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 annulation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 자체의 무게에 짖눌려
사랑의 대상을 취소하게 되는 언어의 폭발.
사랑의 고유한 변태성에 의해,
주체가 사랑하는 것은 사랑 그 자체이지 대상이 아니다.
- 롤랑바르트 <사랑의 단상> 중
롯데와 SK의 플레이오프 4차전이 하는 날.
이 경기 지면 롯데는 끝나는 판.
이런 중요한 경기는 소주에 통닭을 뜯으며 술집에서 봐야한다.
경기 시간에 맞춰 동네 동생과 동네 통닭집에 갔다.
올해 롯데 우승할 거 같다, 삼성은 큰 경기에 약해서 올라가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 임작가는 항상 불안해, 로이스터식 야구는 미국식 무식한야구라 한국엔 안맞아, 작년에 봤제 2승하고도 지는 거, 김성근이 진짜 잘한다, 손아섭처럼 초구에 방망이가 돌아가면 모 아니면 도 밖에 안된다, 이대호만 살아나면 이긴다, 오늘 초반이 불안한데, 왠지 질거 같은데, 인천이 제1의 항구도시라고 요샌 그라데, 투아웃이라도 만루면 점수 뽑아야지 어제 못뽑아서 짔다, 난 축구가 재밌다, 몇 대 몇이고, 몇회고?
그러다가 소주병 수는 늘어나고 야구는 사라지고 없었다.
몇회인지, 이기든 지든, 우승을 하든 말든
사라졌다.
내일은 없었고, 지금만 존재 했으며, 나는 모든 걸 끝낼 수 있을 것이었다. 지금 당장 모든 것이 이루워져야 했고, 나는 행동한다.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게 변할 것이었다. 행함이 결과를 만들고, 많은 것이 정리되고 포기할 수 있으며, 시작 할 수도 있으리라.
자고 일어났다. 부분적 기억 상실, 어제 벌린 일들에 대한 후회와 취소들.
'나는' '그래서' '이렇게' '또'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