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놈의 천식이라는 병은, 이렇게 심한 발작을 일으키고는 그냥 몸 저 눕게라도 되든가, 아니면 계속해서 쿨룩거리며 심한 기침을 하다가 몇 번 기절이라도 하고 그리고는 쓰러져 머리라도 깨져서 피가 난자하게 흐르게 되든가, 아니면 뇌진탕이라도 일으키게 된다면, 그 때가서는 식구가 되었든 누가 되었든 알게도 되고 그리고 무슨 조치라도 취하게 되겠는데, 이러다가는 급한 대로 병원엘 좆차 가서 2 ~ 30분 가량 산소호흡기에다가 증기흡입치료에 그리고 혈관 주사를 한대 맞고 나면, 한 동안은 그런대로 지낼 만하게 되니까, 사람이 늙으면 그저 그러려니 하고 지내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약을 상복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늙은이가 앓는 병은 늙어서 그러려니 하고 겉으로는 걱정들은 하면서도 그리 크게 생각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 본인에게는 말 못할 외로움과 소외감을 낳게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각별히 조심을 하지 않으면 더 빨리 저승 문을 두드리게 될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물론 거기서도 술과 담배는 당연히 급행을 타게 될 것은 뻔한 일이 겠으나, 그러나 어디 의지 할 곳 없는 서민인 우리네 같은 사람들에게는 알면서도 끊는 다는 것이 그리 쉽지마는 않은 일일 겁니다.
또한 다른 병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병 역시, 한번 걸리기가 잘못이지, 걸려 논 다음에야 무슨 돈으로 요양이다 입원이다, 휴양이다를 할 수가 있겠습니까, 잘 조리를 한다고 해봐야 집에서 몸조리나 하는 것일 텐데, 어디 그것마저 쉬운 일이겠습니까? 말하자면 숨을 거둘 때까지는 한 두 달도 아닐 테니 말입니다. 그레서 장병에는 효자가 없다는 말도 이제는 이해가 갈 수 있을 것 갖기도 하구요.
아닌게아니라, 병원엘 가보면 나보다도 더 심한 것 같은 어떤 늙은 환자들은, 아주 매일 같이 습관적으로 병원을 찾아 오는 환자도 적지가 않으니, 그것도 제 병을 제가 알고 있는 것이니 만큼, 숨이 넘어 갈 정도로 헐꺼덕 거리면서도 나같이 제 발로 걸어서 찾아오니, 뭐, 특별 나게 병이라고 나타내기도 좀 어색한 병 아닌 병중에도 아주 고약한 악질적인 중병이라고 봅니다.
그러니 낸들 어쩌겠습니까, 옆에서 알아서 챙겨나 준다면 모르거니와, 일부러 알린다는 것은 본인으로서는 좀 딱한 일일 수 밖에는요. 어떤 면에서는 엄살을 부리는 것도 같을 테고, 그런데 또 챙겨 준다면 뭘, 어떻게 챙겨 준다는 말입니까, 평상시에는 할 것은 거의 다 하면서 사는 처지이다 보니, 본인으로서는 기가 막힐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없는 아주 고약한 병일 겁니다.
특히 은퇴한 가장으로서, 요즘 같이 남자들이 풀기가 떨어지고 기가 죽어 살아야 하는 세상에, 더욱이 저승 떠날 날짜를 받아 뇄다고 볼 수 있는 신세가 되어가지고 사는 늙은이들에게는, 말하자면, 고개가 수그러지다 못해 코를 아스팔트 위에 대고 골을 파고 다니는 이런 시대에 살고 있는 늙은이들이니, 사실상으로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늙은이들이 한 때 나마 대우를 받고 살았다고 볼 수 있든 시대는, 2 ~ 3대가 한 집안에서 정겹게 우글거리며 같이 살든 농경 사회였을 때의 일이라고 봅니다.
