저렇게 꿈많았던 시절이.. 언제였던가.. 갑자기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학생들의 노래소리도 끝나고 모닥불만 혼자 남아 타닥타닥 타들어 갈때까지..
연두혼자.. 바다곁에 남았다.
바닷물이 찰까? 차겠지?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발이 물에 닿았다.
순간.. 파도가 휘청하며 연두를 밀어버렸다.
너무 울어서 지쳐서인지..
몸이 아파서 기운이 없어서 인지..
차가운 바다에 맥없이 쓰러져 그냥 누웠다.
춥고 무서운데.. 자꾸 잠이 온다.
이렇게 잠들어 버리면.. 어떨까..
따뜻한 기운이 연두를 감싼다.
폭신하고 부드러운 감촉.
포근하다. 행복하다.
" 연두야.. 정신.. 차려.. 응? 병원에 가야하나? "
" 어.. 어? 뭐.. 뭐야.. 또.. ?? 왜? "
" 그렇게 힘들었어? 죽을 만큼? 내가 그렇게 싫어? "
" 응? "
" 바다에.. 왜 간건데? 이럴거면.. 차라리 결혼식하지말고 도망이라도 가지.. 그렇게 끔찍하게 싫었으면.. "
" 그걸.. 말이라고해? 그걸.. 내입으로 꼭 .. ? 왜 도망가지 않았냐구? .. "
말도 안되지만. 그래도 사랑하니까..
이해할수없지만.. 그래도 좋으니까..
정말.. 밉지만.. 그래도 .. 용서하고 싶으니까..
" 갈게.. 쉬어라. "
" 어디.. 가게? "
" 부대에 일이있어.. 알아서 한다고는 했는데..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네.. 알지?
비상걸리면 몇일 연락안될지도 모르고.. "
" 그래.. 그럼. 신경쓰지마.. "
사라져주는게.. 연두를 위해 할수있는 최선인것 같다.
뭐 별다른 대답을 기대했었던듯
싸늘한 연두의 반응에 깊은 한숨이 세어나온다.
" 저기.. "
더이상 들을 필요없다는듯
작은 등을 보이고 욕실로 사라져버린다.
늘 자신만만하던 상원이 겁먹은 초등학생처럼 떨리는 목소리에
눈동자까지 불안정하다.
저런 모습.. 한번도 못본것 같다.
욕실에 들어와 상원이 나가는 소리가 들릴때까지
숨죽이고 기다린다.
쿵.. !! 소리가 나자마자
참았던 설움이 터져나오는듯
악을 쓰며 울어야했다.
초등학교때 이후.. 이렇게 대성통곡을 해본적이 있었던가?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완전히 망쳐버린 .. 결혼생활이
한심하고 억울하다.
어디서 부터 어떻게 다시 조립하고 꿰맞춰야하는건지...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ㅡㅡㅡ
그져.. 막막하다.
몇시간쯤.. 울어버리고
욕실문을 열고 나서는데
빈방안이 너무나 추워보인다.
어둡고 무서웠던 그날밤이 떠올라
호텔방 구석구석 모든 전등과 촛불을 켜고
텔레비젼도 시끄럽게 틀어놓았다.
하필 공포영화다.
공포영화볼때마다 꼭 같이 봤었는데..
부대안 숙직실에서 혼자 텔레비젼을 켜고 소주병을 들고있다.
연두가 좋아하는 하드고어 스릴러물이다.
종범과 상진은 코믹액션을 상민과 종혁은 추리물을
연두와 상원은 늘.. 공포영화를 함께했었다.
"이거. 연두가 딱 좋아하겠다. "
평소처럼 몇번에서 영화한다.. 하고 문자를 보내려다가.. 다시 닫았다.
왜 저런 미치광이영화를 좋아했었을까....
채널을 돌리며 어깨를 움추린다.
" 환경이 중요해.. 어디서 이상한 영화나 보고. 그러니까.. 그런짓이 가능한거야.. 변태! "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교육적 환경과 그 영향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는 어의없는 자신을 보고 피식 웃었다.
같이 있으면 숨이 막힐것 같아서
간다고 했을때.. 차라리 고맙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큰 방안에 혼자 있자니..
시계초침소리.. 윗방의 발자욱소리. 파도소리.. 심장소리까지 세세하게
연두를 괴롭힌다.
과일바구니를 초토화시키고 호텔방에 있는 양주를 겁없이 몇잔 들이키고
그대로 기절한듯 잠들어
오후가 될때까지 시체처럼 쓰러졌다
핸드폰에 수십통의 부재중전화와 문자가 쌓여있다.
혹시나 또 이상한 생각을 하면 어쩌나..
걱정어린 문자들이 연두를 웃으며 울게 한다.
상원의 여행가방을 구석에 툭 던져 발로 쓱 밀어놓고
옷장에 가방정리를 끝냈다.
초여름의 바닷가.. 바람도 시원하고 사람도 북적거리지 않아서 좋다.
평소 입어보지 못했던 하늘하늘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고 맨발로 모래를 밟는다.
