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pect my existence, or expect my resistance.'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의 카톡 프샤에 적혀 있는 글이 인상적이었다. 왜 그토록 고집스럽게 박재동 화백 가짜미투의혹을 제기한 내 기사에 반감을 가지고 접근했는지 막연하지만 뭔가 느낌이 왔다. 최대한 정중하게 말걸기를 시도했다.
“자고 일어나 다시 맑은 정신으로 문자를 보냅니다. 미디어오늘과 그 기자분들은 언론을 언론답게 만드는 일에 앞장서왔고 그점에서 동지로 느껴왔던분들입니다. 김기자님의 저에 대한 저항 역시 그 차원에서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내가 김기자에게 물은 것은 딱 한가지. 기사 출고전 카톡대화의 주인공인 이00작가를 상대로 확인취재를 거쳤냐는 것이었다. 김기자는 전날 <박재동 성추행 ‘가짜미투’ 의혹 제기 카톡의 ‘진실>기사에서 내가 의도적인 짜깁기를 시도했다고 공격했다. 내가 가짜미투 의혹 기사를 작성하면서 2018년1월 카톡대화 ‘문화부장관 기어나오면 바로 또 밟는거지’와 2018년 3월 “아, 솔직히 판은 내가 다 깔아줬고 자기는 춤만 추면 되고만 그걸 못하네”를 마치 같은날 대화인 것처럼 처리했다는 것이다. 짜깁기 이유는 박화백에 대한 기획미투를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2018년3월 ‘판은 내가 다 깔아줬고 자기는 춤만 되는구만’은 박재동 화백이 아니라 2차가해세력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대화임에도 2018년1월 ‘문화부장관 기어나오면 또 밟는거지’와 하나의 대화처럼 묶어서 이00작가가 일관되게 박화백 제거를 목적으로 미투를 한 것처럼 보이게 카톡대화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김기자의 상상력인지, 아니면 이00작가측의 아이디어인지 몰라도 기사를 읽는순간 몹시 당혹스러웠다. 만약 그런 의도를 가지고 기사를 쓰려고 했다면 나에게 그 부분에 대해 반론을 요구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다. 왜냐하면 이00작가는 나와 전화인터뷰에서 ‘판은 내가 다 깔아줬고, 자기는 춤만 추면 되는구만’에서 ‘자기’는 박화백과 갈등관계에 있었던 만화협회장 윤00씨를 말하는 것이고, 카톡대화의 의미는 징계위에 회부된 박화백을 빨리 제명시키라는 것이라고 털어놨었다.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3~4번에 걸쳐서. 따라서 굳이 내가 2018년3월 카톡대화를 박재동 화백을 겨냥한 것처럼 보이려고 2018년1월 대화와 합치는 꼼쑤를 쓸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다만 이00작가가 나하고 인터뷰때와 달리 김기자에게 2018년3월 ‘판은 내가 다 깔아줬어’는 박화백이 아니라 2차가해세력을 겨냥한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을 수는 있었다. 김기자가 이00작가의 거짓말에 속아넘어가 결과적으로 부당하게 나를 공격하는 기사를 내보낼 가능성이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나는 카톡을 통해 김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답하기 어렵거나 문제될 질문도 아니었다.
“2018년3월 카톡대화가 박화백이 아니라 2차가해세력이라고 판단한 것은 앞뒤 문맥을 보고 판단한 것인가요, 아니면 이작가 상대로 취재를 통해 확인된 것인가요”(오전11시21분 강진구)
“자료 검증과 취재 결과물입니다. 강 기자님께서도 직접 알아보시면 확인 가능할 겁니다.”(오후12시44분 김기자)
“제 질문요지를 파악하지 못하신 모양인데 그럼 다시한번 묻죠. 2018년3월 카톡대화가 박재동이 아니라 2차가해세력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는 건 이작가로부터 들은 애기인가요, 아닌가요.”(오후12시48분 강진구)
“강 기자님, 제게 확인하지 마시고 직접 취재해 보세요.저는 그렇게 확인했습니다.”(오후1시8분 김기자)
“나는 이작가로부터 직접 확인취재했습니다. 이작가는 제게 문제의 카톡발언은 박재동 화백의 제명을 요구하는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김기자는 이작가에 대해 확인 취재 없이 기사를 작성한 겁니까”(오후1시14분 강진구)
김기자는 내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으려는 태도가 너무나 역력했다. 사정은 이해됐다. 만약 김기자가 이작가의 확인취재를 거쳐 기사를 쓴 것이라면 이작가의 거짓말에 속은 것이고 만약 확인취재없이 기사 쓴 것이라면 정정보도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작가에 대한 확인취재 없이 기사를 작성한 것이냐’는 내 질문에 김기자는 한참동안 답변이 없었다. 미디어오늘 이정환사장에게 김기자와 주고 받은 카톡대화를 캡처해 보내면서 긴급요청을 했다. “상황이 심각합니다. 김예리 기자가 이렇게 나오면 미디어오늘이 가짜미투 의혹을 받는 여성의 거짓말을 비호한다는 비난을 받을수 있어요.”
미디어오늘 이정환 사장과 이재진 편집국장을 거쳐 오후4시쯤 겨우 김기자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김기자는 그제서야 이작가가 2018년 3월 카톡대화는 박화백이 아니라 2차가해자를 겨냥한 것이었다고 말을 해줬다고 털어놨다. 결국 이 작가가 거짓말로 김 기자를 속인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김기자는 “거짓말 했는지 아닌지는 모르죠. 그건 이작가에게 물어보세요”라고 했다. 내가 속임수 짜깁기를 한 것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만큼 최소한 반론을 해줘야 하는것 아니냐는 요청에도 김기자는 상식밖의 답변을 했다.
“나는 이작가 얘기를 듣고 앞뒤 문맥을 참고해서 기사를 쓴 것이니 따지려면 이 작가에게 따지세요”
김기자 말대로라면 자신이 이작가로부터 들은 얘기가 사실이니 기사는 고칠 필요가 없고 이작가가 당신한테 거짓말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내가 알바 아니니 당신이 따지라는 것이다. 과연 이게 상식인가. 보통 이런 경우 내가 김기자였다면 이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확인했을 것이다.
“강진구 기자가 카톡대화에서 겨냥한 사람이 박재동이라고 했다는데 어느게 맞는 건 가요”
이작가의 거짓말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미디어오늘 독자이고 의심이 되는 사실에 대한 확인은 기자의 당연한 의무기 때문이다.
미디어오늘 김기자 사례는 다시한번 진실추구를 외면한 맹목적인 미투의 폭력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피해자중심주의가 진실추구보다 우선시되야 한다는 맹목적인 미투는 경향신문 ‘후배권력’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2018년 서지현 검사의 용기있는 고발로 시작된 미투운동은 심하게 뒤틀려 가고 있다.
가짜미투는 없다는 맹목적인 믿음이 진실을 추구하려는 기자를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
경향신문 후배권력의 서슬퍼런 압박에 기사삭제도 모자라 징계위 회부에 이어 펜대까지 꺽인 상황에서 미디어오늘 후배권력의 부당한 공격을 받고도 경향신문 기사가 아닌 페이스북을 통해 부당함을 알릴 수 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Respect my existence, or expect my resistance.’에서 인간의 아름다움 대신 완장찬 권력의 무서움이 느껴지는 나만의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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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가짜 미투가 있고 그로 인해 현재까지도 명예훼손과 모욕을 당한 후 죽음 까지 선택한
사람들도 있는데 왜 "가짜 미투는 없다는 맹목적인
믿음"이 존재하는걸까요???
첫댓글 기레기가 세상 편하게 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