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이언트] 46
씬1. 동, 다른 룸 안
(씬 25의 그 룸안이다. 미주가 혼자 앉아 있다. 초조하고.. 괜히 왔나? 창밖의 야경을 보는데...)
씬2. 동, 룸 밖
(걸어오는 민우... 설렌다. 룸 앞에서 잠시 머뭇대다가.. 막 문을 조금 여는데..
맞은편에서 화장실에서 나온 강모가 손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다가온다.
민우, 시선이 마주치자 그대로 서서... 강모, 민우를 보자 다가오고..
문이 열린 룸 안... 창밖을 보고 있는 미주의 옆얼굴...
어느새 다가온 강모.. 민우와 맞서듯 선다. 가운데 열린 문으로 창밖을 응시하는 미주가 보이고..
미주, 무심코 문 쪽으로 시선이 향하는 그 순간, 민우가 문을 닫는다. 미주의 시선보다 먼저 닫히는 문...)
민우 : 보일러 문제로 꾀나 골치 썩었다며?
강모 : 다 해결 됐어.
민우 : 그래? 내가 듣기엔 안 그렇던데..
강모 : 공장장은 잘 있냐?
민우 : (풋, 웃는다)
강모 : 보일러 기술자를 빼내간 거 보면, 니들도 보일러를 개발할 생각인 거 같던데...
민우 : 니가 인수한 공장은 껍데기에 불과해. 곧 알게 될 거다.
강모 : 도둑질한 기술로, 제대로 된 보일러 만들 수 있을까?
민우 : ...유감인데? 증거도 없이 날 도둑놈으로 몰다니.
강모 : 역시 조민우답다고 생각했어. 니 아버지가 그랬거든. 남의 것을 빼앗고도 늘 떳떳했지. 아니, 뻔뻔한 게 맞아.
민우 : ...결과가 말해 줄 거다. 정의로운 사람이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사람이 정의로운 거야.
강모 : 그 말 기억해 둘게.. 넌 패배할 거야. 세상에서 가장 비겁한 놈이 되는 거지.
(강모, 간다. 민우, 잠시 비웃듯이 강모를 보다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씬3. 동 룸 안
(민우가 들어온다. 창밖을 보고 있던 미주가 돌아보고는 놀란다. 상황 파악이 안되는...)
미주 : 뭐죠?
민우 : .. (본다)
미주 : 나 지금 광고주 만나러 온 거예요. 나가 주세요.
민우 : (자리에 앉는다) 앉아.
미주 : 민우씨..!
민우 : 니가 기다린다는 광고주, 바로 나야.
미주 : ...!! (놀라서 보는데)
민우 : 너 스테이크 좋아해서 주문해놨는데.. 괜찮지?
미주 : (쏘아보며) 어떻게 된 거예요? 매니저는 분명히 수영건설이라고..
민우 : 매니저가 잘못 알았나 보군.
미주 : ...!! (보다가 확 나가려는데)
민우 : (잡는다) 앉아... 계약서 조항에, 광고주 요구 다 들어 준다고 명시돼 있어.
미주 : ...!!
민우 : 니가 나한테 아무 감정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일적으로 만나는 거 피할 이유 없어.
오히려 이름도 없는 신인가수한텐 큰 기횐데.. 악착같이 잡아야지..
미주 : (쏘아보다) ... 계약 파기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민우 : ... 계약서 읽어 보면 알겠지만 계약금 세배 지불하면 돼.
미주 : (본다) 비열하단 생각 안 들어요?
민우 : (굳어서) 나 이렇게까지 만든 거 너야. 너 웃는 모습 한 번 보겠다고 이렇게 미친 짓까지 하게 만든 거, 바로 너라고...
(이때, 노크소리와 함께 웨이터가 음식 카트를 밀고 들어선다)
웨이터 : 음식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민우 : 앉아. 더 미친 짓 하기 전에... (본다)
웨이터 : ...!! (두 사람 눈치 보고)
미주 : ... (그런 웨이터 신경 쓰여서 앉는다)
씬4. 동, 다른 룸 안
(정연과 강모가 식사중이다. 정연, 먹다가 보면 강모, 뭔가 생각중인 표정...)
정연 : 왜 그래?
강모 : 누굴 좀 본 거 같아서.
정연 : 누군데?
강모 : 아닐 거야. 먹자. (우적우적 먹는다)
정연 : .. (그 모습이 우스워서)
강모 : 왜?
정연 : 좀 쪼그맣게 썰어 먹으면 안 돼?
강모 : 그럼 맛없어. (먹고)
정연 : .. (그런 강모를 보는데)
씬5. 동, 룸 안
(테이블 위에 세팅 된 음식들.. 민우, 음식을 먹고 있고, 미주는 창밖만 보고 있다.
민우, 먹던 손길을 멈춘다)
민우 : (냅킨으로 입을 닦고) 니가 나한테 실망한 거 알아. 널.. 내 아버지한테서 지키지 못했으니까...
미주 : (창밖을 본 채) 그런 거 아니라고 했죠?
민우 : (화가 조금 나고) 아니면? 아니면 대체 왜 이러는 건데?
미주 : (본다, 차마 말할 순 없고) 민우씨... 나 만날수록 더 아파질 거예요. 그러니까 제발 그만해요.
민우 : ... (보다가) 난 너 놔 버리는 방법 몰라. 내 머리 속에서 널 지우는 방법 모른다고..
(미주, 순간 울컥한다. 애써 참고 물 한 모금을 마신다)
미주 : (차갑게) 그럼 방법은 하나네요. (노려보며) 당신이 날... 미워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겠어요.
민우 : ... 할 수 있으면 해 봐.
미주 : ... (본다)
민우 : 너... 사년동안 어떻게 살았니?
미주 : ... 얘기해야 해요?
민우 : .. (보다가 와인을 따라주며) 앞으로..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나하고 식사하게 될 거야.
미주 : ...!! (본다)
민우 : 계약 조항이야. 확인 해 봐.
미주 : (노려보며) 돈으로 날 사겠다는 거예요?
민우 : 우선은... (와인을 마신다)
미주 : ... (쏘아보다가 와인을 냉수 마시듯 마신다)
민우 : 스테이크 싫으면 다른 거 시켜 줄까? (와인을 따라주려는데)
미주 : (벌떡 일어선다) 저녁 잘 먹었어요.
민우 : 바래다 줄게.
미주 : 그것도 계약서에 있나요? 밥 먹고 바래다준다고? (나가는데)
민우 : (까딱 않고) 내일은 예전에 우리 같이 갔던 강변에 가게 될 거야.
미주 : (획, 돌아보면)
민우 : (와인 잔을 빙빙 돌리며) 데리러 갈게.
(미주, 돌아서 나오는데...
민우, 고압적이던 표정이 무너진다. 와인을 벌컥 마시고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표정으로)
씬6. 동, 지하주차장, 봉고차 안
(매니저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선화가 졸고 있고.. 미주가 차에 오른다)
미주 : (화나서) 만보건설 시에프라고 왜 말 안했어요?
선화 : ...! (잠 깨고) 무슨 소리야? 시에프가 만보건설이라니?
매니저 : ... (당혹, 얼버무리듯) 어... 그거... 내가 이름을 잘 못 알고 있었더라구...
미주 : 그게 말이 돼요, 지금?
매니저 :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해. 만보건설 같은 대기업이면 더 좋지..
미주 : 계약서 내용은요? 일반적인 내용 말고 다른 조항 있는 거 아셨어요?