다시 말해서, 집안에서 늙은이가 죽으면 억지로라도, 아니 각자의 사고가 경노의 사상이 투철하게 박혀있어서 조상의 사전 사후를 막론하고 자신의 목숨보다도 더 아깝게 섬기는 유교적인 사상이 투철할 때의 일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이로 말미암은 사고의 방식이 삶의 당연한 일부분으로 알고 그리고는 만약에 이런 틀을 어쩌다가 벗어나기라도 하게 되면 집안이나 자신에게 큰 화를 당하게 된다는 철저한 피해예감 의식이 되어 있을 때의 일로서, 조상이 세상을 뜨게 되면 삼년상을 치러야 하고 그리고 그 삼년 동안은 산사람은 굶어도 망자에게는 아침저녁으로 상망제를 올리지 않으면 동네에서 손가락질을 받고 그리고는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던 때의 일이였지, 지금 같이 정보화 시대라고 해서, 바쁘다 못해 날아 다녀야 할 세상에서야, 뭐, 늙은이야 늙은이고 젊은이는 젊은이 대로 시대의 흐름에 맞춰서 살아가야 할 테니까, 그들대로 정말 눈코를 뜰 새가 없을 텐데. 대우를 받겠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일 겁니다.
더군다나 결혼만 했다 하면, 뿔뿔이 헤어져 나가 살게 되는 핵가족 세상에서는 삼년제는 그만 두고 라도, 숨이 떨어지면 갔다가 버릴 시간도 틈이 안 난다는 세상인데 말입니다. 그러니 늙은 부모라고 해서 보필봉양을 해야 할 정이라는 것이 어디서 생기겠습니까?
그러니 늙었다고 기댈 수도, 아니 기댈 필요도 없이 살아야 하는 세상이 되였으니, 이런 세상을 과연 무어라고 물러야 되겠습니까? 그레서 이제는 기초적인 인정마저도 살아지고 말았으니, 정말 하늘을 보고 땅을 치고 그리고 또 땅을 치고 가슴을 쳐도 시원한 답이 나오질 않으니 어쩌겠습니까? 그냥 세상 굴러 가는 대로 쫓아 사는 수 밖에는요.
아무튼, 나 역시 이 병에도 술과 담배가 가장 큰 원흉이라는 것도 알기는 잘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데도 쉽게, 아니 이렇게 고약한 고통을 받으면서도 끊지 못하는 것은, 물론 내 결단력에 무지한 탓에도 있기도 하겠지만,
그러나 그 이전에, 푸르름의 싱그러웠든 시절은 어느 찰나에 간대 없이 허무 속에 살아지고, 이제는 백발의 주름으로 얼룩진 토사구팽의 신세가 되었으니, 생각이 나는 것이라고는 모두가 아쉬운 일 뿐에다가 그리움이 뒤범벅이 되어, 돌아 올 수 없는 것에 안타까운 일만 떠오르고 있으니,
그러니 이런 늙은이의 사정을 누가 알겠습니까, 다만 그들도 늙어봐야 알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이런 늙은이들의 사정을 알리 없는 현실에서 떠들어 봤대자, 이해를 해줄 가능성은 희박한 실정일 것이고, 오히려 이들에게는 트집이나 잡으려는 늙은이의 엉뚱한 짓으로만 생각을 할 수도 있을 텐데,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러니 나도 내 부모에게 이렇게나 하지 않았을까, 하는 뼈 아프게 후회스러운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면 그분들도 자식의 일이니 할말이 있어도 차마 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얼마나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그리고는 한을 씹으며, 그러나 울음 한번 시원하게 울지 못한 체, 저 세상으로 가셨지 않았을까, 하는 애석한 생각이 드는 것이, 옛말에 “철들자 망령이 난다”는 말이 이제야 그리고 내가 병들어 아프니까, 비로서 무슨 말인지를 알 수 있을 것도 같군요.
그러나 무엇보다는 지금에 처해있는 당면한 문제를 놓고 볼 때에는, 사람이란 수입을 떠나서 목적성이 있는 구속력이 있고 그리고 의무감이 있는 소일거리가 있어야지, 이런 소일거리를 잃고 나면 무기력증이 생기고 그리고는 허탈감에 빠져서 우울증이 생기게 되고,
그레서 요즘에 와서 심심치 않게 자살을 하는 늙은이가 늘어 나는 것이지 않겠나 생각을 해 볼 수 있겠으나, 아니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의 자살 율이 5위라고 하는데, 이 중에서 늙은이들이 자살 하는 비율이 7%라고 하니,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되어 가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닌가도 애써 이해를 하고도 싶습니다.
