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호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더군요.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좀 뭐랄까... 항상 권선징악(?)적이고 도덕적이며 '세상은 살기 좋은 거랍니다' 투의 낯간지러운 기사들이 많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데, 저 기사 제목이 표지에 있는 걸 보고 당장 사버렸다는...
생각보다 그다지 재미있는 글은 아니지만 (이거보다 더 재미있고 유익한 고양이에 대한 글이 옛날에 한 번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실렸었는데...) 읽을 만하다고 생각되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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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도 모르는 고양이의 진실
-고양이가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마티 베커 박사
당신은 우리 고양이들의 팔자가 좋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가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우리 방식대로
가족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러나 그런 생활이 개박하(케이론 주:
'고양이가 좋아하는 식물'이라고 주가 달려 있네요. 캣닙을 말하는 거겠죠? 아님 마따다빈가...-_-a)와 캐비아처럼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게 목숨이 9개나 된다는 고양이가 할 일의 전부란 말인가? 한 방을 쓰고 있는 내 강아지 친구는 날 대변해주지 못한다. 이제 내가 애완동물
전문가인 마티 베커 박사와 이야기를 나눌 차례다.
(케이론 주: 여기서부터는 고양이가 질문하고 박사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글이 쓰여졌습니다.)
--당신은 개가 고양이보다 인기 있다고 말해왔죠?
-화낼 필요는 없어. 그래. 순전히 통계자료에 따르면, 고양이보다 개를 선호하는 가정이 더 많아. 그러나 최근 집계를 보면 미국 가정에는
약 7300만 마리의 고양이와 6800만 마리의 개가 살고 있지.
(케이론 주: 정재승!! 똑똑히 봐라 이 무식한 인간아!)
--좋아요! 그럼 고양이보다 개가 더 영리하다는 선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실제로 우리도 재주를 익히죠. 그렇지만 재주를 보여주고 싶지 않을 따름이에요.
-그래. 고양이가 뭔가를 가져오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심지어 문을
열고, 화장실을 사용한 후 물을 내리는 법까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수많은 예가 있지.
개들은 자존심이 별로 없고 항상 인정받고 싶어하지. 너도 알다시피
재주를 부리면 칭찬을 받아. 하지만 고양이들은 원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걸 좋아하지 않지. 강한 자기 이미지를 뽐내고 싶어해. 판단
미스로 점프를 잘못한 고양이를 봐. 마치 "뭐? 내가 어리석은 실수를
했다고? 그건 네 생각일 뿐이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아주 초연하게
털을 손질하기 시작하잖아. 그러나 모든 고양이들이 강아지 형제에게
심술궂지는 않지. 그래! 형제라고 했어. 개도 고양이의 형제가 될 수
있어.
--허풍 떨지 말아요!
-아니야. 실제로 개와 고양이는 관계가 깊어. 적어도 <완벽한 고양이
보호>의 저자이자 고양이 전문가인 에이미 쇼자이는 그렇게 믿지. 고양이과 동물--사자에서부터 사람의 무릎에 앉힐 수 있는 것까지--과
개는 조상이 같아. 5000만 년 전보다도 훨씬 이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하던 미아코이드라는 족제비과 생물이지. 그래서 개와 고양이가 어느
정도 비슷한 면을 갖고 있는 거란다. 푹신푹신한 발과 육식성 이빨 같은 것 말야. 오늘날의 고양이 모습을 갖게 된 것은 300만 년도 채 안
돼.
--그러나 개들은 너무 지저분해요. 저는 좀 까다로울 만큼 단정하죠.
제가 몸을 핥아서 씻는다는 얘기는 뭐예요?
-<고양이가 말을 할 수만 있다면>의 저자이자 터프츠대학교 수의학과 교수인 니컬러스 도드먼에 따르면, 단순히 개인적인 위생만을 위해 고양이가 몸을 핥는 것은 아니란다. 니컬러스는 너의 조상이 야생에서 살았을 때 스스로 몸을 핥아서 손질한 것은 생존을 위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하지. 그렇게 하여 가장 최근 먹은 음식의 악취를 없앰으로써 적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으려 했어.
털을 부풀리는 것 역시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좋은 방법이지. 너의 작은 몸집을 생각하면 말이야. 너는 즐거움을 위해서 자신의
몸을 핥는 것 같기도 해.
(케이론 주: 저 책 읽어보고 싶군요...ㅠ.ㅠ 제목이 너무 맘에 들어...)
--그렇지만 털덩어리는 어떻하구요?
-네가 삼킨 털이 뱃속에서 덩어리로 엉기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어.
먼저 네 주인이 매일 너를 빗으로 빗겨주어야만 해. 만약 네가 빗질을
싫어한다면 손바닥이 오톨도톨한 손질용 장갑을 사용하면 되지. 네가
좋아하는 마사지를 해주면서 자연스럽게 빠지는 털을 없애주는 거야.
<덴버 포스트> 지의 애완동물 칼럼니스트인 로빈 다우닝 박사는 특별히 고양이에게 적합한 향기로운 젤을 추천한단다. 그것은 윤활작용을
해서 뱃속의 털뭉치가 장을 통해 항문 밖으로 배출되도록 하지. 뱃속의 뭉친 털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고단백 섬유질 식품도 좋아. 아니면
호박통조림 한 티스푼을 먹이는 것도 효과가 있어.
--개박하는 제가 좋아하는 것인데 몸에 해롭지는 않나요?
