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극복, 어디까지 왔나] [암센터 탐방] [3] 서울아산병원 암 환자 10명 중 1명 수술받아.. 癌 빅데이터로 환자 맞춤 치료 위부분절제 등 새로운 치료 고안 세계 1호 '암 환자 응급실' 운영
서울아산병원은 '암 수술의 메카'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암 수술(1만9951건)이 이뤄진다. 국내에서 한 해 20만건 정도 암 수술이 시행되니 암 환자 10명 중 1명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셈이다. 30년의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병원이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외과' 분야에 대한 전폭적 투자 덕분이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유창식 병원장은 "병원을 개원할 때 경영진이 강호에 흩어져 있던 숨은 외과 고수들을 모았다"며 "외과 의사들이 어려운 수술을 도전하고 성공해서 이뤄낸 것"이라고 말했다. 5년 전부터는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지금까지의 노하우를 '데이터'로 만들어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암 치료 빅데이터가 정밀하고 정확한 치료를 위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미지 크게 보기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은 암 환자 임상 데이터와 유전체 분석 데이터를 모아 환자별 맞춤 치료를 실현하고 있다. 사진은 데이터센터에서 환자 치료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유전체 분석 통한 맞춤 치료 앞장 암 치료에 있어 데이터가 중요한 것은 개인 맞춤 치료의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병기의 암 환자에게 같은 치료를 해도 어떤 환자는 살고 어떤 환자는 사망한다. 이런 차이는 환자의 생활습관이나 환경도 영향을 미치지만, 결정적인 것은 '유전자'다. 유창식 암병원장은 "이제 암 치료의 혁신은 수술이 아니라 유전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항암 치료 분야가 더욱 그렇다. 유창식 암병원장은 "수술로 크게 치료 결과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제 환자의 유전자를 파악해 가장 적합한 항암제를 찾아 투여하는 정밀의료가 꽃을 피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 보기 서울아산병원은 암 치료에 있어 유전체 분석의 중요성을 파악, 2011년 미국 하버드 의대와 협약을 맺고 '아산 다나파버 암유전체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2012년에는 국내 최초로 '유전체맞춤암치료센터'를 개소했다.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암 전이를 일으키는 유전자 등 암 관련 유전자 무리를 4000여 개나 발견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유전체 분석 검사(NGS) 표준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다. NGS 검사는 2017년부터 암 환자에 한해 건강보험을 적용받고 있다. 유창식 암병원장은 "기존 항암제가 듣지 않거나 재발한 암 환자는 유전체 분석을 통해 적합한 신약을 투여받는 등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 환자 정보 담은 데이터센터 개소 암 환자의 유전체 분석 데이터와 함께 임상 데이터도 쌓아가고 있다. 임상 데이터란 암 환자의 연령, 처방 약제, 수술 종류와 범위, 암 조직 검사 결과, 영상 촬영 검사 등 암 환자에 대한 200종 이상의 모든 정보를 포함한다. 서울아산병원은 2017년 데이터센터를 열고, 14개 암종 센터에 흩어져 있던 데이터들을 한 곳에 모아 플랫폼을 만들었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데이터센터 이종원 총괄책임교수는 "외국 환자 데이터가 아닌 국내 환자 데이터를 가지고 암 치료에 대한 근거를 만들고 있다"며 "임상 데이터 플랫폼에 유전체 정보 데이터, 생활습관 데이터를 추가해 데이터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의 데이터센터는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사업이다. 유창식 암병원장은 "암 수술을 많이 하고 환자를 많이 보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데이터 관리와 표준화를 통해 치료를 잘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환자 삶의 질 높이는 수술법 고안 수술은 많이 하다 보면 '잘'하게 되고, 수술법은 발전하게 된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다양한 암종에서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대표적인 것이 위암이다. 위는 상부에 암이 생기면 재발 위험 때문에 위 전체를 잘라내는 게 표준 치료법이다. 서울아산병원 위장관외과 김병식 교수팀은 2011년부터 복강경을 이용해 위의 5%는 보존하고 95%는 절제하는 위부분절제술을 고안했다. 김병식 교수는 "위를 5%만 남겨도 하부식도괄약근을 살릴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위산 역류를 막고 음식 섭취도 용이해 환자의 영양상태가 개선된다"고 말했다. 유방암도 유방을 모두 잘라내는 전절제술 뒤에 바로 유방 재건 성형을 하는 '동시 복원술'을 확산시켰다. 과거에는 유방암 수술 후 바로 재건 성형을 하면 재발이 더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안세현 교수팀은 동시 복원술이 재발률을 높이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고, 유방암 환자의 상실감 개선 등을 위해 동시 복원술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25년 전만 해도 동시 복원술을 받는 비율이 5%가 채 안됐지만 현재는 대다수가 동시 복원술을 받는다. 대표 난치암인 폐암 수술은 가슴을 25~30㎝ 열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최세훈 교수팀은 가슴에 3~4㎝ 구멍 두세개만 뚫어 폐를 절제하는 흉강경 수술을 2002년부터 적극 도입해 생존율을 높였다. 폐암 수술 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002~2006년 61%였지만 2012~2016년 72%로 향상됐다. 세계 최초로 암 환자만을 위한 응급실인 '긴급진료실'을 열었다. 암 치료를 마친 뒤 암 발병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삶의 질 향상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