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제81차 유엔총회 참석을 핑계로 또다시 미국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가히 한 달이 멀다 하고를 넘어 며칠이 멀다 하고 해외로 떠나는 꼴이다. 내수 침체와 고물가로 서민과 자영업자는 생존의 기로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대통령은 국민 혈세로 해외를 돌며 특권을 누리는 기만적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들의 잦은 해외 순방과 습관적인 부부 동반 행태는 정치적 공방 따위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국가 외교 기조가 뿌리부터 파행하고 있으며, 국민 혈세가 무분별하게 탕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필자는 과거 오스트리아 비엔나 근무 시절, 관할국 커버를 위해 1년에 무려 84회나 비행기를 타며 출장을 다녔다. 대부분 유럽 내 1박 2일이나 2박 3일 단기 일정이었음에도, 연이은 비행 끝에 정신이 멍해지고 피로가 극에 달해 출장 다녀온 날 밤에 화장실에서 기절해 쓰러진 적도 있다. 단거리 이동이 대부분인 유럽 출장도 이 지경인데, 대륙을 넘나드는 장거리 순방은 시차와 피로로 정상적인 신체 리듬을 찾는 데만 며칠이 걸린다.
대통령이 잦은 장거리 출장으로 정신이 멍해진 상태에서 국가의 사활이 걸린 중대 사안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겠는가. 국정은 맑은 정신으로 냉철하게 결정해야 한다. 판단력이 떨어진 상태로 해외를 떠도는 것 자체가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치명적 위협이자 중대한 행정력 낭비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평균 4박 6일 일정의 해외 출장을 총 14회나 이어갔고, 내년도 순방 예산마저 두 배로 늘렸다. 이것도 모자라 기본 예산이 소진될 때마다 국회 통제를 받지 않는 정부 예비비까지 쌈짓돈처럼 끌어다 순방비로 충당하는 편법을 자행하고 있다. 4년 재임 동안 해외 출장이 19회에 불과했던 도널드 트럼프(1기 기준)나, 4년 전체를 통틀어 21회에 그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비교해도 과도하기 짝이 없다. 특히 트럼프와 바이든은 국빈 방문이 아닌 실무 순방이나 다자회의에는 예외 없이 대통령 단독 출장을 다녀왔다.
유럽 정상들과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우리 위정자들의 행태가 얼마나 기이한지 명백히 드러난다. 유럽의 대통령과 총리들은 엄격한 의전이 수반되는 국빈 방문이 아닌 실무 출장에는 반드시 홀로 떠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밀도 높은 실무 협상과 치열한 현안 처리 과정에서 배우자 동행은 국정과 업무에 방해만 될 뿐이라는 냉정한 실용주의가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싱가포르나 북유럽 정상들은 단기 실무 출장 시 거대한 전용기와 대규모 의전팀 대신 민항기 일등석을 이용하고 수행원을 최소화하며 철저히 내실을 챙긴다.
이러한 글로벌 표준과 달리,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은 예외 없이 전 출장에 배우자를 동행시키는 이상 행태를 되풀이했다. 상대 정부의 공식 초청도 없고 외교적 역할도 없는 실무 일정에까지 아내를 데리고 나가는 것은 국비를 들여 '마누라 챙기기'와 '배우자 호강시키기'에 골몰한 도덕적 해이의 극치이자 특권 의식의 표출이다. 최근 두 달 동안 부부 동반으로 3회 순방에 26일이나 해외에 체류한 이재명 대통령이나,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국비 단독 방문은 사적 권력 오남용의 적나라한 민낯이다.
이런 혈세 탕진과 특권 의식은 위에서 그러니 고위 공직사회 전체로 전염됐다. 우원식 전 국회의장은 임기 중 14차례 해외 출장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배우자를 동행시켰고, 여기에 쏟아부은 혈세만 82억 8,000만 원이다. 회당 평균 5억 9,000만 원을 쓰며 전 출장 배우자 동행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것은 권력 사유화의 결정판이다.
역대 국회의장 6명이 12년간 80차례 출장에 306억 원을 썼고, 스위스 세계국회의장회의 당시 외국 의장 대다수가 배우자 없이 수행원 2명만 대동할 때 우원식의장만 23명이 몰려가 8억 원을 탕진했다. 중앙선관위 노태악 전 위원장까지 부부 동반 출장을 다녀왔다. 당사자들은 이를 "관행"이라 변명하지만, 관행이라는 핑계는 국비 오남용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온 잘못된 구태야말로 가장 먼저 청산해야 할 악습이다. 이것은 국격이 아니라 , 염치없는 혈세 잔치다.
정작 국가의 사활이 걸린 난제 앞에서는 몸을 사리고 만만한 국가들만 골라 다니는 이재명 대통령의 도피성 외교도 심각하다. 진정한 리더는 어렵고 험준한 가시밭길로 직접 들어가 담판을 지어야 한다. 그래야 핵심사안이 신속하게 해결된다. 사실 이재명 대통령뿐만 아니라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들 대다수가 핵심 정상과의 1 대 1 치열한 직접 협상을 기피하는 고질적 행태를 보여왔다. 글로벌 감각과 전문성, 자유로운 영어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준비된 원고를 읽는 요식 행위에만 치중할 뿐, 정작 외교 현장의 치열한 핑퐁식 난상토론이나 단독 담판 앞에서는 무기력하게 뒤로 물러서는 것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서밋 현장까지 가서도 정작 국익의 핵심 키를 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면 대결과 단독 담판은 피한 채, 발길을 돌려 브라질 등 남미로 떠난 이재명 대통령의 모습은 이러한 무능과 책임 회피의 결정판이다. 해결해야 할 치명적인 핵심 현안은 외면하면서 만만한 나라들만 돌며 성과라고 홍보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무책임의 극치다.
대통령이 비행기에 오를 때마다 장관들과 참모들이 공항에 줄지어 서서 영접·환송 쇼를 벌이는 것도 가관이다. 국정을 팽개치고 의전 쇼에 시간을 쏟아붓는 것 자체가 국가적 손실이다. 이처럼 잦은 순방 끝에 손에 쥐는 실질적 국익이 무엇인가. 법적 강제력도 없고 실현 여부도 불확실한 명색뿐인 MOU 몇 장 쥐고 대단한 치적인 양 성과로 포장하는 것은 국민을 향한 기만이다. 수억 원의 혈세를 쓰고 다녀온 뒤 배우자가 도대체 무슨 외교적 공헌을 했는지 입증하는 사후 출장 보고서조차 제대로 내지 않는 깜깜이 집행은 국민을 능멸하는 처사다.
상대국들은 냉혹하게 통상·안보 압박 카드를 만지며 자국 실익을 챙기는데, 안방에 돌아와 "잘 설명했으니 해결됐다"며 자위하는 외교는 무능의 결정체다. 구속력 없는 MOU 뒤에 숨어 자화자찬하는 무능의 대가는 결국 감당하기 힘든 통상·안보 위기로 돌아올 뿐이다.
외교 당국과 국정 최고책임자는 아전인수식 브리핑과 구태의연한 공항 의전, 예비비 편법 지출과 보여주기식 MOU 포장 정치를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가칭 '우원식·노태악 방지법'을 제정해 고위 공직자의 부부 동반 해외 출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출장 성과와 집행 내역 및 배우자 동행 사유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엄격한 법적·제도적 기준을 세워라. 만만한 곳만 찾는 도피성 순방을 즉각 멈추고, 오직 국익을 걸고 맑은 정신으로 정면 부딪히는 냉정한 실무 외교로 복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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