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이와 진이는 건너편 민박집 남매입니다.
재작년봄에 우리가 지금의 땅을 사서 처음 왔을때
훈이네는 옛방앗간집을 임대해서 지내고 있으면서
새집을 지어 민박집겸 까페를 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요.
훈이네는 우연히 알게된 운학리로 몇년째 여름휴가를 오다가
운학리가 너무 좋아서 운학리에 와서 살기로 결심했다고 하더군요.
우리처럼 아이들 다키운 입장도 아니고
아직 초등학생 아이들을 데리고 시골로온 훈이엄마가
참 대단해보였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이들을 위해서 결심했다니
훈이와 진이는 복많은 아이들입니다.
당시 5학년 3학년이던 남매는 벌써 시골아이가 다 되어있었습니다
너른 집마당에 닭도 키우고
바로 집앞으로 흐르는 운학천에 어항을 놓아 물고기 잡는법도
알고 있었습니다.
"메기도 이만한걸 두마리나 잡았다니까요.."
하고 자랑하는 훈이를 보며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의 차이를
절감했었습니다.
우리가 컨테니어를 갖다놓고 주말마다 내려오자
아이들도 곧잘 우리 컨테이너로 놀러를 왔는데
어느날은 이런일도 있었습니다.
자동차 드렁크에 비상용으로 갖고 다니는 휴대용 야전삽을
훈이가 보더니 아주 탐을 내는것이었습니다.
"똥누러 다닐때 아주 좋겠는데... " 하면서요.
그게 무슨소리냐고 물었더니
집의 푸세식 화장실이 가득찼는데 분뇨청소차가
불러도 미쳐 오질 않는다나요.
그래서 며칠째 삽을 들고 산으로 볼일을 보러 다닌다는겁니다.
산에가서 구덩이를 파고 볼일을 본후 덮고 오려면
삽을 들고 가야 된다는것이지요.
휴대용삽은 장난감처럼 자그마해서
들고다니기 딱 좋겠다고 탐을 내는겁니다.
듣고있자니 마구 웃어버릴수는 없는일이었지만
그래도 나오는 웃음을 참을수는 없었습니다.
도시아이들같으면 상상도 할수 없는일이지요.
지금은 훈이네도 멋진 집을 지었으니
그런일이야 겪지않아도 되지만요.
아이들은 운학초교와 운일초교가
예전에 다 폐교가 되버린 상황이었기때문에
16-7킬로쯤 떨어진 황둔초교를 다닙니다.
황둔은 행정구역상 원주시이지만 사정이 그러니 어쩔수 없었겠지요.
우리동네에서 딱 두명뿐인 학생을 하교시키러
노란 스쿨버스가 오는것을 보고 감격하기도 했습니다.
'우아.. 교육인적자원부가 이렇게 큰일을 하고 있구나.... 히힛'
그러다가 올해 중학교에 진학한 훈이는
황둔중학교엔 스쿨버스가 없는관계로 이런저런 방법을 모색하다가
결국은 서울중학교에 진학을 하고 훈이네는 이산가족이 됐습니다.
안타까운 농촌의 현실이지요.
오빠가 도시로 가버리고 혼자남은 진이는 염려와는 달리
아주 씩씩하게 잘 지냅니다.
자전거를 타고 온동네 마실을 잘 다니는데
얼마전부터는 4바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닙니다.
뒤에다 엄마까지 태우고 다니는 모습이
누가봐도 초등학교 5학년 학생 같지 않습니다.
며칠 집을 비우고 왔더니 오토바이를 타고
마실을 와서 안부를 묻습니다
아마 동네구석구석 소식은 누구보다 진이가
제일 먼저 알게될것 같아요.
진이네 아빠는 민박집에 까페를 겸하기 위해서
요즘 작업중입니다.
멋진 까페가 생기면 우리에게도 신나는 일이
될것 같습니다.
어쨌든 오후가 되면 여전히 우리동네의 유일한 학생
진이를 태우고 노란 스쿨버스가 오고
예쁜 소녀 진이는 오후시간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잘 지내는것 같습니다.
우리가 운학리에서 오래오래 살다보면
진이가 커서 시집가는것도 볼수 있겠지요.
진이가 예쁘게 커서 멋진 신랑을 데리고 오면
제가 얼마나 늙어있을지.. 상상을 해봅니다..^^
첫댓글 참 정겨운 글이에요.전 두산초교를 나왔지만 이미 폐교되어버린 쓸쓸한 현실이네요
아..파워짱님..두산초교나왔나요?..ㅎㅎ 진이는 제가 아는 아이네요..진이아빠도 멋있고....루디아님..칼럼이라면...계속 연재되고 있는 글인가요?..황둔사랑에 좀 올려주시지요...재밌네요..
해인님 뜰님의 칼럼은 다음넷에서 운학리소식을 치면 나옵니다. 전에 우리 카페에도 등록 하셨다가 눈이 아프셔서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할 수 없어 지금은 그 한가지만 하고 계시답니다.
멋지네요...멋진 칼럼 루디아님이 계속 황둔사랑에 퍼 날라 주시면 안될까요? ㅎㅎ 지도 눈이 아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