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저히 춤이 늘지 않아서 재미가 없어요. 동기 남자애들은 지금 보면 실력이 쑥쑥 늘어서 저만치 앞서가는 느낌이 드는데 난 벌써 일년째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강습을 받아볼까 하지만 어쩐지 그냥 남자들 연습 상대만 될 것 같아서 돈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어쩌면 좋죠?"
아마도 춤을 시작한지 1년쯤 되는 땅게라들이 갖는 공통적인 고민이 아닐까 싶다.
흔히 첫 인상으로 어떤 것에 대한 이미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도 첫 인상에서 호감을 가지면 쉽게 친해지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그 이미지를 바꾸는데 꽤나 시간이 든다. 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떤 인상으로부터 시작했는지가 그 춤의 발전을 좌우한다. 그런 의미에서 남자와 여자는 춤을 처음 접하는 이미지가 다르다.
남자의 경우 땅고를 시작할 때부터 "리드" 라는 생소한 책임감을 떠안게 된다. 그들에게 땅고는 쉬운 일이 아니라 하나의 모험이자 도전이다. 그래서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여자의 경우보다 많다. 그것을 극복하고 열심히 연습과 더불어 살아남은 소수의 남자들은 춤을 잘 추기 위한 모든 방법과 메소드에 관심을 갖고 인터넷을 뒤지며 동영상을 수집하고 음악을 분석한다. 밀롱가를 한번 가려 해도 큰 맘 먹고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으로 임해야 하고 춤을 청하는 것 조차 어렵다.
반면 여자의 경우 땅고는 아주 쉽다. 그저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움직여지는 춤이다. 밀롱가에 가면 선배 땅게로들이 춤을 청하여 주기 때문에 별다른 기술 없이도 어느 정도까지 쉽게 춤을 출 수 있고, 아무래도 리드하는 법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는 강습이나 연습은 지루하게 느껴져 소홀하기 쉽다. 동영상에 대한 분석이나 음악에 대한 관심 또한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춤을 시작하고 1년쯤 지나면 상반된 입장이 된다. 지난 1년간 꾸준히 연습과 연구에 몰두했던 남자들은 이제 춤의 실력이 월등히 향상되어 눈에 띄게 발전하는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린다. 선후배 땅게라들에게 인기도 생겨 밀롱가에서 쉴 새 없이 춤을 춘다. 그에 반하여 여자는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실력을 느끼게 되면서 자신의 춤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동기 땅게로들은 고수 땅게라나 예쁜 후배기수들과의 춤을 더 좋아하게 되고 자연히 춤 추는 것이 재미가 없어진다.
필자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던 땅게라는 그 후 한동안 열심히 강습과 연습에 임하는 듯 하더니 얼마 가지 않아 포기한 듯 보였다.
"안하던 연습을 갑자기 하려니 귀찮고 힘들고...... 그냥 그저 그런 실력이어도 이대로 편하게 춤 출래요."
너무도 안타까웠다. 처음부터 연습과 노력을 병행하는 이미지로 땅고를 접했다면 이렇게 희망을 접고 안주하는 일은 하지 않았을 터인데 싶었다.
<아르헨티나 보카 지구의 땅고 추는 모습을 그린 벽화>
수업시간에 필자는 팔로워에게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지 말라고 강조한다. 리드의 개념 역시 여자를 끌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 인형같이 가만히 있는 여자를 남자가 이리 저리 옮기면서 춤을 춘다면 그 춤이 얼마나 피곤할 것인가. 리드란 여자에게 갈 방향과 방법을 제시하는 것에 불과하며, 팔로우는 남자가 제시한 방향과 방법을 취하여 자신의 의지로 리더를 따라 나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는 생각보다 더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서 춤을 추어야만 한다.
사실 밀롱가에서 여러 사람과 보편적으로 춤을 추기 위해서는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춤을 잘 추어야 한다. 남자는 각자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기술 몇가지만으로도 춤을 출 수 있다. 하지만 여자는 그런 남자 한명이 아닌 여러 명과 맞추어 춤을 추어야 한다. 그 남자들 각자의 개성과 리드하는 습관, 텐션의 무게, 서로 다른 자세, 음악에 대한 제 각각의 해석 등을 맞추려면 여자가 그만큼의 능력이 있어야만 한다.
1번부터 100번까지의 숫자가 있다. 10명의 남자가 각기 숫자를 가지고 있다고 치자. 이 남자들과 춤을 출 때 여자가 10개의 숫자를 가지고 있다면 나와 일치하는 숫자를 가진 남자를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 것인가. 어떤 땅게로와는 잘 맞을 것이고 또 다른 땅게로와는 전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혹자는 반 정도 일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내가 100을 다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땅게로들의 어떤 숫자를 만나도 그것을 일치시킬 수 있다면 그 누구와의 춤도 자신 있고 즐거워 질 것이다. 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팔로윙은 춤을 활기차게 만들며 남자로 하여금 자신의 리드에 신뢰를 갖게 한다. 리더는 비로소 마음 놓고 스텝 걱정이 아닌 음악에 몰입할 수 있게 되며 나아가 새로운 자신만의 스텝을 자신의 감정 속에서 창출해 내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능동적인 팔로우는 창조적인 리드를 이끌어낸다. 사진은 타이페이의 밀롱가>
여자는 더 이상 남자의 리드에 끌려 다녀서는 안된다. 남자로 하여금 자신의 의지를 마음 놓고 펼치도록 서포트 해 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남자보다 여자가 음악을 더 잘 알아야 하고 스텝이 이루어지는 원리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자신의 무게 중심을 자유자제로 조절할 줄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감정의 표현력도 뛰어나야 한다. 다시 말해서 남자보다 여자가 춤을 더 잘 추어야 하는 것이다.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땅게로들은 처음부터 이 어려운 길을 헤쳐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그들과 대등하게 춤을 출 뿐 아니라 춤 잘 추는 땅게라로 인정받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노력쯤은 감수할 수 있을 법 하지 않은가. 나아가 내가 100을 가지고 춤을 출 때 만나게 되는 그 기쁨의 경지는 그 동안의 노력을 씻어주고도 남음이 있는 놀랍고 새로운 세계이다.
이제 안위한 팔로우에 대한 개념은 버리자. 땅고는 남자의 춤이지만 또한 여자의 춤이다. 남자의 리드를 아름답게 바꾸어 표현해 내는 능력이 여자에게 있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섬세한 남자의 리드를 세심하게 받아들여 스스로 꽃으로 피어내는 일은 남자가 여자에게 길을 제시하는 일 보다 백배는 더 어렵고 숭고하다. 이걸 너무도 쉽고 하찮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첫댓글 멋진 글이죠^*^~~~잘 가져오셨네요~바람님! 화이팅이예요~~~
와우^^* 멋진글
마니 뉘우치게 하는데요,,, 이글....거의 내애기인것 같음...
바람님 정말 대단해

최고야

최고
이런 좋은 글도 찾아내시니 훌륭합니다. 이젠 4기분들이 한줄인사방에서 끝말잇기방으로, 이젠 자유게시판을 도배하기 시작하는군요.....:)
뭘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얘긴 듯해서 퍼왔어요. 해리님 4기가 무서워지세요

다 이게 해리님이 키워내신 결과입니다.


예전에 읽었던 글이지만 다시 봐도 역시 공감가는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