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겨울 소백산에의 품 안으로 들어갔다
겨울 소백산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거친 바람이었다
거친 고요 속에서 가슴을 열고 세속의 분진들을 비우고 비워냈다
소백산의 아름다움은 충만한 생명력을 비워내는 비움의 아름다움이다.
비웠으나 가볍지 않고 장엄한 아름다움이다.
화려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황홀한 아름다움이다.
산길 걷다 보면 저 홀로 젖어드는 황홀함이다.
하늘에 가까운 하늘길이지만 그 길은 하늘을 향해 있지 않다
사람들이 몸 비비며 살아가는 땅을 향해 있다
바로, 사람의 길이다
비로봉 가는 최단 코스인 삼가리 야영장을 들머리로 잡았다
고려 태조 왕건이 다녀갔다는 비로사를 지난다
달밭골은 삼국시대 때 신라군의 연병장이었다고 전해진다
달밭골 산골주막의 유혹을 뿌리치고 산으로 간다
비로봉이 보이는 능선에서 불편한 자세로 점심 식사를 하였다
이름 모를 산벗의 추모비 앞에서 아이젠을 착용하였다
소백산 비로봉을 향해 가는 산행은 그것 자체가 수행이요 깨달음이다
정상에는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이렇게 밖에 찍을 수 없었다
그래도 요술을 부려서 이렇게 근사한 모습을 담았다 ㅎㅎ
소백산은 연화봉, 비로봉, 국망봉, 상월봉으로 능선을 따라 백두대간 태백산으로 이어진다
비로봉의 바람이 어찌나 추운지 볼때기가 얼어버렸다
올 겨울 처음으로 눈길을 걸어 본다
어의곡으로 하산하여 찬 막걸리를 마시며 산행을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