매니저 : .. (찔리지만 얼버무리듯) 바빠서 꼼꼼히 체크 못했어. 설마 만보건설 같은 대기업이.. 뭐 이상한 조항 넣었겠나 싶어서..
근데.. 뭐가 잘못 됐어?
미주 : 사무실에 계약서 있다고 했죠? 그 계약서부터 확인해야겠어요.
매니저 : (시계 보며) 다음 스케줄 땜에.. 시간이 좀 빡빡한데...
미주 : (언성) 그게 더 급해요..!
매니저 : ... (눈치 보며 시동 걸고)
미주 : ... (한숨, 어떡해야 할지)
씬7. 아파트 거실 (밤)
(미주가 씨에프 계약서를 보고 있다. 한숨 쉬는데... 벨이 울린다.)
강모 : (E) 미주야...
성모 : (E) 이미주..
(미주, 화들짝 놀래서 계약서를 숨기고는...)
씬8. 현관
(미주가 문을 열면... 성모와 강모가 통닭과 과일을 들고 서 있다)
미주 : 오빠...
강모 : 형이 너 보고 싶다고 얼마나 졸래대던지...
성모 : 야... 너도 보고 싶다고 했잖아.
미주 : (웃는) 들어와.
씬9. 동, 거실
(미주와 강모, 성모가 통닭과 과일을 먹으면서..)
미주 : 근데 오빠들은 장가 안가?
성모, 강모 : 어? (둘 다 머쓱)
미주 : 애인 없냐구?
강모 : 형, 여자한테 인기 없어.
성모 : 야, 그런 너는?
강모 : 난 인기 많아. 아주 골치가 아프다.
미주 : 진짜? (성모한테 물어본다) 큰 오빠, 진짜 그래?
성모 : 난 말 못한다. 화장실 같다 올 동안 미주 니가 자백 받아. (간다)
미주 : (웃으며) 큰 오빠두 연애 한번두 안해 봤지, 그치?
강모 : .. (미소, 보다가) 미주야.. 혹시 말야.. 조민우가 너 괴롭히진 않니?
미주 : ... 오빠가 걱정할 일 없어.
강모 : 그럼 다행이구.. 힘들지?
미주 : 아냐.. 오빠들 있는데 뭐가 힘들어.
강모 : (미소) 뭐든 말해. 오빠가 도와줄게. 알았지?
미주 : 어... 알았어..
성모 : (나오며) 야, 나 없는 동안 니들 내 욕했지? 그치?
강모, 미주 : .. (시선 마주치고 씩 웃으며)
씬10. 한옥집 전경 (낮)
씬11. 동, 방안
(경옥이 지배인의 보고를 받고 있다)
경옥 : 우량 거래처가 일제히 다 등을 돌렸다구?
지배인 : 네.
경옥 : ... 노갑수가 나한테 전면전을 선포했어.
지배인 : 뿐만 아니라.. 우리가 투자한 기업의 주가를 일부러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경옥 : ... (심각하게)
정연 : (E, 밖에서) 사장님...
지배인 : 정연양인데요?
경옥 : (낮게) 정연이가 지금 이 상황 알아서는 안돼.
지배인 : 알겠습니다. 사장님.
경옥 : 들어와요.
(정연이 들어와서 인사를 하고 앉는다)
경옥 : 사업계획서는 다 만들었나요?
정연 : 네. (서류를 내민다)
경옥 : (받아서 훑어보는데)
정연 : 제 2금융권 인허가를 받아내려면 복잡한 법적절차를 통과해야 합니다.
경옥 : 맞아요.
정연 : 최소한 삼백억 이상의 자본금이 필요하구요.
경옥 : 자금을 마련할 구체적인 계획은?
정연 : ... (주저) 지금.. 세우는 중입니다.
경옥 : (책상을 친다) 지금 미진한 사업계획서를 가지고 나한테 온 건가요?
정연 : ...
경옥 : 아니면... 그 많은 돈을 내가 정연양한테 투자할 거라고 생각해요?
정연 : 아뇨, 절대 그런 생각...
경옥 : 아직 멀었어요. 나가 봐요.
정연 : ... 구체적인 계획 세워서 다시 오겠습니다.
경옥 : (본다) 더 이상 정연양한테 실망하지 않게 해줘요.
정연 : 알겠습니다. (인사하고 나가면)
경옥 : .. (마음 아프다, 한숨 내쉬는데)
씬12. 해피금융 전경
씬13. 동, 사무실 안
(정연이 신문을 보고 있다. ‘88 올림픽 게임 성공 기원, 서울시 기업인의 밤’이란 헤드라인.... 지나가 들어선다)
지나 : 언니, 신문 뚫어지겠다.
정연 : .. (신문 접고)
지나 : 사장님이 언니보고 삼백억 투자 유치하란 거 좀 너무 하지 않았어?
정연 : 너무 할 거 없어. (잠시 생각하다) 지나야.. (신문 내밀고) 여기 이 행사, 한명석 부시장님이 담당자인지 좀 알아봐.
지나 : (신문 보고) 그건 왜?
씬14. 시청, 부시장실
(정연이 와 있고...)
명석 : 기업인의 밤 행사를 정연양이 도와주겠다구요?
정연 : 네.
명석 : ... (보다가 웃는) 요즘 정연양 아버님도 여러 의원님들 뒤를 봐주고 있던데.. 아버지 정치하는 거, 도와드릴 생각인겁니까?
정연 : ... 부시장님이니까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 제이금융회사 만들려고 해요.
명석 : 그래요?
정연 : 투자자가 필요합니다.
명석 : ... (웃으며) 내가 주관하는 행사를 도와주면서... 투자자를 물색해 보겠다는 거군요.
정연 : 네. 도와주십시오. 부시장님.
명석 : ... 나로서도 나쁜 일이 아니에요. 서로 돕도록 합시다.
정연 : 감사합니다.
씬15. 일식집 방안
(성모와 태섭이 각각 다른 방에 앉아 있다. 찬성과 영국이 가운데 미닫이문을 사이에 두고 그 앞에 앉아 있고...
태섭, 차를 마시고 있고 성모, 국회의원들의 동의서를 보고 있다. 민홍기와 각 의원들 이름들... 그 밑에 서명...)
성모 : 장부도 가져 오셨습니까?
(태섭이 영국을 보면.. 영국 미닫이문을 열고 서류 가방을 찬성에게 건넨다. 다시 닫히는 문...
찬성, 가방을 열어서 장부가 들어 있는 걸 확인한다)
태섭 : 여당 내에 정족수만큼 찬성 파들을 확보하면 야당과 접촉을 시도할 거네.
성모 : .. 절대 그들이 장부의 출처를 알아서는 안 됩니다.
태섭 : 알고 있네.
성모 : 이 명단과 장부는 제가 보관하죠.
태섭 : .. (미닫이문 쪽을 본다)
성모 :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겨도, 물증은 없어야 할 테니까요.
태섭 : ... (일어선다) 우린 그만 가보겠네.
(태섭과 영국이 나간다. 성모가 들고 있던 명단을 서류가방에 장부와 함께 넣는다)
찬성 : 이건 제가 맡고 있을 게요.
성모 : .. (본다)
찬성 : 요즘 기조실 오실장님하고 조필연이 자주 만난다는 소문이에요.
성모 : (무슨 말인지 안다, 웃고) 그렇게 해.
