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 자녀학대 혐의로 1심에서 거액의 배상명령을 받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한인여성의 항소시도가 좌절됐다.
온타리오항소법원은 피고 조영자(본명은 김씨·62)씨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서류를 제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19일부로 항소청구를 기각하고 지난해 2월 온주고등법원에서 내려진 원심을 확정했다.
조씨는 자신이 낳은 큰아들(앤드루)과 큰딸(시실리아)을 어릴 때부터 구타하고 학대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자녀 1인당 97만5천달러를 배상하라는 온주고법의 판결에 불복, 항소를 추진했었다.
원심의 판결은 자녀 가혹행위에 대한 배상금으로는 국내 사법사상 최고액이다. 그러나 문제는 조씨의 유일한 재산인 주택을 팔더라도 선취특권(lien)과 미상환 모기지를 제외할 경우 자녀에게는 각각 5만∼7만5천달러밖에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
남매의 변호인 브루스 헤인즈씨는 『이들이 손에 쥘 수 있는 배상금은 주택을 처분한 뒤 남는 돈이 얼마나 되느냐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이들 남매의 딱한 처지를 전해듣고 무료변론을 자원했다는 그는 『실제비용만 청구할 뿐 변호사비는 받지 않고 있다』고.
조씨의 아들 앤드루(34)씨는 3일 오전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초 형사소송을 원했지만 의학적 증거자료 등이 상당부분 파기된 데다 절차가 복잡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법원이 판결한 배상금은 어머니에게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지만 앞으로 유사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경종차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와는 어떠한 연락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그는 『소송이 제기되기 직전 어머니가 처음으로 「미안하다」는 뜻을 비치기도 했지만 그후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며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밖엔 생각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5년여에 걸친 법정싸움으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며 여전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그는 앞으로 결혼계획 등을 묻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평범한 삶을 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소송이후 처음으로 일부 주류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시실리아(32)씨 역시 정상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수한 머리에도 불구하고 「후유증」탓에 공부에 집중하거나 풀타임 일자리를 유지하기가 힘들어 웰페어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현재 2명의 학생들과 다운타운의 2베드룸 아파트를 나눠 쓰고 있는 그는 주 1회 집단치료와 월 2회 개인치료를 받고 있다. 시실리아씨는 『버스삯도 넉넉지 못해 걸어다니기 일쑤지만 학대를 일삼던 어머니가 법정에 서게 됐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헤인즈변호사는 『조씨의 죄질은 형사처벌을 받아도 마땅할 정도지만 배상액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며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조씨의 토론토주택은 이미 팔린 상태다. 매각대금을 비롯한 조씨의 남은 재산은 법원에 납부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심법원은 원고측이 당초 산정한 배상금에 남매가 정상적 사회생활을 했을 경우 벌어들일 수 있었던 예상소득을 합산한 수정청구를 인정한 바 있다.
한편 조씨의 변호인 이언 맹씨는 『법원이 명령한 배상금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라며 『향후 대응방법에 대해 의뢰인과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원고남매를 낳은 조씨는 남편과 불화가 잦자 자녀를 시댁에 맡기고 서독에 간호사로 취업했다. 이후 남편과 화해, 차남을 얻은 조씨는 73년 캐나다 이민후 막내딸을 출산했다. 75년 한국에 있던 앤드루·시실리아 남매를 데려온 이들 부부는 이후 양육과정에서 구타는 물론, 목을 조르고 물고문까지 자행하는 등 심한 학대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두운·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