그런데도 이 나라의 위정자들은 말로는 떠들썩하게 하면서도 발생의 그 심리요건에 대해서는 아무도 거들떠 보질 않으니, 그러니 무슨 대책인들 세운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는 무슨 일이 생기면 남의 나라의 통계나 주서다가 그럴싸하게 발표나 하고 있으니 정말 구제불능이라고 할 수 밖에는 없을 겁니다.
하여튼 이런 와 중에서도 나는, 느지막하게 까지 자리를 보존하고 있다가, 막상 은퇴라는 것을 하고 나자마자 일어 났든 악몽과 같은 일이, 물론 일의 시초는 그 이전, 그러니까 재임시에 저지른 일의 결과로 나타난 일이기는 하지만, 보증을 서준 것이 문제가 되어서, 그 나마의 재산상의 손실은 물론이고, 그것 때문에 집사람에게 주눅이 잔뜩 들어 가지고는 덫에 걸린 생쥐 같은 머리가 되었는지, 아둔하게도 생각 없는 사람 같이 되어서, 용돈을 장만하기 위해 겨우 한다는 짓이 집사람이 시키는 시장 보는 일이나, 아니, 시켰다기 보다는 내가 먼저 자처를 했다고 하는 말이 더 타당하겠지만,
아무튼 거기서 몇 푼씩 얌생이나 치는 일이나 하고 있었으니, 그리고는 무슨 놈의 소외감이다, 무기력증이다, 허탈감이다, 아니면 우울증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무위도식을 벗어나서 무엇이라도 해보려고 생각이라도 해봤는가? 아니 이 아파트의 경비를 서고 있는 황 영감을 보자, 그레도 교육계의 어느 고등학교 교감까지 지낸 사람이라고 하든데,
궁여지책에는 방법이 나온다고, 이 사람 역시 인생 끝 자락에 와서 난감한 일을 당하고는, 나 모양으로 이렇게 위축이 되어 담배는 공장 굴뚝에서 뿜어대는 연기 같이 피워대며 그리고 또 술은 하마가 물을 마시듯이 퍼 마시면서, 그리고는 쿨룩거리면서 신세타령이나, 또는 비관적인 그리고 비판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경비라는 말직도, 정말 인간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소외된 계급층에서도 말단의 직업일 망정, 마다하지 않고 소일거리에 대책을 세우지 않았는냐는 말입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분명히 알고 그리고 그것으로 만족을 하면서, 아니 100% 만족이야 할 수 없겠지만, 그런대로 자립적인 일을 해가면서 인생 마지막에 닥친 위기를 떳떳하게 극복해가고 있지 않은가, 말입니다.
그런데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머리를 가지고 어떻게 그레도 이름있는 그룹의 중역을 지냈다고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도 무엇을 해 냈다고 떠들 수 있을지? 한편으로는 거짓말을 한 것 같아 부끄러운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방안은 아직도 어두움의 그림자가 푹 내려쳐져 있는데, 나는 희미하게 떠지는 잠에서 그런대로 숨이 조금은 가라앉는 것 같은데, 머리 속으로는 별의 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것이 마치 케케묵은 옛날영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어떠면 내 지내온 한 생애에서 다 하지 못한 넋두리 한탄인지도 모르는 일이 겠지만, 나는 다시 길게 한숨을 쉬어 봅니다. 그리고 가만히 머리를 흔들어서 떠오르는 이런 허무맹랑한 생각들을 지워 버리려고 해보았으나,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생각뿐이지 머리 속으로는 마치 실타레에서 실이 풀려 나오듯이 뒤엉켜진 생각만이 가득히 메우고, 그리고는 밖으로 토해져 나오려고 하는군요.
(다음으로 이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