찬성 : ... (웃어 보이고)
씬16. 몽타주
- 국회 내, 회의실 안
(민홍기와 두 세 명의 국회의원이 은밀히 만나고 있다.
홍기, 뭔가 열심히 그들에게 설명하며 설득하는데.. 놀란 표정의 그들...)
- 어느 등산로
(등산복장의 민홍기와 몇몇 의원들이 다가온다. 등산로 맞은편에서 오는 박의원과 또다른 의원들... 소개하는 박의원...
민홍기가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그들과 일일이 악수한다. 끌어들인 찬성파 의원들이다)
- 국회 복도
(국회의원 몇 명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병탁과 조필연이 다가오면.. 슬그머니 하던 말을 멈추고 외면하듯 흩어진다.
심상치 않게 보는 조필연의 눈빛...)
씬17. 조필연 사무실 안
(조필연과 오실장이 차를 마시고 있다)
필연 : 요즘 무슨 무슨 산악회다 연구회다, 여당 내에 사조직들이 너무 많아. 시국이 어느 땐데 취미 활동들을 하고 있느냔 말이지.
오실장 : 자넨.. 그 사람들이 취미 활동 때문에 모인다고 생각하나?
필연 : .. (눈빛) 그래서 자네한테 말하는 거야. (확신에 차서) 딴 데 뒤질 거 없어. 내가 보기엔 사조직이야.
오실장 : 그렇잖아도, 우리가 주시 하는 데가 그쪽이야.
필연 : 나한테 줄 희소식이라도 있나?
오실장 : 여당 의원들 중 상당수들이 이번 개헌에 관해서 말들이 많아.
필연 : 그들이 누군가?
오실장 : ..
필연 : 확증이 아니어도 좋아. 어떤 놈들이야?
오실장 : 상대는 국회의원들이야. 그것도 집권여당이네. 술자리에서 불만 좀 토로한 것 갖고 우리가 죄를 운운할 수는 없네.
필연 : 이봐, 오실장. 죄는 짓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야. 개헌에 동조발언을 하는 순간, 반역죄란 말이네.
증거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뒤집어 씌워야지.
오실장 : 말했잖은가. 상대는 여당 국회의원들이라구.
필연 : 답답하구만... 좋아. 자네가 볼 때 가장 혐의가 짙은 쪽이 어딘가?
오실장 : .. (보는데)
씬18. 요정집, 방안
(민홍기와 박의원, 십여 명 남짓의 국회의원들이 모여 있다. 웃음소리..)
홍기 : 등산을 해보니까 알겠더군요. 험난한 산행일수록, 사람이 많은 게 좋아요. 서로 의지도 되고, 그만큼 성공할 확률도 높죠.
좌중 : .. (고개 끄덕이며, 숨은 의미를 안다)
홍기 : (의미심장하게) 다음 달 산행... 지리산으로 하겠습니다. 등반 인원은 지금보다 세배 이상.. 자신들 있으십니까?
박의원 : 해야죠. 꼭 해내야 합니다.
(이때, 문이 열리며 조필연과 고재춘이 들어선다. 좌중, 조필연을 보자 긴장하는 분위기..)
홍기 : 자네가 등산모임엔 어쩐 일인가?
필연 : (시선 맞추고) 안녕하십니까, 권의원님.. (본다) 박의원님, 남의원님도 계시군요.
(호명을 받은 의원들.. 찔끔한다. 필연, 자리에 앉고)
홍기 : 관심 있으면, 자네도 우리 모임에 들지.
필연 : 산보다도.. 여기 모이신 분들이 흥미로워.
홍기 : 건 또 무슨 말이야?
필연 : 누가 그러더군. 여당 내 사조직 중에, 산악 모임만큼 생각이 깨어있고 데가 없다고.
좌중 : ...
필연 : (좌중을 노려보며) 지금 면면을 보니 헛소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들 훌륭하신 분들만 모이셨어요.
좌중 : ...
홍기 : 자네, 지금 분위기 깨고 있어. 술을 마시던가 아니면..
필연 : 난 이 나라가 살기 위해선, 개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좌중 : ... (무시하듯)
필연 :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개헌은 세간의 것과 달라요. 헌법을 고쳐서라도.. 우리도 내각 책임제를 해야 합니다.
좌중 : ..!! (놀란다)
박의원 : 내가 책임제라니? 수상을 뽑는단 말이오?
홍기 : (노려보며) 수상은 누가 하고?
필연 : 몰라서 묻나? 당연히 어른께서 하셔야지.
좌중 : .. (놀라서)
홍기 : 그거... 결국은 영구집권을 하겠다는 건데..
필연 : 안될게 뭐있어?
홍기 :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게 뭔지 몰라서 그래?
필연 : 국민들 중에 아주 극소수야. 나머진 이장댁 개가 짖으니까 따라서 짖는 것뿐이고.
홍기 : .. (노려본다) 그만 나가. 자네 헛소리 듣고 싶지 않아.
필연 : 헛소리를 실현시킬 때 역사는 새로 쓰여 지는 법입니다. 산행을 하시면서, 내 말을 잘 새겨들 보세요.
(필연, 나간다. 좌중, 차갑게 식은 분위기.. 홍기, 노려보는데..)
홍기 : 동요들 하지 마세요. 흔들리면.. 우리가 지는 겁니다.
씬19. 동 밖 마당
(필연과 고재춘이 나오고..)
재춘 : 저들이 개헌 찬성파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필연 : 아직은 몰라. 하지만.. 저 중에 한 놈만 배신하면 돼. 단 한 놈만 날 찾아오면... 배신자들을 다 색출 할 수 있어.
씬20. 보일러 공장 안 (다른날, 낮)
(활기차게 돌아가는 공장 안... 강모와 소태, 영출이 기술 이사에게 뭔가 설명을 듣고 있다.
이때, 시덕이 다가온다)
시덕 : 강모야... 만보건설에서 기자회견을 한데.
강모 : 무슨 기자회견?
시덕 : 보일러 사업에 관한 거래.
소태 : 보일러? 그 놈들이 난데없이 왠 보일러?
영출 : 틀림없구만.. 우리 기술을 빼내 간 게 틀림없어.
강모 : .. (뭔가 불길하다)
씬21. 만보건설 회의실
(민우가 기자 회견 중이다. 기자들이 취재 중이다. 민우 뒤쪽으로 연구원들과 문성중이 서 있다.)
민우 : 우리가 건설 중인, 이번 수서 지구 아파트엔 가스보일러가 장착 될 겁니다.
기자 1 : 한강건설에서 인수한 보떼 보일러와 제휼 하시는 겁니까?
민우 : (본다) 보떼는 아직 보일러 사고에 관한 근본적인 해결책조차 제시하지 못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 2 : 그 말씀은,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있다는 말씀처럼 들리는데요?
민우 : (미소) 네... 있습니다.
기자 2 : 어떤 기업입니까?
민우 : 우리 만보건설입니다.
(기자들 술렁이고... 후레쉬가 터진다. 쏟아지는 질문들..)
기자 1 : 만보건설에서 가스보일러를 개발했단 말씀이십니까?
민우 : 정확히 말씀 드리면... 개발 중에 있습니다.
기자 2 : 사고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민우 : 그건 말씀해 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저희 만보건설이 개발 중인 보일러는 기존 가스보일러의 사고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라지에터 형식이 아닌 한국 온돌 문화에 맞는 가스 보일러가 될 것입니다.
(기자들, 놀라면서... 일제히 터지는 후래쉬.... 민우, 미소...)