어젯밤.. 데체.. 무슨 생각에.. 왜그랬을까..
큰일날뻔했다 싶어.. 어깨가 움추려든다.
이렇게 우울한 상황에도 주책스럽게 배는 꼬르륵거리고
횟집앞에서 머뭇거리다가 에라 모르겠다 아무렇지않은척 들어가서 회 한접시에 소주를 시키고 앉았다.
" 어.. 아가씨가 혼자 .. 같이 합석할까요? "
머리가 짧은걸 보니.. 군인인것 같다.
" 군인이세요? 여기.. 지금 비상이라던데.. 부대 안들어가도 되요? "
" 아~~ 애인 면회왓다가 비상때문에 혼자구나? 우린.. 외출나왔는데.. 몰랐다고 하면 됩니다. .. "
" 애인이 어느부대인가? 이렇게 이쁜 아가씨를 혼자 ..외롭게 하다니.. 아무리 군대가 발목을 잡아도
탈영을 해서라도 애인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되지.. 그럼.. "
군복을 입으면 왜 저렇게들 껄렁해지는건지..
사회에서라면 멀쩡한 대학생이거나.. 직장인이었을텐데..
먹을것을 보고 침만 꿀꺽 삼키는 모습이 안됐어서.. 젓가락을 쥐어주며 같이 먹자고 했다.
" 36사단이세요? "
" 어.. 애인이 36사단이구나.. 어디? ? "
" 어.. 이제 여기 .. 온지 얼마 안되서.. 저도 잘.. "
" 에? 신병? 어허.. 앞으로 기다릴 시간이 칠흙같은데.. 술이나 합시다. 한심하다. 앞으로 2년을.. 아이고. "
" 그러게 말입니다. 저같으면 자살합니다. "
군인들의 넋두리를 들어주다가 너무 과하다 싶은 연두가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 전.. 이만 일어날께요. 다 먹었어요. 마져 드시고 가세요.. "
" 아니.. 막차도 없는데.. 어딜가실라고.. "
팔목을 잡아 앉히는 군인이다.
술을 한잔 해서그런지.. 거칠어지고 있다.
" 왜 이러세요? 놓으세요. "
" 아~~ 이쁜아가씨는 꼭 이렇게 내숭을 떨어요.. 지금 우린 군발이라고 무시하는거야?
솔직히 막말로 아가씨도 이제 막 군대보낸 남자친구 기다리느니.. 막차타고 있는 우리같은 남자가 신상편할텐데.. "
" 좋은말로 할때 이손 놔요.. !! 경찰 부르겠어요. "
" 경찰같은소리하네.. 이동네서 경찰.. 아무소용없어.. 우리 36사단 마크면 끝나.. 왜 이래? "
더이상 엮이면 안되겟다 싶어서.. 빠른걸음으로 호텔로 향하다가
막다른 골목끝에 눈이 벌건 군인 두사람과 마주하고 말았다.
무섭다.. 이 눈빛..
사냥감을 발견한 늙은 산돼지같이 씩씩거리는 모습
작정한듯 .. 이병은 골목을 지키고
상병이 연두를 벽으로 밀어붙이고 음흉한 웃음과 거친욕을 시작했다
연두의 어깨를 잡으며 귓가에 거친 숨소리를 내뱉는 미치광이
순간 .. 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날밤처럼 머릿속이 아득해지려는 찰라..
연두가 눈을 번쩍 뜨고 까까머리 군인의 귀를 죽을힘을 다해 물어버렸다.
죽는다고 비명을 지르는 군인이 연두를 사정없이 내려치고
죽을힘을 다해.. 비명을 지르자 사람들이 몰려왔다.
헌병대
입에 피를 흘리고 있는 연두가 부들부들 떨면서 눈물을 참고 있고
귀에 붕대를 칭칭감은 군인과 신병하나가 수갑을 차고 앉았다.
무서운 헌병들이 연두에게 몇번씩 같은 질문을 하며 다그치고
상원을 보자마자..
벌떡일어나 가슴에 뛰어들었다.
" 오빠~~!!! "
" 뭐가.. 어떻게 된거야? 피.. 피는 .. 데체.. 뭐가.. "
떨고있는 연두가 다친게 아닌걸 확인한 상원이
헌병대를 다그치자
" 저.. 저기 말입니다.. 그러니까.. 소령님.. 잠시.. 진정하시는게.. "
" 똑바로 얘기하란말이다!!! "
낮고 간결한 음성과 함께
두주먹이 책상을 내리치고
움푹 들어가버린 책상앞에 헌병이 벌떡일어나 상세내용을 설명했다.
당장이라도 죽일것 같은 상원의 주먹을 연두가 막아섰다.
" 오빠!! 나때문에 오빠.. 잘못되는거.. 싫어.. 진정해.. 제발..나. 괜찮아. 아무일도 없었어.. . "
" 군법으로 처리할거야.. .. 걱정하지마. "
휴~~ 하며 안심하는 연두와 헌병대의 모습을 보며 돌아서다가
워커발로 돌려차기를 해서 상병의 얼굴을 날려버렸다.
