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강세를 나타내 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의 ‘빅4’가 이번 16강전에서도 일제히 8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며 그 동안의 저력을 발휘해 보였다. 세리에A와의 정면충돌로 화제를 모았던 맨유, 아스널, 첼시 등은 2승 1무로 1차전 일정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성공했고, 리버풀 역시 레알 마드리드와의 원정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둬 8강 진출 여부에 청신호를 밝혔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시즌 EPL 팀들에게 연거푸 침몰 당하며 올 시즌 16강전을 통해 설욕을 다짐해 오던 세리에A 팀들은 1차전부터 1무 2패로 열세에 놓이며 다시 한 번 기선 제압에 실패했다. 인테르는 홈에서 실망스런 경기력을 선보인 끝에 줄리우 세자르 골키퍼의 선방에 힘입어 가까스로 0-0 무승부를 거뒀고, 각각 아스널과 첼시에 0-1로 패배한 로마와 유벤투스 역시 원정경기 득점을 기록하지 못해 다소 어려운 입장에 놓이고 말았다.
그러나 세리에A 팀들은 다소 실망스러웠던 1차전 결과 및 내용에도 불구하고, 2차전을 통해 어느 정도 반전을 노려볼 만한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우선 유벤투스의 경우 다소 무기력한 경기를 선보인 끝에 패배한 로마와 다르게,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비교적 긍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적극적으로 압박을 시도한 것에 비해
램파드, 미켈, 발락 등의 간결한 패싱게임에 휘둘린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공격적인 측면에서는 몇 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해내며 어느 정도 가능성을 남겼다. 홈에서 펼쳐지는 2차전을 통해서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단,
드록바에 대한 중앙 수비수들의 대처능력 면에는 작지 않은 과제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1.5군급에 해당하는 아스널 멤버들에게 압도 당한 로마의 경기력은 분명 실망스러웠다. 전반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미드필드 싸움을 시도하기보다는 지나치게 실리적인 경기방식을 들고 나온 것이 로리아 등의 잦은 실수가 겹쳐 도리어 상대에게 많은 공격기회를 열어주게 되는 빌미로 작용하고 말았다. 후반 들어서는 주도권을 잡아가며 전반전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해 봤지만 별다른 소득을 거둘 수 없었다. 도리어 추가 실점을 내주지 않은 채 0-1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는 것이 로마에겐 다행일 정도였다.
그러나 1차전을 어떻게든 0-1로 막아낸 만큼, 로마로서는 2차전을 통한 반전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잉글랜드 원정에서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해 왔던 것과 다르게, 홈에서의 로마는 EPL 팀들을 비롯한 챔피언스리그 강호들과 지속적으로 호승부를 연출해 왔다. 아스널이 1차전을 통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고, 이탈리아 원정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여 왔음을 간과할 수 없지만, 추가득점 실패로 인해 확실하게 리드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은 다소 뼈아픈 결과다. 이제 로마는 홈에서 열리는 2차전을 통해 공격축구로 승부를 걸어 볼 여지를 남겨두게 되었다.
한편 인테르의 경우 홈에서 맨유의 경기 템포에 휘둘리며 결과보다도 내용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맨유는 4-5-1에 가까운 대형을 바탕으로 미드필드를 두텁게 구축하는 한편, 수비적인 안정감과 효과적인 볼 소유권의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공격적인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지만
줄리우 세자르의 선방에 막혀 원정경기 득점을 올리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골’을 제외한다면 1차전은 분명 맨유가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가 진행되었고, 결과 또한 어느 정도 맨유가 원하는 쪽으로 마무리 된 것으로 보인다.
1차전 내용만을 놓고 본다면 희망적인 것은 분명 인테르보단 맨유 쪽이다. 인테르 원정에서도 적지 않은 득점 기회를 만들어낸 맨유의 효과적인 공격은 홈에서 열리는 2차전 들어 더욱 좋아지면 좋아졌지,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그러나 올드 트래포드에서 펼쳐질 2차전 경기 양상은 1차전과는 조금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맨유가 보다 공격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인테르는 수비적으로 좀 더 움츠러들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의 인테르는 상대가 일정 수비 숫자를 유지하며 밀집대형을 구축할 경우 그것을 무너뜨리는 데에는 결코 장점을 갖고 있는 팀이 아니다. 상대 최종수비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이브라히모비치와
마이콘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스탄코비치의 경우 공격적인 측면에서의 의외성이나 창의성이 다소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드리아누 또한 2명 이상의 수비수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는 단조로운 플레이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이브라히모비치, 아드리아누, 스탄코비치 3명 간의 컴비네이션 공격 역시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는 올 시즌의 인테르가 세리에A 중·하위권 팀들을 상대로 시원스런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드 트래포드에서 벌어질 2차전의 경우 상대가 공격으로 올라오는 경기 흐름으로부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듯하다. 수비를 먼저 굳히고 오픈된 상대 진영을 공략하는 경기 흐름은 무리뉴 감독에게도, 현재의 인테르에게도 좀 더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하기에 용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1차전에서 나타난 수비 불안, 특히 제공권 장악 면에서의 문제는 인테르에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간과할 수 없는 불안요소다. 공격적인 측면에서는 1차전에 비해 좀 더 효과적으로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더욱 거세질 맨유의 공격을 인테르 수비진이 견뎌낼 수 있을지 여부는 경기의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세리에A 팀들에 비해 1차전 일정에서 더욱 큰 손실을 거둔 것은 어찌 보면 스페인 라 리가 쪽일지도 모른다. 3무 1패라는 실망스런 중간 성적표를 받아든 라 리가는 리옹 원정에서 1-1 무승부를 거둔 바르셀로나를 제외하면 모두 1차전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데 실패했다. 바르셀로나는 그 동안 ‘챔피언스리그 우승후보 0순위’라는 평가를 받아 왔음을 감안한다면 리옹과의 1-1 무승부는 조금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단순히 결과만을 놓고 봤을 때에는 원정경기 득점에 성공한 만큼 상대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누 캄프에서 자신들의 공격축구를 펼치기에 유리한 밑바탕을 깔아놓았다는 점도 충분히 고무적이다.