씬22. 회장실 안
(민우와 성중이 들어선다)
성중 : 대성공입니다. 회장님... 기자들이 모두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민우 : (웃으며) 기자들보다도, 이강모의 표정이 궁금하군요.
성중 : 안 봐도 뻔한 거 아니겠습니까?
민우 : 오늘 저녁, 차수정과 식사할 겁니다. 호텔 예약해 놓으세요.
성중 : (난감한 표정) 저, 그게.. 오늘밤에 라디오 방송이 있다고..
민우 : 문이사님..! 대체 몇 번쨉니까?
성중 : 죄송합니다, 회장님. 차수정 양이 너무 막무가내라..
민우 : .. (인상 쓴다)
성중 : 그렇다고, 계약 위반이라고 위약금을 청구 할 수도 없고..
민우 : 위약금 청구 하세요.
성중 : 네?
민우 : 계약을 위반했으면 걸란 말입니다.
성중 : 아, 알겠습니다, 회장님.
민우 : 아니, 됐어요. 내가 직접 하죠. 스케줄 알아봐서, 빠른 시간 내에 약속 잡으세요.
성중 : 예, 회장님. (인사하고 나간다)
민우 : 미주야.. 니가 이럴수록.. 나 점점 더 독해져야만 돼..
씬23. 몽타주 (어느 가판대)
- 정류소 앞쯤에 구비된 신문 가판대.. 사람들이 동전을 놓고 신문을 뽑아간다.
가판대에 놓인 타이틀 기사... ‘만보건설 조민우 회장, 보떼 가스 보일러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중년 사내의 손에 들려진 신문 타이틀.. ‘만보건설, 한국형 온돌 가스보일러 수서지구 아파트에 시공할 예정’
씬24. 한강건설 사무실 안
(강모가 신문을 펼쳐 들고 있다. 소태와 영출도 각각 신문 한 부씩을 들고 심각하게 보고 있고..
강모의 손에 든 심문 타이틀..
'한강건설.. 보떼 가스보일러 근본적인 문제 미해결 한채 이대로 수서지구 아파트에 시공? 눈 가리고 아웅 하나'
경자가 차를 들고 다가와서..)
경자 : 뭐 재미난 기사 났어요?
소태 : (한숨 내쉬고) 이거 좀 봐요.
경자 : 어머? 백화점, 바겐세일 하네?
소태 : (짜증나서) 그거 말구요. 이거.. 큰 글씨, 이거 말이에요.
경자 : 왜 신경질을 내고 그러세요?
소태 : 아, 증말, 이 씹어먹을 게...
경자 : (놀라서) 씨, 씹어먹.. (충격 받아서 간다)
소태 : 경자씨? 경자씨 보구 그런 거 아니에요.
강모 : .. (신문을 확 구겨버린다)
영출 : 근데.. 얘네들이 찾았다는 사고 원인하고 해결책이 뭘까? 궁금해 죽겠네.
소태 : 조민우 이 씹어먹을 놈이... 아파트 분양 때 우릴 완전히 뭉개 버릴 심산이야.
(이때, 시덕이 기술 이사를 데리고 들어선다)
시덕 : 모시고 왔어, 강모야.
강모 : 어서 오세요. 신문기사 보셨죠?
기술이사 : 네..
강모 : 핵심 기술이 유출 된 건 확실해요, 이제부턴 실력 대 실력입니다.
기술이사 : 우리더러.. 한국식 온돌보일러를 개발하란 말씀이십니까?
강모 : 그것보다도, 더 성능이 좋아야 합니다.
기술이사 : 네? 아니, 저쪽에선 벌써 기술개발에 들어갔는데..
강모 : 보일러 공장, 이제부터 양이사님이 맡아주세요.
기술이사 : ..!! 저보구.. 공장장을 하라구요?
강모 : 그쪽 총 책임자는 양이사님입니다. 필요한 지원은 뭐든 다 할 거구요.
기술이사 : ...
강모 : 형님이 공장쪽 지원 책임지세요.
영출 : 어, 그려.. 알았어..
강모 : 해내실 수 있죠?
기술이사 : .. 그럼 어디.. 삼십년 보일러 인생을 걸고.. 한번 해보겠습니다.
강모 : .. (굳건히 손을 잡는다)
씬25. 기획사 사무실 안
(미주가 들어오는데... 선화와 매니저 내용 증명서를 보고 있다)
선화 : 수정아 어떡해?... 조민우 회장이 너 계약 위반이라고, 내용증명서 보냈어.
미주 : 뭐어? (받아서 보는데)
매니저 : 아... 그러니까 왜 자꾸 조회장 심길 건드려. 수정이 너, 위약금 세 배 물 돈 있어?
(미주, 전화기를 들고 전화벨을 누른다)
씬26. 만보건설 회장실
(민우가 자료를 보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온다)
비서 : (E) 차수정씨 전홥니다. 회장님.
민우 : (픽 웃더니) 연결하세요. (받아서) 여보세요.
미주 : (F) 지금 만나고 싶은데 가능하세요?
민우 : ... 지금 좀 바쁜데?
미주 : (F) 한강호텔에서 여덟시에 뵈요. (끊는)
(민우, 전화 끊고... 기분 좋은 웃음...)
씬27. 한남동 집 전경 (오후)
미주 E : 우주야...
씬28. 거실
(미주가 들어서는데... 우주 달려와 안기며...)
우주 : 엄마....
미주 : 우리 우주, 엄마 많이 보고 싶었지?
우주 : (끄덕인다)
정자 : 어서 와. 근데, 너 이렇게 막 돌아다녀두 돼?
미주 : 아직 길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 별로 없더라구요.
씬29. 동, 식당
(우주와 정자, 미주가 저녁밥을 먹고 있고...)
정자 : 그래서? 우주 아빠가 널 아파트 모델로 계약했단 말이야?
미주 : 네. 사실 그것 때문에 왔어요. 저 그동안 모았던 돈 써야 할 거 같아서...
우주 : 우주, 아빠 있어?
미주, 정자 : ...!!
우주 : 어딨어? 아빠?
미주 : 우주야... 그런 게 아니라?
정자 : 이제 우리 우주 앞에서 말조심 해야겠다.
미주 : 그래야 할 거 같아요.
우주 : (말똥말똥 미주 쳐다보며) 아빠 보고 싶은데...
미주 : ... (맘 굳게 먹고) 미안해. 우주야... 아빤 하늘나라에 있어.
우주 : 하늘나라?
미주 : 어...
정자 : .. (한숨)
씬30. 동, 방 방안
(미주가 통장을 보고 있다. 이때, 정자가 들어와서...)
정자 : 얼마나 있어야 하는 건데?
미주 : 일억 오천 물어줘야 하니까... 광고 모델비로 들어 온 거 오천하고 가수 계약할 때 받은 거 삼천만원...
그동안 모아 놓은 거 천만원 하면... 육천만원 모잘라요.
정자 : 그 정도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미주 : 안돼요. 엄마... 그건...
정자 : 미주야...
미주 : 그 돈, 회장님이... 엄마... 위해서 남겨 놓으신 돈이잖아요. 저 그 돈 손 못 대요.
정자 : ... 돈 벌어서 빨리 갚아. 그러면 돼.
미주 : ... 우선은 제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씬31. 레스토랑 룸 안 (밤)
(민우가 기다리고 있다. 설레는 느낌... 이때, 미주가 굳어진 표정으로 들어선다.
