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 맘때쯤은 밖에 나가면 고추 잠자리들이 하늘을 날면서 춤을 추었다.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전령이 바로 고추 잠자리와 귀뚜라미였다.
그런데 올해는 어찌된 판인지 전령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지 소식이 없다. 풀밭에선 풀벌레들이 벌써 가을이 왔다고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는데도 말이다. 밤에는 귀뚜라미의 현악기 소리도 이따금씩 들여온다.
내 어릴 때는 시골에서 잠자리를 잡아 가지고 놀기도 하였다.
잠자리가 풀잎이나 나무 가지에 앉아 있으면 살금살금 다가가서 손을 뻗쳐 잡으려고 하면 보이는 눈도 없으면서 어떻게나 빨리 도망을 치는지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하여 꾀를 낸 것이 손가락으로 잠자리 머리를 중심으로 빙빙 돌리면서 점차 접근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하니 잠자리도 헷갈리는지 도망가지 않고 있어 덥석 손으로 날개를 눌러 잡곤 하였다. 어떤 때는 왕잠자리 암놈과 숫놈이 붙어 있어 한꺼번에 두 마리를 잡기도 하였다. 내가 해군에 있을 적에는 앞차기로 공중을 날고 있던 고추 잠자리를 떨어뜨리기도 하였다.
잠자리 사냥도 종류가 다르면 사냥법도 달라야 한다. 가을의 전령인 고추 잠자리는 풀잎이나 나무 가지에 잘 앉지 않는다. 마당이나 골목 어귀 공중에서 빙빙 날아다닌다. 고추 잠자리는 파리를 잡아 실에 매달아 막대기에 묶어서 고추 잠자리들이 날아다니는 데로 가서 낚시를 하는 것이었다. 잠자리가 이슬이나 물만 먹고 하늘을 날 수는 없다.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알고보면 잠자리는 파리나 모기 등을 먹는 육식곤충으로 눈 앞에 보이는 파리를 그냥 못 본척하고 내버려 둘 수는 없었던 모양으로 파릴 잡아 먹으려고 앉으면 족대로 덥쳐서 잡았던 것이다. 잠자리를 잡아서 들여다 보면 둥구스럼한 홑눈에다 머리 곳곳에 털이 숭숭 나 있고 강력한 아랫턱에다 입이 의외로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 날짜 조선일보에 잠자리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는데 금년 들어 잠자리가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은 금년 여름에 태풍이 없어 열대지방인 동남아에서 된장 잠자리가 우리나라로 올라오지 못했기 땨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배를 타고 동지나해 바시찬넬을 항해하면 철새들이나 제비 잠자리 메뚜기 떼를 만나기도 한다. 갑판에 나가면 바람을 타고 날아온 메뚜기떼나 잠자리떼가 갑판에 떨어져 죽어 수북히 쌓여 있는 광경을 무수히 보았다. 그 땐 안테나가 고장 나서 바람을 잘못 타고 날아온 줄로 알았었다. 철새들은 지구의 자기장을 이용하여 먼 길을 날아간다고 알려졌는데 곤충들도 그런지도 알 수가 없다. 태풍이 아니라도 기류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틀림없다.
동영상도 올라와 있어 보았는 데 잠자리가 알을 낳기 위해 물가 가까이 비행하거나 수초 위에 앉아 쉬고 있으면 개구리가 수면에서 공중으로 점프를 하여 잠자리를 잡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잠자리는 물속에 알을 낳아 유충이 물속에서 수개월 어떤 종류는 5~6년을 굼벵이처럼 사는 것도 있다고 하는데 수명은 대략 1년 정도라고 한다. 유충도 강력한 아랫턱이 있어 물속에선 포식자로 올챙이도 잡아 먹는다고 한다. 2만여개의 홑눈을 합친 겹눈을 가진 잠자리는 우리나라에는 107종, 전세계에는 약 5000종이 있다고 한다.
첫댓글 북해도서 큐릴열도 항해시는 매,올뺌이류가 작업등 켜고 농무항해시 더러 갑판에 올라와.예전 농촌 냇가에 검은 날개 물잠자리도 요즘 안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