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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성 교육정책연구자문그룹 ‘오늘’ 대표 / 속초양양교육지원청 장학사
[교육플러스] 올해 신규장학사가 되었다. 교실에서 보낸 시간이 29년을 넘어서 아직은 교사 DNA가 남아있는 것 같다.
서이초 사건 후 원인과 해결 방법이 뭘까 생각해 봤다.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것은 아동학대처벌법의 악용이다. 교사의 인권과 교권을 보호하는 법적·제도적 부재 때문일 수도, 공권력의 약화 때문일 수도, 권위와 권위주의를 혼돈하여 권위를 무너뜨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행정청의 무심함과 교사를 잠재적 인권 침해자로 보는 학생인권조례와 그에 따른 분위기도 빼 놓을 수 없다.
좀 더 근원적 문제는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미성숙한 국민의식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전화 걸 때마다 듣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상 고객응대근로자 보호조치가 시행되고 있사오니......,’와 같은 멘트 역시 같은 배경이라 생각한다. 뉴스를 장식하는 각종 갑질 관련 사건들의 배경에도 실은 이런 의식이 깔려 있다.
원인이 이렇다면 답은 교육에 있다. 교육은 약자를 배려하는 성숙한 국민의식을 기르는 몇 안 되는 핵심 열쇠이다. 그런데 그 중심에 있어야 할 공교육 현실은 처참하기만 하다. 교사들이 토요일마다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교실이 붕괴를 넘어서 정글이 되었기 때문이다. 교육은 고사하고 ‘오늘도 무사히’를 바라는 생존이 되어 버렸다.
임계치를 넘어선 교사들의 외침은 절규이자 생존의 몸부림이다. 더 이상 희생자가 나오지 않으려면, 교실에서 교육이 이루어지려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외쳐야 한다는 취지에 동감한다.다만 외침의 목표가 분명해야겠다. 목표는 교권보호와 교육이 가능한 교실이 되도록 법을 개정하는 일일 것이다.
현재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아동학대 면책권 등 총 31건의 관련 법률안이 논의되고 있다. 교육부가 ‘교권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에 대한 의견을 받고 있다. 교사가 눈치 보지 않고 ‘교육’을 할 수 있는 내용을 담는 것이 필요하다. 사력(死力)을 다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교육’이 가능한 조문과 지침을 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면, 반복적인 교권침해나 생활지도 불응 사안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그러면 교권침해나 지도불응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교실을 비우는 것은 최후의 선택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합법적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교권 침해와 교육 붕괴 상황에 대한 공감대가 생긴 적이 없다. 지금처럼 여론이나 입법 상황이 교사에게 우호적인 적도 없다. 합법적이면서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이 아직 존재한다. 합법적이지 않은 수단은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어 교실 정상화의 불을 꺼뜨리기 쉽다. 취지가 옳다면 방법도 옳아야 하고, 아이들에게도 미안하지 않아야 한다. 내 취지가 옳기에 내 방법도 옳다고 강요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교육현장에 갈등만 심게 된다.
교사는 미성숙한 국민의식의 피해자이지만, 성숙한 국민의식을 가르쳐야 할 시대적 책임의 문 앞에 서게 되었다. 나는 대한민국의 교사들이 그 문을 여는 열쇠를 가지고 있음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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