민우, 미주의 표정을 보는데... 가슴 아프다)
민우 : 왔으면 앉아. 그렇게 괴물 보듯 서 있지 말구...
미주 : (차가운 표정으로 앉는다)
민우 : (미소) 내용 증명까지 보낸 거 미안해. 내일 당장 취하 할게.
미주 : ... (돈 봉투 꺼내 민다) 그러실 필요 없어요.
민우 : ...!! (봉투를 본다)
미주 : 위약금 다는 못 구했어요. 나머진 빠른 시일 내에 드릴게요.
민우 : ... 너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겠니?
미주 : 그 말, 내가 민우씨한테 하고 싶은 말이에요.
(미주, 나가는데... 민우, 벌떡 일어나서 미주의 팔을 잡아 채 돌려 세운다. 미주, 팔을 뿌리치려는데...)
민우 : (꽉 잡고) 너 나한테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니?
미주 : 이 손 놔요. 나도 당신 상처 주기 싫어요. 그러니까 이만 끝내요.
민우 : 너한텐 끝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한텐 없어. 살고 싶지 않은 걸... 너 때문에 살게 됐으니까...
미주 : ...!
민우 : 니가 아무리 상처 줘도.. 너 없이 사는 세월보다 고통스럽지 않으니까..
(미주, 민우 마음 절절히 느껴진다. 눈물이 고여서 고개 돌리는데)
민우 : (손 놔주며) 오늘은 그만 가라. 보내줄게.
(미주, 나오다가 뒤 돌아 본다. 민우, 창밖을 바라보는 뒷모습이 쓸쓸하게...
미주, 눈물이 고인다. 뛰어 나가는데서...)
씬32. 태섭 집 전경 (그 밤)
씬33. 동 방안
(남숙이 잠들어 있다.
들어서는 정식.. 잠시 남숙을 보다가 서랍을 뒤져서 통장을 꺼내다. 돈을 확인해 보고는 도장까지 챙겨드는데..
남숙, 돌아누운 채...)
남숙 : (침울한 목소리) 그 돈.. 우리집 전 재산이야...
정식 : 딱.. 딱 이번 한번만이야.. 어디, 가게 하나 구할 돈만 만들면.. 다신 도박 안 할 거야, 엄마.
남숙 : (여전히 누운 채)
정식 : (괜히 마음 쓰여서) 진짜야, 엄마. 내가.. 하늘에 맹세할게. 이거, 하구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이 돈 갖구 못살아. 아무것두 못한다구.
남숙 : .. (돌아누운 채 눈물이 흐른다)
정식 : (눈물 보지 못하고) 걱정 마, 엄마. 어제 진짜 끝내주는 꿈 꿨거든? 일억.. 일억만 만들면.. 그걸로 장사 밑천 해서,
엄마 편히 모실게. 알았지? 걱정하지 마, 엄마? (급히 나간다)
남숙 : .. (말릴 힘도 없다. 그냥 누운 채.. 그 위로..)
정식 : (E) 그렇게 세상물정 어두우니까 아버지도 정연이 엄마한테 빼앗긴 거잖아...!
- 인써트 (전 회에서)
남숙 : ..!! (멍해진다) 너... 지금 뭐랬어? 정연이 엄마라니?
정식 : 유경옥, 그 여자.. 정연이 낳아준 친엄마야. 그동안 아버지한테 우리 다 속은 거라구.
이러니 내가 엄말 안 불쌍하게 생각하냐구..!
- 다시 현실..
남숙 : ... (눈물을 흘리는데)
씬34. 하우스 안 (몽타주)
(정식이 사내 세 명과 카드 게임을 하고 있다. 연거푸 정식이 이긴다. 제법 수북하게 쌓여가는 칩들...)
- 시간 경과
(정식이 히든카드를 받고 상대편 바닥패를 본다. K두장에 4 두장... 정식의 바닥패는 3 두장이다.
에이스를 두장 쥐고 손안에 든 히든카드를 쪼이는 정식... 에이스다. 에이스 풀 하우스...
정식, 표정 관리하고 배팅한다. 받고 더 치는 사내.. 또 받고 치는 정식... 거기다가 더 치는 사내...
순간, 정식이 다시 한 번 상대편 패를 본다. 기껏해야 K 하우스나 4 하우스...
승리를 확신하며 칩들을 다 집어넣으며 올인을 부른다)
정식 : 미안하지만.. 나, 이게임에 목숨 내놨거든요? (칩을 몽땅 밀어 넣으며) 올인입니다.
사내 : 먼저 패 까쇼.
정식 : (패를 내보인다) 에이스 풀 하우스.
사내 : .. (굳어진다)
정식 : (눈물 고이며) 엄마.. 내가 해냈어.. 해냈다구..!! (환호성 지르며 칩을 가려오려는데)
사내 : 잠깐만요. 성질도 급하시네...
(사내, 패를 내놓는다. 4포카다. 벙찌는 정식...)
사내 : 미안합니다. (칩을 가져오는데)
정식 : ..! (달려든다) 너, 지금 구라 치는 거지? 그치?
사내 : 뭐야, 이 자식?
정식 : 패 어딨어? 바꿔치기 한 카드 어딨냐구?
사내 : 근데, 이 사람이?
(정식이 사내에게 달려든다. 난장판이 카드판...
기도를 보던 사내들이 정식을 잡는다. 정식, 뿌리치며 다시 달려들며)
정식 : 내돈.. 내 돈 내놔.. 내 돈...
(정식, 기도들에게 끌려 나간다. 정식, 내돈 내놔..!! 소리소리 지르며 끌려 나가는데)
씬35. 달리는 차 안
(남숙이 눈이 뒤집혀서 운전 중이다)
남숙 : 절대 용서 못해.. 내 인생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 그러구두 니들이 잘 살 수 있을 거 같아? 날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구?
(눈물 흘리며) 어림두 없지.. 니들 죽구 나두 죽구.. 다 같이 죽는 거야. 그래야.. 그래야 내가 덜 억울하지?
그래야, 덜 바보같지...
(남숙,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앞이 뿌옇게 보인다. 눈물을 훔쳐내는 순간 모퉁이 길...
남숙, 비명을 지르더니 한쪽을 들이 박는다)
씬36. 집 앞 대문
(정식이 문 앞에 주저앉아서 깡소주를 마시고 있다. 들어갈 엄두도 안난다. 정식, 속상해서 눈물이 그렁한 채...)
정식 : 엄마.. 우리 이제 어뜩해? 엄마...
씬37. 병원 안
(급히 들어서는 이동 침대.. 남숙이 실려 들어가고 있다)
씬38. 태섭 집 거실
(힘없이 들어서는 정식... 아무도 없는 빈 집이다)
정식 : 엄마... 엄마, 자?
(정식, 방문을 열어보면 아무도 없고.. 정식, 망연하게 소파에 걸터앉는데..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정식, 수화기 들고..)
정식 : 네... 근데요? (놀란다) 네?
씬39. 병원 안, 응급실
(미친 듯이 뛰어 들어오는 정식... 엄마,. 엄마.. 부르며 급히 응급실로 간다)
씬40. 응급실 안
(의사들이 응급 처치를 하고 있다.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남숙... 뛰어드는 정식...)
정식 : 엄마..! 울 엄마, 죽은 거 아니죠? 그쵸? 죽은 거 아니잖아요..!
의사 : 의식이 없습니다.