-박하과에 속하고 티에무스(꿀풀과의 백리향속 식물)와 샐비어같이
부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허브 종류인 개박하는 초기 이주민들이 배탈이 난 속을 달래기 위한 부드러운 차를 만들 목적으로 미국으로 가져온 녹회색의 약초란다. 개박하 식물에는 네페탈락톤이라는 화학성분이 들어 있지. 그래.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수의사 일레인 웩슬러-미첼에 따르면, 개박하는 고양이에게 환각작용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대.
새끼 고양이는 여섯 달이 지나서야 개박하에 관심을 보인단다. 즉, 다
자란 고양이들이 즐기는 거란다. 때문에 마음껏 즐겨도 돼. 중독되지
않으니까. 그러나 자주 먹으면 그 효과는 떨어질 수 있어. 아마 일주일에 한번 정도 먹는 것이 가장 좋을 거야.
--야행성 광기는요?(케이론 주: 으음...'우다다'가 전문 용어로는 이겁니까...-_-a) 왜 저는 커튼을 오르고 방안을 내달리고 마루를 어지럽히는 거죠?
-원기왕성한 젊은이 있기 때문일거야. 그러나 어떤 고양이들은 나이를 막론하고 한 곳에 가만히 있질 못하고 뛰어다니지. 주인이 폐쇄공포증에 걸리기 직전에야 산책을 시켜주기 때문이야. 너는 낮잠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해 놓았다가 밤이 되면 침실을 엉망으로 만들 만큼
뛰어다닌단다.
만약 네가 더욱 소란을 피우며 날뛴다면, 가족들은 네가 낮에만 활동하게 만들려 들 거야. 행운이 있기를.
네가 용변을 본 후 고양이 화장실의 모래를 흩뜨려 마룻바닥을 지저분하게 하는 행동은 배설물을 숨기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지. 그리고
네 꼬리가 덮일 만큼 옆면이 충분히 높지 않은 고양이 화장실 때문일
거야. (케이론 주: 이게 무슨 소린지 전 잘 이해가 안 가는데...ㅠ.ㅠ)
--다른 애완동물과는 달리 저는 기를 만한 가치가 있어요. 그런데 왜
사람들은 제가 전리품을 집으로 물어오면 화를 내는 거죠?
-가족들은 네가 집으로 물어오는 생쥐를 달가워하지 않아. 동물습성에 관한 웹사이트 AnimalBehavior.net을 만든 롤런 트립 박사는 너의
사냥 욕구가 식욕과는 다른 것이라고 말해. 가족들에게 사냥의 전리품을 가져다주는 목적은 무능한 사람들을 위함이야. (케이론 주: 그렇습니다... 곤냥마마님들은 이렇게 사냥도 못하는 우리 노예들을 위해
애쓰십니다...ㅠ.ㅠ) 또 너도 벽에 걸린 사슴뿔처럼 전리품을 걸어놓고 과시하고 싶기 때문이지.
--우리 주인은 내 발톱을 잘라요. 발톱 손질은 해로운 건가요?
-네 자존심이 상할지는 모르겠지만, 발톱을 자르는 것은 절대 해롭지
않아. 그리고 모피동물의 할퀴려는 습성은 반드시 억제되어야만 해.
심지어 그것이 고양이 DNA의 속성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지. <계산대
위의 고양이>의 저자인 래리 래치먼은 발바닥에서 나는 냄새를 퍼뜨리거나 나무에 눈에 띌 만한 자국을 남기기 위해, 그리고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네가 할퀴는 것이라고 말하지. 네가 할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마치 십대들이 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과 같아. 만약 주인이 네가 소파에 알 수 없는 글자를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주인이 해야 할 가장 좋은 방법은 너의 자연적인 충동을 위한 배출구를 마련해주는 것이란다. 집안에 네가 할퀼 만한 기둥을 세워주면 너는 본성을 죽이지 않아도 될 텐데.
--제 꼬리는 어떤 작용을 하죠?
-아주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란다. 너는 꽤 영리해서 네 주인과 꼬리로 대화를 나누지. 꼬리를 한 번 흔드는 것은 다른 고양이에게 "깡통
따개를 갖고 오라"는 뜻이거나 또 다른 고양이에게 "재미있는데, 자세히 좀 말해좌"라는 뜻일 수 있어.
코넬대 수의학과의 채서린 활트 교수는 고양이 꼬리에 관한 연구를
해왔지. 그래서 고양이는 인사를 할 때 꼬리를 높이 세우고 욕구불만이 있을 때는 꼬리를 몹시 흔든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단다. 또 살금살금 다닐 때는 꼬리 끝부분을 흔들고, 공격할 때에는 꼬리가 내려오는
반면 큰 아치형을 그리는데 끝의 털은 바짝 세운단다.
--만약 꼬리로 의사를 표현한다면 저는 왜 떨리는 듯한 소리로 목을
가르랑거리나요?
-소리가 떨리는 것은 진동성의 후음 발성법이야. 목을 가르랑거리는
것은 내부 모터가 윙윙거리는 것과 같아. 종종 사람들은 만족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데 항상 그렇지는 않아. 고양이는 기쁠 때뿐만 아니라 고통스러울 때도 목을 가르랑거린단다. 아프거나 다친 고양이 역시 가르랑거리지.
--지금 제 꼬리는 뭐라고 말하고 있나요?
-글쎄. 고마워요. 당신과 이야기를 나눠서 참 좋았어요! 뭐 이런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