반면 리버풀과 홈에서 지리한 공방전을 벌인 끝에 ‘한 방’에 무릎을 꿇고 만 레알 마드리드는 어느 정도 팽팽했던 경기내용에도 불구하고 결과면에서는 상대에게 완벽하게 기선을 제압당했다. 리버풀이 한 번 확보한 리드를 쉽게 놓치지 않는 단기전의 강자라는 점, 앤필드 원정이 대부분의 팀들에게 매우 껄그럽게 다가온다는 점 등은 레알 마드리드에게 분명 커다란 핸디캡으로 다가온다. 제라드마저 정상 컨디션으로 2차전에 출격할 경우 미드필드를 장악하며 공격적으로 경기해야 할 레알로서는 더욱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 1차전을 0-0 무승부로 마무리 했을 경우 레알은 앤필드에서 선수비·후역습 체제를 고수하며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이끌어 갈 수도 있었지만 이젠 상당 수준의 위험성을 감수하고 적극적으로 미드필드 싸움을 전개해야 한다. 그 상대가 다른 팀이 아닌 제라드, 알론소, 마스체라노가 버티는 ‘앤필드에서의 리버풀’이란 점은 후안데 라모스 감독의 골치를 썩히게 될 법하다.
리옹 원정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한 바르셀로나, 그리고 내용면에서는 어느 정도 분투하는 모습을 보인 레알 마드리드에 비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비야레알이 받아든 성적표는 라 리가 측에게 매우 실망스럽다. 포르투와 파나티나이코스를 상대 팀으로 맞이하며 비교적 쉬운 16강 대진표를 받아들었음에도 불구, 두 팀은 홈에서 무승부를 거두었을 뿐 아니라 원정경기 득점까지 허용하고 말았다. 특히 수비붕괴로 인해 스스로 무너지고 만 아틀레티코의 경우 8강 진출여부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틀레티코가 특유의 난타전 능력을 살려 포르투 원정에서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포르투 쪽이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비야레알의 경우 일방적인 경기내용에도 불구하고 한 방을 얻어맞고 1-1 무승부를 거두었다는 점에서 그 심리적 타격이 작지 않을 법하다. 그 동안 유럽무대에서는 상당히 실리적인 경기 스타일을 고수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둬 왔던 비야레알에겐 홈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원정에서 그것을 지켜내는 흐름을 가져갈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물론, 비야레알은 아틀레티코와 같이 난타전을 시도하기보다는 일단 수비를 굳히고 한 방을 노리는 경기 방식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지만 안방에서 보여주는 파나티나이코스의 공격력은 그리 만만치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라 리가는 그 동안 발렌시아, 비야레알, 세비야, AT 마드리드로 이어지는 ‘제 2 세력’들이 UEFA컵과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번갈아가며 좋은 성과를 거둬 오며 꽤 짭짤한 포인트를 획득해 왔다. 그러나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이들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대외 경쟁력 면에 존재하고 있는 라 리가 측의 커다란 고민거리다. 지난 시즌 발렌시아는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에서 무너졌고, 세비야 역시 페네르바체와의 16강전에서 무릎을 꿇었으며, 비야레알과 아틀레티코 또한 UEFA컵 32강에서 일제히 고배를 마셨다. 올 시즌에도 세비야는 이미 UEFA컵에서 탈락했고, 비야레알과 아틀레티코 역시도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상대에게 유리한 고지를 점령당했다. 적어도 현재까지 스페인 클럽들이 보여주고 있는 유럽무대 행보는 실망스럽기만 하다.
-사커라인(www.soccerline.co.kr)-
<‘국내 최고 축구전문 뉴스 & 커뮤니티’ 사커라인(www.soccerline.co.kr) 저작권자 ⓒ 사커라인.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