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만드시는 분들에겐 정말 죄송한 소리입니다만, 얼마전까지 제게있어 드라마는 그런매체였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많은 드라마들이 부담없이
서민들의 힘든 하루의 위로가 되고, 뜬금없는 수다의 주제가 되고, 복잡한 삶의 낙이 되고,
그렇게 그렇게 자기 할일들을 잘해왔습니다.
특히나 일일극은 태생부터가 그런 역할을 부여받았으니 할말이 뭐 더 있겠습니까?
그런 이유로 이 드라마 "인어아가씨"는 자신의 할일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인정합니다.
머리속으로는 "유치하네."가 떠오르는데도,
머리는 그런데도,
그럼에도, 낄낄거리며 그렇게 티브앞에 앉게 만들더란 겁니다.
그렇게 "네멋'을 보기 전까진 저도 드라마라는 매체를 은연중에 그렇게 무시하면서
편할대로 내 취하고 싶은것만 취해가면서 편안히 드라마를 즐기곤 했습니다.
일례로 "명랑소녀 성공기"같은 첨부터 끝까지 만화같은 유치함으로 도배를 한 드라마도
차라리 그 드러내놓은 뻔뻔함과 유치함이 재밌고 귀여워서 열심히 시청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뭐 드라마를 놓고 취향을 고저를 논한다는게 우습다고,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재밌으면 보면 되는거고, 아니면 말면 되는거고,
거기에 열내가며 작품성을 논하고 레벨을 두는것 자체가 유치하다고 "네멋"을 보기전까진 저도 그랫
습니다.
그런데, "네멋"을 본 뒤로는....
자꾸만 바라는게 많아졌습니다.
다른 드라마들을 보면서 갈증이 심해졌습니다.
이렇게 만들수도 있었으면서, 이렇게 자기 하고싶은대로 마구, 그러나 제대로 만들수도 있었으면서.......
저도 큰일났다싶습니다.
예전 어떤 드라마를 보고도 이렇게 눈높이가 높아져서 다른 드라마를 못볼것같다는 생각이 든적 없었는데, 그 좋다는"여명의 눈동자"나"모래시계""서울의 달"도 보는 그 시간의 잠깐의 재미와 얼마간의 감동, 그게 다였는데,
이젠 많이 달라져버렸습니다.
의도한게 아닌데, 의식한게 아닌데도 자꾸 그렇게 되어져갑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렇게 바꼈다고,
다른 드라마를 보시는 많은 분들의 취향이 유치하다고는 말할수 없습니다,
아마 "네멋"에 이렇게 제대로 미치지 않았다면,
저또한 지금도 그렇게 열심히 이런저런 드라마를 재밌게 보고있었을테니까요.
얼마전까지의 바로 저의 취향이었던것을
지금 좀 "제대로 된 드라마"를 먼저 발견했다는 이유로 매도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아쉬운건
이 드라마의 홍보부족으로, 또는 꽃미남이 안나왔다는 이유로, 양동근이 우습다는 이유로
이 감동과 흥분을 같이 경험할 기회조차 못가지는 많은 분들을 보면서
(일요일 재방송도 시청률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중간부터는 가차없이 다른 드라마로 대체되더군요)
자꾸 얼마전의 영화판의 씁쓸한 기억이 떠올라지는건 왤까요?
참, 님이 말씀하시던 어차피 뻔한 설정이다라는 부분의 대답을 기사로 대신해도 될까요?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방심하던 사이, 미니시리즈 한편이 조용하게 시작했다. ‘시한부생명, 소매치기, 결손가정, 삼각관계, 졸부집 딸과 가난한 청년’. 낡은 설정임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시작한 이 드라마는 그러나, 첫회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겼다. 복잡한 가족사들이 얽혀 있을지언정 질척거리지 않고 꼬여 있는 애정관계에서도 괜히 심각한 척 폼을 잡지 않았다. 회를 거듭할수록 보란 듯이 그 낡음이 새로움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음을 증명하더니 급기야 “뜯어내면 심장마비로 죽어버릴 만큼 너무나 심장에 깊이 박혀”버렸다 -씨네21
근데ㅡ, 진짜 진지하게 여쭤보는건데요?
이 드라마 첨부터 다시 한번 보실 생각은 없나요?
제가 느끼기엔 아직 제대로 이 드라마를 진지하게 보시진 않으신거 아닌가하는데,.....
지금 그 싸이트에서는 소극장을빌려서 전편을 다시 상영할 계획을 추진중이던데요.
좀 안타깝네요
샘레이미나 피터잭슨에 열광했던 님에게는 이런 인디정신이 비춰지는 작품이 더 맞을듯한데요.
제가 님의 취향을 잘못짚은게 아니라면.......
(참, 그리고 이번에 느낀건데, 드라마에 미치면 영화에 미치는 것보다 그 페혜가 심각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