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주 완주기
전주 대회후 운동화를 한번도 신어보지 못하는 바쁜 일주일을 보냈다.
한달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였으나 주변 환경이 도움을 주지 않는다.
여차하면 대회를 포기하는 상황이었으나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1년 농사를 하루에 평가하는 날에 휴가를 출발하니
마음은 무겁고 미치지 않고서는 실행하기 힘들 결정이었다.
출발은 상쾌하고 기분좋은 출발이었다.
약간 구름이 있고 바람이 적당히 불어서 달리기에 안성마춤의 날씨였다.
30km 지점부터 빗방울이 한방울씩 떨어지는데
적당한 바람으로 인해서 자켓을 입지 않아도 될 정도로 더없이 좋은 날씨다.
50km 단위로 6+7+8+9=30시간을 계획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40km부터 시작되는 비바람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완주를 목표로 했다.
제주 비바람은 마치 태풍보다 더한 얼굴을 들수 없을 정도였다.
매서운 비바람은 사람을 날려보내려는 기세이고
빗방울은 얼굴에 따거움을 느낄 정도로 매서웠으며 얼굴을 들수가 없었다.
정말로 지독하게도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쏟아지는 비바람을 맞아야만 했다.
50km CP에서 시간체크를 하는데,
비바람으로 도저해 밖에서 기록체크를 할수 없어서 차속에 기록을 확인하고 있고
먹거리는 바나나, 초코파이, 사탕, 물 등 허기를 채우기에는 예상 밖이다.
비바람을 피할수 있는 천막이나 그 어떤 것도 아무것도 없다.
50km이후에는 악조건이 보여주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고글도 준비 안했으니 앞을 보고 달릴수가 없다.
몇백미터 앞을 보고 나서 고개를 숙이고 달리기를 5-6시간동안 했으니
이것은 달리기를 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싸움이라고 표현해야 적절하지 않나 생각한다.
100km 도착할 때 까지 쉬지 않고 내리는 비
자켓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는 콩복는 소리보다 더 크고,
마치 기관총 소리와도 같이 귓가를 뱅뱅돈다.
몇시간을 들으면서 달리고 있으니 그 소리에 마취되어 무감각하다.
모자를 눌러쓰로 고개를 숙이고 몇미터 앞을 시야에 두고 차선만 바라보며 달린다.
얼굴을 들어 내가 갈 곳의 길을 살피고,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얼마만큼 가고
또 얼굴을 들어 갈 길을 처다보고 고개를 숙여 달리기를 계속하였다.
태풍처럼 몰아치는 악천우 속에서 달리는 달림이들을 모습이
눈물이 날 정도로 처참해 보인다.
100km도착 정확한 시간을 잘 모르겠고 체크종료시간 30분前쯤 도착한 것 같다.
사람들 북적대는 텐트속에서 상의만 갈아 입고
15:10분 경과되어 출발했다.
언덕을 조금 내려가 적당한 식당에 들어가니
도가니탕을 시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서귀포시인데 식당이 다른곳도 있겠지 하고 그냥 나왔다.
앞에 달림이 깜박이가 보이기에 달려가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이곳에서 식사를해야지 조금 나가면 식당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식당에 들어가니 회식하는 10명 단체손님 1팀 뿐이다.
주인에게 사정이야기 하고 해물탕을 주문했다.
110km이후는 거리감각이 없다.
그냥 달리고 있을뿐 150km까지 가는 것을 목표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120km인지, 130km인지 비가 멈추고 바람도 잠잠하다.
신발속 질퍽거림도 없고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우의도 벗고, 자켓도 벗고 가볍게 달리는데
이번에는 졸음이 앞길을 막는다.
소리도 질러보고, 노래도 불러보고 하면서 졸음을 몰아내 본다.
하지만, 조용해 지면 금새 졸립고 발걸음이 갈지자로 변한다.
그러는 사이 거리를 좁혀 150km CP에 도착했다.
(체크포인트 시간 30분전쯤 도착)
비바람이 거세게 불어서 150km CP가 조금 변경되었다.
식당앞에서 도착확인후 전복죽 한그릇 비우고
따뜻한 식당 바닥을 찾아서 30분쯤 수면을 취했다.
골인후 사우나에서 들리는 소리가
이곳에서 30분 잠을 자려고 수면을 취했던 주자가
5시간동안 꿈나라로 가는 바람에 완주를 포기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1시간쯤 휴식을 하고 출발하니 룰루랄라 발걸음이 가볍다.
설마 9시간 30분동안 50km 못 가겠나 하면서 - - -
비도 멈추고 하늘을 보니 비가 올 것 같지도 않고 해서
우의도 버리고 출발했다.
종달 해안가를 지나는데 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곧 그치겠지 하면서 가는데도 빗줄기가 거세진다.
천둥까지 치면서 끝까지 자연의 매서움을 맛보게 한다.
자켓을 꺼내 입고 달리는데, 새벽에 비바람이 몰아치니까 춥다.
가까운 해녀탈의실에 들어가 비상용 우의를 앞에서 뒤로 입고
그 위에 자켓을 입고 완전무장을 하고 출발한다.
혹시나 해서 우의를 2개 준비했는데 골인까지 입고 있었다.
160km 지나 10km 가는데 110분이 소요된다.
조금씩 천천히 뛰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추월하는 주자가 하는말
“잘못하여 돌발변수가 발생하면 완주를 장담 못한다”고 하면서 열심히 뛰어간다.
그래서 나도 시간을 체크해 보기로 했다.
설마 10km 100분이면 충분하겠지
170-180km 조금 부지런히 달린다.
10분을 기준으로 4-5분 뛰고 5-6분 걸으니 98분이 소요된다.
180km 통과하니 나에게도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발바닥이 열이나고 사타구니에 쓸림현상이 있다.
바세린으로 도포를 했는데고 1시간이 지나면 같은 현상이 반복된다.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촉박하다.
4시간 30분에 20km를 가야만 한다.
180km에서 190km까지 약 2시간이 소요되었다.
190km 2시간 36분 남았다. 어느정도 성공이 보인다.
하지만 배고품이 허리를 숙이게 한다.
190km이후에 만났던 사람들은 모두가 한두가지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관절이 아픈사람, 발목이 아픈사람, 발바닥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 등
모두가 나보다 더한 것 같다.
그래도 골인장면을 웃으면서 골인을 하고 사진촬영을 했다.
33시간 26분만에 골인했다.
비행기를 타고 상경하면서 자신에게 질문해 본다.
2주후 서울남산울트라대회에 나갈수 있느냐고 ?
답은 “대회에 참석할 수 있다”
몸이 완전히 망가지지 않았나 보다.
어깨가 뻐근하고 발바닥이 따끔따끔해도 걸음걸이는 정상이다.
사우나, 찜질방에서 보던 주자들은 완전히 패잔병같은 모습이었으나
난 패잔병처럼 보이기 싫다. 곧 죽어도 똑바로 걷고 싶다.
완주 축하하고 나도 한번 뛰어보고 싶다.
징하디 징한넘!!!!비바람에 얼굴 상처 안 입기 다행이다 ㅎㅎㅎㅎ몸 잘 추스리고 서울타워에서 보자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