새벽까지 조사를 받다가 고열을 내며 쓰러져버린 연두를 데리고
병원으로 왔다.
감기몸살.,. 그럴수밖에..
물수건을 주며 몸을 닦아주라는데..
어정쩡하게 얼굴만 닦고있다.
" 저기요. 보호자님? 남편이시라면서요? 그렇게 닦아서는 안되거든요?
열이 40도가 넘어가는데.. 온몸을 구석구석 좀.. 정성껏 닦아주세요.. 겨드랑이 목.. 이런데두요.. "
간호사가 좀 잘하라며 짜증을 낸다.
또 놀라면 어쩌나.. 겁이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으니
연두가 깨서 웃는다.
" 오빠!! "
" 깼어? 깼구나? 괜찮아? 어제 병원에 왔어야 했는데.. "
" 오빠 괜찮아? 그사람.. 때리면 안되는거 잖아? 오빠이제 부임했는데.. "
" 군대도 사람사는 곳이야.. 내마누라가 추행당해서 열받았는데.. 그놈을 그냥 두면.. 그게 사람이냐? "
" 그사람.. 괜찮을까? "
" 귀를 아홉바늘쯤 꿰멨다고 하더라.. 잘했어. 정연두.. "
" 덕분이야.. "
" 뭐 ? "
" 그날밤. ?
새벽내내.. 바보처럼 왜 그냥 그렇게 당했었나.. 어떻게 대처했어야했을까?
너무 무기력하게 인형처럼 누워만있었던 내자신한테 참 답답해서 한심해서..
귀를 물었어야지.. 급소를 찼어야지.. 혀를 깨물었어야지.. 등등.. 생각많이했거든.."
" 그래서. 덕분이라는 거야? "
" 어쨓든.. 그런일 없었다면.. 그 미친놈앞에서 .. 바보처럼.. 그냥 숨죽이고 가만히.. 그랬으면 어쩔뻔했어..
그랬으면.. "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건.. 그나마.. 다행이지 싶지만..
이런곳을 신혼여행이랍시고 데리고 온것도 미안하고
혼자둔것도 미안하다.
미안해서 자꾸 퉁명스러워진다.
" 기지배..이게 뭐야.. 가만히좀 얌전히 있지. 왜 혼자 돌아다녀? 겁도 없어.
옷도.. 니가 언제부터 그런옷입었어? 치마입지말고... "
" .............?? "
" 아니.. 그러니까.. 혼자.. 다니지 말라고.. 내말은.. "
" 누가.. 혼자 가버리래? "
" 내가 있으면 너.. 자꾸 화나고 울고 .. "
" 울어도.. 화내도.. 싫다고 해도 .. 그냥.. 있어. 가지마. "
" 뱀보다 싫다며? 끔찍하다며? "
" 그건 .. 그래도 혼자있는게 .. 더 무서워. 그러니까 "
아직은 자연스럽지않다.
이제 매듭 두개쯤 풀린것 같다.
연두앞에서 더이상 당당할수없는 상원은
연두의 뒤에서 두걸음쯤 늦게 따라붙는다.
혹시나 휘청할까.. 안절부절하며
연두의 기침소리에도 가슴이 철렁한다.
언제쯤 침대로 올라갈수있을지
가늠할수없지만.
그래도 오늘은 한공간에서 숨쉬며 잠들수있어서 다행이다.
밤새.. 아프면 어쩌나.
바다에서 쓰러지면 어쩌나..
이상한놈들한테 엮이면 어쩌나..
그런걱정없이.. 지켜줄수있어서.. 다행이다.
언제부터 이런일들이 다행스러운 일이 되어버린건지..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난다.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2.
[ 중편 ]
천하웬수 12(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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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완전 기다렸어요 ㅋㅋ꺅 둘이 다시 친해져서 다행이에요 ㅋ 빨리 올려주세요 ㅋㅋ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ㅋ
이렇게 하나하나 추억을 쌓으며 사랑을??^^ 좋아용..ㅋㅋ
다른곳에쓰고 옮기는데.. 앞부분이 짤린걸 올렷네요.. 이상하셨죠? ㅋㅋ 죄송해요..
죄송하시면 담에 올리실때 더 길게....ㅎㅎㅎㅎ
저 ㅠㅠㅠㅠㅠㅠㅠㅠㅠ소설기다리느냐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보고있었는데 갑자기 수정 됬다고 해서 놀랐네요 ..ㅋㅋㅋ
에구. 보는 내내 맘을 졸이면서 봤어요ㅠ
항상 잘 보고 있어요 *ㅁ*ㅋ 앞으로도 성실연재 부탁드려요.ㅋ
ㅋㅋ재밌게 읽었어요. 매듭이 그래도 어느정도 풀려서 다행이에요
그래도 조금 풀린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ㅠ
기다리고 있기가 넘 힘들어요...자주 자주 올려 주세요^^ 너무 잼있잖아요.ㅎㅎㅎㅎ
아~~! 벌써 담편 보구 싶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