정식 : 그럼 의식을 살려내요..! 수술.. 빨리 수술해요, 빨리..!!
간호사 : (남숙을 지켜보다가, 놀라서) 환자가 의식을 차렸어요...!
정식 : ..!! (달려든다) 엄마? 내 말 들려? 어? 엄마.. 눈 떠 봐, 엄마.
남숙 : ... (힘겹게 눈을 뜬다)
정식 : 엄마..!!
남숙 : 정... 식.. 아.. (힘겹게 손을 내맨다)
정식 : (손잡고) 어, 엄마.. 나 여깄어... 엄마, 아들 여깄어..
남숙 : ... (뭔가 이야기 하려는듯)
정식 : .. (얼른 가까이 대고) 말해, 엄마. 뭐? 뭐 해줄까? 뭐? 어?
남숙 : 우리 아들... 내.. 이쁜 새끼..
정식 : 어, 엄마..
남숙 : 정연이보다... 잘 살아야 돼..
정식 : (울며) 엄마..
남숙 : 무시당하지 말구... 사람들한테 칭찬 받으면서... 정연이보다.. 훨씬... 잘살아야 돼..
정식 : 어, 엄마.. 그럴게.. 잘 살게.. 꼭 성공할 게, 엄마..
남숙 : 불쌍한 내 아들... 내 이쁜 새끼... 정식아.. 정식...(숨이 끊어진다)
정식 : 엄마? 엄마? 눈 떠, 엄마.. 왜 그래? 나 봐, 엄마.. 엄마.. 엄마..!! (울부짖는다)
씬41. 병원 영안실 안
(아무도 없다. 남숙의 영정과 정식만 단 둘이.. 정식, 백에 기댄 채 물끄러미 젖은 눈으로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이때, 들어서는 오십대 중후반의 남자...)
남자 : 저, 여기가... 오남숙씨...
정식 : (시선 안 주고) 문상객 안 받아요.
남자 : ... (다가온다) 황정식씨?
정식 : 아무도 안 받습니다. 나가 주세요.
남자 : 변호삽니다.
정식 : ..? (본다)
남자 : (통장과 도장을 내민다) 이거... 오남숙씨가 집하고 땅을 팔아서 남기신 유산입니다.
정식 : 무슨.. 말씀이세요?
씬42. 태섭 집 거실 안 (회상)
(변호사 남자가 와 있다. 남숙, 남자에게 통장과 도장을 내밀며)
남자 : 이걸 다 묶어 놓으시면 생활은 어떻게 하려고 그러십니까?
남숙 : 우리 아들... 나 때문에 망쳤어요. 내가 첫 번째 원인이고.. 두 번째가 돈 때문이요.
남자 : ..
남숙 : 정식이만 정신 차린다면...아무리 헐벗고 굶주려도.. 나 고생이라고 생각 안 하려구요.
남자 : 하지만, 사모님..
남숙 : (눈물 고이고) 우리 아들이 정신 차렸다고 생각하면 그때 주려구요.
씬43. 영안실 안
(정식, 통장을 손에 쥐고 망연히 서 있다. 남자는 보이지 않고..)
정식 : 엄마.. (무릎 꿇고 빈다) 내가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엄마... 용서해 줘, 엄마..
(정식, 고개 떨구고 죄인처럼 흐느껴 운다.
이때, 급하게 들어서는 태섭... 영정을 보더니 망연해지고... 다가간다)
태섭 : 여보.. 남숙아.. 너... 너 이럴려구 그랬냐? 어? 이렇게 허무하게 갈 걸.. 왜 그렇게 아등바등 살았어.?
정식 : .. (고개 떨구고 흐느낀다)
태섭 : 잘못했다.. 너 만난 거 잘못했구.. 살갑게 못해준 거.. 다 잘못했어..
그래두 그렇지.. 이게 뭐야, 이 미련한 여편네야...(우는데)
(정식, 고개를 들고 태섭을 노려본다, 원망가득한 눈초리..)
씬44. 일식집 방안
(조필연과 고재춘, 노갑수가 앉아 있다)
갑수 : 유경옥은 이제 속 빈 고목나무와도 같습니다. 쳐 내는 건 시간문제죠.
필연 : 여전히 유경옥이 황태섭을 지원하고 있어요. 난 그게 못마땅합니다.
갑수 : 새겨듣겠습니다, 의원님.
필연 : 야당 의원들 동향은 좀 어떻소?
갑수 : 한 가지 이상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필연 : 뭐요?
갑수 : 정확한 건진 모르겠는데.. 여당쪽 모 인사가 야당 수뇌부들과 은밀히 회동을 가질 거라는 소문입니다.
필연 : 그 여당 쪽 인사가 누군지는 모르오?
갑수 : 정가쪽 소문은 기준이 없습니다. 흘려들을 수도 있었지만... 요즘 시국에 심상치가 않아서...
필연 : 야당 수뇌부와의 비밀 회동이라..? 느낌이 좋진 않군.
씬45. 한적한 야외, 승용차 안
(승용차가 나란히 두 대가 서 있다. 찬성이 운전석에 있고... 태섭 차에 영국이 운전석에 앉아 있다.
태섭이 옆에서 카폰으로 전화중이고.. 뒷자리에 성모가 앉아 있다)
태섭 : 예, 알겠습니다. 그러죠... (카폰을 끊는다, 뒷자리의 성모에게) 약속 날짜가 잡혔어.
성모 : 언젭니까?
태섭 : 이번 주 토요일... 명동에 있는 상하이 레스토랑.
성모 : 그들한테 장부 얘기는 안했겠죠?
태섭 : 자세한 언급은 안했겠지만... 그런 게 있다는 정도는 말했을 거야. 안 그러면, 비밀모임이 성사되기가 쉽지 않았을 테니까.
성모 : ...
씬46. 어느 공원
(조필연이 비둘기 모이를 주고 있다. 다가오는 오실장...)
오실장 : 자네 말이 맞았어.
필연 : 누구야, 여당쪽 인사가?
오실장 : 그날 밝혀지겠지.
필연 : (본다)
오실장 : 누가, 왜, 무슨 목적으로 모이는지.. 그날 다 밝혀질 거네.
필연 : 도청인가?
오실장 : 물증을 확보하는 덴 그만한 게 없어.
필연 : (모이를 뿌려주며, 흠흠 냄새 맡고) 여긴 최루탄 냄새가 안 나는군. 세상이 이래야 되는데 말야...
(필연, 손으로 확 모이를 뿌리면 오히려 도망가는 비둘기들..)
씬47. 사격장 안
(성모와 찬성, 다른 요원 두 명이 사격중이다. 성모, 표적을 당겨서 살펴보는데 정확한 실력이다)
찬성 : 역시 과장님 사격 솜씨는 알아 줘야 합니다.
요원 1 : 부럽습니다, 과장님.
성모 : .. (피식 웃는데)
씬48. 동, 대기실
(성모와 찬성, 요원 두 명이 권총을 분해해서 닦고 있다)
성모 : 요즘 니네 팀장은 뭐하는데 얼굴 보기가 힘드냐?
요원 1 : 홍계장님, 요즘 바쁩니다.
성모 : 참, 부인 산달이 이번 달이랬나?
요원 1 : 그거 때문이 아니구요... 요즘 정치인들 맡았잖아요.
성모 : 정치인 누구?
요원 1 : 저두 자세한 건 모르는데.. (낮게) 상하이라고 중국 레스토랑 아시죠? 거기에 무슨 도청을 한데요.
