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하면서 아내에게 느리게 사는 삶에 대해 약손한 바 있습니다.
바쁘게 일하더라도 소쩍새 소리 들으며 봄날 보름달 뜬 날 야외를 거닐어도 보고
계곡 물에 발 담그고 책도 읽고,
원두막에서 차 한잔 마시며 하늘에 지나는 구름도 바라보고
......
도시에서 물질적 욕망에 쫓겨 되돌아보지 못한 삶
귀농하면서는 우리 두 사람을 위해 되돌아 보며
가끔씩 미소짓기도 하면서 시간을 즐겨보자고 약속도 했습니다.
......
귀농 첫해 1년 동안은 마냥 놀았습니다.
아내에게 약속했던대로 느리게 보냈습니다.
아이들과 계곡에서 발 담그고 책도 읽고,
한 여름엔 수박 담가놓고 먹어가며 물놀이도 하고
......
그런데
아무리 아껴도 아껴지지 않는 소비 규모 덕분에
느리게 살 여유가 아직 없습니다.
중1, 중3, 고2 점점 커가는 아이들 덕분에
그리고 공과금적 성격의 각종 요금 덕분에
열심히 땀흘려 가며 쉬는 시간 없이 일 해야 합니다.
5월 4일 공동체 마을 사업단 사무국 회의가 있었습니다.
회의를 끝내고 간장초절임 반찬류를 만들어보고자,
취나물을 채취하러 산을 다녀봤습니다.
그닥 많지 않은 채취를 하고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마당 한켠에 작은 텃밭을 삽으로 일구어
오이 20개, 일반 토마토, 방울토마토, 피망, 아삭이 고추, 오이맛고추, 가지 각각 10개 씩
꽈리고추 20개 심었습니다.
5월 5일 어린이날인데
용인 수지 동천동에서 열리는 어린이날 행사에
직거래 장터가 있어서 내가 생산한 물건과 삼도생협 농부님들이 생산한 물건을 갖고 올라 가서 장터를 열었습니다.
500그람짜리 방울토마토 100박스,
산머루와인, 참기름, 들기름, 도토리가루, 말린표고버섯, 무농약쌀, 강원도 찰옥수수 뻥튀기, 돌복숭아효소와 오디효소,
아내와 딸이 채취한 쑥, 유기농 고추가로 담근 고추장 등등을 팔고 왔습니다.
5월 6일, 7일, 8일은
이우학교 고2학년들이 우리 마을로 농촌봉사활동을 와서
우리집에서 77명의 아이들과 5분의 선생님들께 숙박과 식사를 제공했습니다.
아내가 정말 비지땀 흘려가며 고생했습니다.
저는 모두 8개조로 편성된 학생들과 선생님을 희망하는 농가를 찾아 연락을 취해서 데려가도록 하고,
차량이 없는 집에는 데려다 주고 그리고 그 뒤에 남은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집에서 일했습니다.
그야말로 기진맥진
마지막 8일에는 아이들 보내놓고 뒷정리하고 일찍 쉬고 싶었는데
오전에 삐리릭 전화가 와서 둘째 누이 시어머님이 돌아가셔서 저녁에 서울로 조문을 다녀왔습니다.
피곤과 졸음이 엄습해 서울 상경길에 두번씩이나 갓길에 차를 세워놓고 눈을 부쳤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새벽 3시
5월 9일
우리 동네 폐교에 아는 분들이 참여하여 대안학교를 만들고
그 대안학교 개교 기념식을 한다고 초대를 받아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는 나름대로 작은 책임을 맡고 있는
강원도 원주시 손곡리 '이달의 꿈' 극장에서 열리는 토요 상설 공연 '부부가'를 의무감으로 관람하고
그곳 마당에 펼쳐놓은 장터에 물건을 내놓고 팔고,
저녁에는 모자란 야콘 모종을 사러 영월 주천에 계신
'나눔드리'님께 다녀왔습니다.
나눔드리님 댁에서 하우스 구경도 하고,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야콘 모종 키우는 것을 보고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얻고
또한 보고 싶었던 얼굴 '그렇지'님과 '아무렴'님을 뵙고
맛난 음식 배불리 얻어먹고 돌아오니 밤 11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5월 10일
둘째누이 상가집 오늘 장례식 날이라
새벽에 서울 올라가
장지까지 다녀오니 오후 5시
중1, 중 3 딸들이 어버이날 선물 대신 자장면을 산다고 해서 벼르고 벼르던
동네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먹고
집에 돌아오니 6시 50분
내일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를 믿으며
아내와 둘이서 야콘 모종을 물도 주지 않고 300포기 정도 심었습니다.
그러면서 '느리게 사는 삶'을 살겠다고 귀농해 놓고
이렇게 사는 것이 느리게 사는 삶이냐는 아내의 푸념을 한쪽 귀로 흘려보냈습니다.
첫댓글 참으로 바삐 흘러가는 세상이기도 하지요.. 밑돌님만큼은 아니지만.. 가끔 저도 그렇게 느끼곤 한답니다.. 그런데.. 살다보면.. 또 여유롭게 웃을 날도 있는 것 같습니다. 힘을 내세요!!^^*!
애기 돌보면 세월 후딱후딱 지나갑니다. 귀염둥이 다음 공연 때도 데리고 오세요. 보고싶당~
정말 바쁜 일정이셨네여. 죄송~...그런줄도 모르고 얼굴 안보인다고 투정을 부렸답니다. ㅎㅎㅎ
^^* 내일 얼굴 보여드리겠습니다.
걱정이 태산이아니라 태산이 걱정이네요.
^^* 그래도 일은 다 해결되게 마련이지요.
천천히 걷고싶은데 .. 세상은 .... 맘이라두 느리게 가야할까봐요 !!
그러게요, 느리게 느리게 마음이라도 여유로워지길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