찬성 : ..! (놀란다)
성모 : ..!! (놀라지만, 흘리듯) 상하이? 제일호텔에 있는 거기?
요원 1 : 예.. 그렇다던데요. (닦는다)
찬성 : .. (놀라서 성모를 보면)
성모 : ...! (굳어진 채)
씬49. 호텔 입구 / 봉고차 안
(정문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봉고차 한 대가 서 있다.
그 안에서 정보부 계장쯤의 사내 한명과 요원 두어 명이 입구 쪽을 살피고 있다.
요원 중 한명이 헤드폰을 꽂은 채 도청 수신기를 점검하고 있다.
입구 쪽.. 승용차가 한 대 다가와 서더니 오십대 쯤의 야당 국회의원 두 명이 내린다.
호텔측 지배인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가는데..
먹이를 노려보듯 그들을 살피는 정보원들.. 수신기를 점검하던 요원의 손길이 빨라지며..)
씬50. 도로, 승용차 안
(영국이 운전 중이고 조수석에 태섭이 타고 있다. 뒷자리에 민홍기와 박의원이 앉아 있고.. 다들 심각하게..
이때, 카폰으로 벨이 울린다. 홍기가 관심 있게 보면... 태섭, 뒤쪽을 슬쩍 의식하고는 수화기를 든다)
태섭 : 네..
성모 : (F) 접니다. 민홍기 의원도 같이 있습니까?
태섭 : .. (의식하며) 그래..
성모 : (F) 듣기만 하세요. 정보부에서 냄새를 맡았습니다. 오늘 회동 취소하십시오.
태섭 : ..!! (놀란다)
씬51. 달리는 차 안
(찬성이 운전 중이고.. 성모가 카폰으로 전화 중이다)
성모 : 야당 의원들이 비자금 장부에 관해서 알고 있다고 했죠? (낭패스런 표정을 짓고는)
도청장치를 해놨으니 빨리 야당 의원들의 입을 막아야 합니다.
씬52. 도로 / 차 안
태섭 : ..!! (놀란다) 뭐? 도, 도청?
홍기 : 무슨 일입니까?
성모 : (F) 우리가 그쪽으로 가고 있으니까, 우선은 차부터 돌리십시오.
태섭 : 그래.. 그러지.. (카폰을 끊고, 영국에게) 차 돌려.
영국 : 차를 돌리라니요?
홍기 : 왜 그러세요, 황회장?
태섭 : 우리 계획이 발각된 거 같습니다.
홍기 : ..!! 뭐요?
씬53. 달리는 차 안
찬성 : 거의 다 왔습니다.
성모 : 요원들이 정문쪽에 있을 거야.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 가.
찬성 : 예...
씬54. 호텔 정문, 봉고차 안
(요원들이 있고... 도청중이다)
씬55. 레스토랑 룸 안
(야당의원 두 명이 앉아 있다. 테이블 한 가운데 꽃이 무성한 화병이 있고..)
의원 1 : (시계를 본다) 늦는군요.
의원 2 : 근데.. 그 말을 믿어도 될까요?
의원 1 : 글쎄요. 우리 쪽에 연락 온 거로 봐서는, 전혀 거짓말을 할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의원 2 : 대통령의 비자금 장부라고 했죠?
의원 1 :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의원 2 :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때, 노크소리.. 네 하고 대답하면 중국식 치파오 복장의 여자 종업원이 들어선다.
탁자 위에 물 컵 두개를 놓고는 메모지 한 장을 쓱 밀어 넣는데.. 의원 1이 메모지를 보는데..)
성모 : (E) 도청당하고 있습니다. 얼른 그 자리를 빠져 나가십시오.
(의원들이 크게 놀란다. 서로 시선을 마주치더니 급히 옷을 들고 나가는데..)
씬56. 요정집 전경 (밤)
필연 : (E) 실패라니?
씬57. 요정집 방안
(조필연과 오실장이 앉아 있다. 고재춘이 있고..)
오실장 : 사전에 우리쪽 정보가 새어나간 모양이네.
필연 : 그게 말이 되나? 정보부 작전을 그들이 어떻게 알아챈단 말야?
오실장 : 그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가 있어.
필연 : ..? 건 또 무슨 말이야?
오실장 : (휴대용 카세트 녹음기를 꺼낸다) 거기 왔던 야당 의원들이네.
(오실장이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의원들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의원 2 : (F) 근데.. 그 말을 믿어도 될까요?
의원 1 : (F) 글쎄요. 우리 쪽에 연락 온 거로 봐서는, 전혀 거짓말을 할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의원 2 : (F) 대통령의 비자금 장부라고 했죠?
필연 : ..!! (크게 놀란다)
의원 1 : (F)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의원 2 : (F)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오실장 : (녹음기를 끈다) 여기 까지네.
필연 : (놀라서) 대통령.. 비자금 장부라니?
오실장 : 자네.. 그 일을 맡아 해오면서 장부를 적어 놓은 적 있나?
필연 : 이봐, 오실장. 난 어른이 시키신 일 외엔 절대 안하는 사람이야.
오실장 : 분명 여기선, 장부의 실체를 이야기 했네. 자네가 아니라면 누가..
필연 : ..!! (뭔가 생각난다) 가만..!
오실장 : ..? (보면)
필연 : 비자금을 걷는 일.. 나 혼자 한 게 아냐... 이성모.
오실장 : ..!! 이성모 과장?
필연 : 그래... 장부를 적을 만큼 상세히 알고 있다면.. 이성모 밖에는 없어.
오실장 : 그렇다면 이성모 밖엔 없겠구만...
필연 : ...
오실장 : 자네가 아끼는 친구란 건 잘 알고 있네. 믿고 싶진 않겠지만 이번 도청 작전을 야당에서 어떻게 알았을 거 같아?
필연 : .. (심각해진다) 자네가 성모를 잡아서 자백을 받아내. 단.. 절대 외부에는 알려져서는 안 돼. 무슨 말인지 알겠나?
오실장 : ...
필연 : 만약, 장부의 실체를 어른께서 아신다면... 난 그동안 쌓아온 모든 걸 잃게 돼.
어른께서 날 더 이상 신뢰하지 않으실거란 말이네..!
오실장 : 알겠네.
필연 : ... 자네 말대로 이성모가 배신자라면.. 그땐 나한테 보고해 주게. (눈빛 서늘해지며)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씬58. 안기부, 성모 방
(찬성이 신문을 보고 있다. 이때, 무작정 들어서는 요원들., 성모의 책상과 사물함을 마구 뒤진다)
찬성 : (놀라서) 야, 니들 지금 뭐하는 거야?
오실장 : .. (들어선다)
찬성 : (얼른 인사를 하고) 실장님 오셨습니까?
오실장 : 이성모, 지금 어딨어?
찬성 : 대체 무슨 일로..
오실장 : 어딨냐구, 새꺄..!!
씬59. 어느 빠 안
(성모와 강모가 술을 마시고 있다)
성모 : 난 정보부 일, 삼년 내로, 관둘 생각이야.
강모 : ..! (본다)
성모 : 사표 내고, 서울 인근에서 과수원이나 하려구. 포도가 좋겠어. 미주가 좋아하기도 하고 술도 만들어 먹을 수도 있고..
(허허 웃는데)
강모 : 이젠 나한테 속 시원하게 얘기 해 줘.
성모 : 뭘?
강모 : 삼년 안에 사표 낸다는 말... 그 안에 조필연 쓰러뜨리겠다는 거잖아.
성모 : .. (피식 웃으며, 술 따른다) 니 앞에서 말조심 해야지..
강모 : 계획한 일이 뭔데?
성모 : (본다) 강모야.. 이건 그냥... 내 일이야.
강모 : 나한테 하나밖에 없는 친 형 일이야.
성모 : ... (휴, 술 마시고) 나중에.,. 응? 좀 더 있다가 차근차근...
강모 : 형 정말, 나한테까지 이럴 거야?
성모 : 첨부터 그러기로 한 거잖아. 난 내일 하고, 넌 니 사업 열심히 하고..
(이때, 성모의 허리춤에 찬 호출기가 삐삐 울린다. 성모, 호출기를 확인해 보는데...
* 당시, 경찰이나 정보부 요원들은 호출기가 있었음)
성모 : 잠깐 나갔다 올게. (나간다)
강모 : .. (보는데)
씬60. 동 밖, 전화 부스
(성모가 전화를 건다)
성모 : 나야, 찬성아.
찬성 : (F, 다급하게) 과장님 우려대로 장부 얘기 도청 된 거 같아요.
성모 : ...!! (눈을 감는다)
찬성 : (F) 사무실 서랍이며 사물함까지 다 뒤졌어요. 얼른 피하시는 게 좋을 겉 같아요.
성모 : 잘 들어, 찬성아. 장부만 발각 안 되면 돼. 증거만 없으면 끝까지 버틸 수 있다.... 내 걱정 말고, 너 그 장부만 잘 지켜...
아니, 도망친다고 될 일 아니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무조건..
(강모가 굳은 표정으로 보고 있다.
성모, 강모를 보고 놀란다. 성모, 수화기를 놓는데..)
강모 : 무슨 말이야? 도망을 친다니? 장부는 또 뭐구?
성모 : 강모야..
강모 : 지금 대체 무슨 전화를 한 거냐구..!!
성모 : .. (한숨 내쉰다, 더는 숨길 수 없고)
씬61. 남산 일각 (그 밤)
(강모와 성모가 있고..)
강모 : ..!! (크게 놀라서, 잡는다) 안 돼, 형.. 가지 마.
성모 : 안가면.. 평생 숨어 살아야 돼. 오랜 계획도 다 물거품 되고.
강모 : 그 장부 발각되면.. 형, 죽어..!
성모 : 발각 안돼.
강모 : 그 놈들이 자백 못 받아낼 것 같아? 형이 더 잘 알잖아..!
성모 : 버틸 게.. 버틸 자신 있다.
강모 : 혀엉..!
성모 : 강모야.. (눈물 고인다) 나, 미주하고 너 남겨두고 안 죽어. 못 죽어..!
강모 : (감정 격해져서, 독하게) 그 장부, 나한테 줘.
성모 : 뭐?
강모 : 내가 터뜨릴게. 내가 저지르면 돼, 그럼 형한텐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성모 : 내 일이라고 했잖아..!!
강모 : (눈물 고이고) 그럼 가지 말던가..!!
성모 : ..
강모 : 차라리 모르게 가던가.. 나보구.. 형을 보내라구?
성모 : (끌어안는다) 강모야.. 맹세할게.. 나 안 죽어.. 절대 안 죽을 게..
강모 : ...
성모 : 형 믿어 줘. 조필연 죽이기 전엔... 내가 먼저 절대 안 죽는다..
강모 : .. (억장이 무너지듯)
씬62. 안기부 건물 앞 (아침)
(승용차가 들어선다. 찬성이 나와 있고.. 차에서 내리는 성모.. 요원 두 명이 기다리고 있다)
성모 : 뭐야? 마중까지 나온 거냐?
요원 1 : 오실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성모, 여유 있게 들어간다. 요원 두 명이 양쪽에서 따라오고..
이때, 나오는 간부쯤의 사내에게 ‘좋은 아침입니다, 최국장님..’ 인사까지 해보이며.. 조직 내 다른 부서에선 모르는 상황...)
씬63. 동, 복도
(성모가 들어선다. 요원 둘이 따라가고.. 이때, 복도 맞은편에서 오실장이 다가온다. 성모, 인사를 하고)
성모 : 찾으셨습니까.
(그때서야 요원 두 명이 마치 연행하는 모습처럼 성모의 팔짱을 낀다)
오실장 : 소란 피우지 마.
요원들 : (팔짱을 푼다)
오실장 : 협조만 잘해주면 금방 끝날 거야. 따라 와. (간다)
(성모, 오실장을 따라간다. 뒤에 나타나는 찬성... 걱정스럽게 보는데...)
씬64. 취조실에 딸린 방
(오실장이 매직미러로 취조실을 보고 있다.
취조실 안에 성모가 앉아 있고.. 맞은편에 선배 기수쯤의 박과장이 앉아 있고..
성모, 전혀 기가 죽지 않은 모습이다. 상황만 보면 누가 누굴 취조하는지 모를 풍경이다.
오실장, 무표정으로 보는데..)
씬65. 취조실 안
(성모 옆쪽으로 벽면 전체가 거울이다)
박과장 : 지금부턴 니 선배가 아니라 취조자다. 질문은 내가 하고, 넌 묻는 말에만 대답해.
성모 : (어이없어서 피식 웃는다)
박과장 : 자세부터 똑바로 하지.
성모 : (까딱 앉고) 박선배..
박과장 : 호칭 생략한다.
성모 : (조금 화나서) 이유부터 알려주시죠. 영문도 모르고 내 일터에서 죄인 취급 받는 거.. 화가 나서 못 견디겠습니다.
박과장 : 조직 내에 배신자가 있어.
성모 : 그럼.. 그 자를 제가 잡겠습니다.
박과장 : 야, 이성모...
성모 : 박 선배, 대양 화학 회장과 친하죠? 국방부 관련 기밀문서 들고, 송회장 왜 만났습니까?
박과장 : .. (크게 당황한다) 뭐?
성모 : 배신은 그런 게 배신입니다. 박선배 말고, 다른 배신자들 줄줄이 불어 볼까요?
박과장 : 너, 정말..?
성모 : (거울 쪽을 본다) 오실장님이 절 의심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씬66. 거울 뒤쪽 방
오실장 : (무표정하게 본다)
성모 : (빤히 보며) 이런 일엔 반드시 외부의 개입이 있기 마련이죠. 누굽니까..? 누가 절 배신자라고 찌른 겁니까..!!
오실장 : ..
성모 : 이거만은 분명히 알아두십시오. 만약, 저한테서 아무런 혐의점도 못 찾아낸다면..
이 일을 주도했던 사람들... 그게 내부든 외부든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오실장, 길게 한숨 내쉰다. 쉽지 않겠다는..)
씬67. 취조실 안 / 미러 밖
(요원들에 의해서 성모의 손가락 끝에 검은 밴드가 감긴다. 가슴에 심장박동 체크 밴드가 붙여지고... 팔뚝에 밴드가 감겨지는데...
매직미러 너머의 다른 방... 거짓말 탐지기가 놓여 있다.
오실장이 앉아 있고.. 조필연이 뒤에 서서 취조실의 성모를 바라본다. 차가운 표정이다.
취조실 안... 테스트 준비를 마친 성모가 거울을 본다. 거울 뒤의 조필연이 성모를 노려보는데..
거울을 사이에 두고 서로 노려보는 매서운 눈빛에서 엔딩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